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읽다보면 | 14 알렉시 드 토크빌의 아메리카의 민주주의 2


아메리카의 민주주의 1 - 10점
알렉시스 드 토크빌 지음, 이용재 옮김/아카넷


2017년 11월 4일부터 CBS 라디오 프로그램인 변상욱의 이야기쇼 2부에서 진행되는 "강유원의 책을 읽다보면"을 듣고 정리한다. 변상욱 대기자님과 강유원 선생님의 대화로 이루어져 있다. 


팟캐스트 주소: http://www.podbbang.com/ch/11631



20180901_43 알렉시 드 토크빌의 아메리카의 민주주의 2

토크빌의 《아메리카의 민주주의》를 읽기로 했다. 지난 주에 아메리카를 먼저 공부하고 민주주의로 들어가기로 했다. 아메리카를 공부하다 보니 남북전쟁까지 얘기가 나왔고, 남북전쟁이 가장 큰 분기점이었기 때문에 아메리카는 거의 다 다룬 것이나 마찬가지. 남북전쟁 이후에는 우리가 잘 알고 있다시피 미국이라는 나라의 모습들이 제1차, 2차 세계대전에 참전하고 물량공세, 또는 제2차산업혁명의 기술적인 발전이 진행된다. 어떻게 보면 남북전쟁 이후에는 우리가 눈여겨본 역사이고, 남북전쟁 전까지는 그렇게 열심히 안 본 역사이다. 미합중국이라고 하는 나라가 남북전쟁 이후에 1차세계대전, 2차세계대전을 거치면서 현재 이 세계질서를 세우고 유지하고 앞으로 만들어 나가는 힘이라고 하는 것임을 있는 그대로 인정할 때 국제정치질서에 대한 정확한 파악이 가능하다. 


정치사상에 늘 빼먹는 것이 미합중국 헌법에 대한 연구이다. 잘안한다. 알렉산더 해밀턴, 제임스 매디슨, 존 제이 이런 사람들이 미국 연방헌법을 만드는데 가담했던 사람들이 쓴 연방주의 논집(The Federalist Papers)이 있다. 지금 번역본이 하나 있는데 품절 상태이다. 사서 읽는 사람이 없다는 것이다. 굉장히 중요한 문헌이다. 오늘은 미합중국의 헌법이라고 하는 것과 정치체제에 대해서 기본적으로 알아 둘 필요가 있는 것들에 대해서 보겠다. 미합중국의 정치제제에 대해 잘 알아야 알렉시 드 토크빌의 아메리카의 민주주의를 읽는 바탕이 될 수 있다.


일단 연방부터 이해를 해야 한다. 미합중국은 50개의 주와 특별행정 구역인 워싱턴 D.C로 이루어진 연방공화국인데 연방정부는 독자적인 과세권이나 육해군 징집권 또는 전국적인 행정단위가 있는데, 미국에서 텍사스 주, 캘리포니아 주라고 할 때의 '주'를 단순하게 알고 있는 것이 심각한 문제이다. '주'는 헌법을 따로 갖고 있는 사실상 국가이다. 그리고 주방위군과 같은 제한적인 군사권도 가지고 있으니 국가체제로 봐야 하는데 그것에 대한 이해가 잘 없는 것. 그런 의미에서 미합중국이 이중주권체제라는 것을 절대로 놓쳐서는 안될 것 같다. 또 다른 하나는 미국 대통령이 가진 권한에 대해서 조금 과잉해서 알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은 입법, 행정, 사법 3권이 분립이 잘되어 있지만 실질적인 내용을 보면 입법부가 최고이다. 조사권, 수사권을 가졌으며 우리나라 국회를 생각하면 오산이다. 대통령을 중심으로 대통령이 뭐든지 다 할 수 있는 것처럼 생각하지만 권한의 크기가 보면 한국의 대통령이 더 크다. 대표적인 예를 들어보면 한국의 대통령은 입법에 관여할 권한을 가지고 있다. 정부가 법안을 제출할 수 있다. 그런데 미국의 대통령은 법안 제출권을 전혀 가지고 있지 않다. 미국 의회가 막강한 권한을 가지고 있고, 행정부를 좌지우지 할 수 있다. 그리고 미국 의회에서 뭔가를 의결했을 때 대통령이 공포를 해야 하는데 그때 잘못 번역되어 쓰이는 말이 '거부권'을 행사할 것이라는 말을 한다. 그런데 사실 거부권이 아니라 법안 공포 '지연'이다. 게다가 가령 트럼프 대통령이 주한미군 철수한다는 발언을 하면 마치 대통령이 군인을 철수했다 넣었다 할 수 있는 것으로 생각하기 쉽지만 사실 의회에서 예산집행을 해버리면 철수하지 못한다.


