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유원의 북리스트 | 몽유병자들(23) ━ 제2부 4장, 주권을 쥔 의사결정자들

 

2022.11.14 몽유병자들(23) ━ 제2부 4장, 주권을 쥔 의사결정자들

《몽유병자들》 제4장 유럽 외교정책의 뭇소리는 차근차근 읽어보려고 한다. 왜 그런가하면 지난번에 3장 마지막에서 "1914년 전쟁에 돌입한 삼국협상은 아직까지 대다수 정치인들의 정신 지평 너머에 있었다. 1904~1907년의 대전환은 대륙 전쟁을 가능하게 한 구조들의 출현을 설명하는데 도움이 된다." 부분을 읽었다. 여기에 구조들이라는 말에 굵은 글씨로 되어있다. 그 구들의 출현을 설명하려면 "어떤 의사결정 과정을 거쳐 정책 결과가 나왔는지, 그리고 대륙동맹들의 느슨한 네트워크가 어떻게 발칸반도에서 전개되던 분쟁들과 맞물렸는지 검토할 필요가 있다." 그러니까 "어떤 의사결정 과정을 거쳐 정책 결과가 나왔는지"가 "제4장 유럽 외교정책의 뭇소리"에 해당하는 것일테고, "대륙동맹들의 느슨한 네트워크가 어떻게 발칸반도에서 전개되던 분쟁들과 맞물렸는지"가 "제5장 얽히고설킨 발칸"과 관련이 된다. 즉 4장과 5장이라고 하는 것이 제1차세계대전를 가능하게 한 구조를 설명하는 부분이 된다. 그리고 제6장 마지막 기회는 말그대로 아주 긴박한 순간들을 설명하는 것이다. 저는 역사책을 읽는 목적, 역사가는 제1차 사료들을 놓고 분석을 해서 역사적인 사실들을 확정해내고, 그 확정된 것을 가지고 하나의 스토리를 만들어 내는 것, 그게 역사가들이 하는 일이다. 그리고 저는 사상사를 연구하는 사람이니까 그것을 읽으면서 역사가가 밝혀 놓은 구체적인 사실들을 놓고, 사실을 확인하기도 하지만 확인된 사실들로부터 추상적 원리를 이끌어내서 그렇게 이끌어낸 추상적 원리를 오늘 우리가 살아가는 현실을 분석하는데 도움을 얻고 또 역사가들이 미처 다 설명하지 못한 부분들을 미루어 짐작해내는데 도움을 얻고자 역사책을 읽는다. 다시 말해서 역사책을 읽는 이유는 추상적인 원리를 이끌어내는 힘을 기르기 위해서이다. 지난 번에 3장 마지막 문단을 이야기하면서 투키디데스의 펠로폰네소스 전쟁기를 이야기했었다. 심정적으로만 있던 어떤 공포, 펠로폰네소스 동맹국들이 가지고 있던 아테나이에 대한 공포가 프로파시스prophasis이고, 그것이 구체적인 행동으로, 폴리스의 행동으로 촉발시킨 원인, 즉 아이티아 aitia로 어떻게 변화가 되었는가를 알아내는 것이 펠로폰네소스 전쟁을 이해하는데 큰 도움이 된다. 그것은 지금 여기에 나와있다. 어떤 구체적인 이유들 때문에 전쟁이 발생했는가, 이게 바로 아이티아이다. 그런데 그런 구체적인 이유를 설명하려면 어떤 의사결정 과정을 거쳐서 정책결과가 나왔는가. 그것은 바로 의사결정 과정에 개입한 프로파시스를 우리가 찾아봐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크리스토퍼 클라크의 《몽유병자들》를 읽으면 펠로폰네소스 전쟁을 이해하는데에도 도움이 되는 것이고, 더 나아가서 어떤 원리를 우리가 추론해내면 현재 우리나라에서 벌어지고 있는 어떤 사태들을 이해하는 데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짐작을 해볼 수 있는 것이다. 

