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담화冊談話 | 미 제국 연구(2)
- 강의노트/책담화冊談話 2021-26
- 2026. 9. 10.

강유원의 책담화冊談話(https://booklistalk.podbean.com)에서 제공하는 「미 제국 연구」를 듣고 정리한다.
2026.09.09 📖 미 제국 연구(2)
앤서니 G. 홉킨스, ⟪미 제국 연구⟫
텍스트: https://buymeacoffee.com/booklistalk/American-Empire
오늘은 앤서니 홉킨스 《미 제국 연구》 두 번째 시간이다. 본격적으로 《미 제국 연구》의 목차가 어떻게 구성돼 있고 하는 이야기는 금요일에 하겠다.
아주 기본적인 개념, 제국이라는 개념과 그다음에 제국주의, 그리고 패권, 지배, 이런 개념들이 있다. 그러한 것들을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 이 개념들을 바탕으로 해서 앤서니 홉킨스의 책이 이 개념들을 사용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어떻게 보면 오늘 말할 헤어프리트 뮌클러의 《제국》이라는 책에 나오는 개념과 마이클 도일의 제국 공고화 과정을 다룬 내용이 인용되어 있다. 그것과 마이클 만의 《Sources of Social Power》에 있는 내용, 이 내용이 사실 앤서니 홉킨스의 책을 집약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냉정하게 말하면 앤서니 홉킨스의 책은 안 읽어도 된다. 결론적으로 미국이 어떻다는 것인가? 영토제국으로서의 미국 지배는 1945년에 끝났고, 그 뒤로는 헤게모니, 즉 패권hēgemonia을 계속 유지하고 있었는데, 그것마저도 끝나가고 있다. 그것이 결론이다. 그러니까 우리가 굳이 1400페이지 가까운 이 책을 읽을 필요가 뭐 있는가 라고 말할 수도 있다. 그런데 그렇게 말하는 것은 말 그대로 세 줄 요약이고, 우리는 어떻게 해서 그런 결론에 이르렀는가 하는 그 과정을 상세하게 살펴보는 것, 그게 바로 우리가 해야 될, 공부하는 사람은 그 과정을 살펴보는 것이다. 결론만 말하라고 하는 것은 퉁명스러운 사람들의 대화이고, 그 결론에 이르기까지 어떤 증거들을 가지고 어떤 내용들을 가지고서 결론을 향해 갔는가 하는 것을 살펴보는 것, 그게 공부하는 사람들이 해야 될 일이다. 그래서 앤서니 홉킨스가 사용하고 있는 제국 개념은 도대체 무엇인가, 그것을 뚜렷하게 정리를 하고, 그다음에 결론에 해당하는 "미국 지배의 종언과 패권의 쇠퇴"에 대해서 정리를 한 다음에 금요일에 본격적으로 책 내용을 분석해 들어가 보기로 하겠다.
헤어프리트 뮌클러의 《제국》은 지금은 절판돼서 구하기가 어려운데, 그래서 이런 책은 사둬야 되나 말아야 되나 이런 것들은 판단을 해둘 필요가 있다. 제가 예전에 이 책은 좋은 책이니까 사둬야 된다고 말한 적이 있을 것이다. 《Imperien: Die Logik der Weltherrschaft》, 그러니까 세계지배의 논리이다. 사실 내용상 세계제국의 논리학이다. 부제가 "vom Alten Rom bis zu den Vereinigten Staaten", 로마에서부터 단일한 국가들, 어쨌든 뮌클러도 이 개념을 가지고 제국에 대해서 논의를 하고 있다. 뮌클러의 이 책은 굉장히 독창적인 그런 책은 아니다. 이 책은 로마부터 미국까지이다. Vereinigten Staaten, 즉 United States다. Vereinigten Staaten을 직역하면 '통일된 국가들'인데, 이게 United States of America, 로마부터 미국까지, 그 말이다. 그러니 미국이라는 나라에 대해서도 분석을 하는데, 사실 책을 읽으면 그렇게 엄청나게 미국에 대해서 분석을 하지는 못했다. 뮌클러가 마키아벨리 연구를 한 책을 읽으면서 대단하다고 생각을 했는데, 마키아벨리 연구를 하기도 했고, 또 일단 지도교수가 대단한 분이다.
