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븐 그린블랫: 폭군
- 책 밑줄긋기/책 2023-26
- 2026. 2.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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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군 | 스티븐 그린블랫 - ![]() 스티븐 그린블랫 (지은이),김한영 (옮긴이)까치 |
1 비스듬한 시선
2 편협한 정당정치
3 기만적인 포퓰리즘
4 성격의 문제
5 조력자의 유형
6 승리에 도취한 폭군
7 교사하는 자
8 위대한 자들의 광기
9 몰락과 재기
10 저지할 수 있는 출현
결론
감사의 글
주
역자 후기
색인
79 셰익스피어의 「리처드 3세」는 「헨리 6세」 3부작을 통해서 미리 밑그림을 보여준 야심만만한 폭군의 세 가지 성격 특징을 자세히 전개한다. 터무니없는 자존심, 고통을 주면서 즐거워하는 가학적 성향, 강박적인 지배 욕구가 그것이다. 주인공은 병적으로 자아에 도취하고 엄청나게 오만한 인물이다. 이 기괴한 특권의식의 소유자는 자기가 선택한 일이라면 무엇이든 할 수 있다고 믿어 의심하지 않는다. 그는 호통치듯이 명령하기를 좋아하고 부하들이 종종걸음치며 임무를 수행하는 모습을 흐뭇하게 지켜본다. 절대적인 충성을 기대하지만 감사할 줄은 모른다. 남들의 감정 따위는 그에게 아무것도 아니다. 타고난 우아함, 기본적인 인간애, 품위와 예의 따위는 전혀 모른다.
95 셰익스피어의 암시에 주목하자면, 그 성취는 그를 둘러싼 인물들의 다양하지만 하나같이 자기 파괴적이기만 한 반응들이 얽히고설켜서 만들어낸 치명적인 결과이다. 그러한 반응들이 하나로 합쳐진 끝에 국가 전체가 파국을 맞는다.
97 더 해로운 부류는 리처드의 집권을 어떻게든 이용할 수 있다고 믿는 자들이다. 다른 많은 이들처럼 그들도 리처드가 얼마나 해롭고 위험한지 분명히 알고 있지만, 밀려오는 악의 파도보다 그들이 한발 먼저 움직이거나 그로부터 물고기를 건져 올릴 수 있다고 자신한다. 이 동맹자와 추종자들 ─ 헤이스팅스경, 케이츠비, 그리고 특히 버킹엄 공작 ─ 은 리처드의 비열한 행위에 가담하고 희생자들이 늘어가는 과정을 냉정하고 무심하게 지켜보면서 리처드가 한 계단씩 올라가도록 돕는다.
97 마지막으로, 그의 명령을 수행하는 잡다한 인물군이 있다.
99 그의 형 클래런스 공작이다. 헨리 6세 3부」에서 셰익스피어는 장미 전쟁 중에 클래런스 공작이 전략적으로 변절하는 모습을 묘사한다.
105 헤이스팅스 경이 조언한다. 곧 밝혀지는 대로, 결국 목숨을 구한 사람은 두려움에 떤 스탠리 경인 반면, 헤이스팅스 경은 목이 잘리는 신세가 된다. 그런데 왜 헤이스팅스 경은 리처드의 잔인함을 바로 목격해왔음에도 결국 나락에 빠져 덫에 걸리고 말았을까? 야심에 물든 헤이스팅스 경이 그 잔인함을 잘만 이용한다면 궁정에서 경쟁자들을 제거할 수 있다고 생각한 탓이다.
106 폭군은 명령을 내릴 뿐 그 일을 직접 행하지 않는다.
111 거짓말을 연달아 퍼부으면, 의심하는 자들을 주변부로 내쫓고 혼란을 퍼뜨리고 자칫하면 분출할 수도 있는 불만과 저항을 잠재우는 효과를 낼 수 있다.
114 연극 안에서 리처드가 왕으로 즉위할 수 있는 것은 주변 사람들이 크고 작은 사건에 공범으로 연루되어서이다.