 

Henri Meyer, The Chinese Cake, 1898
Henri Meyer, The Chinese Cake, 1898


그러면 이런 것을 염두에 두고 제4장 유럽 외교정책의 뭇소리를 읽겠다. 281페이지에 그림이 하나 있다. 앙리 메이어라고 하는 프랑스의 만화가 인지 예술가인지, 크리스토퍼 클라크는 예술가라고 해놓았다. "1890년대 말에 발표한 만화에서 의화단 운동 전야의 중국을 둘러싸고 고조되는 위기를 묘사했다." 크리스토퍼 클라크의 설명을 따라 이 그림을 보겠다.  "영국과 러시아가 빈틈없이 지켜보는 가운데 독일이 '중국'이라는 파이에서 '자오저우'라는 조각을 잘라내려 하고, 프랑스가 맹방 러시아에 정신적 지지를 보내고, 일본이 파이를 주시하고 있다. 이들 모두의 뒤에서 청나라 관료가 절망하여 두 팔을 번쩍 들어올리지만 개입할 힘은 없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크리스토퍼 클라크도 설명하고 있듯이 "영국, 독일, 러시아는 각국의 주권자로, 프랑스는 '마리안'으로, 일본과 중국은 정형화된 이국적 인물로 희화화된다. " 영국은 빅토리아 여왕, 독일은 빌헬름2세로 짐작할 수 있는 인물로 그렸고, 러시아도 차르 니콜라이2세를 그려놓았다. 그런데 일본과 중국은 그냥 정형적인 모습, 재미있는 것은 러시아 뒤에서 니콜라이2세의 어깨를 다독이고 있는 "러시아에 정신적 지지를 보내고 있는" 프랑스, 그런데 프랑스는 구체적인 인물이 아니라 '마리안'이라고 하는 프랑스를 상징하는 여성의 모습이다. 왜 이렇게 그렸는가. 이 그림이 굉장히 의미심장하다. 우선 영국과 도이칠란트와 러시아는 주권자가 바로 이 세 명의 왕이다. 그리고 프랑스는 공화국이기 때문에 프랑스를 상징하는 뭔가를 여기에 그러넣었던 것이다. 그리고 청나라와 일본은 정형적인 이 당시 유럽 사람들이 가지고 있던 일종의 오리엔탈리즘적인 표현을 가지고 있다. 이것을 저자는 "의인화된 국가들은 유럽 정치를 풍자하는 그림의 일부였지만 뿌리 깊은 사고 습관을 반영하기도 했다." 여기서 "뿌리 깊은 사고 습관"을 주의해서 읽어야 한다. 유럽사람들이 당시 세계정세를 보는 어떤 것들이 여기에 표현되어 있다는 것이다. 즉 영국은 빅토리아 여왕이 정책 결정에 굉장히 중요한 역할을 하고, 도이칠란트도 빌헴름2세가 중요한 역할을 하며, 러시아는 니콜라이2세가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런데 프랑스는 공화국이기 때문에는 프랑스 국민들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 어쨌든 프랑스는 대통령도 있고 수상도 있고 외교장관도 있고 하겠지만 그들이 국민들의 의견을 중요하게 받아들인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하겠다. 그리고 유럽사람들은 일본과 청나라가 어떤 자들이 주권자인지 그리고 그들은 어떤 태도를 보이는지에 대해서 모르고 있는 막연히 '일본놈들', '중국놈들' 이런 식으로 표현한 것이다. 저자는 그래서 "그 습관이란 국가를 불가분한 의지로부터 생명을 얻는 응집된 운영기관에 의해 통치되는 복합적인 개체로 개념화하는 경향이다."라고 설명한다. 국가라는 것은 복합적인 개체이다. 그런데 그 복합적인 개체라고 하는 것이 잘 드러나는 것이 사실 프랑스이다. 다른 나라, 영국과 도이칠란트와 러시아는 군주라고 하는 사람에 의해서 표상되고 있기 때문에 군주의 의지가 국가를 운영하는 운영기관에 굉장히 많이 반영될 것임을 이 그림으로부터 짐작할 수 있다. 저자는 설명하고 있지만 제 눈에 보기에 더 볼만한 부분은, 도이칠란트의 빌헴름2세가 눈을 부릅뜨고 빅토리아 여왕을 쳐다보고 있다. 네는 우리가 중국이라는 파이를 잘라가려고 하는데 끼어들지 말았으면 좋겠어 라고 강짜를 부리는 표정이다. 그러니까 빅토리아 여왕이 약간 놀란 눈을 하고 있는데 그렇지만 겁을 먹은 표정은 아니다. '아쭈 이놈 봐라'라는 표정도 섞여 있는 것 같다. 재미있는 것은 빌헬름2세와 빅토리아 여왕의 코가 비슷하게 생겼다. 비슷하게 생길 수밖에 없다. 빌헬름2세의 어머니는 빅토리아 여왕의 딸이다.  "전전 유럽을 다스린 군주 클럽의 중심에는 서로 친척 관계인 황제3인조 차르 니콜라이2세, 카이저 빌헬름 2세, 조지 5세가 있었다. 20세기 전환기에 유럽 재위 가문들의 계보는 거의 서로 합쳐질 정도로 방대해진 상태였다. 빌헬름 2세와 조지 5세는 둘 다 빅토리아 여왕의 손자였다." 어쨌든 군주들 개인은 그렇다고 치더라고 영국은 앞서 3장에서 봤듯이 영국이 독일을 주적으로 발명했다.  여기서 뚜렷하게 서로 적대감을 보여주는, 최소한 사이가 불편한 상대가 영국과 독일이다 라는 것이 드러난다. 한가지 또 재미있는 것은 1900년대 후에, 이 그림이 그려진 것인 1898년인데 러시아와 일본이 아직 러일전쟁을 벌일 것을 예상하지 못한 시점이다. 이 사건은 아직 벌어지지 않았다. 러시아 황제가 들고 있는 칼의 칼끝이 일본을 향하고 있다. 물론 파이를 자르려고 하니까 그 칼끝이 그렇게 된 것은 우연의 일치겠다. 앙리 메이어가 이 그림을 그릴 당시 러일전쟁이 일어날 것을 예상하지는 못했을테니까. 우리는 후대의 사람으로 사건을 알고 있는 입장에서 보면 그렇게 보인다. 여기서 일본은 파이를 자르려고 하는 칼을 들고 있는 것이 아니라 사무라이 칼이 탁자 위에 놓여있다. 언제든 이 칼을 들고 한번 휘둘러보겠다는 것인데 이 칼은 파이를 자르는 칼이 아니라 사람을 죽이는 칼이다. 어딘가를 일본도 침략할 기회를 호시탐탐 노리고 있다는 것을 암시하고 있다고 볼 수 있고 아니면 일본 하면 사무라이 칼이 떠오르는 상징이라서 그린 것일 수도 있다. 