패권이라고 하는 것은 무엇인가. 패권과 지배, 패권을 가진 나라는 패권국이라고 하고, 지배하는 나라는 제국이라고 한다. 패권이란 말은 헤게모니아hēgemonia라고 하는 희랍어를 번역한 말이다. 우위에 있다, Vorherrschaft, 우위에 있다. 그리고 앞에 있는 'Vor'를 빼면 Herrschaft가 되는데, 그건 바로 지배가 된다. 아르케arkhē라고 하는 말이 원리라는 뜻도 되고, 시작이라는 뜻도 되고, 지배라는 뜻도 된다. 패권이라고 하는 것은 형식적으로는 평등한 정치적 행위자들로 이루어진 집단 내에서의 우세함이다. 패권을 가지고 있는 자를 헤게몬Hegemon이라고 부른다. 헤게모니를 쥔 자라는 뜻이다. 어떤 사람들은 제국의 위치에 있는 나라들이 패권을 쥐고 있다고 말하기도 한다. 학자들마다 조금씩 다른데, 어떤 학자들은 패권이라고 하는 것과 지배라고 하는 것, 그러니까 hēgemonia와 arkhē 사이에 구별이 없다고 말하는데, 뮌클러는 그렇지 않다고 보는 입장이고, 앤서니 홉킨스도 이것이 구별된다고 생각한다. 미국이 명백하게 arkhē, 즉 제국적 지배를 하고 있던 시기는 1945년까지일 뿐이다. 그리고 그 뒤에 있는 말부터 보면, "미국 지배의 종언과 패권의 쇠퇴"를 보면 1945년 이후로는 더 이상 영토제국이 아니고 패권을 지향하는 국가일 뿐이다 라고 되어 있다. 그러면 앤서니 홉킨스도 그러한 입장을 취하고 있는데, 그렇게 본다면, 제가 이 개념을 먼저 정리를 해야 된다고 얘기하는 것인데, 그렇게 본다면 미국이라고 하는 나라를 파악하는 앤서니 홉킨스의 입장도 패권과 지배를 구분하는 것이다.
그것을 뒷받침하고 있는 논거는 무엇인가 하면 마이클 만의 얘기다. 이 개념은 외워야 된다. 권력의 네 가지 원천, 말하자면 국제관계에서 권력의 네 가지 원천이 무엇인가 하면, 첫째로 두 단계로 나눌 수 있다. 일단 팽창 단계가 있고, 그 팽창 단계를 통해서 획득한 영토 같은 것이 있다. 군사적 우위, 경제적 우위를 획득한다. 그렇게 하려면 이것이 있어야 되는데, 새롭게 획득한 권력을 오래 보유해야 하는 제국 공고화 단계가 있다. 제국 공고화 단계로 넘어가는 것이 어렵다. 공고화 단계로 넘어가는 것이 어려운데, 그렇게 넘어갔다고 하면, 그것을 대개 도일의 얘기를 따라서 "아우구스투스의 문턱을 넘어갔다"고 말한다. 아우구스투스는 로마의 초대 황제라고 흔히 불리는 그 사람이다. 그러니까 그 공고화 단계에서는 정치적 힘이 있어야 되고 이데올로기적인 힘이 있어야 된다. 그런데 군사적 우위와 경제적 우위도 가지고 있고, 정치적 힘과 이데올로기적인 힘을 가지고는 있지만 특정한 영토까지 지배하고 있지는 않은 것, 그게 '패권을 지향하는 국가hegemony-seeking state'이다.
