셰익스피어: 십이야 혹은 그대의 바람 ㅣ 아침이슬 셰익스피어 전집 7

십이야 혹은 그대의 바람 - 10점
윌리엄 셰익스피어 지음, 김정환 옮김/아침이슬

 

Twelfth Night, or What You Will

1막 5장

비올라: 이제 알겠습니다, 아씨 사정을, 너무 도도하신 게 문제군요,
하지만 설령 악마일지라도, 아씨는 어여쁘십니다.
제 주인 나리께서 당신을 사랑하십니다. 오, 이런 사랑은
보답할밖에 없어요, 비록 아씨께서 쓰고 계신 왕관이
비길 바 없는 아름다움의 왕관이라고 해도 말입니다.

올리비아: 이런 사랑이라니 어떤 사랑인데요?

비올라: 경배하는, 눈물이 마를 날 없는,
사랑 천둥의 신음을 내뱉는, 한숨이 불같은 사랑이죠.

 

2막 1장

비올라: (반지를 주워 들며) 난 반지 안 두고 왔는데. 무슨 말씀이시지?
내 외모에 반하셨다면 큰일이네.
나를 아주 찬찬히 살피셨어, 정말 너무 그래서
그분 두 눈이 곧바로 그분 말문을 막아 버린 것 같았다니까,
그러니 말투가 깜짝깜짝 놀란듯, 넋이 나간듯했지.
그녀는 날 사랑해, 분명. 그녀의 열정이 교묘한 술수를 부려
나를 부르는거야, 이 촌뜨기 전령을 통해서.
내 주인의 반지라니! 그런 건 보내신 적이 없어.
사내인 나한테 사랑에 빠진 거야. 그렇다면― 사실이 그런데―
불쌍한 아가씨, 차라리 꿈을 사랑하는 게 더 나았을 것을!
변장이여, 너야말로 사악함이로다,
그 안에서 잉태한 악마가 마구잡이로 설치는.
얼마나 쉬운가, 적당한 가식으로
여인네 밀랍 심장에 그 형태를 도장새기는 일은!
아, 우리의 연약함이 원인이야, 우리 탓이 아냐,
연약함으로 지어졌으니, 연약할밖에.
일이 어떻게 돌아가는 거지? 주인님은 그녀를 끔찍하게 사랑하셔,
그리고 나, 불쌍한 양성 괴물은, 못지않게 주인님께 홀딱 빠졌고,
그런데 그녀는, 잘못 알고, 내게 홀딱 빠진 것 같아.
어찌 되려고 이러지? 나는 남자이므로,
주인님의 사랑을 얻기에는 상태가 절망적이지.
나는 여자이므로, 이제, 오 맙소사,
불쌍한 올리비아는 쓸데없는 한숨만 짓겠구나!
오 시간이여, 네가 이 실타래를 풀어야겠다, 난 못해.
내가 풀기에는 매듭이 너무 단단하다.

 

3막 1장

올리비아: (방백) 오 비웃음도 아름답게 보이는구나,
그입술의 경멸과 노여움속에!
살인의 죄도 더 빨리 드러나지는 못하리.
숨은 것처럼 보이고픈 사랑보다는. 사랑의 밤은 대낮같이 밝다.
(비올라에게) 세사리오, 봄의 장미를 걸고,
처녀성, 명예, 진실, 그리고 모든 것을 걸고
제가 당신을 사랑하므로, 당신 콧대가 아무리 높단들
지혜도 이성도 제 정열을 숨길 수 없어요.
행여 생각하지 마셔요,
제가 당신께 구애할 뿐이므로 당신이 응답할 의무는 없다고.
그렇게 말고 이렇게 곰곰 생각해 주셔요,
구하여 얻은 사랑이 좋지만, 구하지 않았으나 주어진 사랑은 더 좋다구 말예요.

 

4막 1장

세바스찬: 이게 도대체 무슨 일이지? 어떻게 돌아가는 거야?
내가 미쳤거나, 아니면 이게 꿈이거나.
상상이 계속 내 감각을 망각의 레테 강에 잠겨 있게 하라.
이런 꿈을 꾸는 거라면, 나를 계속 잠자게 해 다오.

 

5막 1장

세바스찬: (올리비아에게) 그랬군요, 아가씨, 아가씨께서 혼동을 하신거예요.
하지만 자연은 자기 중심 따라 길을 갔네요.
처녀와 결혼하실 뻔했으니,
아가씨께서, 절대 속으셨달 것도 없구요.
처녀인 사내와 결혼하신 거니까요.

오시노: (올리비아에게) 놀랄것 없소. 고귀한 가문 출신이구려.
일이 이렇게 된 거라면, 자연의 반사가 사실인 바에야,
너무도 행복한 이 난파선에 나도 한몫 끼게 해 주시오.
(비올라에게) 이보게, 자네가 내게 수천 번을 말했지,
나를 사랑하는 만큼 여자를 사랑하는 일은 결코 없을 거라고.

비올라: 그 모든 말을 제가 다시 한 번 맹세하고,
그 모든 맹세를 영혼으로 지키겠습니다,
낮과 밤을 가르는
궤도의 태양이 그 불을 지키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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