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유원의 북리스트」에서 제공하는 《몽유병자들》를 듣고 정리한다.
2023.01.16 몽유병자들(31) ━ 제2부 5장 얽히고설킨 발칸, 불가리아야 세르비아냐, 권력정치
《몽유병자들》 제5장 불가리아야 세르비아냐를 읽는다. 구체적인 내용은 별로 그렇게 신경 쓸 필요는 없는데 몇가지 시사점들이 있다. 요즘에 《동아시아 근현대통사》를 읽으면서 이 시기가 맞물리는 지점이 있다. 20세기에 들어서는, 1800년대에서 1900년대로 들어서는 지점에서. 불가리아야 세르비아냐, 우리에게 제1차 세계대전과 관련해서 세르비아는 중요한 나라로 기억되고 있는데, 불가리아는 그렇게 기억되고 있는 나라는 아니다. 그런데 지도에서 불가리아를 찾아보면 불가리아가 세르비아에 비해서 훨씬 더 중요한 지정학적 위치에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흑해에서 보스포러스 해협이 있고, 이스탄불이 자리잡고 있다. 거기가 오스만 제국인데 에게 해, 아드리아 해로 넘어오는 쪽에 바로 면해 있는 나라가 불가리아다. 그러니까 오스만 제국을 견제하고 흑해 지역의 어떤 세력을 견제하는 데에는 불가리아가 굉장히 중요하다. 그러니까 불가리아는 자기네가 가지고 있는 지정학적 위치의 이점을 가지고 생각을 할 것이다. 그것에 비하면 세르비아는 내륙국가니까 그렇게 중요하지 않고, 세르비아가 가령 이 시기에 오늘날의 몬테네그로라든가 또는 코소보, 북마케도니아, 알바니아, 가령 《몽유병자들》을 읽어보면 알바니아로 침략해들어가는 얘기가 나온다. 그러니까 알바니아로 들어가서 아드리아 해의 항구를 갖게 된다는 것들은 오스트리아-헝가리 이중 제국 입장에서는 굉장히 심란한 문제였겠다. 그런데 불가리아는 자기네의 지정학적 위치를 고려해서 항상 어느 나라도 그 어떤 강대국에도 지속적인 관계를 유지하지 않고 좋은 의미에서든 나쁜 의미에서든 기회주의적인 외교정책을 펼쳤다는 것이 불가리아가 가지고 있는 기본값이다. 《몽유병자들》을 읽기 전에는 불가리아가 지정학적으로 어떤 위치에 있는가는 전혀 관심이 없었다. 소피아 대학에 한국 학과가 있다는 것은 얼핏 본 적이 있는 것 같다.
불가리아가 지정학적으로 요충지이다. 여기에도 그 얘기가 나온다. "불가리아와 세르비아 중에 러시아는 어느 쪽을 지지해야 하는가? 전략적으로 더 중요한 나라는 분명 불가리아였다. 흑해와 보스포루스 연안을 접하는 요충지에 자리한 불가리아는 러시아에게 중요한 파트너였다." 사실 우리나라도 한반도라고 하는 것을 보면, 불가리아가 얼마나 중요한다 보다도 그것으로부터 시사점을 얻을 수 있는 것이 무엇인가, 한반도도 같은 경우에도 굉장히 요충지이다. 누구나 알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항상 중국과 친하게 지내서도 안되고 안친하게 지내서도 안된다. 일본도 대국이다. 일단 우리는 인구가 줄어들고 있는데 일본은 항상 1억명이다. 《동아시아 근현대통사》를 읽어보면 그런 것을 그런 것들을 확실하게 느낄 수 있다. 비록 정치적으로는 미국의 영향력 아래에서 독자적인 외교 아젠다를 세우지 못하고, 일본은 이제 전국민을 결집시킬 수 있는 이슈를 만들어 낼 능력이 없다. 메이지 유신의 망령에 휩싸여 있기 때문에 그렇다. 그렇다 하더라도 일본을 가볍게 생각할 수는 없다. 그리고 우리는 오로지 친미 일변도이면 나라가 잘 될 것 같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그것은 옳지 않다. 항상 한국이라는 나라가 기본적으로 어떤 특성을 가진 나라인가, 한국은 개방형 통상국가이다. 간단히 말하면 수출로 먹고 사는 나라이다. 그러니까 중국에도 물건을 팔아야 하고 전세계 어디에나 물건을 팔아야 하는 개방형 통상국가이다. 개방형 통상국가에 사는 사람으로가 아니라 고요한 아침의 나라에 살던 사람의 마인드를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다. 이 부분이 이제 중요한 부분이다. 한국에서 사는 사람들은 개방형 통상국가에 살고 있는 사람이다 라는 것을 말하자면 오피셜 마인드로 갖고 있어야 한다. 그런 것들을 우리가 《몽유병자들》을 읽으면서 배울 수 있다는 것이다.
