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담화冊談話 | 미 제국 연구(1)
- 강의노트/책담화冊談話 2021-26
- 2026. 9. 9.

강유원의 책담화冊談話(https://booklistalk.podbean.com)에서 제공하는 「미 제국 연구」를 듣고 정리한다.
2026.09.07 📖 미 제국 연구(1)
앤서니 G. 홉킨스, ⟪미 제국 연구⟫
텍스트: https://buymeacoffee.com/booklistalk/American-Empire
지난번까지 읽은 책이 크리스토퍼 셀렌차 교수의 《이탈리아 르네상스의 지적 세계》였다. 그 책에서 다룬 것이 14세기 말, 15세기가 끝날 때까지인데, 이탈리아 르네상스의 시대를 대개 콰트로첸토quattrocento라고 부른다. 콰트로첸토라는 게 1400년대라는 뜻이다. 1400년대면 15세기이고, 그다음에 그 이전 1300년대는 트레첸토trecento, 그게 14세기이고, 콰트로첸토 다음이 친퀘첸토(cinquecento)다. 친퀘첸토는 1500이니까, 16세기다. 그래서 14, 15, 16세기, 1300, 1400, 1500 이 시기를 가리킬 때 그 이탈리아어를 사용한다. 그래서 콰트로첸토라고 말하면 일반적으로는 1400이라는 뜻이겠지만, 어떤 학술적인 용어 또는 지성사의 용어에서는 르네상스 시대를 가리키는 말이기도 하다. 이 단어가 어떤 맥락에서 사용되느냐에 따라서 다른 의미로 받아들여지게 된다는 것, 그런 것을 아는 게 렉시콘lexicon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즉 머릿속에 사전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가 단어를 안다는 것과 어휘를 안다는 것은 조금 다르다. 어휘는 그것 자체로 묶음, 단어들의 묶음이다. 예를 들어서 19세기 초반에 도이치 철학에 대해서 얘기한다고 하면, 19세기 초반에 도이치 철학에서 사용되던 단어들이 있는데, 철학에서 사용되던 단어들, 그런 것들의 묶음을 19세기 초반 도이치 철학 어휘라고 말하고, 일반적으로 그것을 렉시콘lexicon이라고 부른다.
《이탈리아 르네상스의 지적 세계》, 크리스토퍼 셀렌차 교수의 그 책은 15세기 이탈리아 르네상스를 중심으로 해서 논의를 했다. 지적세계 자체가 지중해 세계이고, 그다음에 지금부터 거의 15세기니까 굉장히 오래 전이다. 세종대왕 시대가 이탈리아에서 르네상스 시대였다 라고 생각하면 시대를 생각하기가 굉장히 쉽다. 어찌 보면 우리도 그때 로컬 랭귀지를 적극적으로 사용해야 된다는 생각이 있었고, 거기에서도 마찬가지로 그런 게 있었다. 그런 것이 있었다고 생각을 하고, 그런데 갑자기 지금 시대를 뛰어넘어서 유럽으로 치면 17세기, 18세기, 토마스 홉스부터 시작을 해서 백년전쟁을 거쳐, 그리고 제2의 백년전쟁이라는 게 또 있다. 제2의 백년전쟁은 프랑스와 영국의 전쟁이다. 셰익스피어 드라마에 나오는 그런 얘기들을 백년전쟁 시대라고 말하는데 제2의 백년전쟁이라고 하는 것도 또한 있다. 그것은 조금 이따 얘기하기로 하겠다.
