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유원의 북리스트 | 정치철학(77) #Miller 132쪽
- 강의노트/강유원의 북리스트 2021-23
- 2023. 7. 13.
「강유원의 북리스트」에서 제공하는 《정치철학》을 듣고 정리한다.
2023.07.10 정치철학(77) #Miller 132쪽
앞서 우리가 자유라는 주제를 읽었다. 그런데 자유라는 주제는 지금 여기 정의라는 주제에도 나오고 있듯이 정치철학에서 아주 오래된 문제는 아니다. 자유라는 것이, 인간 개개인이 가지고 있는 특징적인 하나의 권리로서 자유라는 개념이 등장하는 것은 적어도 17세기 이전에는 없었다. 다시 말해서 정치철학이라는 이 학문 영역 자체가 희랍어 폴리테이아politeia에서 나왔는데, 흔히 체제라는 말로 번역이 된다. 이미 사람과 사람이 고립된 존재로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이미 인간의 존재방식 자체가 태어나보니 여러 사람이 모여있는 상황이다. 곧바로 인간이라는 존재가 이미 여러 사람이 모여있는데 어떻게 하면 잘살아갈 수 있는가, 서로 조화를 이루어서 잘살아갈 수 있는가의 문제를 생각해야 한다. 그러니 정치철학이라는 것 자체가 각각의 개인에게 초점을 맞추어서 뭔가를 한다는 것은 애초에 중요한 문제가 아니었던 것이다. 그리고 지금도 여전히 각각의 개인의 권리라고 하는 것은 정치철학에서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 다시말해서 자유라고 하는 것은 이미 앞서서도 읽었듯이, 자유라는 것은 공동체에서 살고 있는 사람들의 자유를 어떤 한계를 거기에 설정할 것인가, 즉 공동체와 관련 속에서만 의미를 가질 수 있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정치철학에 가장 중요한 문제가 무엇인지 물어보면 자유라고 얘기해서는 안된다. 가장 중요한 문제는 정의, 올바름이다. 가장 오래된 정치철학의 저작인 플라톤의 폴리테이아politeia, 즉 올바름에 대한 것이다. 어떻게 하면 공동체에서 서로 올바른 상태로 살아갈 것인가를 따져 묻는 것이 정치철학에서 가장 오래된 문제이고, 그 문제에 대한 탐구를 해나아가는 과정에서 개인의 권리 이런 것이 파생되어 나온 것이기 때문에, 극단적으로 말하자면 정치철학에서 유일한 주제가 올바름이다. 공동체에서의 올바름. 그런데 이 책은 올바름에 대해서 많이 논의하고 있는 것 같지는 않다.
132 로렌체티의 <좋은 정부와 나쁜 정부의 알레고리>에는 ‘자유’를 나타내는 인물을 위한 자리는 없다. 그 이유는 앞 장에서 살펴본 대로다. 그러나 ‘정의’는 한 번이 아니라 두 번 등장한다.
74 Lorenzetti’s Allegory of Good and Bad Government has no place for the figure of Liberty, for reasons that we saw in the previous chapter, but Justice appears not just once but twice.
로렌체티가 프레스코화를 그릴 때만 해도 자유라는 주제가 아예 정치철학에서는 등장하지 않았다.
132 그녀는 좋은 통치자 곁에 서 있는 유덕한 인물들 가운데 한 명이지만, 또한 프레스코화의 바로 그 중심부에서 좋은 정부와 나쁜 정부를 각각 표상하는 두 그룹의 인물들 사이에 홀로 앉아 있는 위엄 있는 인물로도 등장한다.
74 She is one of the virtuous figures ranged alongside the good ruler, but she also appears separately, at the very heart of the fresco, a majestic figure seated alone between the two groups of figures representing good and bad government respectively.
정의라는 것은 좋은 통치자가 갖춰야 할 여러가지 덕목 중 하나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아주 핵심적인 것이기도 하다는 말이다. 플라톤에서는 올바름이라는 것은, 절제, 용기, 지혜 이 세가지가 조화를 잘 이루고 있는 상태를 정의라고 한다. 정의라는 것은 따로 별개로 있는 것이 아니라 이 세가지가 잘 이루어진 상태를 가리키는 하나의 '동사', 움직임을 가리키는 말이다.
132 나는 그가 정의란 단순히 통치자가 소유해야[가지고 있어야만] 하는 하나의 덕 이상의 것이라는 생각을 전하고자 했다고 본다.
74 I think he wanted to convey the idea that justice is more than simply a virtue that rulers should possess:
132 수많은 개인을 하나의 정치 공동체로 변모시키는 제도에서 그것은 무엇보다도 근본적인 요소다.
74 it is fundamental to the institutions that turn a mass of individuals into a political community in the first place.
수많은 개인을 정치 공동체 속으로 묶어넣는 것이 institution이고, 그 institution에서 있어서 가장 근본적인 것은 바로 justice이다.
justice는 정치적 공동체를 만드는 제도에서의 가장 기본적인 것이라는 말이다.
132 이 프레스코화의 중심인물은 한 쌍의 저울을 들고 있는데, 각각의 저울에서는 ‘조화’를 나타내는 인물에게로 끈이 드리워진다.
74 Lorenzetti’s main figure holds a pair of scales, and from each of these a rope descends to the figure of Concord,
조화 Concord. 절제있는, 용기있는(격정), 지혜를 갖춘, 이 세가지의 덕목이 있을 때 그런 '성질'이 조화를 이루면 정의가 된다.
