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폴킹혼: 성서와 만나다
- 책 밑줄긋기/책 2023-25
- 2023. 7. 6.
성서와 만나다 - 존 폴킹혼 지음, 손승우 옮김/비아 |
서문
1. 성서
2. 성서의 발전
3. 창조와 타락
4. 성서가 지닌 모호성
5. 구약, 이스라엘의 경전
6. 복음서
7. 십자가와 부활
8. 바울로 서신
9.그 밖의 신약성서 저작들
10.물리학자의 눈으로 읽는 성서
더 읽어 볼 책
옮긴이의 말
성서 약어표
서문
그리스도교인으로 살아가는 동안 성서는 제게 매우 중요한 책이었습니다. 60년이 넘도록 저는 매일 성서를 읽었으며, 중년에 성공회 사제로 서품받은 뒤에는 성무일과의 의무까지 지게 되었습니다. 이로 인해 해를 거듭할수록 저는 신약성서 전체에, 그리고 구약성서의 많은 부분에 빠져들었습니다.
여러 면에서, 성서는 복잡한 책입니다. 성서가 다루는 내용은 약 천 년이라는 긴 시간에 걸쳐 기록되었으며, 거의 이천 년 전에 이미 편집 과정도 끝났습니다. 성서를 이루는 기록들은 다양한 문화 속에서 생겨났으며, 그 문화에 담긴 세계관은 근대적이며 과학의 영향을 받은 오늘날 우리의 사고방식과는 많은 부분이 다릅니다. 성서를 기록한 이들은 종종 이전 시대에서 이야기와 생각들을 건네받아 자신들의 시대와 경험에 적합하다고 생각한 방식으로 교정하고 발전시켰습니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하나의 본문에도 마치 고고학 유적지와 같이 켜켜이 다양한 층이 생기게 되었습니다. 성서를 읽을 때 우리는 많은 부분이 낯설다고 느낍니다. 특히 구약성서에 등장하는 전쟁과 폭력을 다룬 이야기들은, 마치 전쟁과 폭력이 하느님의 분명한 뜻을 성취하는 것처럼 묘사하고 있기 때문에 읽는 이들을 곤혹스럽게 합니다. 그런가 하면 서로 다른 기록자들이 동일한 사건을 다룰 때 세세한 내용에 있어 차이가 나는 경우도 있습니다. 복음서들은 그 주요한 예입니다. 이러한 불일치는 우리 앞에 놓인 이 책이 아무런 오류도 없는, 하늘에서 내려온 소리를 그저 받아쓰기만 한 책이 아니라 인간의 책이라는 것을 명백하게 보여줍니다. 그러나 이러한 문제에도 불구하고, 우리와 대면하게 될 성서의 모든 것이 위대한 진리와 아름다움을 보여줍니다. 헨델의 '메시아'는 가사를 모두 성서에서 끌어다 쓴 합창곡인데, 이 곡을 들어본 사람이라면 누구든 성서를 펼쳤을 때 만나게 될 장엄한 힘과 희망으로 가득 찬 약속을 어렴풋이나마 발견할 것입니다. 더욱이 시대를 막론하고 가장 탁월하고 영향력 있는 인물이자 인류가 엮어 온 종교사에서 가장 중요한 인물인 예수 그리스도에 관해서는, 신약성서 없이 근본적으로 아무것도 알 수 없습니다. 성서는 그리스도교 사상에서 결코 없어서는 안 될 기초요, 원천입니다.
저는 하느님의 섭리와 영적 실재의 본성을 참으로 이해하고자 떠나는 여정 가운데 성서를 신중하고도 사려 깊게 만나고자 하는 이들, 그러나 이 문제를 꼭 학문적으로 철저하게 연구하고 싶지만은 않은 이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기를 바라면서 이 책을 썼습니다. 그러한 면에서 이 책은 일종의 정찰偵察입니다. 즉 저는 성서의 풍경을 둘러보고자 합니다. 이 책은 한편으로는 우리에게 영감을 주고, 다른 한편으로는 우리를 당혹스럽게도 하는 성서가 지닌 다양한 모습을 진지하게 주목하고 다룰 것입니다. 그러나 성서라는 세계를 이루는 모든 지형에 관해 구체적으로 설명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이 책에서 저는 성서의 영토를 여행할 때 맞닥뜨릴 것 중 몇 가지 전형적인 예를 선별해 보여주는 데 중점을 둘 것입니다. 이 책은 이 여행을 하면서 도움을 얻거나 깨달은 일련의 통찰들을 제공할 것입니다. 명확히 다루고자 하는 부분이 있다면 적절한 인용을 통해 문제를 제기하겠지만, 그 내용에 있어 백과사전 같은 완벽함을 기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성서를 읽을 때 우리는 영감과 정보 모두를 얻으리라 기대해야 합니다. 그리스도교는 역사 속에서 태동한 종교입니다. 그리스도교인들은 그리스도교의 기초를 이루는 이야기들이 그저 우리의 상상력을 자극하기 위한 상징적인 이야기가 아니라 하느님의 자기 계시의 활동 자체에 뿌리를 두고 있으며 특정한 사람, 특정한 사건을 통해 전해졌다고 믿습니다. 따라서 성서가 우리에게 전하는 이야기는 증거로서의 측면을 지니고 있습니다. 성서가 우리에게 증언하는 이야기들이 지닌 역사적 정확도를 평가할 때에는 신중하고 정직해야 합니다.