왜 그러한 얘기를 꺼내는가? 이탈리아 르네상스 시대하고는 전혀 다른 시대에 와서, 또 전혀 다른 정치경제학적인 얘기, 제국이라든가 패권에 관한 얘기들을 다루는 책인 앤서니 홉킨스의 《미 제국 연구》를 읽게 되었다. 이 책도 읽고 저 책도 읽는 것, 이것이 우리의 뇌를 말랑말랑하게 해주는 데 아주 도움이 되는 책이다. 도움이 되는 방식이다. 책을 이렇게 저렇게 읽는 것이 굉장히 좋다. 저는 그렇게 생각하고, 실제로 뇌과학에 관한 책들을 읽어보면 한 분야의 책만 계속 읽고 있으면 사람이 어떤 틈새 안에 갇혀 있는 바보가 된다고 한다. 그래서 에코체임버Echo Chamber 효과라고 한다. 맨날 똑같은 얘기만 하는 사람들끼리 모여 있으면 그 얘기가 그 얘기여서 새로운 것을 알 수 없다는 얘기도 늘 한다. 그것은 그 사람들은 그렇게 살다가 나름대로 잘 살고 있으니까 우리가 비난할 일은 없다.
앤서니 홉킨스의 이 책은 이번 가을에 다루는데 1500페이지에 가까운 분량이다. 각주까지 해서 1400페이지, 본문만 놓고 보면 한 1300페이지쯤 된다. 이 책을 이번 가을에 내내 읽는데, 책이 두꺼운 것에 비하면 미 제국에 관한 얘기만 딱 추려서 보면 제3장부터이다. 그러니까 200페이지부터 시작을 해서 미 제국 얘기가 시작된다. 제2장 〈군사-재정국가의 발전과 후퇴〉는 영국과 유럽에 관한 얘기이고, 제2차 백년전쟁 시기를 둘러싼 얘기이다. 제2차 백년전쟁은 1689년부터 1815년까지인데, 1815년은 「20세기 읽기 세미나」에서 한번 다룬 적이 있다. 나폴레옹 전쟁이 끝나는 것이 1815년이다. 영국과 프랑스가 1689년부터 1815년에 이르기까지 계속 쉴 새 없이 서로 전쟁을 벌였고, 그 사이에 일어났던 전쟁들이 있다. 일종의 제2차 백년전쟁, 제2차 백년전쟁이라고 하는 말은 존 로버트 실리John Robert Seeley가 《잉글랜드의 확장》이라는 책을 쓴 데서 나온다. 북리스트에서 다루지는 않은 것 같다. 이 책은 굉장히 역사적으로 중요한 의미를 갖고 있다. 내용이 아주 빈약하고 별 볼일 없는데, 역사학적으로 이 책이 가지고 있는 의미다. 책 제목이 《잉글랜드의 확장》이다.
존 로버트 실리라고 하는 영국의 역사학자가 쓴 책인데 《잉글랜드의 확장》이라는 책이 있다. 이영석 교수가 번역을 한 책이다. 이것은 제목이 잉글랜드라고 되어 있는데, 그러니까 The Greater Britain, Greater Britain은 공식 명칭이고, 여기서는 Greater다. Greater라고 하면 이데올로기적으로 자기네가 잘났다고 하는 것을 드러내기 위해서 사용하는 용어인데, 이 책의 제목은 대영제국의 확장이 아니라 잉글랜드의 확장이다. 잉글랜드라고 하는 지역을 확장을 해야 된다는 말이다. 팽창해서 제국이 되어야 된다, 전 세계를 지배하는 나라가 되어야 한다고 하는 이데올로기를 역사학자가 정당화하기 위해서 쓴 책이다. 그러니까 역사학적으로, 또는 잉글랜드의 역사에서, 또는 대영제국이 전개되는 과정에서 굉장히 중요한 의미를 가진 책이라고 말할 수 있다. 그런데 여기서 존 로버트 실리가 사용한 용어가 "일종의 제2차 백년전쟁"이다. 일종의 제2차 백년전쟁, 이른바 2차 백년전쟁이라는 이런 용어를 쓴다. 서너 번 정도 이 용어가 나온다. 그러면 이게 어떤 시기를 가리키는가? 1689년부터 윌리엄 왕 전쟁King William's War이라고 하는 게 있다. 그리고 그때부터 시작해서 1815년 프랑스 혁명전쟁이 끝나고 그다음에 나폴레옹 전쟁까지 끝나서, 워털루에서 나폴레옹이 패배한다. 말하자면 영국이 나폴레옹을 물리친 것이다. 그래서 영국과 프랑스의 126년에 걸친 전쟁이다. 1689년에서 1815년까지 이때를 제2차 백년전쟁 시기라고 부른다.