117 그 자체로는 재난이기는 해도 폭군의 집권과 즉위에는 희극의 촉감이 있다. 폭군이 쓰러뜨리고 짓밟은 사람은 대부분 굴종하거나 냉소적이거나 타락한 자들이다. 비록 그들의 운명은 끔찍하지만 그들을 통해서 인과응보를 보는 것은 만족스러우며, 음모가가 고함치고 공모하고 배신을 거듭하다가 마침내 최고의 자리에 오르는 것을 지켜보는 동안 우리는 일종의 도덕적 휴가를 즐기게 된다. 그러나 일단 리처드가 평생의 목표에 도달하는 순간 ─ 셰익스피어의 희곡의 3막이 끝날 때 ─ 웃음은 즉시 얼어붙는다.
118 폭군의 승리는 경쟁자를 폭력적으로 제거하는 과정에서 길게 짜인 거짓말과 기만적인 약속에 기반을 둔다. 그를 왕좌에 끌어올린 교활한 전략은 왕국의 미래상과는 거리가 멀다. 또한 그는 나라를 세우고 유지하도록 도울 참모를 모으지도 않았다. 그가 당장 믿고 의지할 수 있는 것은 런던 시장처럼 눈치가 빠른 관리들과 필경사처럼 겁에 질린 서기들의 묵인뿐이다. 새로운 통치자에게는 관리 능력이나 외교적 수완이 없으며, 측근 중에 그가 명백히 가지지 못한 것을 제공할 수 있는 사람도 전무하다.
121 측근들의 충성심에 전전긍긍하면서도 결코 그들의 충성심을 완벽하게 확신하지 못한다. 그를 섬길 만한 사람은 자기 자신과 같은 부류인 이기적인 악당들뿐이다. 게다가 애초에 정직한 충성심이나 공평하고 독립적인 판단 같은 것은 그의 관심 밖이다. 그가 바라는 것은 아침, 확증, 복종이다.
125 엘리자베스가 아무리 증오하고 역겨워해도 리처드는 눈썹 하나 까딱하지 않는다. 무슨 짓을 해도 자기는 벌을 받지 않으리라고 믿고서 속악한 제안과 거짓말을 불도저처럼 밀고 나간다. "당신은 나의 아이들을 죽였소.” 그녀가 다시 한번 강조하자, 리처드는 자신 있는 대답으로 그가 내놓는 제안의 구역질나는 도착성을 한층 더 명확히 한다.
127 작품 활동을 시작한 초기에 셰익스피어는 아직 내면의 갈등을 설득력 있게 표현할 좋은 방법을 찾지 못했다. 그가 리처드에게 준 독백은 다소 딱딱한 내면의 대화 형식을 띠고 있어서 마치 2인의 꼭두각시가 입씨름을 벌이는 듯하다.
128 2012년 영국 레스터 시의 도시 미들랜드에서 주차장을 건설하던 인부들이 인간의 유골이 담긴, 썩고 있는 관을 발굴했다. 방사성 탄소로 연대를 측정하고 현대에 생존하는 요크 가문 후손들의 유전자를 연구한 결과, 문제의 시신이 리처드 3세임이 밝혀졌다.
129 두개골이 박살이 난 것으로 보아, 중세 말기에 병사들이 양손으로 즐겨 사용한 무시무시한 장대식 무기, 미늘창이 두개골을 강하게 타격한 듯하다. 따라서 리처드 왕은 뒤에서 살해되었을 가능성이 높으며, 게다가 그의 뼈에서는 이른바 "치욕적 손상"의 흔적을 볼 수 있다.
132 리처드와는 달리 맥베스는 모든 난관을 극복하고 절대 권력을 거머쥐겠다는 오랜 꿈을 가슴에 품고 있지 않았다.
133 살해를 구상하는 진정한 교사자는 맥베스가 아니라 그의 부인이다.
138 맥베스는 맥베스대로 이미 폭군의 제1 교훈, 폭군에게는 친구가 없다는 것을 깨닫는다.
139 자신이 더럽다고 느끼는 폭군의 의식을 셰익스피어는 리처드 3세의 결말에 이르러서야 제시했다.
179 「겨울 이야기」의 행복한 결말은 현실적인 예상을 의도적으로 또 장난스럽게 위반하는 로맨스라는 문학 장르와 일치한다.
