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유원의 북리스트 | 정치철학(76) #Miller 119쪽 ━ 4장 마무리

 

 

2023.07.05 정치철학(76) #Miller 119쪽 ━ 4장 마무리

제4장 자유와 정부의 한계를 논의할 때 계속해서 자유라는 것은 적극적으로 규정하기가 어렵다고 얘기했다. 도대체 그 누구도 건드릴 수 없는 자유라는 것은 있을 수 없다. 결국 자유라고 하는 것은 특정한 사회 속에서 무엇을 제약할 것인가의 문제가 되는 것이다. 자연적 자유, 타고난 자유natural liberty라고 하는 문제는 여러가지 경우의 수를 놓고 검토를 해도 그것을 명백하게, 이것은 절대로 건드릴 수 없다, 언제 어디서나 이것은 보편적인 것이다, 시대가 바뀌어도 상황이 바뀌어도 건드릴 수 없는 자유라는 것은 없다는 것이다. 그런 목록을 존 스튜어트 밀은 자기 관계적 자유라는 말로 표현해보았지만 몇 가지 사례만 들어봐도 그것이 타당하게 받아들여지기 어렵다는 것을 알 수 있다.  


119 그래서 자기 관계적 행위에는 결코 개입을 허용해서는 안 된다는 밀의 단순한[단적인] 원리를 대체할 수 있는 것으로서 다음과 같은 것이 분명해졌다. 즉, 우리는 서로 다른 종류의 행동이 지니는 가치를 그것이 다른 사람에게 부과할 수 있는 비용과 비교하고, 나아가 그런 비용을 회피하기가 얼마나 어려운지[수월한지] 숙고하여 좀더 복잡한 판단을 내릴 필요가 있는 것이다. 
66 So instead of Mill’s simple principle – that self-regarding behaviour may never be interfered with – we may find that we need to make more complex judgements, weighing the value of different kinds of behaviour against the costs they may impose on others, and the ease with which those costs could be avoided. 

서로 다른 종류의 행동이 다른 사람에게는, 내가 아무리 자기 관계적 행위라고 한다고 하더라고 다른 사람에게 비용을 발생하게 할 수 있다. 그 비용 발생을 피한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숙고할 필요가 있다. 
자기 관계적이라고 하는 것의 범위는 사회 공동체에서 함께 생활하고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다시 말해서 사회 속에서 고립되어 살고 있는 사람은 없다. 자기 관계적 행위를 한다는 것은 굉장히 협소하다. 


121 밀이 『자유론』을 썼을 때는 공공의료 서비스, 교육이나 빈곤층 소득 지원을 위한 국가적 체계, 그리고 공공주택 같은 것이 없었다.  
67 When Mill wrote On Liberty there was no public health service, no national system of education or of income support for the poor, no public housing, and so on. 


121 문제는 과연 밀의 원리가 복지 국가를 배경으로 해서도 여전히 의미를 지니는가 하는 것이다.
68 The question is whether Mill’s principle still makes sense against the background of a welfare state, 

밀은 복지국가에서 그런 얘기를 하지 않았기 때문에 이 얘기는 사실 허수아비 문제이다. 밀이 살던 시대는 복지국가가 아니었다. 우리는 밀이 말하는 자기 관계적 자유라는 것이 밀의 시대에서만 타당한 것이었다고 말하면 그만이다. 그리고 그것이 오늘날 우리가 살고 있는 복지국가에서도 받아들여질 수 있는가, 복지국가라고 하는 것은 이미 각각의 개인이 철저하게 자기 관계적 자유를 가질 수 있다는 원리를 부정하면서 나온 것이다. 네 몸은 너의 것인 것 같지만 사실은 국가가 관리한다는 것이다. 이게 바로 복지국가이다. 그러니까 복지국가에 살고 있는 한은 또는 헌법에 복지국가를 명시하고 있는 한은 자유라고 하는 것은 밀이 말한 것과 같은 자기 관계적 자유라는 것은 있을 수 없다. 국가가 모든 사람에게 최저 수준의 소득과 교육, 의료 서비스, 그리고 주거를 제공할 책임을 진다고 하면 그것이 복지국가이다. 그러한 국가가 개인에게 어떤 것을 강제하는 범위가 점점 넓어지는 것이고, 그러한 한계점이 사라져 버린다. 

복지국가라고 하는 지점으로 와버리면 밀의 논의는 유효함이 없다.


122 밀은 다음과 같이 말한다. "불편함은 인간의 자유라는 더 커다란 선(善)을 위해 사회가 감내할[견뎌야] 만한 것이다."
68 As Mill put it, ‘the inconvenience is one which society can afford to bear, for the sake of the greater good of human freedom’. 

여기서 불편함inconvenience은 무엇을 말하는가. 각각의 개인이 자기 관계적 자유를 가지고 뭔가를 하는데 그것을 계도educating 할 뿐이지 금지prevent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사실은 사회가 감내할[견뎌야] 만한 것이 아니라 사회 구성원들, 누구든 자기 관계적 자유를 주장하고 싶은 사람이라면 타인의 자기 관계적 자유도 견뎌야만 한다고 얘기되는 것이다. 이쯤되면 우리가 각각의 개인에게 있어서 자유라는 것은 도대체 어떤 것들인가 하는 이른바 자유의 목록이라고 하는 것을 작성하고 싶어하게 된다. 자유의 목록을 작성한다고 할 때 바로 인권human right이라는 개념으로 등장하게 된다.  


