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유원의 북리스트 | 정치철학(70) #Miller 86쪽

 

 

2023.06.09 정치철학(70) #Miller 86쪽

86 우리는 이러한 정치적 판단의 세 가지 요소를 정말로 분리할 수 있는가? 아니면 정치적 전문성이라는 것은 바로 정치적 딜레마에 대한 최선의 해결책을 찾기 위해 관련된 사실 정보, 시민의 이해관계와 선호에 대한 지식, 그리고 도덕적 원칙을 결합할 수 있는 능력인가? 확실히 이런 문제제기는 일리가 있다.  
46 But can we really separate these three elements of political judgement, or is political expertise precisely a matter of being able to combine relevant factual information, knowledge of citizens’ interests and preferences, and moral principle, to find the best solution to a political dilemma? There is certainly something in this challenge. 

정치적 판단의 세 가지 요소는 사실 정보, 시민의 이해관계와 선호에 대한 지식, 그리고 도덕적 원칙이다. 
사실 정보와 도덕적 원칙을 무시하고, 이해관계와 선호가 강한 자들을 의사결정 과정을 장악해버리고 그것을 민주적 절차에 따라서 행해버리면 굉장히 심한 민주정의 왜곡이 일어나는 것이다. 정치적 전문가가 소용이 없다. 


86 정치적 결정들은 종종 내리기가 어렵다. [정치적 결정들은 내리기는 일은 가끔 어렵다.]
46 Political decisions are often hard to make: 

"정치적 결정들은 종종 내리기가 어렵다"는 전형적인 영어 어순이다.  "정치적 결정들은 내리기는 일은 가끔 어렵다"라고 한국어 문장을 다듬어야 한다.


86 모종의 복잡한 정보에 정통하거나, 미묘하게 균형을 이룬[어느 한쪽으로도 치우치기 어려운 / 어느 것이 더 옮은 것인지 알 수 없는] 두 가지 도덕적 논의를 비교 평가하는 일이 요구된다.  
46 they may require mastering some complex information, or weighing up two finely balanced moral arguments.

이런 정도의 개론서들은 내용을 잘 전달할 수 있도록 상당한 정도로 윤문을 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 책의 예상 독자는, very short introduction임을 감안하면, 민주정에 대해 잘 아는 사람이 전문적인 논의를 찾고자 하는 사람이 아니다. 민주정에 대해서 궁금한 사람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 그러니까 번역본도 최소한의 문해력을 가진 사람이라면 읽으면서 바로 이해될 수 있도록 한국어를 다듬는 것이 번역에서 중요한 일이다. 


86 정치적 결정을 자주 내려야 하는 사람들[정치적 결정을 자주 해하는 사람들 / 정치적으로 결정하는 일을 자주 해야 하는 사람들]은 그렇게 함으로써[정보에 정통하거나 비교평가는 일을 함으로써]  점점 더 나아진다.  
47 People who have to make them frequently get better at doing so.  

at doing so의 doing은 "Political decisions are often hard to make: they may require mastering some complex information, or weighing up two finely balanced moral arguments."을 가리킨다.  
이럴 때는 "그렇게 함으로써"라고 하면 내용을 직관적으로 알기 어렵다.


86 하지만 그렇다고 그들이 다른 사람들에게는 없는 어떤 특별한 능력을 타고났기 때문이 아니다. 
47 But this is not because they have some special inborn capacity denied to the rest of us. 

만약 "다른 사람들은 가지고 있지 않은 어떤 특별한 능력이 있기 때문이다"라고 직역해서 번역했으면 이해하기가 어렵다. 위 문장은 윤문이 잘 되어있다. 


86 대중에 속하는 극히[아주] 평범한 구성원들에게 어떤 문제를 주의깊게 생각하는 데 필요한 시간과 정보를 준다면 그들 역시 잘 해낼 것이다. 그러지 못할 것이라고 상정할 만한 이유는 없다.  
47 There is no reason to think that ordinary members of the public, given the time and the information that they need to think carefully about a problem, would not perform as well.  

 

86 이를 뒷받침하는 근거가 있다. 
47 There is some evidence to bear this out:


87 시민 배심원단(citizens' juries)이라는 것이 있는데, 그 구성원이 일반 대중으로부터 무작위로 선발되어 보건 정책이나 교통계획 같은 쟁점에 대해 논의하고 권고하는 소규모 위원회다.  
47 citizens’ juries are small committees whose members are randomly selected from the general public, formed in order to discuss and make recommendations on issues such as health policy and transport strategy. 


