이리에 아키라: 하버드-C.H.베크 세계사 : 1945 이후
- 책 밑줄긋기/책 2023-26
- 2025. 12.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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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버드-C.H.베크 세계사 : 1945 이후 | 하버드-C.H.베크 세계사 | 이리에 아키라 책임편집, 이동기 외 - ![]() 이리에 아키라 (엮은이),이동기,조행복,전지현 (옮긴이)민음사 |
한국어판을 출간하며
서문 _ 이리에 아키라
1부 국가와 권력관계의 변화 _ 빌프리트 로트
2부 세계경제의 문호 개방 _ 토머스 W. 자일러
3부 인류세: 인간과 그들의 행성 _ J. R. 맥닐, 피터 엥글키
4부 세계 문화 _ 페트라 괴데
5부 초국적 세계의 형성 _ 이리에 아키라
미주
참고 문헌
저자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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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문
13 "편견 없는 사람은 (정말로 그런 사람이 있다면 말이지만) 역사를 흥미롭게 쓸 수 없다." 영국의 수학자이자 철학자이며 평화 투사인 버트런드 러셀이 회고록에서 한 말이다. 러셀은 분명 옳았다. 이 책의 저자들은 역사가로서 그 말에 동의할 것이다. 그들은 모두 자신만의 관점, 다시 말해 러셀이 말한 그 '편견'을 갖고 있다. 반면에 독자들은 이 책의 저자들이 몇 가지 생각을 공유하고 있음도 알게 될 것이다. 먼저 우리는 1945년에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후 최근 수십 년 동안의 역사로 규정될 수 있는 '현대사'에 관해 신선한 관점을 제공할 생각이다. 둘째, 우리는 이 역사를 (현대사뿐만 아니라 그 어떤 시대사라 하더라도) 단순하게 각기 분리된 민족사나 지역사의 관점에서가 아니라 지구적 맥락에서 이해해야 한다는 신념을 공유한다.
셋째이자 가장 중요한 공유점은 이 지구사가 여러 층위로 구성되어 있다는 생각이다. 그 층위들은 대부분 중첩되지는 않지만, 서로 연관되어 있다. 우선 따로따로건 집단적으로건 개별 국가의 차원에서 이루어지는 세계사가 존재한다. 1945년 이후의 역사에서 그것은 주로 냉전의 큰 틀로 포괄되었다. 하지만 이 책의 각 부를 읽어 보면 알 수 있듯이, 현대사를 온전히 이해하는 데 필요한 일국적·국제적 발전의 양상들은 그것 외에도 많다. 기본적으로 지정학적이라고 할 수 있는 그 층위와는 별도로 나름의 고유한 동력을 갖고 발전한 또 다른 층위들도 존재했다. 하나는 경제, 또 다른 하나는 문화였다. 여기서 민족이라는 단위는 상품이나 자본이나 사상 또는 세계 여러 지역의 여타 성과나 활동보다 더 중요한 변수가 되지 못했다. 이 모든 층위는 서로 중첩되기도 했고 심지어 합쳐지기도 했지만, 각기 고유한 이야기와 연대기와 주제 영역들을 가졌다. 인간이 동물이나 식물, 물이나 공기, 그리고 여타 모든 물리적 존재와 공유했던 자연생활환경이라는 또 다른 층위도 존재한다.
이 층위들 중 항상 특권적 지위를 주장할 수 있는 것은 존재하지 않았다. 특별히 민족문제 또는 국제 관계가 인간이 누리는 삶의 방식을 결정했던 시기가 있었을지 모른다. 또 다른 어떤 때에는 초민족적인 경제와 문화의 변화가 인간이 누리는 삶의 성격을 규정했을 수도 있다. 반면에 자연환경이 더러(인간에게) 예측 불허의 특수한 방식으로 모든 인간사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역사는 그런 모든 층위의 행위와 상호작용에 관한 기록이다. 미국의 화가 로버트 머더웰(1915~1991)은 일전에 자기 그림이 의식의 층위들로 구성되어 있다고 말했다. 역사가들도 특정한 시점에 여러 주제 영역이 존재한다는 것을 보여 주기 위해 애쓴다. 그럼으로써 역사가들은 독자들이 특정한 층위나 하나의 의미를 인간이 누리는 삶의 결정 요소로 특권화하지 말고 인간 경험의 다채로움과 물리적 세계와 인간의 상호작용을 인식할 수 있기를 원한다.
