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 세계 | 105 에르빈 파노프스키, 고딕건축과 스콜라철학


2018년 5월 28일부터 KBS 라디오 강유원의 책과 세계에서 진행되는 선생님의 라디오 방송을 듣고 정리한다.


팟캐스트 주소: http://www.podbbang.com/ch/16843


20181019-105 에르빈 파노프스키, 고딕건축과 스콜라철학

‘고딕 건축 양식은 중세 전성기의 철학, 즉 스콜라 철학의 영향을 받았다’는 상식적인 명제를 증명하려고 한다. 다시 말해서 스콜라 철학은 말 그대로 사상인데 그 사상이 고딕양식 건축물을 만들어 내는데 근본원리로서 작용했다는 것. 조금 넓게 해석해보면 건축물을 만들어내는 과정에서 적용되는 기술이나 설계방식이 그 시대의 사회적 습속이나 관념의 영향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것이다.






에르빈 파노프스키라는 미술사학자가 있다. 파노프스키는 다양한 연구업적을 남겼는데 그 중 하나는 고딕건축 양식에 관한 것이다. 독일에 있는 쾰른 대성당과 같은 뾰족한 첨탑을 가진 성당들은 중세 도시의 여러 동업조합들이 자신의 조합의 명예를 걸고 성취한 업적이면서 동시에 그 도시가 스스로의 위용을 과시하기 위해서 당대의 첨단 기술을 동원한 건축물이다. 그렇다면 이 성당들은 어떤 사상적 원리에 따라 기술을 통합하였을까. 막연한 상식으로 보아도 기독교의 원리가 작동하였을 것이다. 에르빈 파노프스키는 <고딕건축과 스콜라철학>에서 ‘고딕 건축 양식은 중세 전성기의 철학, 즉 스콜라 철학의 영향을 받았다’는 상식적인 명제를 증명하려고 한다. 다시 말해서 스콜라 철학은 말 그대로 사상인데 그 사상이 고딕양식 건축물을 만들어 내는데 근본원리로서 작용했다는 것. 본래 대중강연이었던 원고가 책으로 출간된 다음에는 제법 많은 반론이 있었다. 그렇지만 파노프스키가 이 책에서 주장하였던 바를 조금 넓게 해석해보면 건축물을 만들어내는 과정에서 적용되는 기술이나 설계방식이 그 시대의 사회적 습속이나 관념의 영향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것이다. 


언젠가 소개했던 뵐플린의 <미술사의 기초> 개념에 나는 말이 있다. 독창적인 천재라고 해도 자신이 처한 시대적 제약을 뛰어넘지는 못한다. 모든 것이 모든 시대에 가능한 것이 아니며 특정한 구상은 발전의 단계가 일정한 수준에 이르렀을 때에야 비로소 가능하다. 이 말처럼 자신의 시대를 뛰어넘을 수 있는 천재는 없을 것이다. 기술자가 되었건 천재적인 예술가가 되었건 사람은 자신이 살아가는 시대정신 속에서 자신의 업적을 내놓을 수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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