헌법을 제정할 당시에는 행정부가 입법부의 대리인에 불과하다는 생각이 1800년대 후반에는 만연해있었다. 국민의 대표가 모였으니 의회가 힘이 센 것이 사실 맞는 것. 그게 바로 영국의 철학자 존 로크의 사상이고, 그래서 미국은 처음에 헌법이 만들어질 때 로크주의적 국가라는 것이 뚜렷했다. 이러한 미국의 헌법에 관한 기초적인 지식이 사실은 아직까지도 미국을 유지하는 힘이고, 토크빌의 아메리카의 민주주의를 읽는 데에도 큰 도움이 된다. 사법부는 뒤따라가는 권력이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뭔가 정치행위를 이끌어내지는 않지만 그렇다 해도 판결을 가지고 뭔가를 바꿔 온 것은 있다. 최근에 정치학자들은 미국 사법부가 미국을 보수화시키는데 크게 기여하고 있다는 얘기들을 한다. 이 부분은 기회가 되면 다시 얘기하겠다.


그러면 제도와 운영에 있어서는 어떠한가. 미국을 이해하는 데에는 '타원'을 봐야한다. 소규모 공동체. 그러니까 우리가 미국에 대해서 생각할 때 뉴욕이나 L.A를 생각하는데 그건 사실 미국의 민주주의와 관련이 없는 영역이고 메디슨 카운티의 다리를 생각해야 한다. 기본적으로 먹고 사는 것이 비슷한 사람들이, 또 보통의 지식을 가진 사람들의, 평균적으로 살아가는 삶이 타운이다. 이게 바로 미국사회의 시작에서 만들어진 '평등이 구체적으로 실현된 공간으로서' 타운이다. 미국 사람들의 80%는 서로가 다 안면이 있는 그런 평등한 공동체에서 살고 있다. 더군다나 토크빌이 미국에 갔을 때에는 고만고만한 사람들의 평균적인 삶이 영위되는 타운이 민주정의 출발점이다. 타운에서 공공사무를 처리하는 사람을 셀렉트맨이라 하고, 이들이 모여서 셀렉트 보드가 형성된다. 미국이라는 나라는 몇 개의 타운이 있는 나라인가를 보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다. 카운티는 타운들을 모아서 카운티라 부르는데 사법단위이다. 카운티는 행정단위가 아니고 법원이 설치되어 있는 단위이기 때문에 구체적으로는 타운이 어떻게 형성되어 있는가, 안면 공동체는 급격하게 변하지 않기 때문에 타운들을 잘 보면 정치적인 성향도 알 수 있다.


각각의 타운에 있는 사람들이 주정부가 자기네 타운의 독립권을 간섭하거나 침범할까봐 늘 걱정을 하는 것. 그래서 주방위군이 있다 해도 주지사가 주방위군을 동원해서 우리 타운을 침입해오면 어떻게 하나라는 걱정이 건국시기부터 있었기 때문에 총을 가지고 있는 것. 그래서 미국이라는 나라에서 총기규제를 하는 것이 불가능할 것이라고 본다. 타운이 가지고 있는 힘, 나라가 망해도 타운을 지켜야 한다라는 생각까지 갖고 있을 수 있다. 이 공동체를 지배하는 삶의 태도와 방식에 대한 동질성이 있다. 그래서 미국에서 탁월한 업적을 내는 사람은 미국의 네이티브이기 보다는 대개 외부에서 온 이민자 가족의 자손이거나 한다. 적당히 좋고 적당히 선량하고 그러면서도 적당히 묻어두고 하는 우리가 제일 비난하는 종류의 끈끈한 인간관계가 유지되고 있는 것이 타운이고, 이러한 동질성이 미국사회 밑바탕에 놓여있는 것. 그리고 그 사람들은 자기네 마을을 지키기 위해서 총을 늘 가지고 있어야 한다.


아메리카의 민주주의라는 책을 읽기 전에 지금 현재도 작동되고 있는 타운의 평등성, 의식구조, 또는 삶의 구조, 또는 심지어 <힐빌리의 노래>라는 책이 있는데 그런 출신의 사람이 대도시에 가서 성공을 했는데 자기 지역에 가니 다 왕따시키는 그런 실화를 다룬 책이 있다. 이런 책들을 통해서 미국 사회의 저변에 놓여 있는 평등의 공동체에 대한 이상 또는 그런 것에 대한 향수를 생각해야만 미국의 민주주의를 이해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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