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티오의 책들 | 문학 고전 강의 — 43 제16강(2) 아이스퀼로스, 소포클레스, 에우리피데스

 

2023.08.12 문학 고전 강의 — 43 제16강(2) 아이스퀼로스, 소포클레스, 에우리피데스

⟪문학 고전 강의 - 내재하는 체험, 매개하는 서사⟫, 제16강(2) 
희랍(헬라스) 비극의 핵심 지식(Core Knowledge)
서사序詞, 즉 프롤로고스prologos로 시작하고 퇴장가退場歌, 즉 엑소도스exodos로 끝난다.
프롤로고스는 코로스가 오르케스트라orchestra에 등장하기 이전 부분으로 드라마의 주제와 상황을 제시한다. 
희랍 비극은 코로스들의 합창을 중심으로 하고 합창 사이사이에 대화가 끼어들어간 것이며, 이렇게 끼어들어가 있는 것을 ‘삽화’(epeisodion)라고 한다. 
합창단이 무대에 등장하면서 부르는 노래가 ‘등장가’이다. 
코로스가 하는 역할. 사건을 설명하면서도 관찰자 노릇도 하고 관객을 대신하여 사건을 되새겨보기도 한다.

 

 

《문학 고전 강의》 16강. 지난번에는 우리가 앞서 읽었던 욥기와 희랍의 비극이 어떤 차이가 있는가에 대해서 얘기를 해봤다. 구약 성서 이후에 등장한 신약성서 또는 신약 성서 이후에 계속 전개되었던 기독교의 역사를 보면, 요즘에 다시 기독교의 역사에 대해 예전에 이런저런 책들을 읽으면서 정리한 것들도 보고, 또 기독교 역사 책은 새로 나온 게 있나 살펴보니까 요새는 새로 나온 게 없는 것 같다. 우리는 흔히 서구의 역사는 기독교와 헬라스, 히브리 문화들이 있다고 말하는데 동양 문화도 여러 종류이다. 중국이나 베트남이나 우리 한국은 유교적 전통이 남아 있다고 하는데 일본만 해도 다르고 동양이 그것뿐이겠는가. 중앙아시아 쪽도 동양이고 인도도 동양이다. 그렇게 다르니까 뭉뚱그려서 말하면 안 되겠다. 그리고 유교적 전통이 있다고 해도 그 유교적 전통이라는 게 과연 무엇인지를 확정해야 하는 문제도 있고, 유교라고 하는 것 자체가 중국의 역사에서도 굉장히 서로 다른 이질적인 것들을 유교라는 이름으로 묶어 놓은 경우가 많이 있다. 마찬가지로 섣불리 이게 희랍의 전통이라고 얘기하는 것은 공부를 좀 한 사람이라면 책을 좀 읽은 사람이라면 결코 해서는 안 되는 말 중에 하나인 것 같다. 그래서 이제 희랍적인 특성이 있다 이렇게 말하기보다는 아이스킬로스 같다, 에우리피데스의 작품에서 나타나는 것이 보이는 것 같다, 소포클래스와 가까운 것 같다는 식으로 말하는 게 정확하지 않겠나 싶다. 논어에 등장하는 공자의 모습과 그것에 주석을 적어 놓은 성리학이 있다. 이런 사람들의 텍스트와 율곡 이이가 얘기한 것과는 아주 다르지 않은데 굉장히 결정적인 차이들이 많이 있다. 그런 것들을 생각할 필요가 있겠다. 그래서 지난번에 헬라스 정신은 합리적 정신이다 라고 얘기하고 나서 생각해 보니 그들이 얼마나 합리적이겠는가 생각이 든다. 그 정신이 어떻게 흐르고 굽이쳐서 흘러내려와서 어떻게 섞이고 한 것인지는 알 수가 없다.  오히려 자기와는 다른 믿음을 가진 자들을 야만인으로 취급하고 가차 없이 살육을 일삼았던 근대 서구 제국주의자들을 설명하려고 한 빅터 데이비스 핸슨 같은 사람은 그런 책을 썼겠다. 살육이라고 하는 것이 사실은 헬라스 정신이다 라고 하면 결코 합리적이지 않다. 이제는 함부로 이렇게 묶어서 일반화해서 말하는 것 자체가 굉장히 두려운 것 같다. 특히 문학 작품들을 어떤 사조 아래다 묶는다고 하는 것은 정말 작품을 잘 못읽는 태도가 아닌가 생각이 된다. 

