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르트 타이센: 복음서의 교회정치학
- 책 밑줄긋기/책 2023-25
- 2023. 6. 12.
복음서의 교회정치학 - 게르트 타이센 지음, 류호성 외 옮김/대한기독교서회 |
한국어판 서문
서문
약어표
Ⅰ. 서론/복음서의 사회-수사학적 해석
Ⅱ. 마가복음서의 교회정치학
Ⅲ. 마태복음서의 교회정치학
Ⅳ. 누가복음서와 사도행전의 교회정치학
Ⅴ. 요한복음서의 교회정치학
Ⅵ. 결론
참고문헌
역자 후기
I. 서론: 복음서의 사회━수사학적 해석
복음서 연구는 20세기에 두 단계에 걸쳐 이루어졌다. 첫 단계는 20세기 초에 등장한 양식비평과 전승사비평이다. 이 두 방법론은 복음서를 익명의 공동체가 보잘 것 없이 편집한 전승들의 수집물로 간주하였다. 그리고 복음서 기자를 전승 수집가나 전승 전달자로 보았다. 두 번째 단계는 20세기 중반 이후에 나타났다. 양식비평은 편집비평으로, 전승사는 문학비평으로 수정되었다. 이 두 비평은 복음서 기자를 독립된 저자와 신학자로 간주하였다. 곧 복음서 기자는 자신의 신학적인 이해를 통하여 공동체에 전해진 익명의 전승을 심오하게 각색하거나, 문학적 통일체로 읽어야만 하는 일관성 있는 예수 이야기를 집필하였다는 것이다. 양식비평과 전승사, 그리고 다른 한편으로 편집비평과 문학비평은 쉽게 균형을 찾지 못하였다. 양식비평의 장점은 복음서 내의 많은 모순들, 불일치들 그리고 "독립된 난해한 주제들"(blind motifs)을 이해시키는 데에 있다. 양식비평은 복음서의 많은 본문들이 이미 존재하던 텍스트 및 전승들과 매우 밀접한 연관성 속에서 기록되었다고 주장한다. 반면, 편집비평 및 문학비평의 장점은 예수를 일관성 있게 제시하고, 또한 어떤 메시지를 복음서가 전달하고자 하는지 그 의도를 분명히 이해하게 해준다. 복음서는 특정한 방향성을 지니고 있다. 마가복음서의 세련된 구성이나 마태나 누가가 마가의 자료를 각색했다는 사실은 이러한 의도를 고려하지 않고는 바르게 이해될 수 없다. 그래서 성서 해석은 완전히 독창적인 신학자로 복음서 기자를 바라보는 시각과 보수적인 편집자로 바라보는 시각 사이에서 전·후로 움직여 왔다.
사회-수사학적 접근은 두 시각을 통합할 수 있다. 곧 복음서 기자는 결코 전승의 수집가나 전달자 그리고 독립된 독창적인 신학자가 아니라, 공동체의 지도자 또는 공동체 형성에 능동적으로 참여한 사람이다. 복음서 기자는 복음서를 통해 1세기 기독교 공동체의 일상적인 삶을 위하여 성서적 기초를 만들고자 하였다. 복음서 내에 존재하는 모순들은 과정의 문제로(as a matter of course) 받아들일 수 있다. 왜냐하면 삶 그 자체가 모순들로 채워져 있기 때문이다. 모순을 안고 살아가는 것이야말로 실제적인(practical) 것이다. 동시에 우리는 복음서에 존재하는 메시지 전달을 위한 명확한 수사학적 의도를 예상할 수 있다. 곧 한 집단을 인도하기 원하는 사람이면 누구든지 분명한 방향 감각을 가지고 집단을 인도해야 한다. 그래야만 주어진 상황의 도전에 대응할 수 있기 때문이다.
복음서에 대한 사회-수사학적 시각은 양식비평과 전승사, 다른 한편으로는 편집비평과 문학비평에 대한 통합이다. 사회-수사학적 접근은 복음서를 공동체의 수집물로 혹은 독립된 작가로서 개인의 신학적 행위의 산물로서 생각하지 않는다. 오히려 사회-수사학적 접근은 복음서를 복음서 기자와 공동체 사이에서 일어난 상호 작용의 표현이라고 본다. 이를 나는 '교회정치학(Kirchenpolitik)'이라 부르고자 한다.
아래에서 나는 '교회정치학'이 내포하는 다섯 가지의 과제, 곧 복음서에 관한 다섯 가지 근본 원칙들을 기술하고자 한다.
