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유원: 고독서정
- 책 밑줄긋기/책 2023-26
- 2026. 9.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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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독서정 | 강유원 - ![]() 강유원 (지은이)라티오 |
서緖, 실마리 · 4
1. 이제 어찌하나 · 13 - 韓愈, 〈長安春〉
2. 해 질 때 가깝다 · 21 - 李商隱, 〈登樂遊原〉
3. 돌이켜보면 말할 수 있겠는가 · 27 - 李商隱, 〈夜雨寄北〉
4. 어린 아이들 웃으며 묻는다 · 33 - 賀知章, 〈回鄕偶書〉
5. 그대들에게 물어나볼까 · 39 - 李白, 〈金陵酒肆留別〉
6. 취해서는 각기 나뉘어 · 45 - 李白, 〈月下獨酌〉
7. 술 한 말에 기뻐하고 회롱했다 · 51 - 李白, 〈將進酒〉
8. 그저 가시라, 다시 묻지 않을 테니 · 61 - 王維, 〈送別〉
9. 연둣빛 비단 창을 지나간다 · 69 - 劉方平, 〈月夜〉
10. 이 열매, 서로 가장 그리워하는 것이니 · 77 - 王維, 〈相思〉
11. 구름이 감추고 있어 알지 못한다고 · 85 - 賈島, 〈尋隱者不遇〉
12. 들풀 속에 어지럽다 · 95 - 王昌齡, 〈塞下曲 - 其二〉
13. 이름난 꽃, 나라를 기울일 아름다운 여인 · 103 - 李白, 〈清平調 - 其三〉
14. 향기를 머금었다 · 111 - 李白, 〈清平調 - 其二〉
15. 이슬 맺힌 꽃 짙어졌다 · 117 - 李白, 〈清平調 - 其一〉
16. 빈방으로 차마 돌아가지 · 121 - 王維, 〈秋夜曲〉
17. 시를 높이 읊조리나 그 사람은 들을 수 없다 · 129 - 李白, 〈夜泊牛渚懷古〉
18. 덩굴 무성한 길에서 · 137 - 孟浩然, 〈宿業師山房待丁大不至〉
19. 몸 늙히는 것도 아득하다 · 147 - 韓翃, 〈酬程延秋夜即事見贈〉
20. 돌아갈 까닭이 어디 있나 · 157 - 韋應物, 〈淮上喜會梁川故人〉
21. 헛되이 눈 위에 남은, 말 지나간 흔적 · 165 - 岑參, 〈白雪歌送武判官歸京〉
22. 양양, 바람도 별도 좋으니 · 175 - 王維, 〈漢江臨泛/漢江臨眺〉
23. 나는 술에 빠졌고 그래도 즐거워하니 · 183 - 李白, 〈下終南山過斛斯山人宿置酒〉
24. 노 젓는 한 소리에 · 193 - 柳宗元, 〈漁翁〉
25. 차가운 · 201 - 柳宗元, 〈江雪〉
결結, 매듭 · 212
후기後記, 뒤에 덧붙임 · 218
결結, 매듭
“선생께서 말씀하신다.”(子曰자왈)
배우고 때로 익히면 기쁘지 않겠는가,
벗이 있어 먼 곳에서 찾아오면 즐겁지 않겠는가,
다른 이가 나를 알아주지 않아도 성내지 않으면군자가 아니겠는가.
