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유원의 북리스트 | 몽유병자들(22) ━ 제2부 3장, 1904~1907년의 대전환과 정신지평

 

2022.11.08 몽유병자들(22) ━ 제2부 3장, 1904~1907년의 대전환과 정신지평

《몽유병자들》 제2부에서 제3장을 지금까지 읽었다. 그리고 4장 유럽 외교정책의 뭇소리, 5장 얽히고설킨 발칸, 6장 마지막 기회: 데탕트와 위험, 1912~1914으로 되어있다. 처음에 《몽유병자들》을 읽을 때 1부와 3부를 읽고 그 다음에 2부를 읽는다고 할 때는 그것이 2부가 일종의 원인(遠因)에 해당한다는 의미에서 2부를 읽겠다고 했다. 제3 장이 유럽의 양극화이다. 양극화라는 것은 어떻게 보면 크게 세력이 어떻게 균형을 잡고 있는가, 1887년에서 1907년 사이에 세력 균형이 어떻게 바뀌었는가를 보여주는 것이고, 그 다음에 외교정책이라는 것은 그러한 세력 균형의 상태에서 어떤 식으로 서로 국가들 간 교섭이 이루어졌는가를 보여주는 것이다. 유럽 외교정책의 뭇소리를 보면 섹션들이 주권을 쥔 의사결정자들이 있다. 1789년 프랑스 혁명이 일어난 다음에 프랑스는 공화정으로 나아갔다가 다시 나폴레옹 황제정치로 간다. 그런 다음에 또 공화정으로 갔다가 나폴레옹3세로 갔다가 아주 복잡한 정체들을 겪어간다. 그에 비하면 다른 나라들은 이른바 공화정으로 가지 못하고 있는 상태이다. 아직 제1차 세계대전 당시까지도 그러하다. 그에 비하면 미합중국은 애초에 처음부터 민주정이라고 하는 의사결정 과정을 거치는 공화주의 국가로 가는 것이다. 그래서 아주 간단하게 말하면 낡은 체제가 계속 발목을 잡고 있는 동안에는 그 체제에 살고 있는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힘을 온전히 이끌어 내지 못하게 된다. 제가 생각하기에는 19세기 말과 20세기 초, 이때가 인류 역사에서 중요한 분기점에 해당하는데 그냥 연대기적으로만 따져보면 1750년 산업혁명에 이은 시민혁명, 이런 것들을 묶어서 에릭 홉스봄이 이중혁명이라고 말을 한다. 그런데 이런 이중혁명들을 유럽대륙은 거쳐가면서도 그런 사회영역에서 도는 경제영역에서 벌어지고 있는 그런 변화들을 정치체제가 묶어내지 못하는 상황이 되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그것들 사이에 흔히 하는 말로 질곡이 생긴다. 격차가 생겨난다는 말이다. 그러면 격차들에서 계속 사람들도 체제도 마모가 되고 땜질이 생겨난다. 그런 급진적인 땜질들이 이를테면 영국의 철학적 급진주의가 이런 것들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 것이 아무리 강력하게 급진적으로 재기되었다, 근본적으로 재기되었다고 하더라도 체제가 온전히 그런 제안들을, 제러미 벤담이나 존 스튜어트 밀의 제안을 온전히 받아들일 수 있는 것을 갖추지 못하면 잘 이루어지지 못한다. 그래서 지체현상들이 문화지체 또는 정체의 지체가 일어난다고 할 수 있다. 


