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피 베시: 만들어진 뿌리
- 책 밑줄긋기/책 2023-26
- 2026. 7. 12.

|
만들어진 뿌리 | 소피 베시 - ![]() 소피 베시 (지은이),주명철 (옮긴이)여문책 |
서문
거대한 교체
망각의 공장
배제 체계
편리한 거짓말
뿌리 찾기인가?
옮긴이의 말
저자의 주요 저작 목록
9 일상어에 등장한 지 얼마 되지 않았음에도 놀라운 운명을 맞이할 '유대-기독교judéo-chrétien'라는 표현은 어떻게 태어났는가? 이 말은 이데올로기로 가득 차 있고 대단히 일상화되어 있으나, 정작 이를 낳은 허상이 얼마나 거대한지는 잊게 만든다. 이 표현이 태어나고 널리 퍼진 이유는 무엇인가? 모든 글과 담론에서, 그리고 문장마다 반복해서 등장하는 '유대기독교'라는 이 '연합어Binôme"는 어떠한 호기심이나 의문도 불러일으키지 않는다. 오늘날 이 두 형용사를 나란히 '유대-기독교적 뿌리'를 내세웠다. 경제를 논할 때도 이 표현을 인용하며, 문화에 관한 글에서 이 표현의 인용은 아예 의무가 되었다. 이 이중 형용사는 그 내용을 정확히 명시하지 않으면서도 언제나 서구 영역을 배타적으로 지시한다.
12 오랫동안 되풀이해온 '그리스의 아침'이라는 신화조차 미치지 못할 만큼 이 용어가 유례없는 성공을 거둔 이유는 이를 체계적으로 언급함으로써 가능해진 은폐, 전유Appropriation, 배제라는 세 가지 과정으로만 설명할 수 있다.
21 '유대-기독교'라는 용어가 일상에서 흔히 쓰이며 오늘날과 같은 위상을 갖게 된 시점은 1980년대 전후다. 물론 19세기와 20세기 초반에 활동한 유럽의 유대인 사상가들이 이미 그 토대를 닦기 시작했다. 계몽주의와 더불어 점차 시민권까지 획득하면서, 유대인들은 동방에서 온 이방인이자 언제든 그곳으로 쫓겨날 수 있는 존재라는 굴레를 벗어던지고 자신들이 사는 유럽 대륙의 온전한 일원으로 소속되기 시작했다.
31 과거의 반유대주의와 현대의 반유대주의 사이에 근본적인 단절이 있다고 본 한나 아렌트의 성급한 주장과는 달리, 나치즘이 보여준 반유대주의의 극단은 수 세기에 걸친 반유대주의 전통 없이는 결코 출현할 수 없었다.
32 이스라엘은 어떤 행동을 하든 가해자의 진영으로 넘어가지 않는 확정적 무죄 상태여야만 했다. 서구는 바로 이러한 조건이 충족될 때 비로소 자신들의 죄를 씻어낼 수 있다고 판단했다.
39 이슬람이 유대-기독교 전통에서 핵심적인 영감을 얻었으며 쿠란 전반에 앞선 두 계시 종교의 흔적이 가득하다는 점도 서구의 배제 앞에서는 아무런 힘을 쓰지 못한다.
75 이미 2017년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을 유대-기독교 문명의 전초기지로 각인시키기 위해 유럽 지도자들 앞에서 "우리는 유럽 문화의 일원이며 유럽은 이스라엘에서 끝난다"라고 확언했다. 2023년 10월 가자 전쟁 발발 이후 가자지구를 완전히 파괴하겠다는 야욕으로 서방의 무조건적 지지를 끌어내려던 그는 이스라엘을 서구의 방벽으로 세웠다.
80 유대인의 이름으로 자행되는 그 어떤 범죄도 이러한 무결성에 의문을 제기하지 못한다. 물론 유럽과 북미가 팔레스타인과 주변 민족에게 최악의 만행을 저지르는 이스라엘 정권을 무조건 옹호하는 데는 경제적·지정학적 이해관계라는 세속적 이유가 있다. 또한 서구 국가들은 이스라엘의 타락이 자신들에게 익숙한 식민주의 논리에서 비롯되었기에 이를 애써 외면한다.
