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읽다보면 | 14 알렉시 드 토크빌의 아메리카의 민주주의 3
- 강의노트/책을 읽다보면 2017-18
- 2018. 9. 19.
아메리카의 민주주의 1 - 알렉시스 드 토크빌 지음, 이용재 옮김/아카넷 |
2017년 11월 4일부터 CBS 라디오 프로그램인 변상욱의 이야기쇼 2부에서 진행되는 "강유원의 책을 읽다보면"을 듣고 정리한다. 변상욱 대기자님과 강유원 선생님의 대화로 이루어져 있다.
팟캐스트 주소: http://www.podbbang.com/ch/11631
20180908_44 알렉시 드 토크빌의 아메리카의 민주주의 3
우리의 여정을 정리하자면 루소의 《인간불평등기원론》부터 시작을 해서 인간은 어떻게 해서 불평등한가 또 인간은 어떻게 하면 평등해질 수 있는가, 합리적인 이성에 의해서 평등의 노력이 어떻게 사회적인 계약에 의해서 민주사회로 이행되는가를 이야기했다. 새로운 이성이라는 가치 외에 드디어 평등이라는 가치가 등장했다. 평등이라는 가치를 구현해내는 새로운 정치제도로서의 민주주의에 대한 탐구가 시작되었다. 공부를 하다보니 헌법 1조에 있는 '민주공화국'이라고 하는 민주와 공화라는 두 개의 가치 서로 만나야 하는데 이를 묶어내는 작업이 평등이라는 가치이다. 그동안 민주에 대해서는 소리 높여 외쳤지만 실제로 우리가 책임져야 하는 공화라는 가치에 대해서 같이 고민해본 적은 없는 것 같다. 민주라고 하는 것은 정치학의 개념으로 보면 민주는 '과정'이다. 과정이 민주적이면 나쁜 짓도 얼마든지 민주적으로 할 수 있다. 절차, 방법, 과정이다.
우리 인류는 대부분의 시간을 어리석게 보내고 아주 잠깐씩 정신이 들어서 조금 반듯하게 살다가 또다시 어리석은 시간으로, 그런데 그렇게 잠깐씩 정신이 들 때 우리는 하나의 시대정신에 합의하겠다. 민주라는 것은 절차인데 우리의 시대정신은 무엇이냐고 한다면 장 자크 루소부터 지금 읽고 있는 토크빌에 이르기까지는 서양 근대사회에서 1700, 1800년대의 시대정신을 평등이라고 했던 것이다.
오늘 본격적으로 읽어나갈 책은 《아메리카의 민주주의》이다. 지난 주까지는 일종의 준비단계로서 미국의 역사와 정치제도에 대해서 살펴보았는데 거기서 특히 주의해야 하는 점은 타운이라고 하는 아주 소규모의 정치단체이자 공동체인 것. 미국이라고 하면 대통령이 모든 권력을 휘두르는 것처럼 생각하는데 실제로는 연방이 있고, 주가 있고, 주 안에 타운이 있어서 마을 사람들이 평등한 관계에서 보통사람들의 평등함을 연결해서 타운에서 논의하고 이것이 뭉쳐서 주가 된다.
이번에 사망한 존 맥케인 상원의원 같은 경우도 부고 기사에서 베트남 전쟁의 영웅이었다는 것은 많이 나오는데 사실 그 사실이 미국 공화당에서 이념적으로 어떤 역할을 했는지 잘 거론되지 않는다. 존 맥케인 상원의원 자신이 쓴 책에서도 civility(시민성)을 말한다. 이를 시민으로서의 의식과 자질을 말하는데 사실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미국이라는 나라의 특수한 맥락 속에서 그 개념은 바로 타운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심성 그것이 시민성이다. 그래서 토크빌의 용어를 빌려오자면 너도 나도 같은 타운 안에서 평등한, 조건의 평등 속에 평등한 정치주체로 함께 있다는 것이 아메리카의 시민성이다. 타운이라고 하는 것이 House on the Hill 정신에 의해서 만들어 진 것이다. 성서에 나오는 언덕 위의 집이다. 이 사람들이 타운을 건설할 때 우리야 말로 낡아빠지고 쓰레기 같고 모든 악으로 가득 찬 유럽 대륙을 떠나서 이곳이 바로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준 언덕 위의 집이다라고 한 것. 제임스 타운을 만들 때부터 그런 정신이 있었다. 모두가 자유와 평등으로 엮여서 서로가 하나가 되어서 나누어 쓰고 서로 부족한 사람은 끌어주곤 했던 초대교회의 정신도 바로 거기에 들어가 있는 것. 그것이 바로 조건의 평등이다. 토크빌은 그것을 말하기 싫어서 기독교 얘기를 하지 않는다.
