찰스 윌리엄스: 그가 하늘에서 내려오셨다
- 책 밑줄긋기/책 2023-26
- 2026. 4.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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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하늘에서 내려오셨다 | 비아 시선들 | 찰스 윌리엄스 - ![]() 찰스 윌리엄스 (지은이),민경찬 (옮긴이)비아 |
1. 하늘과 성서
2. 앎의 타락에 관한 신화
3. 용서의 신비와 허영의 역설
4. 하느님 나라의 선구자, 그리고 성육신
5. 신학으로 본 낭만적 사랑
6. 대속하는 사랑의 실천
7. 도성
찰스 윌리엄스 저서 목록
12 하늘에서는 과거, 현재, 미래가 동시에 있기에 어떤 면에서 우리가 지금 드리는 기도는 이미 응답을 받았다고 할 수 있다. 우리에게 남은 일은 시간을 살아가는 가운데 그 응답이 어떻게 드러나는지를 발견하는 것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보면 “당신의 뜻이 하늘에서와 같이 땅에서도 이루어지게 하소서"라는 구절은 '당신의 뜻은 이미 하늘에서, 곧 당신 안에서 온전히 이루어져 있고, 알려져 있습니다. 이제 이 땅에서 당신의 뜻이 어떻게 이루어졌는지 우리가 알게 하소서'라는 의미로 새길 수 있다. 하느님의 뜻이 이미 이루어졌음을 믿으며 그 실현을 기다리는 가운데 '신앙'Faith은 완성되어 간다.
그러므로 하늘은 복이자 하느님의 뜻이 과거와 현재, 미래를 아우르는 가운데 영원하고도 완전히 성취된 것이다. 하느님께서는 우리가 관계 맺을 수 있는 상태(혹은 장소)로서 하늘을 창조하셨다(니케아 신경에 나오는 "하늘과 땅의 창조주"를 기억하라). 니케아 신경은 공간의 은유를 빌려 '땅'과 '하늘'이 어떤 관계를 맺고 있는지 선언하고 그 과정을 그린다.
14 하느님의 뜻은 최상의 복을 지닌 하늘(그리고 하느님의 뜻과 온전한 관계를 이룬 모든 피조물이 누리는 복된 상태)에서 내려와 다시 그곳으로 올라간다. 예수께서 "하늘나라가 가까이 왔다"고 말씀하셨을 때 이는 하느님의 뜻이 하늘과 땅을 오가는 움직임을 가리킨다. 그리고 어떤 면에서는 바로 그 움직임 자체가 하늘이다.
그리스도교는 바로 이 관계에 대한 정의definition라 할 수 있다. 그리스도교 세계에서 이 관계는 두 가지 형식으로 남아 있다. 하나는 성서 정경이고, 다른 하나는 교회의 전례다. 성서가 없는 전례, 전례가 없는 성서는 완전하지 않다. 둘은 결코 따로 이해할 수 없다. 굳이 구분하자면 사도행전으로 대표되는 성서는 '어떤 일이 일어났는가'를 증언하고, 전례는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가'를 증언한다(서신서는 두 영역 모두에 걸쳐 있다). 물론 과거에 일어났던 모든 일은 현재 일어나고 있는 일의 정체를 보여 준다. 역사에서 일어난 모든 사건, 특히 성서가 증언하는 사건들은 인간 영혼이 시간을 살아가는 가운데 일어나는 일들이 무엇인지 보여 주는 장엄한 그림이다.
129 인간은 결코 '신'god처럼 되거나 신처럼 알도록 창조되지 않았다. 그러므로 인간이 다른 인간을 용서하면서 선에 대한 의향을 조건으로 다는 것은 신의 자리에 오르려는 것과 같다. 이는 '신'처럼 알기를 바라는 욕망이 다시금 끔찍한 방식으로 반복되는 것, 에덴동산에서 저지른 최초의 죄, 가장 끔찍한 실수를 되풀이하는 것이다. 아타나시우스 신경 Athanasian Creed은 바로 이런 생각과 행동, 즉 인성을 하느님에게로 들어 높이는 것이 아니라 신성을 인간의 방식으로 끌어내리려는 시도를 이단으로 규정했다. 그리고 성육신은 정확히 그 이단적 시도를 뒤집는다.
물론 용서받는 이는 앞으로 다르게 살겠다는 의향을 밝힐 수 있다. 하지만 용서하는 이가 이를 요구해서는 안 된다. 자신을 정직하게 들여다볼 줄 안다면, 달리 말해 한 피조물이 다른 피조물을 용서한다는 것이 얼마나 이상한지를 부끄러워할 줄 알고, 그 모습에 우주가 한없는 실소를 터뜨리더라도 기쁨으로 받아들일 줄 안다면 그런 요구를 할 수 없다. "다시는 그러지 말라"라는 옛 외침은 결코 용서의 요소가 될 수 없다. 베드로는 하루에 490번 자신과 형제 사이의 사랑을 다시 확인했을 수 있다. 하지만 그때마다 다시는 그러지 말라는 조건을 달았을 리 없다. 그랬다면 지성과 사랑 모두를 모욕하는 일이었을 터다.
230 남을 용서한 그 방식, 그만큼의 넓이로 용서받기를 간구하는 것이다. 이는 메시아의 통치를 받아들이는 것이며 교환의 법칙, 사랑과 용서의 상호성을 받아들이는 것이다. 이때 하늘은 우리의 뜻을 억누르지 않고 오히려 우리의 마음에 자신을 맞추고, 자신을 비춘다. 신비로운 일치의 순간이다. 동시에 이 간구를 통해 우리는 하늘을 향한 우리의 겸손을 표현한다. 하느님의 통치와 질서가 우리에게 내려오기를 바라되 이를 억지로 규정하거나 지배하려는 욕망은 버리는 것이다. "우리가 우리에게 잘못한 사람을 용서하여 준 것 같이 우리 죄를 용서하여 주시고"라고 기도하는 순간, 그 담대함과 위험을 깨달은 기도는 두려움 가운데 하늘을 향해 솟아오른다.
우리를 시험에 들게 하지 마시고
이를 통해 우리는 하느님께서 우리를 내버려두지 마시기를 간구하고, 아무것도 아닌 우리에게는 그 자리를 견딜 힘이 없음을 고백한다.
악에서 구하소서.
이를 통해 우리는 한때 인간이 알고자 했던 그 악에서 선을 거스르는 앎의 분열에서, 선이 찢기는 고통에서, 기쁨을 잃은 상태에서, 내면에서 일어나는 사랑에 대한 뒤틀린 망상에서, 자아가 낳은 위선의 괴물들로부터 우리를 구해주시기를 간구한다.
“당신만이 홀로 거룩하시고, 당신만이 홀로 주님이십니다." "주님 없이는 아무것도 강하지 못하고, 아무것도 거룩하지 못합니다." 이렇게 우리는 그분이 우리가 아무것도 아니게 되는 허무에서 우리를 구해주시기를, 우리 자신에게 아무 것도 아닌 존재가 되어 오직 하느님 나라에서만 살게 해주시기를 간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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