<아가멤논>과 <제주를 바치는 여인들>, <자비로운 여신들>을 '오레스테이아'라고 부른다. 오레스테스 3부작은 아이스킬로스의 작품이다. 아이스킬로스는 오늘날 우리가 희랍 비극이다 하는 그런 양식을 만들어낸 사람이다. 내가 이런 비극 양식을 창시해서 후대에 이름을 널리 알려야지 그런 생각을 하고 그런 건 아니겠지만 그렇게 해야만 할 어떤 이유가 있지 않았을까 생각 해본다. 하고 싶은 얘기가 많아졌으니까 그렇겠다. 그리고 신화에서 모티브를 얻어 오긴 했다 해도 그것만으로는 만족할 수 없는 그 당시의 상황 그런 것들이 있었겠다. 소포클레스는 <오이디푸스 왕>을 읽을 것이고 그다음에 에우리피데스는 <메데이아>를 읽는다. <메데이아>는 열심히 읽어서 좀 더 보충을 해보려고 하는 생각을 갖고 있다.  

175페이지에 보면 희랍 비극의 형식에 대해서 한 페이지에 간략하게 설명을 해놓았다. 이런 것을 Core Knowledge라고 한다. 그러니까 핵심 지식이라고 불리는 것이다. 이것을 알고 있어야 하는 기본 개념이다. 기본 개념 그다음에 거기에 사용되는 용어 전반을 터미놀로지terminology라고 한다. 이 두 개가 합해져서 핵심 지식Core Knowledge를 형성한다. 그러니 희랍 비극을 좀 읽어봤다 하는 사람들에게도 희랍 비극의 형식은 아주 기본적인 것이다. 핵심 지식이 있어야 비극이라고 하는 다른 작품을 읽을 때도 가령 셰익스피어 작품도 이런 게 있나 하고 보게 되는 것이다.  섣부른 일반화는 안 좋지만 그래도 오랜 세월 동안 사람들이 읽어온 것들을 하나의 장르 아래에 묶어서 모아두었다 라고 하는 것은 이들이 서로 다른 점보다는 비슷한 점이 많기 때문에 그렇게 모아두지 않았겠는가. 어쨌든 희랍 비극은 프롤로고스로 시작해서 엑소도스로 끝난다.  서사로 시작해서 퇴장가로 끝난다는 것이 중요하다. 시작과 끝. 프롤로고스는 코로스가 오르케스트라에 등장하기 이전 부분으로 드라마의 주제와 상황을 제시한다.  그러니까 코로스가 중심인데 그들이 등장하기 전에 주제와 상황을 제시한다. 이것은 희랍 비극을 읽는 사람에게는 당연히 기본개념이다. 희랍 비극에 관한 Core Knowledge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 라고 말하면 이런 걸 생각을 하는 것이다. 그러면 Core Knowledge 안에는 앞서 말한 것처럼 핵심 지식, 그리고 핵심 지식 안에는 베이직 아이디어, 베이직 아이디어 안에는 프롤로고스와 엑소도스와 같은 것들이 있다. 그다음에 오르케스트라에 등장하기 이전 부분에 드라마의 주제와 상황을 제시한다.  이런 내용들이 터미놀로지이다. 그런 것들이 희랍 비극을 읽는다 하는 사람이 반드시 가지고 있어야만 하는 그런 지식이 되겠다.  

