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프리 와우로: 베트남전쟁
- 책 밑줄긋기/책 2023-26
- 2026. 6.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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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전쟁 | 제프리 와우로 - ![]() 제프리 와우로 (지은이),이재만 (옮긴이)책과함께 |
지도 목록
약어 목록
서론
1장 고전략의 패러디
2장 승산 없는 전쟁
3장 파괴의 전야
4장 패배만을 위한 전력
5장 이아드랑
6장 “그 촌놈들에게 본때를 보여주지”
7장 “국가가 여러분을 지지합니다. 50퍼센트가”
8장 다섯 시의 자이브
9장 “그들의 피를 계속 뽑을 뿐입니다”
10장 “승리가 목전에 있다”
11장 어리석음의 극치
12장 원숭이의 해
13장 구정 공세
14장 “이 전쟁에서 영원히 승리할 수 있다”
15장 케산
16장 5월 공세
17장 더 나은 전쟁?
18장 햄버거 고지
19장 수색과 회피
20장 “전쟁에서 지는 첫 대통령이 되지는 않을 걸세”
21장 “캄보디아는 사나이의 일이지”
22장 조용한 항명
23장 “닉슨 패거리에게 가장 무거운 패배”
24장 “전쟁의 이익을 너무 키운 탓”
25장 “패배는 선택지가 아니다”
26장 함락
결론
감사의 말
옮긴이의 말
참고문헌
주
찾아보기
옮긴이의 말
759 베트남전쟁에는 늘 커다란 의문이 따라붙는다. 당대 세계 최강대국이던 미국이 어째서 신생 약소국인 북베트남과의 전쟁에서 패했는가? 1960년대의 미국은 세계 GDP의 40퍼센트를 홀로 창출할 만큼 비견할 바 없는 부국이었다. 또한 지난 2차 세계대전에서 '민주주의의 조병창' 역할을 수 행하며 두 전구에서 독일 제국과 일본 제국을 동시에 물리쳤을 만큼 압도적인 군사 강국이었다. 그런 미국이 지상군을 최대 50만 명까지 파병하고 다른 전구들의 공군력을 끌어오는 등 베트남에서 10년간 힘껏 싸우고도 굴욕스러운 패배를 당했다. 어떻게 이런 결과가 나올 수 있었을까?
이 커다란 의문은 더 작은 의문들로 나누어볼 수 있다. 미국은 어떤 동기로 참전했고 어떤 목표를 추구했는가? 전쟁의 성격을 어떻게 파악했는가? 전쟁의 지정학적 조건은 어떠했는가? 어떤 제약이 전쟁에 작용했는가? 어떤 전략과 전술을 실행했는가? 어떤 자원을 얼마만큼 동원했는가? 세 대통령의 임기 동안 미국 정권과 군부의 정책결정자들은 무슨 생각과 판단으로 전쟁을 이끌었는가? 미국의 국민, 미디어, 의회 등은 전쟁의 추이에 어떻게 반응했는가? 이런 의문들을 종합하면 이 책의 부제가 된다. 미국은 왜 실패할 전쟁에 빠져들었는가?
미국이 패전한 이유에 답하려면 하나의 요인을 꼽을 게 아니라 이런 작은 의문들을 통해 전쟁의 양상을 다각도로 살펴보고 폭넓은 자료에 근거해 타당한 설명을 내놓아야 한다. 이것이 저자 제프리 와우로가 이 두툼한 책에서 하는 일이다. 군사사 전문가인 와우로는 미국의 공식 자료는 물론이고 전쟁 도중과 이후에 종군기자, 참전군인, 학자, 작가 등이 쓴 수많은 저술을 바탕으로 포괄적이고 설득력 있는 전쟁사를 서술한다.