오늘은 유럽의 양극화 끝부분을 마저 해보려고 한다. 277페이지를 보면 "키스 윌슨의 표현대로 독일을 영국을 위협하는 주적으로 "발명"한 것은 더 넓은 구조적 동향을 반영하는 동시에 공고히 하는 조치였다." 영국과 독일이 서로가 적이 된다는 것이다. 그러면 영국의 불안감과 피해망상 이런 것들이 영국의 외교정책을 결정하는 주요한 요소가 된다는 것이다. 이게 바로 《몽유병자들》 이 부분을 읽으면서 하루 이틀 일어나는 것이 아니구나, 역사 속에서는 이런 일들이 굉장히 많이 되풀이되는구나 하는 것을 알게 되었다. 현대에서 일어나는 일인데도 피해망상이라든가 불안감이라든가 이런 말들을 읽으면서 예전에 투키디데스의 펠로폰네소스 전쟁기를 읽으면서 거기에 나온 것들을 세밀하게 들여다볼 수 있게 되었던 것이다. "영국의 외교정책은 (20세기 미국의 외교정책과 마찬가지로) 언제나 위협과 침공을 초점 조정의 빌미로 삼는 시나리오에 달려있다." 20세기 미국의 외교정책과 마찬가지로, 이런 말들은 읽을 때 놓치면 안된다. 20세기 미합중국의 외교정책을 우리가 읽을 때 미합중국은 그 이전에 영국의 외교정책과 마찬가지로 위협과 침공을 초점 조정의 빌미로 삼겠구나 라고 생각할 수 있겠다. 그래서 영국은 독일을 이제 주적으로 삼게 된다, 그런데 그것의 원인이 무엇인가, 어이없게도 공포, 두려움, 초조함이다. 이게 헬라스의 프로파시스prophasis 라고 할 수 있겠다. 깊은 곳에 놓여 있는 원인. 당시에는 굉장히 심각한 것 같지만 지나놓고 보면 그런 것이다 라는 말을 한다. 크리스토퍼 클라크의 통찰력이 굉장히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읽으면서 감탄하는 지점이 있다. 특히나 전쟁을 분석하는 책들을 읽어보면 그냥 전쟁의 양상, 물론 그런 것도 중요하다. 그런데 그런 것 못지 않게 중요한 것이 바로 이러한 공포와 두려움과 같은 심상들이다. 그런데 그런 프로파시스가 구체적인 행동의 또는 군사력의 움직임의 원인으로 바뀌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즉 프로파시스가 아이티아 aitia로 바뀌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그것은 바로 279페이지 마지막 문단에 있다. "요컨대 미래는 미리 정해져 있지 않았다. 1914년 전쟁에 돌입한 삼국협상은 아직까지 대다수 정치인들의 정신 지평 너머에 있었다." 당연하다. 1907년이라고 하면 1914년에 일어날 일들을 전혀 예측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런데 저자는 그렇게 얘기한다. "1904~1907년의 대전환은 대륙 전쟁을 가능하게 한 구조들의 출현을 설명하는데 도움이 된다." 구조들이 굵은 글씨로 되어 있다. 다시말해서 대륙에서 일어나는 전쟁, 제1차 세계대전을 유럽대전이라고도 한다, 이것들이 어떻게 가능했는가, 그런 구조가 1904~1907년의 대전환을 들여다보면 알 수 있다는 것이다. 일단 그렇게 해서 토대는 만들어 진 셈인데 그렇게 만들어진 토대가 구체적으로는 도대체 어떤 행위들에 의해서 전쟁으로 갔는지는 알 수가 없다. 그 바탕 위에 우연적인 것들도 투척될 수도 있고 필연적으로 그 구조는 전쟁을 발생시키는 구조만은 아니다. 그래서 그 다음으로 가는 것은 그 구체적인 이유들을 설명하기 위해 "어떤 의사결정 과정을 거쳐 정책 결과가 나왔는지, 그리고 대륙동맹들의 느슨한 네트워크가 어떻게 발칸반도에서 전개되던 분쟁들과 맞물렸는지 검토할 필요가 있다." 문장은 짧은데 설명 요소들은 굉장히 촘촘하게 들어가 있다. 우선 1904~1907년의 대전환점이 하나 있다. 1907년 영국 러시아협약 이런 것들이다. 그런 것들이 대전환점을 이루는데 그 이전에는 "19세기 중엽 영국 정치 엘리트층은 프랑스의 침공 공포에 주기적으로 분연히 떨치고 일어섰다"고 한다면 그런데 1890년대에는 이제 러시아가 그것을 대치하고 그 다음에는 독일이 그것을 대치한다. 