닐 맥그리거: 100대 유물로 보는 세계사

 

100대 유물로 보는 세계사 - 10점
닐 맥그리거 지음, 강미경 옮김/다산초당(다산북스)

서문 : 미션 임파서블 013
추천의 글 : 유물로 말하는 세계사 이야기 015
머리글 017

PART 1
우리를 인간으로 만든 것
001. 호르네지테프의 미라 030
002. 올두바이 돌 찍개 037
003. 올두바이 주먹도끼 043
004. 헤엄치는 순록 047
005. 클로비스 창촉 054

PART 2
빙하시대 이후:음식과 성
006. 새 모양 절굿공이 062
007. 아인 사크리 연인상 067
008. 진흙으로 만든 이집트 암소 모형 074
009. 마야의 옥수수 신상 080
010. 조몬 토기 086

PART 3
최초의 도시와 국가들
011. 덴 왕의 샌들 명판 094
012. 우르의 깃발 100
013. 인더스 도장 110
014. 옥도끼 116
015. 초창기 서판 122

PART 4
과학과 문학의 시작
016. 홍수 서판 130
017. 린드 수학 파피루스 136
018. 황소를 뛰어넘는 미노스 인물상 144
019. 몰드의 황금 망토 151
020. 람세스 2세의 석상 158

PART 5
옛 세계와 새로운 열강들
021. 라키시 부조 166
022. 타하르코의 스핑크스 174
023. 주나라 제기 180
024. 파라카스 직물 187
025. 크로이소스의 금화 194

PART 6
공자 시대의 세계
026. 옥수스 전차 모형 198
027.파르테논 조각상 205
028. 바스 위츠 주전자 211
029. 올메카 돌 가면 217
030. 중국의 청동 종 225

PART 7
제국의 건설자들
031. 알렉산드로스의 두상이 새겨진 동전 232
032. 아소카 황제의 기둥 239
033. 로제타석 245
034. 중국 한나라 시대의 칠그릇 252
035. 아우구스투스 황제의 두상 258

PART 8
고대의 쾌락과 현대의 향신료
036. 워런 술잔 266
037. 북아메리카의 수달 담뱃대 273
038. 의식용 구기 허리띠 279
039. 여사잠도 286
040. 혹슨 후추 단지 294

PART 9
세계종교의 발흥
041. 간다라 결가부좌 불상 302
042. 쿠마라굽타 1세의 금화 307
043. 샤푸르 2세의 은접시 314
044. 힌턴세인트메리 모자이크 320
045. 아라비아의 청동 손 327

PART 10
비단길과 그 너머
046. 아브드 알말리크의 금화 334
047. 서턴 후 투구 341
048. 모치카의 전사 항아리 347
049. 한국 기와
050. 비단 공주 그림 358

PART 11
궁전 안쪽: 궁중의 비밀
051. 왕실의 사혈 의식을 보여주는 마야 부조 366
052. 하렘 벽화 잔해 373
053. 로타르 크리스털 379
054. 타라 조각상 386
055. 중국 당나라 무덤 인형 392

PART 12
순례자와 약탈자, 상인
056. 요크 골짜기의 보물 400
057. 헤드위그 유리잔 407
058. 일본의 청동 거울 413
059. 보로부두르 부처 두상 419
060. 킬와 사금파리 425

PART 13
사회적 지위를 나타내는 상징
061. 루이스 체스 말 434
062. 히브리 아스트롤라베 440
063. 이페 두상 446
064. 데이비드 꽃병 452
065. 타이노 의식용 의자 458

PART 14
신과의 만남
066. 성스러운 가시 성물함 466
067. 정교회의 승리를 보여주는 성상화 473
068. 시바와 파르바티 조각상 479
069. 와스테카 여신상 485
070. 호아 하카나나이아 491

PART 15
근대 세계의 문턱
071. 술레이만 1세의 투그라 500
072. 명나라 지폐 506
073. 잉카 황금 야마 513
074. 옥용잔 519
075. 뒤러의 <코뿔소>

PART 16
최초의 세계경제
076. 갤리언선 모형 534
077. 베냉 장식판, 오바와 유럽인들 541
078. 머리가 둘 달린 뱀 547
079. 가키에몬 코끼리 553
080. 스페인 은화 560

PART 17
관용과 불관용
081. 시아파의 종교 행렬 깃발 568
082. 무굴 왕자 세밀화 576
083. 비마 그림자 인형 582
084. 멕시코의 고지도 589
085. 종교개혁 100주년 전단지 596

