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 세계 | 145 야콥 부르크하르트, 이탈리아 르네상스의 문화


2018년 5월 28일부터 KBS 라디오 강유원의 책과 세계에서 진행되는 선생님의 라디오 방송을 듣고 정리한다.


다시듣기 주소: http://program.kbs.co.kr/1radio/radio/bookworld/pc/list.html?smenu=c16974


20181214-145 야콥 부르크하르트, 이탈리아 르네상스의 문화

“지옥(Inferno)에서 나온 당당한 죄인, 악마적이며 자기만족적이고 후안무치한 바로 ‘이상한 인간’(uomo singolare), ‘독보적인 인간’”이 부르크하르트가 주장한 르네상스인이었다.






스위스의 역사학자 야콥 부르크하르트가 쓴 <이탈리아 르네상스의 문화>는 르네상스에 관한 표준적인 저작으로 알려져 있다. 그렇지만 이 책은 역사책이기도 하고 동시에 역사철학책이기도 하므로 여기에 담긴 이야기들을 다 믿어서는 안된다. 어떤 점에서는 르네상스에 관한 부르크하르트 자신의 견해를 담고 있을 뿐이기 때문이다. 부르크하르트는 제1부에서 인공물로서의 국가를 서술하고 제2부에서는 개인의 발전, 즉 개성의 자각에 관한 논의를 이어가며, 제3부에서는 고대의 재생을 이야기한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부르크하르트가 보기에 고대의 재생 또는 되살리기가 르네상스의 원인도 아니었으며 르네상스의 본질적인 요소도 아니었다는 것이다. 이런 식으로 논의를 전개하다가 마지막으로 제6부에서는 도덕과 종교에 대해서 논의한다. 도덕과 종교에 대해서 논의한다고 하니 아주 경건한 종교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것 같지만 사실은 인간이 르네상스 시기에 얼마나 완벽하게 비도덕적인 자유분방한 개인주의에 이르렀는지 논의하고 있다. 


부르크하르트는 쥘 미슐레의 "세계의 발견과 인간의 발견"에서 아이디어를 얻기는 했지만 그가 주장한 세계와 인간은 미슐레의 그것과는 전혀 다른 것이었다. 부르크하르트의 저작에 나와있는 르네상스적 인간에 관한 규정을 읽어보겠다. "지옥(Inferno)에서 나온 당당한 죄인, 악마적이며 자기만족적이고 후안무치한 바로‘이상한 인간(uomo singolare), 독보적인 인간," 바로 이런 인간이 부르크하르트가 주장한 르네상스인이었다. 르네상스를 빛의 세기의 선구자라고 주장하고 싶었던 볼테르나 미슐레도 이런 규정을 원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이런 점에서 우리는 역사가들의 작업이 항상 오늘날 자신이 정당화하고자 하는 것과 조금이라도 관계가 있다는 것을 엿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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