제5장 429 불가리아와 세르비아 중에 러시아는 어느 쪽을 지지해야 하는가? 전략적으로 더 중요한 나라는 분명 불가리아였다. 흑해와 보스포루스 연안을 접하는 요충지에 자리한 불가리아는 러시아에게 중요한 파트너였다.
러시아와 불가리아, 세르비아의 관계에 대해서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는 것을 보면서, 그 다음에 러시아는 또 어떤 것이냐, 러시아는 루마니아를 상대로 하는 정책, 세르비아를 상대로 하는 정책, 그리고 불가리아를 상대로 하는 정책, 이런 것들을 계속 생각하겠다. 사실 우리나라 사람들은 러시아의 입장에서 생각해볼 것이 아니라 세르비아나 불가리아 입장에서 생각해봐야 한다. 약간 이런 책을 읽을 때는 세르비아나 불가리아에 감정이입을 해봐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가 러시아가 같은 또는 미국 같은 입장에서 서 봤자 할 수 있는 것이 없다. 러시아가 유럽연합이나 미국에서 경제제재를 한다고 해도 될 수 있는 나라가 아니다. 러시아는 개방형 통상국가가 아니다. 에너지를 팔아서 먹고사는 나라이고 자급자족이 가능한 나라이다. 그런 나라들에게는 경제제재를 할 수가 없다. 그러니까 미국도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에 아주 깊숙이 개입해 들어가지 않는다. 깊숙이 개입해 들어가지 않는다는 것을 무엇으로 알 수 있는가, 군대를 파견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돈도 주고 무기도 주지만 군대를 파견하지 않는다. 러시아가 그러니까 패색이 짙다고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러시아에게 경제제재를 할 수 있는 나라는 없다. 고난의 행군을 할 수 있는 나라라는 것이다. 《동아시아 근현대통사》의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는 얘기지만 냉전이 끝나가는 지점에서 중국이 소련과 적대관계에 들어서면서 미국과 외교관계를 맺게 된다. 미국과 외교관계를 맺으면서 이를테면 중국도 국제사회에 등장하게 되었다. 그때까지만 해도 중국과 북한도 그런대로 괜찮게 지냈다. 그런데 이제 중국이 한국과 외교관계를 맺으면서 북한이 결정적으로 고립되기 시작했고, 바로 그 무렵부터 북한에서는 핵을 개발하기 시작했다. 그것이 자기네들을 지킬 수 있는 힘이라고 생각했을 지는 모르지만 사실은 자멸의 길로 가는 길인 줄 모르고 강성대국으로 가는 길인 줄 알고 했다. 핵은 독이 든 성배이다.
다시 438페이지를 보면 "발칸에서 일어나고 있던 일은 옛 동맹 패턴의 반전에 지나지 않았다. 과거에는 러시아가 불가리아를 지원하고 오스트리아-헝가리가 세르비아와 루마니아를 비호했다. 1914년 구도가 뒤집혔다. 그 과정에서 루마니아도 동맹을 바꾸었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이렇게 하면서 발칸 반도에서 오스트리아-헝가리의 영향력이 급격하게 떨어졌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것을 거시적으로 본다면 "이 발칸 지정학 재편의 가장 뚜렷한 특징은, 그것이 매우 빠르게 진행되었다는 것이다. 다시말해 몇 년씩 걸리는 장기지속 현상이 아니라 급변하는 지정학적 환경에 적응하는 단기 현상이었다." 이런 부분들을 볼 필요가 있다. 그러니까 장기적으로는 이런 것을 생각해야 한다. 우리가 국제정세를 생각할 때는 장기적으로 유지되는 것이 무엇이 있는가, 그러나 또 동시에 단기적으로 이렇게 되는 것이 무엇이 있는가를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장기적으로 유지되는 것, 예를 들면 미국에서 자기네가 석유가 아쉽다 그러면 시리아 내전이 있었다, 지금도 아직 진행 중이다, 시리아 내전에 미국이 분명히 군대도 파견하고 개입해 들어갔다. 그런데 더 이상 거기에 석유에 관련된 에너지에 관련된 것을 가지고 있지 않다. 다만 이란은 여전히 옥죄고 있는 상태이다. 호르무즈 해협 앞에 항공모함을 가져다 놨으니 아마도 이란에 있는 전투기를 다 합해도 항공모함에 있는 전투기에 못할 것이다. 그런 것들이 장기적인 것이라면 단기적으로는 어떤 것인가. 