PART 18
탐험, 착취 그리고 계몽
086. 아칸족의 북 604
087. 하와이의 깃털 투구 610
088. 북아메리카의 사슴 가죽 지도 616
089. 오스트레일리아의 나무껍질 방패 624
090. 옥환 630

PART 19
대량생산과 대량 설득
091. 영국의 놋쇠 크로노미터 638
092. 초기 빅토리아 시대의 다기 세트 644
093. 호쿠사이의 <거대한 파도> 651
094. 수단의 슬릿 드럼 658
095. 여성참정권 운동가가 훼손한 페니 665

PART 20
우리가 만든 세계
096. 러시아혁명 접시 674
097. 호크니의 <따분한 마을에서> 681
098. <무기의 보좌> 687
099. 신용카드 693
100. 태양열 램프와 충전기

감사의 글 706
지도 709
유물 목록 718
인용문 출처 728
사진 출처 731
찾아보기 732

 


머리글 

17 이 책에서 우리는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세계 곳곳을 두루 여행하면서 우리 인간이 200만 년 동안 세상을 어떻게 빚어왔고 또 그에 따라 우리 자신이 어떻게 바뀌어왔는지 살펴보게 될 것이다. 이 책은 지금까지 한 번도 시도되지 않은 방식으로 역사를 말하고자 한다. 유물이 시대를 뛰어넘어 전하는 이야기들 즉 각기 다른 민족과 장소, 환경과 상호작용, 인류 역사의 다양한 순간에 관한 이야기를 해석하고, 우리 시대에 대한 우리의 반성을 풀어나가면서 세계 역사를 서술하고자 하는 것이다. 이 신호들은 우리가 흔히 마주치는 다른 증거들과는 다르다 그 가운데는 신뢰할 수 있는 것이 있는가 하면 추측을 근거로 한 것도 있으며 지금도 여전히 새롭게 밝혀지고 있는 것 또한 많다. 유물은 개별적인 사건보다 전체 사회와 복합적인 과정에 대해 말한다. 또한 그것을 맨 처음 만든 사회뿐 아니라 나중에 유물을 다른 형태로 고쳐 만들거나 다른 곳으로 이동시킨 시대를 말해주며, 때로는 처음 만든 사람의 의도와는 사뭇 동떨어진 의미를 지니기도 한다. 물건은 인간이 만든 것으로, 정묘하고 생생한 역사 자료로서 흥미롭게도 수백 년, 수천 년이 걸리기도 하는 여정에 오른다. 이 책은 바로 그 여정을 되짚어보려는 노력의 일환이다. 이 책에는 공들여 제작된 뒤 사람들의 찬탄을 받으며 소중히 간직돼 온 물건에서부터 일성에서 사용되다 버려진 것에 이르는 온갖 물건들이 망라돼 있다. 조리용 단지에서 황금 범선에 이르기까지, 석기시대 도구에서 신용카드에 이르기까지 그 범위는 실로 광범위하며, 이들은 모두 대영박물관의 소장품이다.

많은 사람들이 이런 유물로 보는 역사를 낯설게 느낄지도 모른다. 잘 알려진 시대나 유명한 전투 또는 누구나 알 만한 사건은 거의 찾을 수 없기 때문이다. 로마제국의 형성, 몽골의 바그다드 정복, 유럽의 르 네상스, 니폴레옹전쟁, 히로시마 원폭 투하처럼 역사의 획을 그은 사건은 이 이야기의 중심 무대를 차지하지 않는다. 

18 전 세계의 역사, 즉 인류의 일부에게 과도하게 특혜를 주지 않는 역사를 전하려면 문서에만 의지해서는 곤란하다. 세계의 일부에서만 문서를 보유해왔을 뿐 대다수 지역은 대부분의 시간 동안 그렇지 못했기 때문이다. 문자는 인류가 나중에 이룬 성과 중 하나이며, 심지어 문자 체계를 갖춘 사회조차 대부분 아주 최근에야 문서뿐 아니라 물건에도 그들의 관심사와 열망을 기록했다. 이상적으로는 문서와 유물을 종합해 역사를 서술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 이 책에는 이 기준을 따른 부분도 있지만, 그렇게 하지 못한 부분도 많다. 기록된 역사와 기록되지 않은 역사의 비대칭성을 가장 명확하게 보여주는 사례 가운데 하나가 바로 쿡 선장의 원정대와 오스트레일리아 원주민들이 보터니 만에서 처음 마주친 사건일 것이다(89 장). 영국은 운명의 그날을 묘사한 쿡 선장의 항해일지를 비롯해 여러 가지 과학적인 기록을 보유하고 있지만, 오스트레일리아 원주민들에게는 한 원주민이 총소리를 처음 듣고 놀라 달아나면서 떨어뜨린 나무껍질 방패가 유일한 증인이다. 그날 일어난 일을 재구성한다면 기록된 문서를 다룰 때처럼 꼼꼼하고 엄밀하게 방패를 심문하고 해석해야 한다.