미국의 전쟁 수행과 관련해 저자는 크게 두 집단에 초점을 맞춘다. 하나는 존 F. 케네디, 린든 B. 존슨, 리처드 닉슨으로 이어지는 세 대통령과 로버트 맥나마라, 딘 러스크, 맥조지 번디, 헨리 키신저, 월트 로스토 같은 매파 참모들로 이루어진 정권 지도부이고, 다른 하나는 맥스웰 테일러, 폴 하킨스, 윌리엄 웨스트모얼랜드, 크레이턴 에이브럼스, 존 매케인 2세 등 역시 매파로 채워진 군부다. 저자가 보기에 미국 지도부의 중대한 문제는 확실한 승리를 거둘 수 없는 '점진적 압박'이라는 전략으로 북베트남의 공세에 대응하며 전쟁을 점차 확대했다는 것이다. 베트남전쟁에서 미국이 (그나마) 승전할 수 있는 전략은 전시 초반에 북베트남 전역을 무제한으로 폭격하는 초토화 항공전역이었다. 그러나 미국 지도부는 민간인 사상자 발생과 중국과 소련의 개입 가능성을 우려해 이 선택지를 배제한 채 줄곧 제한전을 치렀다(한국전쟁의 트라우마가 중국이나 소련의 참전에 대한 우려를 더욱 키웠다). 그들은 비록 제한전일지언정 미국의 압도적인 화력으로 압박 수위를 높여간다면 북베트남이 언젠가 더는 견디지 못하고 무너질 것이라고 가정했다. 그러나 소련과 중국의 지원을 받은 북베트남은 호찌민 루트라는 지정학적 조건을 이용해 병력과 물자를 공급하며 남베트남 내에서 통제 영역을 넓혀갔고, 화력과 기동성의 열세를 보완할 수 있는 장기간의 게랄라전으로 적군의 전력을 차츰 소모시켰다. 점점 늘어나는 사상자와 막대한 전쟁 비용, 국내 여론의 악화, 의회의 종전 압박에 더는 견디지 못하게 된 쪽은 도리어 미국이었다.
미국 군부, 특히 베트남 주둔 미군 사령부인 MACV에 관한 서술은 이 책의 백미라 할 수 있다. 북베트남을 직접 침공해 점령할 게 아니라면, 그리고 남베트남에 영구히 주둔할 게 아니라면, 미국의 현실적인 전쟁 목표는 남베트남의 자립이 되어야 했다. 그런데 남베트남이 스스로 자유와 독립을 지켜낼 수 있으려면 국내의 공산세력을 제거하는 것 못지않게, 아니 그 이상으로 안보를 강화해 현지 인구의 충성과 신뢰를 얻는 평정 활동에 역점을 두어야 했다. 그러나 MACV는 베트남전의 아이콘인 휴이헬기를 이용하는 기동과 전투, 즉 수색과 섬멸에 주력하고 평정을 경시했으며, 전투의 책임을 점차 남베트남군에게 넘기는 '베트남화'를 추진하기는커녕 오히려 점점 더 많은 전투를 떠맡는 '미국화'의 방향으로 나아갔다. 이런 추세를 간파한 공산군은 결코 미군이 원하는 대로 싸워주지 않고 신출귀몰한 치고 빠지기 전술로 번번이 적의 허를 찔렀다. 끝내 붙잡히지 않는 공산군을 상대로 기대만큼의 전과를 올릴 수 없었던 MACV는 사상자 수와 노획 물자의 양과 같은 수치를 조작하고 성공여부를 가늠하는 척도를 변경하는 식으로 승리의 환상을 지어냈다. 승전이 목전에 있으며 병력을 더 증원해주면 이길 수 있다는 거짓말로 본국 정부와 그들 본인마저 속인 MACV는 꼬리가 몸통을 흔드는 격으로 전쟁을 돌이킬 수 없는 지경까지 확대했다.