179 연극이 끝날 때 관찰자로 등장한 인물은 이렇게 말한다. “마지막에 경이로운 일들이 그렇게 많이 일어나다니. 발라드 작가도 이렇게 표현하지는 못할 걸세".
180 「겨울 이야기」는 그의 경력 대부분을 사로잡은 현실주의적 사고에서 잠깐 벗어난 보기 드문 일탈이었으며, 그의 사고는 악몽을 끝낼 수 있는 다양한 방식으로 복귀했다.
181 이 연극은 「티투스 안드로니쿠스」나 「리처드 3세」보다 더 음울한 음조로 끝이 난다. 새로 즉위한 스코틀랜드의 왕 맬컴은 "조심스러운 폭군의 덫을 피해 / 해외로 망명한 우리 동지들"을 국내로 불러들이고자 하며, "이 죽은 백정의 잔인한 대신들과/ 악마같이 잔인한 왕비(5막 7장 96-99)"를 언급하는데, 이는 아마도 재판을 염두에 둔 듯하다
185 셰익스피어는 폭군이 오래 견딜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부상하는 폭군이 아무리 교활할지라도, 권좌에 오르면 의외로 무능력하다. 국정에 대한 전망이 없어서 지속적인 지지를 확보하지 못할 뿐 아니라 잔인하고 폭력적임에도 모든 반대파를 진압하지 못한다.
188 「리어 왕」은 폭정이라는 주제를 이론적으로 다루지 않는다.
189 셰익스피어는 보통 사람이 폭정의 방파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믿지 않았다. 그가 생각하기에 평민은 선전 문구에 너무 쉽게 조종되거나 위협에 너무 쉽게 굴복하거나 하찮은 선물에 너무 쉽게 매수되는 탓에 자유를 지키는 든든한 세력은 되지 못한다. 셰익스피어의 폭군 일대기는 대부분 같은 지배 계층 내에서 불공정한 통치자에 반대하다가 결국 살인에 이르는 줄거리에 의존한다.
196 줄리어스 시저의 등장인물들은 자신이 각각 다른 정치 및 철학의 원리를 따른다고 규정한다. 카시우스는 에피쿠로스를 추종한다고 주장하는데, 이는 인간의 행복이나 불행이 신이나 운명이 아니라 오직 인간에 의해서 결정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키케로는 회의주의 학파의 철학자답게 이렇게 주장한다. "인간은 자신의 목적에 따라 대상을 해석하고, / 대상의 실질적인 의미를 잘못 이해한다네(1막 3장 34-35)." 브루투스는 냉철한 스토아학파여서 중대사의 징후나 전조에 무관심하다.
200 줄리어스 시저는 심리적, 정치적 딜레마를 무자비하게 탐구할 뿐 어떤 해결책도 제시하지 않는다.
200 대신에 이 비극은 정치적 불확실성, 혼란, 맹목성을 전례 없이 훌륭하게 표현한다.
200 카이사르는 죽지만, 연극이 끝날 때에는 카이사르가 꿈꾸던 전제 정치, 카이사르주의가 승리의 나팔을 울린다.
213 문명국가에서는 지도자라면 어른 같은 자제심을 적어도 얼마간은 체득했으리라고 기대하며, 또한 타인을 배려하고 친절히 대하고 존중하는 마음, 사회 제도를 믿고 따르는 마음을 기대한다. 코리올라누스는 그렇지 않다. 여기에서 우리는 너무 크게 자란 아이, 어른의 감독과 규제에서 완전히 벗어난 아이의 자기도취와 불안정, 잔인성과 어리석음을 본다.
214 성장 과정에서 드러난 그의 특성들 화를 잘 내는 성격, 무자비하게 윽박지르는 경향, 동정심 부족, 화해를 거부하는 경향, 권력을 함부로 휘두르려고 하는 충동적 욕구 등을 조합해보면, 코리올라누스가 전쟁에서 승리할 수 있었던 이유를 이해할 수 있다.
227 이 상류 계급의 음모가 당황스럽게도, 코리올라누스가 추방된 뒤로 로마는 모든 사람에게 더없이 살기 좋은 곳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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