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스 워드: 그리스도교와 만나다
- 책 밑줄긋기/책 2023-24
- 2023. 6. 5.
그리스도교와 만나다 - 키스 워드 지음, 차건 옮김/비아 |
1. 서론
2. 창조
3. 악의 문제
4. 영혼에 관하여
5. 죄와 ‘타락’
6. 하느님의 성육신, 예수
7. 속죄
8. 계시와 세계의 종교들
9. 삼위일체
10. 교회
11. 성서
12. 예수의 가르침
13. 그리스도교와 윤리
14. 그리스도교와 문화
15. 기도
16. 영원한 생명
8. 계시와 세계의 종교들
127 하느님에 대한 계시가 꾸란에 담겨 있으며 무슬림이 그리스도교인과 동일한 하느님을 예배한다는 것을 부인할 이유는 거의 없다. 그리스도인은 무슬림에게서 창조주에 대한 기본적이고도 단순한 신앙과 하느님을 신비롭게 직접 체험할 가능성에 대해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다. 물론 그리스도교인들은 여전히 하느님의 구원하는 사랑, 인간과 하느님의 연합이라는 궁극적인 목적에 대한 앎이 예수 안에서, 예수를 통해 드러났다고 말한다. 그러나 그리스도교인들에게는 무슬림과 영적이며 도덕적인 일을 함께할 많은 이유가 있다. 함께 선을 이루는 가운데, 그리스도교인들은 신앙을 강제하지 않으면서 나자렛 예수를 통해 자신들이 받았다고 믿는 하느님의 본성과 목적에 대한 통찰을 증언할 수 있다.
사람들이 세계의 영적 토대를 깨닫고 자기중심주의와 영적 현실에 대한 무지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하느님이 모든 곳에서 활동하고 계신다는 점을 그리스도교인들이 받아들이기란 그리 어렵지 않다. 이를 받아들인다면 많은 종교 전통이 서로를 보완할 수 있는, 하느님에 대한 나름의 통찰들을 간직하고 있다는 것도 받이들일 수 있다.
첫 번째 관점: 오직 그리스도교인만이 구원을 받는다
그럼에도 종교 전통들 사이에는 많은 차이점이 있다.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어떤 그리스도교인들은 다른 전통들이 주장하는 바가 그리스도교가 주장하는 바와 똑같이 진리일 수는 없다고 강조한다. 힌두교가 인간 영혼이 여러 번 환생한다고 주장할 때 이는 한 사람이 태어나면서 그의 영혼이 새롭게 창조된다는 그리스도교의 관점과 충돌한다. 불교가 우주의 창조주는 없다고 주장할 때, 혹은 있다 할지라도 그 사실이 그리 중요하지 않다고 주장할 때 이는 하느님께서 만물의 유일한 창조주라는 그리스도교의 관점과 충돌한다. 또한 이슬람교는 하느님에게는 아들이 없다고 주장할 때 그리스도교인들은 그 주장이 문자 그대로가 아니라 은유적인 표현이라고 말할지라도 받아들일 수 없을 것이다. 이렇듯 각 종교의 차이는 너무나 크기에 어떤 이들은 모든 종교를 동등하게 받아들일 수 없다고 이야기할 수 있다. 그들이 보기에 '참된 종교'true religion는 오직 하나뿐이다. 그들은 그 종교가 구원이 무엇인지를 규정한다면 우리가 그 길만을 따라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이러한 맥락에서 어떤 그리스도교인들은 그리스도교만이 참된 종교라고 주장한다. 예수가 하느님의 아들이며 세계의 구원자라는 것은 반박할 수 없는 진리다. 여기서 구원이란 예수를 통한 구원을 받아들이는 것이다. 비록 타 종교를 존중하며 거기서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다 할지라도 타 종교는 하느님의 계시를 드러내는 통로가 아니며 구원에 이르는 길도 아니다. 칼 바르트와 같은 선학자는 이러한 견해를 보이며 그리스도교가 아닌 종교들이 구원을 향한 길이 될 수 있다는 견해를 거부했다. 그러나 바르트는 다른 종교의 구성원들과 평범한 인간들이 설령 이를 깨닫지 못하더라도 그리스도가 이들을 모두 구원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가 거부한 주장은 그들이 자신들이 속한 종교를 통해 구원을 받는다는 주장이었다.