미국은 1945년 이후에는 더 이상 영토를 자기 밑에 두고 있는, 다시 말해서 형식적인 평등을 없애고 약한 국가들의 지위를 종속국이나 위성국으로 낮추고 이 국가들이 중심부에 대해 뚜렷하게 의존적인 그런 상태는 아니다. 1945년 이후로는 강력하고 집중적인 권력관계를 가지고 있지도 않았고, 그다음에 안과 밖의 경계를 분명하게 나누지 않기 때문에 동맹국의 내부 문제에 끊임없이 개입하는 것, 이게 제국적 지배이다. 이것이 가장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것이 펠로폰네소스 전쟁기의 아테나이이다. 아테나이는 스파르타, 라케다이몬과는 달리 데스포트Despot다. 제국적 지배를 행하는 행위자를 Despot라고 부른다. 지속적으로 동맹국의 내부 문제에 개입을 했다. 미국은 1945년 이후에는 더 이상 영토제국이 아니고 패권을 지향하는 국가일 뿐인데도, 사실상de facto 동맹국의 내부 문제에 끊임없이 개입을 했다. 그런데 그러다가 실패하기도 하고 그랬다. 앤서니 홉킨스는 계속 탈식민국가임에도 불구하고 마치 식민지배를 하는 것처럼 했었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게 이 책에서 아주 중요한 논변 중에 하나이기도 하다. 아메리카 제국이 1945년 이후에는 더 이상 영토제국이 아니고 패권을 지향하는 국가, hegemony-seeking state일 뿐이었는데도 불구하고, 자기네들이 영토제국인 양 행위를 한 지가 꽤 오래되었다. 그게 이제 요즘에 우리 눈에 보이는 현상들이다.
그것을 마이클 만은, 마이클 만의 《Sources of Social Power》는 1986년부터 2013년에 걸쳐서 4권이 쓰인 것인데, 맨 마지막으로 나온 것이 2013년이다. 그러면 벌써 10여 년 전에 나온 책이다. 그런데 마이클 만은 이미 이렇게 얘기를 했다. "아메리카 제국은 군사적으로는 거인이다." 군사적으로는 거인이기 때문에 아주 명백하게 영토제국을 다스리고 있는 국가처럼 보이기는 한다. 군사적 우위는 가지고 있다. 그런데 경제적으로는 "자동차 뒷좌석에 앉은 간섭꾼"이다. 물론 이것 역시 간섭을 하면, 이리 가라 저리 가라 뒤에 앉아서 간섭을 하면 가기는 가야 되는데, 잠깐 한눈팔면 운전자가 다른 데로 갈 수도 있다. 그다음에 정치적으로는 "정신분열증 환자"이고, 이게 심각한 문제이다. 군사적으로나 경제적으로는 힘이 있을지 몰라도, 미국이라고 하는 나라의 정치는 정신분열증 환자의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미국 정치는 사실 믿기가 어렵다. 대통령이 바뀌면 어떻게 될지도 모르겠고 정치적 결정의 일관성도 가지고 있지 않다. 예전에는 군사적인 거인 그리고 경제적인 위력, 이런 것 때문에 정치적으로 정신분열증인 상태가 그렇게 뚜렷하게 드러나지 않았는데, 진짜로 정신분열증 환자나 다름없는 자가 대통령이 되면서 이것이 확실하게 드러났다. 그리고 "이데올로기적으로는 허깨비임이 드러날 것이다." 미국의 이데올로기가 지금은 없다. 자유니, 민주주의니 이런 것들이 허깨비라고 하는 것은 이미 누구나 다 명료하게 알고 있는 그런 사태이다. 마이클 만이 2013년에 완간된 책에서 이미 이런 얘기를 했는데, 이 책이 나올 때만 해도 마이클 만이 그냥 미국이 미워서 그런가 보다 이렇게 생각하는 사람들도 꽤 있었다. 이것 역시 절판된 책인데, 《Power in the 21st Century: Conversations with John A. Hall》가 번역이 된 적이 있는데, 이게 어찌 보면 《Sources of Social Power》의 말하자면 간략한 축약본, 대중적으로 알려주는 축약본이라고 할 수 있다. 요즘에 새삼스럽게 마이클 만의 《Sources of Social Power》를 들춰보고 있다. 새삼스럽게 들춰보고 있는데, 옛날에는 참 재미있었는데, 요새는 눈앞에서 이런 마이클 만이 했던 얘기들을 목격하고 있으니까 흥미롭지도 않다. 그러던 와중에 앤서니 홉킨스의 이 책을 읽어보니, 이 앤서니 홉킨스의 책은 아주 오래전부터 일어났던 이 사건들을 다루고 있다. 존 로버트 실리가 말한 제2차 백년전쟁, 그때부터 미국에서는 어떤 일이 일어났는가 그것을 보여주고 있다. 존 로버트 실리가 말한 제2차 백년전쟁은 proto-colonialism 시기에 해당하는데 그것은 또 다시 말하겠다.