學而時習之 不亦說乎
학이시습지 불역열호
有朋自遠方來 不亦樂乎
유붕자원방래 불역락호
人不知而不慍 不亦君子乎
인부지이불온 불역군자호
중앙집권적 통일제국을 세운 한나라와 당나라는 고대의 계승을 내세웠다. 그것은 있는 그대로의 고대가 아닌 공자가 '경전을 통해 복원한 고대', 이른바 '텍스트의 제국'이었다. 당나라 사람들에게는 공자가 최고의 선생이었을 것이다. 그의 말씀은 《논어論語》에 담겨 있다. 《논어》는 공자라는 선생이 학생들이나 사람들과 주고받은 말, 학생들이 선생에게 들은 말, 학생들끼리 주고받은 말을 선생 사후에 편찬한 것이다. 《논어》의 첫 문단은 알쏭달쏭하다. '않겠는가, 아니겠는가'로 끝나는 문장들은 듣는 이들에게 다그쳐 묻고 있다. '기쁘다, 즐겁다, 군자이다'라고 쓰면 현실에서 벌어진 사태를 기술記述했다고 할 수도 있으나, 이러한 다그쳐 묻기 형식은 사실이 그렇지 않아도 그러해야 마땅하다고, 즉 기뻐하려고 노력하고 즐거워하려 애쓰고 군자가 되겠다고 다짐하라고, 강하게 요구하는 것 아닌가.
선생이 정한 과목을 열심히 배우고 때를 정해서 여럿이 모여 연습하는 것이 뭐가 그리 기쁘겠는가. 굉장히 힘든 일일 텐데 그것을 기쁨으로 삼고 만족하라고 요구한다. 어쨌든 공부와 단련이 시작되었다. 그렇게 하다 보면 같이 모여 공부하는 이들 말고는 아는 사람이 없어지는 단절의 단계에 들어서게 된다. 익숙한 사람들과 익숙한 대화만 주고받고 익숙한 삶을 살아가게 된다. 이쯤 되면 벗을 만나러 먼 길 가는 것은 엄두도 내지 못할 것이다. 벗과의 연락을 유지하는 것조차 어려울 것이다. 그런 상황에서 벗이 멀리서, 그렇다, 머나먼 곳에서, 스스로 부르지 않았는데도 알아서, 나를 찾아온다면 몹시 즐거울 것이다. 마음속에 은은한 즐거움이 생겨날 것이다. 내가 여기서 이러고 있어도 친구가 날 잊지 않고 찾아오기도 하는구나, 선생님 말씀이 맞네! 선생은 이렇게 말하고도 마음이 놓이지 않았던지 한마디를 덧붙인다. 선생이 생각하는 이상적인 인간상을 내세우면서.
'군자'는 본래 중국 고대에 신분이 귀족인 사람들을 가리키는 말이었다. 이것을 공자는 공부하는 사람이 성취할 수 있는 것으로 바꾸었다. 공부하는 사람은 남이 알아주지 않아도 화를 내지 않는다, 다른 사람으로부터 스스로 벗어나 있다, 그렇다고 혼자 방구석에 앉아 쓸쓸해하지도 않는다, 그저 담담하다, 차분하고 편안하다, 아무런 꾸밈 없이 자신의 지금을 묵묵히 바라본다, 자기가 자기를 본다, 관상觀想한다, 넉넉하지도 넘쳐 흐르지도 모자라지도 않는 심성으로, 시선으로. 자기연민을 버린 사람이다. 자기가 자기를 불쌍하게 여기지 않는 사람이다.
군자가 되는 것은 자기가 자기의 삶을 결정하는 것, 자결自決이다. 스스로 정하는 것이다. 스스로 끊는 것이다. 이는 독립존재獨立存在, 즉 독존獨存의 경지이다. 인간으로서, 인간 자체로서 자기내 완결을 시도하면서 마지막에는 자기 망각, 즉 망아忘我의 경지에 들어선 상태이다. 타인을 끊는 것, 이는 현생現生을 사는 실존으로서의 인간에게는, 공간과 시간 속에 내던져진 그것으로써 규정規定된 존재存在, 즉 정재定在(Dasein)로서의 인간에게는, 무리 속에 있어야만 한다는 인류학의 제일원리에 의해 지배받는 인간에게는, 불가능한 일에 속한다. 가까이 갈 수는 있어도 결코 닿을 수 없는 이념에 대한 동경憧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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