1. 모든 지도자들은 자신의 그룹이 가지고 있는 신념을 공유해야 한다. 그룹 내에 근거를 두고 그룹 내에서 일치된 의견을 대표하는 자만이 권위를 갖는다. 이것은 공동체의 지도자로서 복음서 기자가 공동체의 신념과 전승에 일치하는 예수 상을 창조해야 했음을 의미한다. 이와 관련해서 복음서 기자는 전승의 수집가 및 전달자이다. 또한 그는 공동체가 소유한 전승의 신념으로부터 결코 멀리 벗어날 수 없는 보수적 편집가이다. 복음서 기자는 공동체 내에 예수에 관한 전승이서로 분명히 모순이 될 때, 이 견해들을 성공적으로 통합해야 한다. 그러나 복음서 기자는 전승의 반복으로 만족할 수 없었다. 그는 이 전승들을 발전시키고 각색해야 했다. 또한 복음서 기자는 자신의 시각이 참된 전승에 일치한다고 자신의 새로운 시각을 정당화해야 했다. 전승에서 멀어지면 멀어질수록, 그는 자신의 복음서를 정당화하려는 노력이 더 많이 필요했다. 반대로 그가 전승에 근거를 두면 둘수록, 정당화 작업은 덜 요구되었고, 대신에 전승의 진실성에 초점을 두었다, 이것이 바로 예수의 이미지에 대해 새롭고 이질적인 요한복음서가 다른 복음서들보다 더 많은 자기 합리화를 포함하고 있는 이유이다. 어쨌든 모든 복음서 기자들의 첫 번째 의무는 전승에 근거를 둔 합의를 창조하고 전승에 정당성을 부여하는 것이다.
2. 동시에 모든 지도자들은 주변 세계와의 관계에서 특정한 방향성(orientation)을 공동체에 제공해야 한다. 그들은 행동 지침을 제공할 수 있게 주변 세계에 대한 특정한 이미지를 창조해야 한다. 사실상 복음서 안에는 그리스도인들이 비기독교적인 환경을 해석하고, 이에 응답할 수 있는 많은 지침들이 있다. 복음서는 주변 세계의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하였다. 예를 들면, 마가복음서는 기원후 70년경의 큰 정치적 위기에 대한 응답이다. 이 위기 이후 평화로운 시기에 작성된 마태복음서와 누가복음서는 마가복음서를 각색하였다 그들이 강조한 것은 마가의 메시아 비밀이 아니라, 오히려 그리스도인의 공개적 증언에 용기를 주는 예수의 공개적인 메시아 주장이다. 이들 복음서와 비교해서, 요한복음서는 더욱 염세적인 듯하다. 곧 기독교의 사랑에 대한 간접적 증언이 세상의 적대감을 극복하게 할 수는 있을지라도, 세상은 기독교의 메시지를 받아들이지 않는다. 우리는 세상을 해석하고, 그리스도인들의 행동을 유발하는 위와 같은 여러 가지 방식들에서 '교회정치학'의 한 측면을 본다.
3. '교회정치학'의 세 번째 과제는 유대교〔religion of origin〕와의 경계설정이다. 초기 기독교는 유대교 내의 개혁 운동으로 발전하였다. 토대가 유대교에 있었기 때문에, 초기 기독교 공동체를 이끌기 원하는 사람은 왜 유대교에서 분리되어야 했는지를 그럴듯하게 변증을 해야 했다. 복음서를 집필하는 것은 유대교로부터 독립된 공동체를 표현하려는 경계 설정의 중요한 단계다 복음서를 통해 초기 기독교는 자신들의 근본인 이야기를 형성하였고 "유대교의 이야기 공동체"로부터 떠나게 되었다. 그러므로 모든 복음서가 유대인과 그리스도인과의 관계를 반영하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
4. 네 번째 과제는 공동체 내의 갈등을 해결하는 것이다. 모든 지도자들은 그룹의 결속력을 강화할 책임이 있다. 이 과제는 공동체의 특정한 규칙들을 구성원들로 하여금 실천하게 하는 것과 그룹 내에 공존하는 상호 모순적 경향들에 대한 인내를 요구한다. 특별한 규칙들을 너무 엄격하게 적용하면 그룹들은 서로 경쟁적인 파벌들을 형성하기 때문에 갈등을 해결하는 일은 필수적이다. 이 경우 분파주의적 경향은 그룹을 쪼갤 위험이 있다. 그러므로 우리는 복음서에서 서로 다른 그룹들을 통합하려는 노력을 볼 수 있다. 마가복음서는 방랑하는 카리스마적 지도자와 일반 그리스도인 마태복음서는 유대인 그리스도인과 이방인 그리스도인, 누가복음서는 가난한 자와 부유한 자, 요한복음서는 소박한 사람(곧, 평범한 그리스도인)과 영적인 기독교의 대표자들 사이의 갈등을 다루고 있다 모든 복음서 기자들은 공동체 내에 서로 다른 그룹들이 공존하기를 원하였기 때문에, 공동체의 실생활에 존재하는 모순을 반영하여 기독교 공동체에 실제적 삶의 토대를 제공하는 역할을 수행하였다.