이런 상호 이해 불능이라는 문제 외에도 우연이든 고의든 승리를 왜곡한 부분이 있다. 잘 알다시피 역사는 승자가 기록하며 승자만이 글을 쓸 줄 알 때는 특히 더 그렇다. 패배한 이들, 곧 정복당하거나 파괴당한 사회에 속한 사람들은 오로지 물건을 통해서만 자기네 사연을 전할 뿐이다. 이 책에 등장하는 카리브 타이노족, 오스트레일리아 원주민, 아프리카 베냉 족, 잉카족은 자신들이 만든 물건을 통해 과거에 이룬 업적을 우리에게 생생하게 전한다. 물건으로 서술된 역사가 그들에게 목소리를 되돌려주기 때문이다. 이처럼 문자가 있는 사회와 문자가 없는 사회가 만나는 사건을 다룰 때 우리 모두의 즉각적인 이해는 필경 왜곡되기 마련이며 반쪽짜리 대화에 지나지 않는다. 대화의 다른 반쪽을 찾고 싶다면 문서만이 아니라 유물을 해석해야 한다. 

21 따라서 풍부한 상상력과 더불어 유물로 풀어내는 세계사는 문서에만 의존하는 역사 서술보다 더욱 공정해야 한다. 서로 다른 수많은 사람들이 각기 제 목소리를 충분히 낼 수 있도록 허용해야 하며, 특히 먼 과거의 조상일수록 더욱 그러하다. 인간의 역사 가운데 95 퍼센트 이상을 차지하는 초기 인류의 역사는 오로지 돌을 통해서만 읽어낼 수 있는데, 인간과 동물의 유골을 제외하고 그 시대를 짐작하게 하는 것이라고는 오로지 돌로 만든 물건뿐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유물로 바라본 역사는 그 자체만으로는 절대 공정할 수 없다. 우연히 살아남은 물건에만 전적으로 의존하기 때문이다. 주로 유기물질을 이용해 물건을 만드는 문화권의 역사, 특히 기후 때문에 물건이 썩어버리는 문화권의 역사는 어쩔 수 없이 불리할 수밖에 없다. 예를 들어 대부분의 열대 지역에서는 그 오랜 시간을 견디고 살아남은 물건이 거의 없다. 유기물질로 만든 물건 가운데 지금까지 전해오는 것은 대부분 그 지역을 처음 방문한 유럽인들이 수집한 것이다. 이 책에 실린 물건 중 두 가지, 즉 이미 언급한 오스트레일리아 원주민의 나무껍질 방패(89장)와 하와이의 깃털 투구(87장)는 쿡 원정대의 손을 거쳐 우리에게 전해졌다. 둘 다 모두 유럽인이 현지인과 처음 접촉했을 때 수집한 물건이다. 물론 하와이나 오스트레일리아 남동부 지역 사람들은 그보다 훨씬 오래전부터 복잡한 사회를 이뤄 생활하면서 정교한 공예품들을 생산했다.

23 어쩌면 이 책의 제목은 "많은 다양한 세계를 통해 본 물건의 역사"라고 하는 쪽이 더 정확할지도 모른다. 물건이 처음 만들어진 뒤로 오랜 시간이 흐르고 나면 그 자체 스스로든, 외부 요인을 통해서든 변화를 거치면서 처음에는 상상조차 하지 못했던 의미를 획득하는 일이 이따금 있기 때문이다. 

