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희성: 인도 철학사
- 책 밑줄긋기/책 2023-26
- 2026. 8.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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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철학사 | 길희성 - ![]() 길희성 (지은이)소나무 |
개정판을 펴내며
제I부 인도 철학의 형성기
제1장 인도 철학의 성격
제2장 베다의 철학 사상
제3장 우파니샤드의 철학
제4장 비바라문계 철학의 발흥
제5장 소승 부파 불교 철학의 발전
제6장 바라문교의 재정비
제II부 인도 철학의 체계적 발전기
제7장 상키야 철학과 요가 철학
제8장 승론 학파의 철학
제9장 정리 학파의 철학
제10장 대승불교 철학의 전개
제11장 중관 철학
제12장 후기 대승 경전들의 사상
제13장 유가행 철학
제14장 세친 이후의 유식 철학
제15장 자이나 철학의 체계
제16장 미맘사 학파의 철학
제17장 불이론적 베단타 철학
제III부 교파 철학
제18장 한정불이론적 베단타 철학
제19장 비슈누파의 베단타 철학
제20장 쉬바파의 철학
제IV부 현대 인도 사상
제21장 현대 인도 사상의 배경
제22장 현대 인도의 철학 사상
부록 1 인도 철학의 실재관
부록 2 인도인의 전통적 우주관
부록 3 인도 철학사 및 정치·문화사 연표
참고문헌
찾아보기
17 인도인들은 전통적으로 인간이 마땅히 추구해야 할 네 가지 가치(purusärtha)를 말해 왔다. 즉 욕망(kima), 부(artha), 법도(dharma), 그리고 해탈(moksa)이다. 이 네 가지는 모두 인간 존재 자체가 필연적으로 지니고 있는 요구에 바탕을 두고 있다. 욕망이란 인간의 본능적으로 지니고 있는 성적 즐거움과 만족을 추구하는 것으로서 이를 통해 인간의 종족 번식이 이루어진다. 부란 행복한 삶의 필수 조건이 되는 물질적 토대의 풍요를 의미하며, 법도란 사회적 존재인 인간의 삶에 없어서는 안 될 도덕적 질서를 가리키며, 해탈이란 인간이 유한한 삶을 넘어서 영원한 삶을 향유하려는 종교적 갈망에 바탕을 둔 가치이다.
인도철학을 연구하는 거의 모든 학자는 인도 철학의 지배적 관심사는 무엇보다도 해탈의 추구에 있다고 의견을 모으고 있다. 즉 어떻게 하면 인간이 불완전하고 고통스럽고 유한한 삶을 초월하여 절대적이고 영원한 자유를 얻을 수 있는가 하는 것이 인도인의 철학적 사유의 배후에 깔려 있는 최대 관심사라는 것이다. 이렇게 보면 인도 철학은 강한 종교적 성격을 지니고 있다. '종교적'이라는 말은 서구 문화에서처럼 어떤 초월적인 신에 의해 주어지는 초이성적인 계시에 대한 신앙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철학적 활동의 궁극적 목표가 생사유전(生死轉, samsara)의 덧없고 괴로운 세계를 벗어나는 해탈이라는 최고의 가치를 추구하는 데 있음을 뜻한다.
주지하는 대로 서구 철학은 그리스의 문화 전통에서 유래했고 종교는 히브리적·성서적 전통에 바탕을 두고 있기 때문에 철학과 종교 사이에는 항시 긴장관계가 존속해 왔다. 신과 세계, 신과 인간, 자연과 초자연, 종교와 문화, 계시와 이성, 혹은 신앙과 이성이 확연히 구분되었고 따라서 서구의 전통은 근본적으로 이중성을 지니고 있다. 인도에서는 철학과 종교 사이에 그러한 대립관계가 성립하지 않았다. 인도/힌두교에도 '계시(ruti)'관념이 없지는 않았고 인도 종교들은 대체로 신의 계시로 간주되는 베다의 권위를 인정하고 거기에 근거를 둔 철학 사상이냐 아니냐에 따라 정통과 비정통을 구별했다.
하지만 힌두교 즉 인도의 토착 종교는 그 근본 성격상 어떤 초이성적인 신의 계시에 근거를 둔 신앙의 종교이기보다는 오히려 인간의 지혜와 신비적 체험에 바탕을 둔 경향이 강하다. 따라서 서구 지성사를 주도하다시피 한 이른바 신앙(faith)과 이성(reason), 신의 계시에 입각한 초자연적(supernatural) 진리와 인간의 이성에 따른 자연적(natural, rational) 진리의 대립이라는 문제가 첨예하게 대두되지는 않았다. 다른 말로 바꾸어 말하면, 인도의 종교는 철학적 종교이며 인도의 철학은 종교적 철학이라 해도 좋을 정도로 양자의 구별은 큰 문제가 되지 않았다.