마이클 만의 두 번째 얘기를 읽어보면, "미국인들은 그들의 헤게모니를 회복하고 규칙을 준수할 것인지를 스스로 결정해야 한다." 그래서 헤게모니라는 말에 주목을 해야 한다. 1945년 이후로는 미국은 영토제국이 아니라 패권을 지향하는 국가일 뿐이다. 그러니까 패권이나마, 헤게모니라도 유지할 수 있으면 다행이라는 것이다. 그런데 헤게모니를 유지하려면 미국도 국제관계론에 있어서 규칙을 준수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끊임없이 그 헤게모니도 무너지게 되는 것이다. 현재 우리 눈앞에서 보고 있는, 미국이 이란의 전쟁, 헤게모니를 회복하기 위해서 규칙을 준수하고 있지 않은 것이다. 그러니까 어떻게 되는가. 이제 다른 나라들이 서로 계속 빠져나가는 것이다. 헤게모니는 떨어져 나가는 것이다. "그러나 만약 그들이 제국의 길을 따르다가 실패한다면 그들은 헤게모니도 잃게 될 것이다." 아주 중요한 말이다. 헤게모니를 추구하는 나라일 뿐인데, 그나마 패권이라도 유지하려면 규칙을 잘 지켜야 한다. 규칙이고 뭐고 소용없이, 자기가 1945년 이전에 제국이었던 것처럼, 그때처럼 행동한다면 그나마 가지고 있는 헤게모니라고 하는 그 자산마저도 잃어버리게 될 것이다. 그리고 "세계는 그것에 별로 개의치 않을 것이다. 세계는 다자주의적 방식으로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 이게 앞으로 우리가 목도하게 될 국제관계의 현실일 것이다. 다자주의적 방식이라고 하는 것도 중심이 있기 때문에, 어디가 그 다자의 중심이 될 것인가, 세계 여러 곳에 중심들이 생겨날 텐데, 그 다자주의적 방식은 또 어떻게 설계될 것인가, 굉장한 혼란의 시기라고 할 수 있다. 그것이 뚜렷하게 드러난 것이 지난번에 다룬 제프리 와우로의 《베트남 전쟁》이다. 제프리 와우로가 그런 얘기를 했다. 베트남에서 교훈을 얻지 못했다. 그리고 베트남에서 교훈을 얻지 못했기 때문에 중동에서도 계속 실패를 했다. 이라크에서도 실패하고 그랬다.