지금 제2차 백년전쟁을 거론하는 이유는, 앤서니 홉킨스의 이 책, 《미 제국 연구》가 바로 영국과 프랑스의 제2차 백년전쟁하고 시기가 겹치는 부분이기 때문이다. 앤서니 홉킨스의 이 책 목차를 펴보면 "세 번의 위기와 그 결과"라고 하는 것이 제1장인데, 제1장은 프롤로그에 이어서 전체의 개요가 들어가 있다. 세 번의 위기와 그 결과는 전체의 개요이고, 본격적인 내용은 "탈식민지화와 종속"인데, 1759년에서 1865년으로 되어 있다. 1759년에서 1865년은 영국과 유럽의 얘기이다. 그러면 1759년이면 7년 전쟁 시기이다. 7년 전쟁이 1756년부터이니까, 7년 전쟁 시기 얘기를 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니까 미국 독립전쟁이라는 것이 1775년부터 1783년이니까, 미국에 대한 얘기를 하기 전에, 다시말해서 미국에 대한 얘기를 본격적으로 하기 전에, 미국사, 미국 안에서 가르치는 국사는 대개 독립전쟁 시기부터 시작하는 식으로 있다. 그런데 그것이 아니라 《미 제국 연구》라고 하는 이 책은 미국의 역사를, 이 당시 유럽, 유럽의 영국과 프랑스의 국제관계, 그다음에 세계적인 제국주의의 역학관계 속에서 다루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영국과 프랑스 사이의 제2차 백년전쟁의 경과와 무관할 수가 없다. 결코 무관할 수 없는 그런 맥락 속에서 이 책을 다루고 있다.
《미 제국 연구》 를 제대로 읽으려면, 방금 말한 것처럼 1689년에서 1815년에 이르는 제2차 백년전쟁에 대해서도 알아야 되고, 그 시기의 영국과 프랑스의 관계뿐만 아니라 세계사에 대한 전반적인 이해가 있어야 하고, 그런 전반적인 이해가 있은 다음에 미국사에 대해서도 알아야 된다. 선행하는 지식이 필요한 것이다. 미국사에 대해서는 폴 S. 보이어의 세상에서 가장 짧은 미국사, Very Short Introduction 시리즈로 나온 것을 참조할 수 있겠지만 안 읽어도 된다. 미국의 남북전쟁 이전 얘기들은 그렇게 중요하지 않다. 그런 것들을 반드시 알아야만 이 책을 알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러면 앤서니 홉킨스의 책을 읽으려면 무엇을 알아야 되는가. 앤서니 홉킨스의 이 책은 미국의 역사를 미국 국내사의 관점에서만 생각하고 쓴 것이 아니라, 미국을 하나의 제국주의 역사 속에서 주요한 행위자로 간주하고, 제국으로서의 미국이라는 국제관계에서의 행위자가 어떤 식으로 행위를 하였는가를 따져 묻고 있는 책이다. 그렇기 때문에 미국 국내사보다도 국제관계사를 굉장히 중요한 관점으로 취하고 있기 때문에 그것을 볼 필요가 있다. 간단히 말하면 그동안의 미국사는 잊어도 좋다. 위대한 자유의 승리라는 식의, 미국에서 나온 '우리 미국은 다르다' 하는 것들은 잊어도 좋다.