《아메리카의 민주주의》은 2권으로 이루어져 있다. 1835년에 1권이 나오고 1840년에 2권이 나왔다. 사실 이때가 토크빌의 절정기였다. 토크빌이 쓴 책을 읽고 영국의 존 스튜어트 밀이 감동을 받았다. 밀이 쓴 대의정부론이라든가 여러 책들이 사실 토크빌의 영향을 받아서 쓴 것이라고 할 수 있다. 1권은 요즘 흔히 하는 말로 사실을 다루고 있는 팩트북이라고 할 수 있다. 미국의 건국과정이나 정치나 사회 또는 지적인 특징, 역사와 헌법을 다루고 있다. 또한 조건의 평등이라고 하는 것이 하느님의 정신이 공동체 안에 스며들어있는 것이라 말했는데, 이것이 바로 미국사회에 놓여 있는 바로 그런 정신이라고 할 수 있으며, 이것이 어떻게 제도 속에서 실현되고 있는지 살펴보고 미국이라는 나라가 미래가 참 밝다는 견해를 말하는 것이 1권에 들어있다. 2권은 미국사회가 이러저러한 제도들이 있는데 현실적으로 시행되고 있는 이런 제도들의 밑바탕에 어떤 의식이 있는가 또는 미국인의 감정은 어떠한가 또는 민주주의가 삶 속에서 구체적으로 사람들의 관계를 만들어 내는가, 집단의식은 어떠한가, 일종의 지식사회학적인 분석을 담고 있다. 토크빌이 가장 걱정을 한 것이 너도 나도 평등한 것을 강조하다 보면 그것을 충족시켜주는 말하자면 대중선동적 정치가가 등장하는 것이다. 이것이 2권 마지막에 나와있는 부분인데 "제6장 민주 국가는 어떤 종류의 전제정치를 두려워해야 하는가"라는 제목으로 나와있다. 이게 바로 흔히 말하는 대중독재에 대한 걱정이 있다.
토크빌의 《아메리카의 민주주의》은 1848년에 책을 출간한지 10년도 안되서 12판을 찍었다. 12판 서문에 보면 구절들이 몇개 있다. 오늘은 이 구절을 보겠다."왕정 프랑스에서 호기심의 대상에 지나지 않았던 아메리카의 제도들은 공화정 프랑스에서는 연구의 대상이 되어야 마땅하다." 세가지가 있다. 왕정 프랑스, 아메리카, 공화정 프랑스. 왕정 프랑스가 있던 시기에 아메리카는 민주공화정이 되었고 그러니까 공화정 프랑스는 그것을 보고 배워야 한다는 것. 토크빌은 본인이 귀족의 후손이기 때문에 아메리카의 제도들에 대해서 일체의 귀족적인 편견 없이 들여다본다는 것 자체가 굉장히 훌륭한, 그런 점에서 토크빌은 훌륭한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그 다음에 "새로운 정부가 제대로 자리잡기 위해서는 힘뿐만이 아니라 좋은 법제가 필요하다." 여기서 힘은 무력이라든가 권력, 또는 강제력 이런 것인데 이것뿐만 아니라 좋은 법제가 필요하다고 말하는 것. 법제라는 것은 단순한 법률이 아니라 제도까지 아우르는 말이다. 이것에 대립되는 말이 마키아벨리의 《군주론》에 나오는 말이다. 어떤 새로운 군주국의 정당성은 무렵과 법에 있는데 무렵이 먼저다라고 말한다. 사실 토크빌 시대까지만 해도 거의 절대다수의 사상가는 힘이 먼저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제도와 습속은 힘이 있으면 얼마든지 만들어 낼 수 있다고 생각했을 텐데 토크빌은 좋은 법제라고 하는 것에 대해서 깊은 관심을 가졌다는 것이 주목할만한 지점이다. "우리가 지금 막 당면한 이 문제를 아메리카는 벌써 60여년 전에 해결했다."고 말을 하고 있다. 그러면 1848년에 토크빌이 12판 서문을 썼는데 토크빌의 평가에 따르면 60년 전에 민주공화정이 확고하게 자리잡았다는 것이다.
2권 592 당시에는 왕정이 존재했으나 이제는 타도되었다. 왕정 프랑스에서 호기심의 대상에 지나지 않았던 아메리카의 제도들은 공화정 프랑스에서는 연구의 대상이 되어야 마땅하다. 새로운 정부가 제대로 자리잡기 위해서는 힘뿐만이 아니라 좋은 법제가 필요하다. 투사에 뒤이어서 입법자가 온다. 전자는 파괴하고, 후자는 건설한다.
2권 593 우리가 지금 막 당면한 이 문제를 아메리카는 벌써 60여년 전에 해결했다.
미국이라는 나라가 가지고 있는 위력이 건국해서 60년이라는 기간 동안에 얼마나 강력하게 조건의 평등이라는 것에 기반한 공화국을 잘 세웠는가를 주목해 봐야 한다. 때로는 내전도 있고 치열한 투쟁도 반목도 있었지만 엎치락뒤치락 하면서도 처음의 가치를 잃지 않고 제도가 쌓아져 갔다. 그리고 1848년이라는 해가 그 유명한 마르크스가 《공산당 선언》이 출간된 해다. 유럽대륙이 얼마나 아수라장이었는지 생각해보면 그런 아수라장에서 살고 있던 토크빌과 토크빌이 관찰한 미국과 굉장한 격차가 느껴진다. "이 기간 동안에 바로 이 국민은 이 세상에서 가장 번영했을 뿐만 아니라 가장 안정된 국민이었다는 사실에 주목하자." 사실 《아메리카의 민주주의》 이 책은 유럽대륙의 귀족의 자손이 혼란스러운 유럽대륙을 보고서 아메리카에 대해서 찬양하는 분석을 해놓은 것이라고 결론 내릴 수 있다.
2권 593 모든 법제의 공동 원천으로 삼은 국민이 지난 60년 동안 끊임없이 인구와 영토와 재산을 늘려왔다. 그리고 이 기간 동안에 바로 이 국민은 이 세상에서 가장 번영했을 뿐만 아니라 가장 안정된 국민이었다는 사실에 주목하자.
이것과 비교해서 읽어볼 만한 것은 안토니오 그람시의 <아메리카와 아메리카주의>라는 글이 있다. 거기에서도 이탈리아 같은 곳에서는 노동운동을 하기 어렵다. 귀족주의의 뿌리가 너무 오래되어있는데 미국은 모두 제로베이스에서 시작해서 깔끔하다는 내용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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