제4장 280 한 프랑스 예술가는 1890년대 말에 발표한 만화에서 의화단 운동 전야의 중국을 둘러싸고 고조되는 위기를 묘사했다. 영국과 러시아가 빈틈없이 지켜보는 가운데 독일이 '중국'이라는 파이에서 '자오저우'라는 조각을 잘라내려 하고, 프랑스가 맹방 러시아에 정신적 지지를 보내고, 일본이 파이를 주시하고 있다. 이들 모두의 뒤에서 청나라 관료가 절망하여 두 팔을 번쩍 들어올리지만 개입할 힘은 없다.  이런 이미지들이 흔히 그렇듯이 열강은 개인들로 표현되었따. 영국, 독일, 러시아는 각국의 주권자로, 프랑스는 '마리안'으로, 일본과 중국은 정형화된 이국적 인물로 희화화된다. 의인화된 국가들은 유럽 정치를 풍자하는 그림의 일부였지만 뿌리 깊은 사고 습관을 반영하기도 했다. 그 습관이란 국가를 불가분한 의지로부터 생명을 얻는 응집된 운영기관에 의해 통치되는 복합적인 개체로 개념화하는 경향이다. 

제4장 284 전전 유럽을 다스린 군주 클럽의 중심에는 서로 친척 관계인 황제3인조 차르 니콜라이2세, 카이저 빌헬름 2세, 조지 5세가 있었다. 20세기 전환기에 유럽 재위 가문들의 계보는 거의 서로 합쳐질 정도로 방대해진 상태였다. 빌헬름 2세와 조지 5세는 둘 다 빅토리아 여왕의 손자였다.