어떤 그리스도교인들은 예수를 구세주로 믿는다고 분명하게 공언하지 않으면 구원받을 수 없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그들은 모든 인간은 죄인이기에 영원한 생명에 대한 어떠한 권리도 갖고 있지 않다고 말한다. 오직 하느님만 당신이 선택한 이들을 구원하기 위해 순전한 은총으로 이러한 상황을 바꾸실 수 있다. 여기서 인간은 하느님의 은총이 제한적이라고 불평할 수 없다. 이러한 입장에 속한 이들은 오히려 인간은 하느님의 정의야말로 절대적인 정의임을 받아들이고, 어떤 이는 아무런 공로를 세우지 못했음에도 불구하고 하느님께서 자비를 베푸셔서 파멸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사실에 감사해야 한다고 말한다.
두 번째 관점: 모든 사람이 구원을 받지만, 이는 오직 그리스도를 통해서 이루어진다
위와 같은 견해는 대다수 그리스도교인에게는 보편적인 사랑의 하느님에 대한 믿음과 양립 불가한 것처럼 보인다. 그보다 그들은 베드로의 둘째 편지(베드로후서)를 비롯한 많은 신약성서 구절의 가르침을 선호한다.
하느님께서는 아무도 멸망하지 않고, 모두 회개하는 데에 이르기를 바라십니다. (2베드 3:9)
여기에는 예수를 주님이나 구세주로 고백하지 않은 이들뿐만 아니라 예수에 대해 들어보지도 못한 대다수 사람이 포함된다. 위대한 종교는 자신이 이기적인 욕망에서 벗어날 수 있는 길, 지혜와 연민, 참된 복을 얻을 수 있는 길을 제시한다고 주장한다. 모든 창조물을 사랑하는 하느님이 사람들을 당신에게로 가까이 인도하기 위해 이러한 종교 전통들 가운데서도 활동하고 계신다고 보는 것은 그리 이상한 생각이 아니다. 이러한 관점에서 보면 그리스도교가 아닌 종교들은 하느님의 본성과 그분이 자신의 궁극적인 목적을 이루시는 방식에 대해 불충분하고 부정확한 신념들을 포함할 수 있을지라도 구원의 길이 될 수 있다.
이러한 관점을 지지하는 신학자 중 가장 잘 알려진 신학자는 로마 가톨릭 신학자인 칼 라너이며, 2차 바티칸 공의회 문헌(특히 사목헌장)은 이를 공식적으로 표현했다. 이러한 관점에 따르면 하느님은 모든 이에게 어떠한 방식으로든 말씀하시며 때로는 개개인이 속한 종교 전통을 통해 말씀하신다. 그러므로 모든 사람은 은총을 통해 구원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대다수 사람은 이 은총을 인식하지 못한다. 그들은 하느님을 믿지 않을 뿐 아니라 그들을 영원한 생명으로 초대하는 은혜롭고 자애로운 하느님이 있다는 사실을 알지도 못한다. 그런 이들에게 하느님이 어떻게 말씀하시는지 우리는 알 수 없다. 아마도 양심의 목소리를 통해, 다양한 종교들의 가르침과 실천을 통해, 사회에서 가난하고 억압받는 이들을 통해 말씀하시지 않을까 짐작할 뿐이다.
하느님의 목소리는 이곳저곳에 감추어져 있으며 그분 역시 숨어 계신다. 그러나 그분이 언제까지나 당선을 완전히 감추시지는 않을 것임을, 당산의 본성과 뜻을 알리실 것임을 우리는 희망할 수 있다. 그때 사람들은 자신들이 구원을 받았다는 사실을 알게 될 것이다. 이는 어쩌면 예수가 율법을 성취하기 위해, 하느님과 더 친밀해지고자 했던, 그분에 대한 더 근본적인 앎을 얻고자 했던 예언자들의 바람을 이루기 위해 왔다는 신약성서의 주장에 담긴 가장 깊은 의미인지 모른다. 예수 안에서, 예수를 통해 이전까지는 감추어져 있던 것을 보게 되었다. 그리고 알게 되었다. 계시를 보고 그들은 하느님에게 새롭게, 더 충만한 방식으로 응답할 수 있게 되었다. 알려지지 않은 하느님이 알려지고 인간은 이를 알아볼 수 있게 되었다. 그리하여 구원의 길은 더 확실해지고 분명해졌다.