그러니까 사실은 주요 행위자가 영국인셈이다. 프랑스, 러시아, 독일, 그렇게 해서 독일로 대전환이 일어났다. "1914년까지 영국 외무부 내에는 러시아가 영국의 광대한 제국을 위협한다고 경고하는 목소리"가 있었는데, 러시아에 더해서 독일가지 들어가게 된 것이다. 이것이 1904~1907년의 대전환점에 해당하는 얘기이다. 그게 1번. 그런데 그것이 바로 구조들을 출현시켰다. 그것이 2번. 그런데 아직까지는 구체적인 이유들이 나오지 않는데 그러한 구체적인 이유들을 설명하려면 의사결정 과정을 거쳐서 정책결과들이 나오는 것이다. 그러니까 3번째 항목은 정책결과를 만들어내는 의사결정 과정이다. 그리고 이제 대륙동맹들의 느슨한 네트워크가 발칸 반도에서 전개되던 분쟁들과 맞물린다. 그런 정책결과들이 우선적으로 다루었던 사태들이 발칸 반도에서 전개되던 분쟁들이다. 이 마지막 문단을 분석해보면 일종의 설명틀이 제시되어 나온다. 대전환을 만들어내는 정신적인 태도가 있다. 우리가 역사를 설명할 때 그게 무시되어도 좋을 것 같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이를테면 특정한 나라에서 정권이 교체가 일어나면 사실 관료들은 그대로이다. 그런데 똑같은 관료들을 두고 정권이 교체되었는데 똑같은 관료들이 있는데도도 불구하고 다르게 행동하는가. 그것은 바로 구조가 바뀌기 때문에 그렇다고 말할 수 있다. 그런데 그 구조는 어떤 이유로 바뀌는가. 고위 정책의 방향을 잡는 사람들이 바뀌었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여기 나온 용어로 말하자면 정신 지평이 달라지는 것이다. 어떤 방향으로 지향점을 둘 것인가, 다시말해서 우리가 살고 있는 한국에서 투표를 한다, 선거를 통해 정권을 바꾼다고 하는 것은 사실 정권을 바뀌어서 당장 먹고 사는 것이 달라지지 않는다. 이전 정권에서 행했던 정책의 성과가 이어지는 정권에서 나타나는 경우를 여러 번 봤다. 그렇다면 당장 바뀌는 것이 무엇인가. 정책의 방향을 지시하는 정신적 지평이 바뀌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서 구조적인 틀이 바뀌어 나가는 것이고, 그 다음에 정책 결과를 만들어 놓는 의사결정 과정이라든가 이런 것들이 바뀌게 된다. 그런데 의사결정 과정에는 어떤 것을 주요하게 체크하냐가 다르다. 그런 체크포인트가 달라지면 정책의 수행과정에서 시행하는 과정에서 집중하는 지점들이 달라지게 된다. 그렇게 되면 처음에 정권이 교체된 다음에 정책의 방향을 결정하는 고위 의사결정자들이 어느 쪽을 바라보느냐에 따라서 저 말단에서 무엇을 중시하느냐가 달라지게 된다는 것이다. 그런 식으로 우리가 현재 눈 앞에 벌어지는 사태들을 설명하는 데에도 여기에서 만들어 놓은 하나의 설명틀을 사용할 수 있다.

제3장 277 키스 윌슨의 표현대로 독일을 영국을 위협하는 주적으로 "발명"한 것은 더 넓은 구조적 동향을 반영하는 동시에 공고히 하는 조치였다.

제3장 277 영국의 외교정책은 (20세기 미국의 외교정책과 마찬가지로) 언제나 위협과 침공을 초점 조정의 빌미로 삼는 시나리오에 달려있다. 19세기 중엽에 영국 정치 엘리트층은 프랑스의 침공 공포에 주기적으로 분연히 떨치고 일어섰다.

제3장 279 요컨대 미래는 미리 정해져 있지 않았다. 1914년 전쟁에 돌입한 삼국협상은 아직까지 대다수 정치인들의 정신 지평 너머에 있었다. 1904~1907년의 대전환은 대륙 전쟁을 가능하게 한 구조들의 출현을 설명하는데 도움이 된다. 그러나 어떤 구체적인 이유들 때문에 전쟁이 발생했는지는 설명하지 못한다. 그 이유들을 설명하기 위해 우리는 어떤 의사결정 과정을 거쳐 정책 결과가 나왔는지, 그리고 대륙동맹들의 느슨한 네트워크가 어떻게 발칸반도에서 전개되던 분쟁들과 맞물렸는지 검토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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