85 유대인 예외성은 다양한 방식으로 변주되며 시온주의의 주된 동력이 되었다. 유대인은 결코 동화될 수 없는 존재이기에 '유대인 문제'에 대한 유일한 해결책은 다른 어떤 정체성보다 우선하는 이 규정 불가능한 정체성을 지닌 이들을 한데 모을 국가 건설뿐이라는 논리였다.
86 2024년 말에서 2025년 초, 전 세계 인구 약 80억 명 중 유대인은 0.2퍼센트에도 미치지 못하는 1,570만~1,580만 명으로 추산된다. 이스라엘 인구 1,000여만 명 중 유대인 인구는 720만~30만 명이다. 1948년 건국 당시 약 65만 명이었으나 '나크바'라는 타자 박해를 통해 얻어낸 폭력적 확장의 결과라 할 수 있다. 참고로 미국의 유대인은 약 630만 명으로 이스라엘 다음으로 가장 많다. 캐나다에 40만명, 영국에 31만 명 정도가 살고 있다.
89 오랫동안 박해받던 그 유명한 '유대 민족'은 자신을 대표한다는 국가 때문에 대다수 세계 여론에 집단학살 가해자 진영으로 각인되었으며, 이로써 치욕의 정점에 도달했다.
92 유대인이 박해당한 역사는 그들이 세계적 보상을 요구하는 심리적 배경을 이해하는 실마리를 제공한다. 프랑스 혁명 전까지 서구 유대인들은 종교적 교조주의에 갇힌 채 사회 모든 영역에서 철저히 배제당했다. 그들은 게토라는 경계 안에 갇혀 시민권 없이 특별 세금을 납부하며 연명했다. 이는 기독교 세계관이 구축한 기만적 허상('신을 죽인 자)이 유대인을 '영원한 타자'로 규정하고 박해를 정당화한 결과였다.
93 혁명이 가져온 평등은 역설적으로 19세기 로맨티시즘적 민족주의와 충돌했다. 혈통과 전통을 강조하는 로맨티시즘은 유대인을 다시 '동화되지 않는 이방인'으로 규정했다. 이로써 근대적 반유대주의라는 새로운 기만적 허상이 싹텄다. 프랑스에서 '드레퓌스 사건'이 일어나기 전 러시아 제국에서는 '포그롬'이라는 유대인 집단학살 물결이 시작되었다.
95 이스라엘이 '독립기념일'을 축하하며 국가 건설을 정당화했던 반면, 팔레스타인 사람들은 이날을 '나크바'로 기억하며 빼앗긴 권리와 귀환권을 주장하는 저항의 정신자세를 이어갔다. 1948년은 이처럼 한쪽 신화가 다른 쪽의 실존을 지워버린 잔인한 분수령이 되었다.
96 1967년 6월 이스라엘은 선제공격으로 아랍 연합군을 궤멸시키며 동예루살렘과 요르단강 서안지구, 가자지구를 점령했다. 이 압도적 승리는 서구인에게 이스라엘을 '약소국의 기적'이 아닌 '서구의 가치를 수호하는 중동의 보루'로 각인시켰다. 이때부터 이스라엘은 단순한 국가를 넘어 서구 자유주의를 대변하는 사료적 실체로 격상되었다. 50년 뒤인 2017년 네타냐후는 '유럽은 이스라엘까지'라고 선언하며 이 가공된 문명 연대를 완성했다.
'책 밑줄긋기 > 책 2023-26' 카테고리의 다른 글
| 노먼 요피: 고대의 도시들 2 | 케임브리지 세계사 6 (0) | 2026.07.12 |
|---|---|
| 마르틴 헹엘: 하나님의 아들 (1) | 2026.07.12 |
| 앤서니 G. 홉킨스: 미 제국 연구 (0) | 2026.07.07 |
| 피에르 아도: 플로티누스, 또는 시선의 단순성 (0) | 2026.07.07 |
| 최승자: 기억의 집 (0) | 2026.07.07 |
| 제프리 와우로: 베트남전쟁 (0) | 2026.06.29 |
| 탄허: 선학 강설 (0) | 2026.06.29 |
| 라인하르트 코젤렉, 오토 브루너: 코젤렉의 개념사 사전 11 - 위기 (0) | 2026.06.29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