중년에 신학교에 들어가 학생이 되었을 때, 가장 즐겁게 들은 강의는 성서학 관련 강의들이었습니다. 저는 오랫동안 이론 물리학자로 종사해 왔습니다. 어떠한 영역을 탐구하든지 간에 과학자의 본능은 먼저 '무엇인가가 어떻게 되어 기는지를 참으로 이해할 수 있게 해주는, 탐구의 원동력이 되며 탐구를 통제하는 기초 현상은 무엇인가?'라 묻는 것입니다. 그리스도교 신앙과 관련한 질문들과 이를 연관지어 봅시다. 성서는 이스라엘의 역사, 예수의 삶과 죽음 그리고 부활 또한 처음 그를 따른 이들의 생각과 경험을 우리에게 설명해줍니다. 이것이 그리스도교 전통의 기초 현상들입니다. 이 책에서 저는 이 현상들을 신중하게, 그리고 지적 면밀함을 가지고 평가하고자 했으며 무의미하고 별다른 학문적 근거도 없는 주장을 하지 않으려 애썼습니다. 또한 학술적으로 인정할 만한 논거로 주장할 수 있는 것만을 말하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설사 그 논거를 뒷받침하는 구체적 내용을 모두 이 책에 나열하고 있지 않는다 해도 말입니다. 대략적으로만 논거를 보여주는 데 그친 경우도 이따금 있습니다. 이 책은 학술적인 책이기보다는 일반적인 독자에 눈높이를 맞춘 책이기 때문에, 제가 펼치는 주장의 학문적인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 전문 연구자들이 다루는 세부적인 자료들을 조사해 각주를 달거나 별도의 학술적인 단락을 쓰지 않았습니다. 비슷한 이유로 이 책에서 저는 성서 본문을 기본적으로 이해하는 데 집중했을 뿐 본문에서 발생한 폭넓은 신학 이론들은 설명하지 않았습니다. 신약성서를 다룰 때를 예로 들자면, 역사적 예수와 1세대 그리스도교인들의 삶을 우리가 제대로 알고 있는지를 묻는 데 집중하되 이후 그리스도교 교회에서 형성된 그리스도교 사상의 역사를 다루지는 않았습니다. 그럼에도 신학 이론을 완전히 제거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므로, 성서에서 나타나는 고대의 통찰들이 오늘날 과학적 이해와 어떻게 관련을 맺을 수 있을지에 대해 이따금 견해를 밝히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이것이 이 책의 주된 책무는 아닙니다. 이 책의 주된 목적은 무엇보다 오늘날 독자들이 성서와 진지하게, 그리고 지적 책임감을 지니고 만날 수 있게끔 돕는 것입니다.
책 뒤에는 학술적으로 심화된 문제를 다루고자 하는 분들을 위해 출처가 확인된 유용한 책들을 선별해 참고 도서 목록을 덧붙여 두었습니다. 모든 성서 인용은 신개정표준역NRSV: New Revised Standard Version을 사용했습니다. 이는 성서를 읽을 때 제가 가장 많이 사용하는 번역본인데 헬러어와 히브리어 원어에 충실하면서도 그 의미를 잘 전달하는 역본이라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책 밑줄긋기 > 책 2023-25' 카테고리의 다른 글
호메로스: 오뒷세이아(김기영 옮김) (0) | 2023.07.17 |
---|---|
조경달: 근대 조선과 일본 (0) | 2023.07.17 |
사라 마자: 역사에 대해 생각하기 - 오늘날 역사학에 던지는 질문들 (0) | 2023.07.10 |
이기숙 (옮긴이),나주리 (해제): 요한 제바스티안 바흐 교회 칸타타 (0) | 2023.07.10 |
알프레드 J.허트: 고대 근동 문화 - B.C 3,000년경~ B.C 323년 (0) | 2023.07.03 |
로완 윌리엄스, 메리 저나지: 로완 윌리엄스와의 대화 ━ 정의와 사랑에 관하여 (0) | 2023.06.26 |
엘레나 지난네스키: 우피치 미술관 ━ 마로니에북스 세계미술관 기행 8 (0) | 2023.06.26 |
야로슬라프 펠리칸: 성서, 역사와 만나다 ━ 민족의 경전에서 인류의 고전으로 (0) | 2023.06.2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