5. 모든 지도자는 자신뿐만이 아니라 후계자를 위해서 그룹 내의 권위(authority) 구조를 형성해야 한다. 복음서는 초기 기독교 내에 있었던 권위 구조상의 심각한 변화를 보여준다. 초기에 집 없이 방랑하는 카리스마적 지도자들은 굉장한 권위를 가졌던 예수의 제자들 예언자들 그리고 선교사들이었다. 그들은 예수 전승의 중요한 부분을 '관리'(administered)하였기 때문에 권위를 가졌다. 예수는 그들에게 "너희 말을 듣는 자는 곧 내 말을 듣는 것이요"(눅 10:16) 라고 말한다. 복음서는 이들의 권위로부터 분리를 촉발하였다. 복음서 기자는 예수 전승을 원래의 전달자로부터 취하였고, 지역 공동체의 삶을 위한 근거가 되도록 예수 전승을 문서 형태로 각색하였다. 일부 예수 전승의 삶의 정황은 방랑하는 카리스마적 지도자들로부터 지역 공동체로 이동하였다. 복음서 기자는 예수 자신이 유일한 권위자이고, 예수와 비교해서 다른 모든 권위자들은 부차적이라고 강조한다. 복음서 기자는 이를 통해서 지역 공동체가 어떻게 인도되어야 하는지에 대해 다른 해결책을 제시하고 있다.
복음서는 이 다섯 층의 교회정치학의 표현이다. 복음서는 이미 존재하고 있는 예수 전승을 근거로 합의를 형성하고 그리고 이 합의에 정당성을 부여한다. 그러나 복음서는 이 합의를 넘어선다. 복음서는 주변 정치 그리고 사회 세계와 관련하여 행동의 방향성을 제시한다. 또 유대교와 관련하여 기독교 공동체의 자기 정체성을 분명히 한다. 그리고 공동체 내의 갈등을 해결하고자 노력하고 상충부의 권력 구조를 형성한다. 합의를 도출해내고 외부와의 관계를 지도하며, 자기 정체성을 명확히 하고 갈등을 해결하며, 그리고 권력 구조를 형성하려고 하는 이러한 관심은 복음서 기자가 공동체의 삶과 관련하여 활동하였음을 보여준다. 공동체의 삶을 형성하려는 공동체의 지도자들은 복음서의 도움으로 교회정치학을 실행한다. 그들은 예수 이야기를 구술하는 방법으로 교회정치학을 실행한다. 그러므로 우리는 복음서에 대한 이 접근을 사회-수사학적 접근이라고 명명할 수 있다. 복음서를 기록할 때, 복음서 기자는 설교자이다. 그는 청중들에게 영향을 주길 원하였다. 곧 그는 수사학적 목적을 가졌다. 그러므로 우리는 복음서 기자를 자신이 가지고 있었던 자료에 어떤 부분은 첨가하고 또 어떤 부분은 삭제하는 편집자(텍스트 배후〔behind〕의 과정)로 또는 일관성 있는 텍스트를 형성한 문학적 작가(텍스트 내〔within〕의 구조)로 이해하는 데에 만족해서는 안 된다. 대신에, 우리는 그들이 문서를 가지고 의도했던 "텍스트 앞(before)의" 영향들을 조사해야 한다. 넓은 의미에서 우리는 이 영향들을 ‘수사학적'이라고 명명할 수 있다. 복음서 기자는 수사학적 방법으로 자신의 텍스트를 기록하였다. 복음서 기자는 공동체 내에서 공식적인 직책을 가질 필요는 없었겠지만, 공동체 내에 존재하는 권위자들과 공식 직위를 가진 이들과 경쟁하는 속에서 공동체에 영향력을 행사하길 원하였다.
마지막으로, 복음서의 기원에 대한 이러한 시각은 초기 기독교 서신들과 비견할 만한 사회적 중요성을 복음서에 부여한다. 기독교 최초의 문학적 문서로서 바울 서신은 기독교 공동체를 안내하고, 공동체에 영향력을 행사하고자 하였다. 바울 서신들은 공동체의 삶에 직접적으로 개입하였다. 복음서의 작성 배후에 있는 동기들도 이와 유사하다. 비록 바울 서신처럼 직접적인 방법이 아니라 예수 이야기를 쓰는 간접적인 방법이지만 복음서 기지들은 공동체를 지도하기 위하여 복음서를 창조하였다. 똑같은 역사적 동기가 신약성서의 두 근본적 양식인, 서신서와 복음서를 형성하는 데 작용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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