물론 남베트남군이 자주 국방의 역량을 키워가고 국내 평정에 성공했다면 미국으로서도 전쟁 노력을 그렇게까지 확대할 필요는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미군이 지켜준 남베트남군은 어떤 조직이었던가? 저자의 신랄한 평가에 따르면 터무니없는 조직, 미국의 막대한 보조금을 착복하면서 전쟁이 영영 끝나지 않기를 바라는 기생 조직이었다. 남베트남군은 미군의 방패 뒤에 숨은 채 싸우지 않으려 했고, 고정된 기지를 벗어나지 않는 소극적인 보여주기식 작전을 고집했다. 아군임에도 전투에서 서로 믿지도 협력하지도 않은 남베트남군 부대들은 차라리 이권을 두고 다투는 '정치적 파벌들'에 더 가까웠다. 미군의 하드웨어만 받아들이고 소프트웨어는 받아들이지 않은 남베트남군은 지휘통제, 정찰, 화력지원, 항공지원, 병력 공수, 보급과 같은 전쟁의 핵심 과제들을 수행할 능력이 없었다. 전쟁 막바지에는 군율이 붕괴해 퇴각하는 와중에도 자국 피란민들을 약탈하기 위해 아군 부대들끼리 전투를 벌이는 지경에 이르렀다. 군 수뇌부는 사이공이 포위되자 병사들에게 끝까지 싸우라고 지시한 뒤 본인들은 국외로 탈출했다.
반면에 공산군은 강렬한 헌신과 인내력, 애국심으로 전쟁에 임했다. 북베트남에서 호찌민을 밀어내고 정치국을 장악한 레주언은 미군에 끝없이 손실을 입히고 허무감을 안겨주어 베트남에서 아예 몰아내야 한다는 지론을 폈다. 전시 초반에 공산군은 미군의 공중기동 강습에 피해를 입었으나 금세 그 공격 패턴을 파악해 오히려 역습에 나섰다. 안방이나 다름없는 정글에서 공산군은 유령처럼 슬그머니 이동하며 연합군의 수색과 섬멸작전을 농락했고, 유리한 지형을 이용해 싸움을 주도했다. 공산군은 물자가 부족해 굶주리고 부상을 치료하지 못하고 부실한 장비에 의존했을 뿐 아니라 연합군의 막강한 화력, 특히 2차 세계대전의 모든 전구에 투하된 양보다 더 많이 투하된 폭탄으로 인해 사상자가 속출했다. 구정 공세와 부활절 공세처럼 도시와 개활지에서 연합군과 정면으로 맞붙었을 때는 심대한 손실을 입었다. 그럼에도 공산군은 놀라운 끈기로 전쟁을 이어갔고, 미국과 10년간 교전한 끝에, 1차 인도차이나 전쟁까지 거슬러 올라가면 30년간 싸운 끝에 승리를 거두었다.
이 책을 번역한 뒤 2026년 4월 현재 미국-이란 전쟁을 지켜보노라니 기시감이 들었다. 베트남전쟁 때처럼 이번 전쟁에도 미국의 동맹국들은 참전을 거부했다. 베트남의 정글처럼 이란의 지리적 조건도 미국 지상군에게 매우 불리하다. 베트남처럼 이란에도 숱한 외침을 물리친 역사와 국민을 강력하게 통제하는 권위주의 정권이 있다. 이런 이란을 상대로 미국은 북베트남을 석기시대로 돌려놔야 한다던 커티스 르메이의 발언을 되풀이했다. '미국 대통령이 자신의 목적을 이루기 위해서라면 무력을 얼마든지 행사할 수 있다'는 위협으로 협상력을 높이려 했던 닉슨의 '미친놈' 전술을 도널드 트럼프는 다시 구사하는 것으로 보인다. 미국-이란 전쟁은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까? 이 전쟁으로 중동의 지정학적 구도는 어떻게 변할까? 그 결말을 예견할 수는 없지만, 저자의 말대로 이 책을 읽는다면 미국 권력의 오만과 한계에 대해 많은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이재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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