이 책 자체에 대해서 얘기를 해보면, 1400페이지 정도 되는 책이 한 권으로 되어 있는데, 한 권의 양장본으로 내놓는 것에 대해서 불만은 전혀 없다. 《하버드-C.H.베크 세계사》도 있고, 이 정도 두꺼운 것은 흔하다. 속된 말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벽돌책'이라고 하는데, 벽돌은 건축자재이고, 건축자재를 가져다가 책을 지칭하는 데 사용하는 것은 정말 저질스러운 표현이다. 그런데 몇 가지 불만이 있다. 책의 제본 형식이라든가 이런 것에 대해서 불만이 있다. 일단 본문의 글자가 너무 크다. 그리고 1400페이지면 책과함께 출판사에서 나온 리처드 오버리의 《피와 폐허》 2권을 묶은 것과 같은 분량이다. 리처드 오버리의 책처럼 페이퍼백으로 2권으로 나눠서 냈으면 좋았을 텐데 하는 생각을 한다. 2권으로 나누지 않고 1권으로 낸 것에 대해서 왜 말이 많은가 하면 책이 두꺼우니까 그렇다. 이 책이라고 하는 것은 본문에 좌측 여백과 우측 여백이 있는데, 책이 두꺼우니까 5장을 넘어가면서부터는 책 제본 안쪽으로는 여백이 있어도 그 여백에다 글씨를 쓸 수가 없다. 저는 책을 읽으면서 여백에 글씨를 많이 쓴데 여백에 글씨를 쓸 수가 없다. 그리고 책이 양장본으로 되어 있기 때문에 쪼개지지도 않는다. 그러니까 책을 읽는 데는 별다른 어려움이 없는데, 여백에 글자를 쓰는 데는 굉장히 어려움이 많았다. 처음 300페이지 정도 읽을 때까지는 별 문제가 없었고 여백에 글씨 쓰는 데도 어려움이 없었는데, 400페이지를 넘어가면서, 400페이지부터 1000 페이지 정도까지는 여백에 쓸 수가 없고 모자랐다. 그리고 글자가 너무 크다보니 여백 공간이 부족하다. 출판사에서는 나름의 이유가 있었을 것이다.
이 책은 「너머의 글로벌 히스토리」라고 하는 시리즈이다. 이 시리즈 안에 들어 있는 책들이 다 훌륭한 것은 아니다. 읽었는데 조금 별로인 책이다 싶어서 소개하지 않은 책도 있다. 이를테면 《네오콘 일본의 탄생》도 그랬고, 그다음에 《제국과 의로운 민족》도 그렇다. 그리고 《조선은 청 제국에 무엇이었나》도 그런 생각이 드는 책이었다. 우리가 지금까지 「너머의 글로벌 히스토리」 시지르로 읽은 책 중에는 《현대 중국의 탄생》이 아주 좋았다. 그다음에 《글로벌 포드주의 총력전》은 소개를 안 했지만 좋은 책이었다. 그리고 티모시 브룩의 《몰락의 대가》도 좋은 책인데 아직 소개를 안 했다. 티모시 브룩은 탁월한 역사학자다. 그리고 너머북스에서 나온 하버드 중국사 시리즈[하버드 중국사 세트 - 전6권]도 좋았다. 《미 제국 연구》는 책은 좋은데 「너머의 글로벌 히스토리」 전체 판형을 맞춰서 한 권으로 묶어내려다 보니 이렇게 제본을 한 것이 아닐까 한다.
앞서 말한 얘기를 다시 정리해 보면, 앤서니 홉킨스는 런던대학교 국제관계학 및 아시아·아프리카 대학(SOAS)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사람이다. 런던대학교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글로벌 히스토리 연구를 선도해 온 영국 역사학계의 거장이다. 이 책을 읽기 위해서는 미국 국내사로 우리가 알고 있는 것들, 그리고 미국 예외주의, '미국은 다른 나라들과 다르다'라고 하는 관점에서 쓰여 온 역사책들, 그런 것들은 몰라도 된다. 그리고 우리가 지금까지 알고 있던 미국에 대한 생각도 다 버려도 된다.
그리고 내일모레 수요일에도 여전히 이 책의 본문에 들어가지는 않고, 기본적인 용어를 정리할 필요가 있어서 그 용어를 정리하겠다. 헤어프리트 뮌클러가 쓴 책 《Imperien: Die Logik der Weltherrschaf》, 《제국 — 평천하의 논리》라고 번역되어 나온 책인데, 거기에 나오는 기본 개념, 그리고 마이클 만의 기본 개념들을 정리하고, 앤서니 홉킨스의 이 책 전체가 어떤 체제로 이루어졌는가도 이야기하고, 그다음에 서문과 제1장 부분을 살펴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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