15 1945년 이후에도 같은 흐름이 이어졌다. 세계의 변화와 관련해 1945년을 전후한 두 시기가 어떤 결정적인 차이점이 있는지는 다음과 같은 사실을 통해 알 수 있다. 1945년 이전에도 세계는 기술혁신과 경제 교역으로 구석구석 밀접히 연결되었지만, 다른 한편으로 너무도 확연히 여러 방식으로, 즉 식민주의자와 피식민자, 자본과 노동, 서구와 비서구, '문명인'과 '비문명인, 그리고 무엇보다 '인강'과 약소국으로 분열되었다. 달리 말하면 초국가화는 두 형태를 띠었는데, 하나는 인류의 결속을 위한 것이었고 다른 하나는 분열을 겨냥했다.
이에 반해 1945년 이후의 세계는 비록 완전하지는 않지만, 인류의 결속과 분열 사이에 있는 그 간극을 메울 정도로 일련의 상호 연동 관계로 빠져들었다. 1945년 이전에는 변화의 동력이 주로 서구에서 발전한 근대 기술과 이데올로기였다면, 1945년 이후에는 문자 그대로 수백만 명이 개인으로든 집단으로든 그 과정에 참여해 앞서 존재했던 수많은 분리의 장벽들을 없앴다. 비서구 지역의 국가와 사람들은 서구가 만들어 놓은 세계에 적응하기보다는 스스로 적극적으로 역사를 만들어 나갔다. 그 결과 심지어 사람들이 서로 간의 차이를 점점 더 많이 인식했을 때조차 인류의 결속에 관한 의식은 계속 성장했다. 그런 상황에서 인간이 자연생활환경과 함께 공유하는) 자신의 운명을 스스로 결정할 수 있을지의 문제는 21세기에 닥친 핵심 질문이 되었다.
이 책의 각 부는 다양한 각도에서 이 주제들을 다룬다. 1부에서 빌프리트로트는 주로 유럽에 초점을 맞추었지만, 여타 세계의 발전도 주의깊게 분석하며 제2차 세계대전 이후의 국제정치를 조망한다. 전쟁을 승리로 이끈 반추축국 동맹이 미국과 소련의 대결로 넘어간 것은 어떤 측면에서 보면 열강들이 서로 경쟁하는 전통적인 지정학적 이야기다. 그러나 로트가 설명했듯이, 냉전에는 그것 말고 다른 차원도 많다. 특히 오랫동안 열강의 드라마 바깥에 존재했던 세계 여러 지역이 독립을 쟁취하고 점차 독자적인 목소리를 냈기 때문이다. 달리 말하면 세계 정치는 규모로 보아 과거 그 어느 때보다 더 지구적이었다.
물론 냉전 논의의 핵심 질문은 왜 그것이 '차가운' 상태에 그쳤는지, 그리고 제3차 세계대전으로 치닫지 않았는지였다. 1부는 미국과 소련의 관계가 처음부터 적대적이지는 않았다고 전제함으로써 그 질문에 신선한 관점을 제공한다. 1부는 일련의 불운과 오해와 오산이 양극 경쟁을 핵심 요소로 갖는 세계 정치로 귀결되었다는 견해를 택했다. 양측은 모두 내정상의 이유로 위기를 확대하는 것이 편리하다는 것을 알았다. 군사동원, 정치 결속, 경제 전략 등 모든 것이 국가 안보라는 미명으로 강화될 수 있었다. 그렇더라도 양극 상황은 세계 전쟁을 막는 능력만큼은 20세기 전반기의 열강들보다 더 나았다. 다른 한편으로 국지적으로는, 즉 한반도와 베트남, 남아시아, 중동, 아프리카 등지에서는 무장 충돌이 발생했고, 그것은 대략 제2차 세계대전과 같은 규모의 총사상자 수를 기록했다. 로트는 그 충돌들을 모두 다루며 기원과 결과에 관해 중요한 정보를 제공한다.