그래서 이제 2001년 9·11 사태 이후 사태들을 쭉 이렇게 보면, 패권이 지속적으로 상실되는 과정이 아주 뚜렷하게 나타난 것이다. 지난 2003년부터 지금까지 20년에 걸쳐서 벌어진 사태들을 보면, 2003년에 이라크를 침공했는데, 앞서 여러 차례 말한 것처럼 미국은 1945년 이후로 더 이상 영토제국이 아니다. 그런데 미국은 자기네가 영토제국이라도 되는 양, 패권을 지향하는 국가일 뿐인데 영토제국이라도 되는 양 이라크를 침공했다. 그것은 워싱턴의 명백한 오판이었고, 오만한 확신에 근거한 오판이었다. 그러다가 2008년에 금융위기, 버티다 버티다 안 되니까 미군의 이라크 철수가 2011년에 있었다. 이때 미국 쇠퇴론이 명백하게 나타났다. 제국으로서의 미국은 1945년 이전에 끝났는데, 이 쇠퇴론은 헤게모니를 지향하는 국가, hegemony-seeking state에서도 물러나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2015년 이후에 중국이 등장했다. 그런데 이 과정을 자세히 살펴보면 1974년부터 2014년까지 미국에서 상위 10%의 소득은 231%가 증가했던 반면에, 하위 50% 내 임금노동자 평균 세전소득은 계속 감소되었다. 그러다 보니까 외국인 노동자가 많이 들어오고, 해외 자본이 유입되고, 외국산 제품을 배척하는 그런 일이 나타나게 되었다. 그것이 누적되어서 2016년에 Make America Great Again, MAGA가 등장했다. 그와 동시에 브렉시트BREXIT도 있었던 것이다. 이것을 우리는 극우라는 이름으로 부르고 있는데, 사실 그것은 극우라기보다는 마땅한 호칭이 없으니까 그런 것이고, 그냥 바보들이다. 제국과 패권에 대한 향수를 가진, 그리고 splendid isolation, 고립되어서도 얼마든지 살아갈 수 있다고 생각하는 자들이다. 지금 자기네는 Made in China가 없으면 살아갈 수도 없으면서도 중국을 배척하고 있다. 그러니까 고립을 주장하면서도, 고립하면 과거의 영광을 되찾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 이미 그것은 불가능한 상황이다. 그게 이제 모순적 환상이다. 영국으로부터 패권 제국을 물려받고 패권을 유지하던 미국, 그 두 나라가 MAGA와 BREXIT, 이 두 가지를 보여주는 것이다. 이 얘기가 앤서니 홉킨스의 책 전체의 결론 부분에 나오는 얘기이다. 금요일에는 전체의 내용을 목차에 따라서 정리를 하고 결론 부분을 말할 텐데, 15장부터 얘기를 할 것이다. 그전에 헤어프리트 뮌클러와 마이클 만의 개념을 가지고 설명을 했다.
패권과 지배에서 세 번째 항목, "제국주의는 제국이 되려는 의지" 부분을 설명하겠다. 제국과 제국주의는 어떠한가. 다른 나라를 침략해서 영토를 획득하고, 그러다가 어느 순간 갑자기는 아닌데 Imperialität, 즉 제국성帝國性이라고 하는 것을 갖게 된다. 제국이 되려는 의지다. 제국에 대해서 우리가 뭔가 설명한다고 하면 서술적이고 분석적으로 설명하지만, 제국주의 이론, 제국주의에 대해서 설명한다고 하면 이 제국주의라고 하는 것에는 의지가 개입된다. 국가의지가 개입된다. 그것은 규범적이고 가치평가적이다. 그런데 어쩌다 보니 제국이 되었다, 눈 떠보니 선진국, 그런 것은 없다. 제국주의라고 하는 것은 우리가 제국이 되어야겠다라고 마음을 먹는 것이다. 가령 대일본 제국이 있었다. 일본이 어쩌다 보니 대만, 어쩌다 보니 조선, 그전에 홋카이도, 식민지를 만들었다. 그때까지는 제국인지 아닌지 그런 생각이 없었을지는 몰라도, 만주사변을 거치면서 1930년대에 들어서면서부터, 다이쇼 데모크라시 시기를 거치고 쇼와 시대로 들어서면서부터 일본이 이제 우리도 제국이 되어야겠다라고 생각을 한 것 같다. 그게 바로 이제 제국성帝國性이라고 하는 것, 제국에 대한 의지가 국가에게 생겨나기 시작을 했던 것이다. 그래서 '의도치 않은 제국주의'는 없다라고 하는 것이 제국주의 연구에서 가장 기본이 되는 것이다.