20 인도철학은 몸과 마음 사이의 어떤 본질적 차이를 인정하지 않는다. 따라서 서구에서와 같은 이원론적 인간관은 발달하지 않았으며, 그 대 신참자아인 본질적 자아와 현상적 자아, 혹은 형이상학적 자아와 형이하학적 자아의 구별이 결정적으로 중시되었다. 인간이 윤회의 세계에서 고통당하는 것은 자신의 참자아를 알지 못하고 스스로를 현상적 자아 즉 거짓 자아와 동일시하기 때문이라고 보았다.
참자아의 성격, 참자아와 현상적 자아의 관계에 대해서 인도의 철학학파들과 체계들은 각기 다른 견해를 보이지만, 이 두 가지 자아를 혼동하는 무지를 인간이 해결해야 할 최대의 과제로 삼는다는 점은 공통적이다. 따라서 참자아를 인식함으로써 윤회에 얽혀 있는 현상적 자아로부터 해방되어 영원한 자유를 누리는 것, 즉 해탈이 인도 철학의 근본적인 관심사이다. 눈에 보이는 현상세계를 넘어 보이지 않는 영원한 실재와 참자아를 탐구하는 형이상학적 사유가 인도 철학의 근간을 이룬다.
22 인도 철학이 이처럼 강한 종교적 성격을 지닌 형이상학적 이론을 전개했다고 하여 비판적인 인식론적 성찰을 무시했다고 생각해서는 안된다. 사실 그 반대로 인도의 학파들 대부분은 자신의 형이상학적 세계 해석을 뒷받침하기 위해 실재의 인식과 불가분리의 관계를 지닌 인간의 인식 문제 일반에 대한 고찰을 무시하지 않았고, 올바른 논리의 전개에 대해서도 서양 철학의 논리학 못지않게 관심을 가져왔다. 무엇이 타당한 인식의 방법 내지 규범 인지에 대해 인도의 학파들은 다양한 학설을 제시했다. 인도 철학은 대체로 감각기관을 통한 사물의 직접경험과 이에 근거한 추론, 그리고 믿을 만한 타인의 증언, 특히 베다의 계시적 권위 등을 타당한 인식의 방법으로 인정했다. 타당한 인식의 방법이 무엇인지에 따라 보이지 않는 형이상학적 실재에 대한 견해가 달라질 수밖에 없었다.
25 인도 철학의 제2기에는 또한 대승불교가 홍기하여 많은 대승경전을 낳았고 이와 더불어 대승불교의 사상과 교학이 발달하여 중관, 유가행 같은 학과들이 성립되었다. 이들 대승불교의 철학들은 바라문교의 정통 철학 학파들과 활발한 철학적 논쟁을 벌이는 가운데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면서 인도 철학의 발전에 큰 영향을 끼쳤다. 인도철학의 제3기는 11세기부터 18세기 초에 이르는 기간으로, 이 시기는 정치적으로는 인도가 이슬람교도의 침공을 받아 그들의 정치적 지배하에 들어가게 된 때이다. 불교는 이미 인도 본토에서는 거의 사라졌으며 베다 종교와 사성 계급 제도를 기반으로 한 정통 바라문교는 토착적인 여러 종족의 종교적 관습이나 신앙과 습합하여 현재 우리가 힌두교(Hinduism)라고 부르는 포용적이고 대중적인 종교로 자리를 굳히게 되었다. 무엇보다도 비슈누와 쉬바 신에 대한 신앙 운동이 인도 전역에 퍼지게 됨에 따라 철학도 자연히 영향을 받아 다분히 교파적인(sectarian) 신학적 구원론의 성격을 강하게 띠게 되었다. 물론 이 기간 동안에도 제2기 체계적 발전기의 각 학파들은 계속해서 철학적 활동을 전개하여 많은 주석서와 입문서 내지 개론서를 산출했지만, 인도 철학의 창조적 시기는 이미 지났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마지막으로 18세기 중반 이후부터 영국의 인도 지배를 거쳐 현재까지의 기간을 인도 철학의 제4기로 잡을 수 있다. 이 시기는 서유럽의 사상과 학문을 접한 인도의 지성인들이 자신의 종교적·철학적·문화적 전통을 새로이 발견하는 시기이다. 이에 힘입어 힌두교의 개혁 운동도 활발히 진행되었고 인도 철학의 세계관을 외부 세계에 널리 소개하는 운동도 전개되었다. 그러나 철학적으로는 오로빈도를 제외하고는 이렇다 할 만한 인도 특유의 철학을 전개하지는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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