냉전이 더러 세계를 분열시키는 경향을 띠었던 반면에, 1945년 이후 경제는 그 정반대 방향을 촉진했다. 세계경제가 상호 연결되는 과정은 2부에서 토머스 자일러가 추적했다. 자일러는 무역과 투자, 그리고 그것과 연관된 교류와 관련해 상호 연결된 개방 체제를 발전시키는 데 미국이 수행한 역할을 강조한다. 그 체제는 결국 완전한 규모의 경제 세계화를 낳았다. 자일러가 세밀한 이야기를 통해 잘 보여주듯이, 그 정책은 항상은 아니지만 자주 소비에트 블록 국가들에 비해 미국의 동맹국들이 상대적으로 강력한 경제력을 갖도록 만든 미국의 냉전 전략과 연계되어 있었다. 물론 경제적 목적과 지정학적 목적이 서로 양립할 수 없는 때도 더러 있었다. 다음과 같은 경우에 특히 그랬다. 무역 관행의 자유화로 인해 독일과 일본, 일부 국가들은 경제력이 강해져 결국 미국의 주요 경쟁자로 발돋움했다. 냉전이 없었다면 경제 세계화는 물론 일어나기는 했겠지만, 상당히 다른 방식으로 진행되었을 것이다.
2부 전체를 흐르는 핵심 질문은 자일러가 명명한 그 '미국식 개방경제체제'의 득실 여부다. 그것은 분명히 세계경제의 지구화에 성공했다. 게다가 유럽과 아시아의 번영에 기여한 점도 부정할 수 없다. 하지만 20세기 말까지 중동과 남미의 대부분 국가는 그 혜택을 받지 못했고, 아프리카는 계속 저개발 상태였다. 21세기가 되어서야 변화가 시작되었다. 그때는 오히려 미국 경제 자체가 심각한 문제에 봉착했다. 여기서 1부와 2부를 함께 읽는 독자들은 세계의 지정학적 층위와 경제적 층위 사이의 상호 관계를 알 수 있다. 세계 전역의 많은 관찰자가 주장하듯이 '미국의 세기가 끝났다면, 그 이유는 무엇일까? 미국의 군사력과 경제력으로 만들어진 세계가 근본적으로 변해 미국이 더는 과거와 같은 방식으로는 변화의 동력을 이끌지 못하기 때문일까? 아니면 전략이나 경제와는 무관한 발전들이 인류의 운명을 결정하는 데 더 중요해졌기 때문일까?
3부와 4부는 바로 이런 맥락과 관련해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한다. 3부의 저자 존 맥닐과 피터 엥글키는 지구와 그 거주자 사이의 관계를 밝히기 위해 인류라는 종의 기원까지 추적한다. 저자들은 최근까지는 양자가 상당히 균형을 이루고 있었음을 보여준다. 자연환경은 세계 인구의 완만한 증가에 필요한 무수한 활동을 위해 공간과 자원을 충분히 제공했다. 하지만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상황은 급변했다. 지구 인구가 두 배로, 곧 다시 세 배로 증가한 데다, 그들의 상당수가 조상들보다 더 편안하게 살 공간을 찾아 도시 중심지로 이주했기 때문이다. 산업화로 인해 이제 공기와 물은 과도하게 사용되어 결국 오염되었다. 그 결과 오염된 공기로 숨 쉬고 유해한 물을 마셔 고통을 겪거나 심지어 사망하는 사람들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그러는 사이에 이제 에너지자원도 인간의 활동을 다 지탱할 만큼 충분하지 않음이 드러났다. 1970년대의 석유 위기 때 역사상 처음으로 그 균형이 파괴되었다. 대체에너지원을 찾다가 북미와 유럽과 아시아에서, 결국에는 지구 전역에서 원자력발전소가 건설되었다. 원자력발전소에서 위기가 발생하는 일은 피할 수가 없었다. 위기는 1970년대부터 발생하기 시작했으며, 미국과 소련과 일본을 비켜 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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