87 그렇다면 우리는 민주 사회에서 보통의 시민들을 상대로 하는 인터뷰나 설문 조사에서 정치적 지식의 수준이나 관심이 낮게 나타나는 것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47 So how are we to explain the low levels of political knowledge and political interest that most citizens in democratic societies show when interviewed or surveyed? 


87 그래서 우리는 닭과 달걀의 문제에 직면한다. 좋은 판단을 내리기 위한 경험과 정보를 갖지 못한 일반 대중에게 중요한 정책 결정을 맡기는 데는 위험이 따른다.  
47 So we face a chicken and egg problem. It would be risky to ask the general public to make major policy decisions unless they have the skills and information to make good judgements,  


87 하지만 그들에게 중요한 결정을 맡기지 않는다면 그들은 이러한 경험과 정보를 획득할 동기를 갖지 못한다.
47 but they have no incentive to acquire these unless they are given significant decisions to make.

민주정의 핵심 문제가 무엇인가. 민주정 국가에서는 일단 국민은 주권을 가진다. 이는 국가의 주인이라는 것이다. 비유를 하자면 집주인이라는 것이다. 그런데 집주인이라고 하는 것은 딱히 범죄를 엄청 저질렀다든가 공민권을 박탈당한 사람이 아니면 다 주권을 가지고 있다. 주권자가 되는 것은 사실, 대한민국이라는 민주공화국에서 주권자가 되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냥 한국에서 태어나기만 하면 된다. 그런데 민주정이라고 하는 것은 국민이 다스리는 것이다. 주권자이면서 동시에 통치자이기도 하다는 것이 민주정이다. 그러니까 주권자는 조건이 필요하지 않지만 통치를 하려면 지금까지 나온 것처럼 정치적 판단을 할 수 있어야 하고, 정치적 판단의 세가지 요소를 잘 가지고 있어야 하고, 그것에 근거해서 정치적 결정을 할 수 있기도 해야 한다. 그런데 통치자가 된다는 것은 굉장히 어렵다. 처음에 이야기한 것처럼 시민의 이해관계와 선호에 대한 지식을 강렬하게 가진 자들이 일단 심하게 나서서 관련된 사실 정보를 왜곡하고 도덕적 원칙을 훼손하면서 밀어붙이는 것을 통치력이라고 생각할 수는 없다.  


88 우리는 평범한 시민들의 정치적 역할이 주로 선거 때 투표하고 이따금 뭔가 특별한 이해가 걸릴 때 행동하는 예를 들면 그들의 뒷마당으로 도로가 새로 뚫리거나 주택이 들어서 기로한 것에 대응하는 식으로 제한되는 가운데 우리의 민주주의가 불완전한 채로 머문다는 사실에 대해 우려해야 할까? 
47 Should we worry about the fact that our democracy remains incomplete so long as the political role of ordinary citizens is largely confined to voting at elections, plus intermittent activity when some particular interest of theirs is at stake (such as responding to a planning proposal to put a new road or housing development in their back yard)? 

주권자가 훌륭한 통치자 노릇도 해야 하는데 훌륭한 통치자가 되는 데에는 별로 관심이 없다. 어떤 때에만 관심이 있는가. 자신의 이해관계와 선호에 관련된 문제가 있을 때이다. 그냥 주권자로서만 살아가는 일은 어렵지 않다. 훌륭한 통치자이기도 해야 한다.


88 '천치'를 의미하는 영단어 'idiot'은 그리스어 'idiotes'에서 유래했는데, 그것은 본래 완전히 사적인 존재로 살며 도시국가의 공적 생활에 전혀 참여하지 않는 사람을 가리키는 말이었다.  
48 Our word ‘idiot’ comes from the Greek idiotes which was the term used to describe someone who lived an entirely private existence and took no part in the public life of the city. 


88 그렇다면 현대인은 자신의 정치적 지성을 발휘하지 못하는 않는 한, 대개는 천치 들인 셈이다. 루소는 정치권력을 선출된 대표자들에게 전적으로 넘겨줘버리는 것은 근대의 치명적인 관행이라고 생각하고 다음과 같이 말했다. 
48 Most of us today are idiots, then, inasmuch as we fail to exercise our political intelligence. Rousseau thought that handing over political authority entirely to elected representatives was a pernicious modern practice: 

루소는 민주정을 굉장히 경멸한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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