133 로렌체티가 시사하는 바는 정의가 시민들을 서로 묶어주고 모든 시민과 정부를 이어준다는 것이다.
74 Justice, Lorenzetti is implying, binds the citizens one to another, and then all of them together to government.
조화를 이룬다는 것이 바로 정의롭다는 것이다.
133 이 점에서 그는 정의를 정치권력[정치적 권위]의 정당화에 핵심적인 것으로 여긴 오랜 전통[→플라톤의 전통]을 따랐다.
74 In this, he was following in a long-standing tradition which viewed justice as central to the justification of political authority.
133 거의 천년 전에 성 아우구스티누스는 다음과 같이 물었다. "정의가 제거된다면, 왕국은 큰 도적떼 말고 무엇일까?"
74 As St Augustine had asked, nearly a millennium earlier, ‘justice removed, then, what are kingdoms but great bands of robbers?’
정의가 없는 왕국이란 거대한 강도떼가 아니고 무엇인가. Remota itaque iustitia quid. sunt regna nisi magna latrocinia.
여기서 정의라고 하는 것은 라티움어 유스티티아iustitia으로, 이 문장은 아우구스티누스의 격언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133 정의가 좋은 정부에 결정적으로 중요하다고 말하는 것과, 정의가 실제로 의미하는 것이 무엇인지 말하는 것은 전혀 다른 것이다.
74 Saying that justice is of cardinal importance to good government is one thing; saying what justice really means is quite another,
133 후자는 이 장 전체에 걸쳐 우리를 사로잡게 될 물음이다. 한 가지 확실한 것은 그 답이 단순하지 않으리라는 것이다.
74 and this is the question that will occupy us throughout this chapter One thing we can be certain of is that the answer will not be simple.
133 정의의 저울 한편에는 ‘분배 정의’를 표상하는 천사가 올려져 있는데, 이 천사는 악인의 머리를 칼로 베고 있는 동시에 상찬해야 할 사람의 머리에 왕관을 씌우고 있다.
74 One scale holds an angel representing Distributive Justice, and she is simultaneously severing the head of an evil-doer with a sword and placing a crown on the head of a meritorious recipient.
분배적 정의. Distributive Justice. 거의 절대적인 기준을 가지고 마땅히 해야 할 사람에게는, 올바른 일을 한 자에게는 칭찬을 하고, 올바르지 않은 자에게는 엄혹한 법을 주는 것.
번역어를 일반적으로 분배 정의, 배분 정의라고 쓰는데, 이 용어가 나눠준다는 의미가 있어서 적당히 나눈다는 느낌을 주는데 그런 뜻은 아니다. Distributive Justice는 절대적 기준에 따라서 올바름과 올바르지 않음에 대해서 뭔가를 하는 것이다. '마땅함'의 정의라고 할 수 있다.
133 다른 편의 저울에는 ‘교환 정의’를 표상하는 천사가 올려져 있는데, 이 천사는 아마도 두 명의 교역상인 간의 교환을 이끌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금속 세공인의 창과 직공의 옷감 꾸러미가 동등한 가치를 지닌다는 것을 보증하면서 말이다.
74 The other scale supports Commutative Justice, and she appears to be conducting an exchange between two tradesmen, presumably ensuring that the metalworker’s spear and the weaver’s bale of cloth are of equal value.
교환적 정의. Commutative Justice. 상대적인 의미에서의 정의에 해당한다.
135 따라서 정의는 형벌[처벌]과 보상 그리고 평등과 관련이 있다.
76 Justice, then, has something to do with punishment and reward, and something to do with equality,
처벌과 보상은 distributive, 평등은 commutative 와 관련이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런데 평등이라는 것도 사실 절대적인 것은 아니다. 공정함과 관련이 되어 있다. 공정함이라는 것은 상황에 달려 있는, 상대적인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distributive한 것이 완전히 상황을 떠난 절대적인 선과 악의 기준에 따른다는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해도 덜 상대적이라고 말할 수 있다.
135 동로마 황제 유스티니아누스에 의해 제시된 아주 오랜 정의에 따르면, "정의란 각자에게 각자의 몫[마땅한 몫]을 주고자 하는 항구적이고 영속적인 의지"인 것이다.
76 A very old definition, offered by the Roman Emperor Justinian, states that ‘justice is the constant and perpetual will to render to each his due’.
'강의노트 > 강유원의 북리스트 2021-23' 카테고리의 다른 글
강유원의 북리스트 | 정치철학(마지막) #Miller (0) | 2023.07.14 |
---|---|
강유원의 북리스트 | 정치철학(76) #Miller 119쪽 ━ 4장 마무리 (0) | 2023.07.07 |
강유원의 북리스트 | 사회사상의 역사 (마지막) (0) | 2023.07.05 |
강유원의 북리스트 | 정치철학(75) #Miller 114쪽 (0) | 2023.07.03 |
강유원의 북리스트 | 사회사상의 역사 - 제6장(2) (0) | 2023.07.03 |
강유원의 북리스트 | 정치철학(74) #Miller 103쪽 (0) | 2023.06.28 |
강유원의 북리스트 | 정치철학(73) #Miller 101쪽 (0) | 2023.06.23 |
강유원의 북리스트 | 사회사상의 역사 - 제6장(1) (0) | 2023.06.2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