하느님이 예수 안에서, 예수를 통해서 하는 일이 바로 이것이다. 그분은 예수를 만난 몇몇 사람에게만 유일한 구원의 길을 연 것이 아니다. 그분은 사람들의 눈을 열어 당신이 모두를 구원하기를 원하심을 깨닫게 만드셨다. 이로써 우리는 이전보다 더 하느님의 뜻을 올바르게 이해할 수 있으며 구원으로 향하는 길 역시 더 확실하고 분명해진다. 결과적으로 그분은 사람들이 자신의 고유한 신앙을 통해 구원을 향해 나아갈 수 있도록 독려하신다. 물론 이러한 가운데서도 그리스도교 신앙이 궁극적으로는 참되고, 좀 더 적절한 신앙이며 모든 사람이 이를 받아들이는 게 바람직하다는 생각을 감출 필요는 없다. 하느님은 인간의 양심을 움직여 그리스도교 신앙을 받아들이게 하실 수 있다.
세 번째 관점: 모든 사람은 자기 고유의 신앙으로 구원받을 수 있다
일부 그리스도교인들에게는 저 두 번째 관점도 지나치게 제한적인 관점으로 보인다. 그리스도교 신앙을 다른 신앙보다 우월한 신앙으로 여기기 때문이다. 이러한 관점을 가진 이들은 하느님께서 다양한 길과 다양한 신앙을 통해 사람들을 구원하신다고 말한다. 그 길 중 더 확실하고 분명한 길은 없다. 어느 길이든 신실하게 따른다면 하느님에게 다가갈 수 있다고 이들은 말한다. 존 힉은 이러한 견해를 강력히 지지하며 이를 '다원주의 가설'이라고 불렀다. 그가 보기에 그리스도교가 제시하는 구원의 길은 자기중심주의를 극복하고 지혜, 사랑, 궁극적 행복이라는 더 높은 실재와 관계를 맺으며 자신을 변혁하는 수많은 길 중 하나다. 물론 인간을 자기중심주의에서 해방시켜 하느님과 사랑의 관계를 맺게 해준다는 점에서 그리스도교가 제시하는 길은 하느님의 무한한 본성 중 일부에 대해 참된 통찰을 보여준다.
지금까지 살펴보았듯 하느님이 인간을 구원하시는지에 대해서는 다양한 사고방식이 있다. 그러나 모든 그리스도교인은 하느님이 인류가 탐욕, 증오, 절망에서 벗어나 자유를 누리는 가운데 당신과 사랑의 관계를 맺게 함으로써 인류를 구원하신다는 점에 동의한다. 그리고 모든 그리스도교인은 예수의 삶과 죽음, 부활을 통해 하느님께서 결정적으로 이 일을 하고 계심을 깨닫게 된다고 믿는다. 이 하느님의 구원 활동은 역사적 예수라는 사람에게만 국한되지 않는다. 이후 이 구원 활동은 온 세상 모든 사람에게 퍼져나간다. 하느님이 예수 안에서, 예수를 통해 어떻게 활동하시고 그 활동이 어떻게 온 세상에 퍼져 나가는지에 대해서는 그리스도교인들 사이에서도 견해가 갈린다. 그러나 그리스도교 구원 교리의 핵심은 하느님께서 인류를 악에서 구원하기 위해 어떠한 일을 하고 계시는지 우리가 예수의 삶을 통해 알 수 있으며, 예수를 따르는 길에 헌신함으로써 그 구원 활동에 참여할 수 있다는 점이다.
'책 밑줄긋기 > 책 2023-24' 카테고리의 다른 글
마이클 왈저: 출애굽과 혁명 (0) | 2023.06.19 |
---|---|
김동연: 클래식 음악 연표 - 1500년부터 현대까지 (0) | 2023.06.19 |
남무성: 재즈 라이프 Jazz Life - 만화로 보는 재즈음악 재즈음반 (0) | 2023.06.12 |
게르트 타이센: 복음서의 교회정치학 (0) | 2023.06.12 |
이강룡: 과학의 위로 ━ 답답한 인생의 방정식이 선명히 풀리는 시간 (0) | 2023.06.05 |
버나드 베일린: 대서양의 역사 ━ 개념과 범주 (0) | 2023.05.31 |
야기 다케시: 한국사의 계보 (0) | 2023.05.22 |
알레산드라 프레골렌트: 루브르 박물관 ━ 마로니에북스 세계미술관 기행 6 (0) | 2023.05.2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