둘째 문단은 "20세기 초 유럽의 정부들을 아주 대충 살펴보기만 해도 정책을 내놓는 집행구조들이 통일성과는 거리가 멀었다는 것이 드러난다." 이 문단이 아주 중요한 부분이다. 잘 읽어볼 필요가 있다. 집행구조들이 통일성과는 거리가 멀었다. 그런데 어떤 의사결정 과정을 거쳐서 정책이 나왔는가가 중요하다고 앞서 제3장 마지막 문단에서 얘기했다. 그러니까 여기서 답을 하나 내놓은 셈이다. 통일성과는 거리가 멀었다. 또 그 문단에 있는 다른 용어로 말하자면 "혼란상". 여기서 우리가 독서카드를 한 장 쓸 수 있다. 정책구조들의 통일성 결여, 또는 혼란함이라고 하는 것이 어떤 요소들로 인하여 생기는 지가 여기 나온다. 즉 국가 정책 수립의 혼란상에 개입되는 요소들을 여기서 저자가 말하고 있다. 그리고 이렇게 정리를 해놓고 나서 구체적으로 벌어진 사건들을 말한다. 그러면 서술은 이렇게 되어있지만 이 서술이 나오기 전에 탐구의 순서는 일단 구체적인 사건들이 이러저러하다는 것을 살펴본 다음에 그런 사건들로부터 이런 저런 것들이 이 혼란에 개입된 원리들이나 또는 요소들이다 라는 것을 끄집어 냈을 것이다. 바로 저자가 추론해 낸 과정을 우리도 항상 역사책을 읽으면서 해야 한다. 그렇게 해야만 역사책을 읽으면서 추상적 사유를 하는 힘을 기를 수 있다. 역사책을 읽으면서 이때 역사적인 일이 벌어졌는지 아는 것만 가지고는 역사책을 읽는 초보자들이다. 이제 이 추상적인 원리를 알아야 한다. 그것이 무엇인가. 파벌간 제휴가 있다, 그 다음에 주권자 개개인의 의지도 있었다. 그리고 정부 내 기능 마찰, 경제적 또는 재정적 제약, 여론의 휘발성, 정책수립 권력의 중심점이 옮겨간다. 그리고 이런 것들이 "1914년 7월 위기가 근대의 가장 복잡하고 불투명한 정치적 위기가 된 이유를 설명하는 데 도움이 된다." 하나씩 따져보겠다. 어떤 정치집단이든지 파벌이 있다. 일관되고 통일성 있는 정책을 집행하려면 파벌 간의 제휴가 반드시 필요하다. 그런데 그것이 파벌 간의 제휴가 일어나고 막후에서 협상이 벌어지는 과정이 일단 그 안에서 일어나야지 그것이 흘러나오면 그때부터 통일성은 무너지는 것이다. 크리스토퍼 클라크가 282페이지 맨 위의 문단에서 말하고 있는 것은 꼭 1914년의 위기만을 설명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어떤 정부나 어떤 정책이 위기에 있는가 아닌가를 설명하는데 아주 도움이 되는 원리적인 통찰이다. 이것이 그냥 막연하게 정치학 교과서에 나오는 것이 아니라 역사적으로 일어난 사건들을 분석하고 그것으로부터 추상화해내었기 때문에 굉장히 유효한 통찰이다. 이런 것으로 국가 정책수립의 혼란 사항을 만들어 내는 요인들이라고 하는 카드를 한 장 쓸 수 있겠다고 본다.

제4장 280 20세기 초 유럽의 정부들을 아주 대충 살펴보기만 해도 정책을 내놓는 집행구조들이 통일성과는 거리가 멀었다는 것이 드러난다.

제4장 281 파벌간 제휴, 정부 내 기능 마찰, 경제적 또는 재정적 제약, 여론의 휘발성 등이 모든 정책수립 과정을 끊임없이 압박했다.
 
제4장 281 이 혼란상은 1914년 7월 위기가 근대의 가장 복잡하고 불투명한 정치적 위기가 된 이유를 설명하는 데 도움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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