가령 대만 해협에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든가 또는 중국의 도련선 문제들, 그리고 중국에서 아프리카에 대해서 계속 압박을 가하니 이때 다 하고 바이든이 나선 것, 이런 것들을 볼 때 어떤 것이 장기적으로 움직여 가는가, 그건 한마디로 말해서 권력정치이다. 장기적으로 움직여 가는 것은 권력정치이다. 그것이 뚜렷하게 440페이지에 있다. 이것은 반드시 기억해 두어야 한다. 이게 제1차 세계대전, 다시말해서 20세기에 들어서면부터 지금까지 이런 국제관계론에서 관련된 책들을 읽어보면서, 《20세기의 위기》라든가 고전적인 텍스트뿐만 아니라 분석서들을 읽으면서 갖게 된, 독서의 결과로 갖게 된 한가지 일종의 공리axiom라고 할 수 있는 것은 1900년에 들어서면서 그러니까 쉽게 얘기하자면 제1차 세계대전을 전후해서 세계 정치는, 국제관계론은 기본적으로 권력정치를 바탕으로 움직인다 하는 것이다. 440페이지에 있는 것은 《몽유병자들》에만 나오는 얘기가 아니라 이것은 일반론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다. "발칸의 정교회 '자녀들'을 대신해 행동하겠다는 러시아의 주장은 오스트리아-헝가리를 약화하고, 국내에서 인기를 얻고, 터키 해협의 발칸 배후지에서 패권을 차지하기 위한 포퓰리즘적 명분에 지나지 않았다. " 범슬라브주의라고 하는 것을 우리는 굉장히 중요한 것으로 여겨왔는데 사실은 아니라는 것이다. 그것은 "범슬라브주의는 러시아 민족주의 언론에 인기가 있었을지 몰라도, 히틀러의 생활권Lebensraum 개념과 비교해 정치행위의 신조로서 딱히 더 정당한 것은 아니었다." 그리고 "정책의 일관된 토대가 아니었는데, 불가리아인 역시 정교도 슬라브족이었고, 루마니아인은 정교도이긴 해도 슬라브족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세르비아를 지지하도록 러시아를 움직인 것은 권력정치였지 범슬라브주의의 산만한 에너지가 아니었다." 이게 이제 20세기 초에 동아시아에 들어서면 러시아가 만주로 내려오고 동아시아 세계를 압박할 때는 영국과 일본은 굉장히 긴밀한 관계였다. 영국의 말하자면 일본이 동아시아 지부 역할을 했었다. 그러다가 미국과 영국이 한 편이 되어서 제2차세계대전 때 싸웠다. 그런데 또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다음에 냉전시기에는 일본이 미국의 동아시아 지부 역할을 했다. 대소련 작전의 외주를 받았던 나라, 동해안을 지킨 나라가 일본이다. 여기에 나온 권력정치라는 것이 무엇인가, 말그대로 power이다. power politics, 도이치어로는 Macht (위력)또는 Gewalt (폭력, 군사력)이다. 그러니까 그런 군사력 정치였다는 것이다. 세르비아를 지지하도록 러시아를 움직인 것은 군사력 정치였다는 것이다. 아주 중요한 포인트이다. 이것은 제1차 세계대전부터 지금까지 변함없이 관철되는 원리이다. 권력정치라고 하는 것, 이것이 440페이지에서 캐치해야 한다. 표면적으로는 범슬라브주의를 내세우지만 사실 움직여간 것은 권력정치이다.
제5장 438 발칸에서 일어나고 있던 일은 옛 동맹 패턴의 반전에 지나지 않았다. 과거에는 러시아가 불가리아를 지원하고 오스트리아-헝가리가 세르비아와 루마니아를 비호했다. 1914년 구도가 뒤집혔다. 그 과정에서 루마니아도 동맹을 바꾸었다.
제5장 439 이 발칸 지정학 재편의 가장 뚜렷한 특징은, 그것이 매우 빠르게 진행되었다는 것이다. 다시말해 몇 년씩 걸리는 장기지속 현상이 아니라 급변하는 지정학적 환경에 적응하는 단기 현상이었다.
제5장 440 발칸의 정교회 '자녀들'을 대신해 행동하겠다는 러시아의 주장은 오스트리아-헝가리를 약화하고, 국내에서 인기를 얻고, 터키 해협의 발칸 배후지에서 패권을 차지하기 위한 포퓰리즘적 명분에 지나지 않았다. 범슬라브주의는 러시아 민족주의 언론에 인기가 있었을지 몰라도, 히틀러의 생활권Lebensraum 개념과 비교해 정치행위의 신조로서 딱히 더 정당한 것은 아니었다. 또한 어떻게 보더라도 정책의 일관된 토대가 아니었는데, 불가리아인 역시 정교도 슬라브족이었고, 루마니아인은 정교도이긴 해도 슬라브족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세르비아를 지지하도록 러시아를 움직인 것은 권력정치였지 범슬라브주의의 산만한 에너지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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