재미있게도 '의도치 않은 제국주의'라는 말은 absent minded imperialism이라는 표현인데, 이것은 존 실리의 《잉글랜드의 확장The Expansion of England: Two Courses of Lectures》에 나오는 개념이다. 《잉글랜드의 확장》에서 존 실리가 이렇게 말한다. "우리 인종의 확산과 우리 국가의 확장이라고 하는 이 엄청난 현상을 우리는 무관심으로 대하는 특징이 있다. 말하자면, 우리는 무심결에(in a fit of absence of mind)", 이 말은 의도치 않게 그런 말이다, "세계의 절반을 정복해 거주하게 된 것 같다. 18세기에 이런 일을 벌이는 동안 우리는 이러한 확장이 우리의 상상력에 영향을 주거나 또는 어느 정도 우리의 사고방식에 변화를 주도록 허용하지 않았던 것이다." 앞부분에서 이런 얘기를 하고, 뒷부분에 가면 다시 "영국에 살고 있는 우리가 '대영국'이라는 생각에 결코 익숙하지 않은 것은 사실이다. 정치인이며 역사가들은 여전히 '대영국'(Greater Britain)이 아닌 '영국'(Great Britain)이 그들의 나라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존 실리가 이렇게 말한 것은 현실을 얘기하는 것이 아니라 명백한 자기변호적 수사修辭이다. 사실 존 실리가 《잉글랜드의 확장》이라는 책을 쓰면서 의도하고 있던 것이 무엇인가 하면, 의식적으로 제국주의 정책을 추진하라고 호소하기 위해서이다. 이 책을 쓴 것이라기보다는, 원래 제목을 보면 알 수 있듯이 두 차례 강의, Two Courses of Lectures이다. 그러니까 그 강의에서 역사가로서 제국주의로 나아가자고 호소를 하는 것이다, 그런 것이기 때문에 제국은 제국이 되려는 의지를 갖게 되는 순간부터 제국주의자가 되는 것이다. 어쩌다 보니 눈 떠보니 제국이 되는 것은 아니다. 그때부터 제국이론을 개발하게 된다. 그것은 쉬운데, 더 이상 영토제국이 아니라고 하는 것을 인정하기는 되게 어렵다. 패권을 지향하는 국가가 되었다는 것을 인정하기 어렵고, 어떻게 하면 패권이라도 유지할 것인가, 자기네가 여전히 제국이라고 생각하는 자들은 이 생각은 더욱이나 하지 않는다. 패권을 지향하는 국가 단계이면서도 여전히 제국이라고 생각하는 자들, 트럼프 같은 자들이다. 그런 사람들은 규칙을 안 지킨다. 그러다가 제국은 멸망한다.
꽤 열심히 오랫동안 "제국은 왜 멸망하는가"라는 주제를 가지고 《로마 제국 쇠망사》 이런 것을 살펴봤는데, 에드워드 기번이 《로마 제국 쇠망사》를 쓴 이유는 바로 영국이 제국이 되려는 의지, 제국성을 가져야 한다고 하는 그런 학문적·이데올로기적인 흐름 속에서 나온 것이다. 그런 책을 읽어보면서 제국은 어떻게 멸망하는가, 자기네가 더 이상 영토제국이 아니라는 것을 영토제국을 유지할 수 있는 힘이 없다는 것을 알아차리지 못하고, 그나마 패권을 지향하는 국가라는 단계에서라도 잘 유지해보려는 생각, 그 생각을 못할 때 제국이 멸망하는 것이다. 다시 말해서 국가가 제국이 되려는 의지, Imperialität가 문제가 아닌가 싶다. 금요일에는 이제 본격적으로 앤서니 홉킨스의 책을 논의를 시작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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