이 책에 실린 유물 중에서도 나중에 일어난 사건의 흔적을 지니고 있는 것이 놀라우리만큼 많다. 때로는 머리 장식이 깨진 와스테카 여신상처럼 오랜 세월이 지나면서 저절로 훼손되는 유물도 있고, 잘못된 발굴 작업이나 무리한 이전 때문에 파손되는 유물도 있다. 하지만 그보다는 나중에 본래의 의미를 바꾸거나 유물을 소유하게 된 권리를 자랑하고 기쁨을 표현하기 위해 새로운 요소를 일부러 첨가하면서 변화가 생기는 일이 더 잦다. 그런 경우 유물은 처음 선보인 세계만이 아니라 변화를 준 후세대의 역사를 보여주는 자료가 된다. 예를 들어 조몬 토기는 일찍부터 일본인들이 도기 공예에 조예가 깊었다는 사실과 몇 천 년 전부터 국물 요리를 해 먹었다는 사실을 보여주기도 하지만, 금박을 입힌 그릇 내부는 미적 감각이 뛰어난 일본인들이 제 나라의 특별한 전통을 의식하고 오랜 역사를 되살려 기리고자 노력했다는 사실을 그 이후 세대에 보여주기도 한다(10장). 이렇듯 유물은 자기 자신에 대한 평가를 몸 안에 담게 된 것이다. 나무를 깍아 만든 아프리카 슬릿 드럼은 유물이 여러 인생을 산다는 점을 훨씬 더 뚜렷하게 보여주는 사례다(94장). 콩고 북부에서 한 통치자를 위해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되는 이 송아지 형상의 북은 하르툼에서 이슬람 문화의 유산으로 새롭게 태어났고, 그 뒤에는 키치너 경이 입수해 빅토리아 여왕의 왕관을 새겨서 윈저 궁으로 보냈다. 정복과 제국의 역시를 들려주는 나무 사료로 거듭난 셈이다. 그 어떤 문서 자료도 아프리카와 유럽의 복잡한 역사를 그렇게 한 곳에 결집하거나 순식간에 그토록 강력한 인상을 심지는 못할 것이다. 이는 오로지 유물만이 전할 수 있는 역사다.

25 1730년께 한스 슬론 경이 버지니아에서 입수한 아칸족의 북(86장)에서도 정밀한 재료 과학과 강력한 시적 상상력이 만나 놀라운 결과를 만들어냈다. 나무와 식물에 정통한 전문가들은 이 북이 서아프리카에서 제작됐다는 사실을 최근에 밝혀냈다. 북은 노예선에 실려 대서양울 건너온 것이 분명했다. 출처를 알게 된 지금, 우리는 그 북이 서아프리카의 궁전에서 대서양을 건너 북아메리카의 농장으로 오는 동안 과연 무엇을 목격했을지 궁금해하지 않을 수 없고, 상상으로나마 그 경로를 추적해보지 않을 수 없다. 그 북은 노예선에서는 "노예들을 춤추게 만들어" 우울충을 이겨내게 하는 데, 농장에서는 노예들을 불러 모아 반란을 일으키는 데 사용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물건의 역사가 지향하는 목적 중 하나가 그것을 통해 목소리가 없는 이들에게 목소리를 부여하는 것이라면 노예들의 북은 특별한 기능을 수행한다. 즉 노예로 붙잡혀 맨몸으로 먼 나라로 팔려와 제 이야기를 글로 남길 수 없었던 수백만 명의 사람들을 대변한 것이다.

27 또한 이 책은 유물이 원래 만들어진 나라와 고장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목소리를 담고 있다. 나는 이것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믿는다. 오로지 그들만이 오늘날의 현지 상황에서 유물이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 설명해줄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쿡 선장과 동료들이 받은 깃털 투구(87장)가 250년 동안 유럽과 아메리카의 침입을 겪은 오늘날의 하와이 사람들에게 어떤 의미를 지니는 지는 그곳 주민 말고는 아무도 설명할 수 없다. 마찬가지로 대영박물관에서 베냉 장식판(77장)을 보는 것이 나이지리아 사람들에게 어떤 의미인지를 월레 소잉카보다 더 잘 설명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역사가 남긴 물건을 어떤 시각으로 바라보든 이는 매우 중요한 문제다. 세계 어딜 가나 자신들의 역사를 새롭게 해석함으로써 민족과 공동체의 정체성을 정의하려는 움직임이 점차 늘어가고 있으며, 그럴 때 종종 역시는 유물로 규명된다. 대영박물관은 단순한 물건의 집합소가 아니다. 이곳은 전 지구적 차원에서 의미와 정체성에 관한 논의와 논쟁이, 때로는 신랄하게 이뤄지는 격전장이다. 유물을 어느 한곳에 진열하거나 소장하는 것이 온당한지를 둘러싼 논쟁과 마찬가지로 그런 논의는 오늘날 유물이 지니는 의미를 밝히는 데 없어서는 안 될 요소다. 그런 주장이나 견해는 유물과 가장 가까운 관계를 맺고 있는 사람들의 입에서 나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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