124 세계 인권 선언의 권리 목록은 훨씬 광범위하다. 거기에는 이동의 자유, 신앙의 자유, 결혼의 자유 등의 권리와 같이 직접적으로 자유를 보호하는 권리들 이외에, 일할 수 있는 권리, 적절한 생활수준을 누릴 권리, 교육을 받을 권리와 같이 사람들이 물질적 편익에 접근할 수 있게 하는 효과를 갖는 권리들이 포함되어 있다.
70 The Universal Declaration’s list of rights is much more extensive, and besides rights that directly protect liberty – such as rights to freedom of movement, freedom of worship, and freedom to marry – it includes others whose effect is to provide people with access to material benefits, such as the right to work, the right to an adequate standard of living, and the right to education. 

그런데 자유지상주의자들은 오히려 이런 것을 부정할 것이다. 일할 수 있는 권리, 적절한 생활수준을 누릴 권리, 교육을 받을 권리 이런 것은 각각의 개인이 선택하는 것이기 때문에 복지국가가 그것을 주장할 수 없다고 말할 것이다. 그런 저런 과정을 거쳐서 하나의 타협점이 생겨날 수 있는데 그것이 바로 오늘날 가장 널리 통용되는 방식인 UN인권선언에 포함된 권리목록이다. 일반적으로 우리가 인권이라고 여기는 것들이 거기에 포함되어 있다. 그렇지만 여기에서도 마찬가지로 짧은 목록과 긴 목록이 있다. 짧은 목록은 필수적인 권리에 해당한다. 긴 목록은 적극적으로 어떤 인간이 가지고 있는 또는 가지고 있을 수도 있는 능력을 실현하는데 도움이 되는 여러가지 사회적 기회들을 제공하는 것, 흔히 말하는 복지국가의 이념에서 요구하는 것들이 포함된다고 할 수 있다. 

얼핏 생각하기에는 자유의 목록이라고 하는 것은 우리가 금방 합의할 수 있을 것 같고 목록을 만드는데 어려움이 없을 것 같이 보이지만 사실은 그 한계를 생각해 봐야 하고, 또 그 목록을 만들려고 하는 사람들이 살고 있는 사회 공동체가 추구하는 이상을 전제해야 하만 만들어 질 수 있다.  


129 그렇다면 자유는 매우 중요한 정치적 가치이지만, 정치권력[권위]의 행사에 대해 절대적인 제한을 둬야 할 정도로 중요한 것은 아니다. 특히 민주주의 체제에서는 자유를 증진하기 위한 자원의 이용, 자유와 사회적 책임, 그리고 모든 시민이 누려야 할 권리를 둘러싼 문제들이 공공연하게 논의될 것이고, 그런 문제들에 답하는데서 사람들은 자유 이외의 원리, 예컨대 평등, 공정성, 공동선, 자연에 대한 존중, 문화의 보호 등등에 호 소할 것이다.  
73 Freedom, then, is a very important political value, but not of such importance that it should set absolute limits to the exercise of political authority. In a democracy, especially, questions about the use of resources to promote freedom, about freedom and social responsibility, and about the rights that all citizens should enjoy, will be openly debated, and in answering them people will appeal to many different principles – to equality, to fairness, to the common good, to respect for nature, to the protection of culture, and so forth. 

민주주의 체제라는 말이 있는데 바로 의사결정 과정에서 작동하는 매커니즘인 민주정이 아닌 민주주의라고 하는 것이다. 이념으로서의 민주주의democraticism이다. 평등, 공정성, 공동선, 자연에 대한 존중, 문화의 보호 이런 것들을 실현하려고 사회 목적으로 설정하는 것이 민주주의이다. 이런 것들을 몇몇 정치사상가들은 공화주의republicanism라고 말하는데, republic이라는 단어 자체가 굉장히 포괄적으로 쓰였고, 이를테면 기독교 공화국res publica christiana, 공화국이라고 하는 것도 사실은 공동선이라고 하는 것을 중심으로는 규정하기는 어려운 점이 있다.  


129 사회가 변화하고 새로운 필요[요구]나 문제가 발생함에 따라 자유의 형태 자체도 변해갈 것이다.
73 But this is never the final word: as societies change, as new needs and new problems arise, so too will the shape of freedom itself. 

자유라고 하는 것은 시대와 상황, 장소에 따라서 언제든지 변하는 것이어서 절대불변의 자유의 목록을 만들어 내기는 어렵다. 그리고 그것이 권리로 받아들여지고 실현할 수 있으려면 그 공동체에 살고 있는 사람들이 이념에 합의해야 하는 데 그것이 쉽지 않다. 그래서 결론적으로 나와 있는 얘기가 "사회가 변화하고 새로운 필요나 문제가 발생함에 따라 자유의 형태 자체도 변해갈 것이다." 굉장히 중요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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