그다음에 합창단인 코로스가 등장하면 본격적으로 시작되는데 그다음에 중요한 것이 있다. 희랍 비극은 본래 코로스들의 합창을 중심으로 하고 합창 사이 사이의 대화가 끼어들어간 것이다.  그래서 대화가 끼어들어가 있기 때문에 에페이소디온epeisodion이라고 한다.  그러니까 희랍비극은 에페이소디온epeisodion이 아니라 합창을 중심으로 한다.  따라서 희랍비극을 읽을 때는 코로스가 뭐라고 하는지를 잘 봐야 한다. 코로스 부분을 열심히 안 읽고 중간중간에 끼어들어가 있는 에페이소디온만 읽어서 스토리만 읽어 나가면 그것은 무슨 얘기를 하고 있는지는 알겠는데 이 작품들을 온전히 음미하고 즐겼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가령 베토벤의 피아노 소나타를 누가 연주한다고 하면 그 음의 조화라든가 또는 그 음악이 우리에게 전해주고자 하는 그런 것 열정passion과 같은 것들을 느끼는 것이 먼저일 텐데 그러려면 사실 조금은 그것이 어떤 방식으로 만들어졌는가도 알아야겠다. 그런데 한 소절만 따서 듣고 즐기고 말아버린다든가 아니면 정말 어이없게도 피아니스트가 잘생겼다라든가 뭐 그런 식으로 얘기를 하면 곤란하지 않겠는가. 그 영역에서 구사하고 있는 또는 그 영역을 이해하는 데 필요한 Core Knowledge가 무엇인가 하는 것들을 정말로 많이 생각을 하고 보는 것이 좋다.  

드라마는 대개 3~6개 정도의 삽화를 가지는데 이게 나중에 막으로 발전해서 근현대극에서 1막, 2막, 3막 이렇게 되는 것이다. 5개의 막으로 이루어진 것도 있다. 가령 셰익스피어의 드라마들은 5막으로 이루어져 있다. 중간에 3개가 본론에 해당하는 것이고 그다음에 1막은 프롤로고스에 해당할 테고 그다음에 5막은 엑소도스에 해당하는 것이다. 그러니까 셰익스피어 드라마를 읽을 때도 이것은 기본적으로 운문인데 산문이 들어가 있는 형태이다. 기본적으로 운문은 노래이다. 그러면 이것 역시 셰익스피어 드라마가 근대 드라마라 할지라도 운문이라고 하는 형식을 가지고 있는 것, 그런 운문의 방식으로 쓰여졌다고 하는 것들이 중요한 어떤 역할을 한다는 것을 알 수가 있다. 운문으로 된 부분이 전달하고자 하는 것과 산문으로 된 부분이 전달하고자 하는 것이 다르다는 것, 그래서 코로스가 하는 역할을 잘 봐야 한다. 그동안 희랍 비극을 읽으면서 코로스 부분을 건너뛰고 지나갔다 하면, 이제는 본격적으로 좀 제대로 읽어보고 싶다 라고 할 때는 코로스 부분을 잘 읽어야 한다는 것이다.  

코로스가 하는 역할이 있다. 여기 보면 첫째가 앞으로 일어날 일을 예견하기도 하고 현재 진행되고 있는 이야기가 나온 배경들을 설명해 주고 그다음에 등장 인물들과 대화를 하면서 조언을 해주기도 한다. 다시 말해서 사건을 설명하면서 관찰자 노릇을 하고 관객을 대신해서 사건을 되새겨보기도 하고 그러다 보면 이 드라마가 우리에게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코로스에 담겨 있다는 것도 알아차릴 수 있다. 간단히 말하면 극에 참여하기도 하면서 동시에 극을 관찰하는 사람이기도 하다. 또한 코로스은 '테바이의 시민들' 이렇게 되어 있으니 당사자이기도 하다. 당사자이기도 한데 또 관객처럼 구경꾼이도 하다. 우리는 구경꾼에 대해서 안 좋은 어떤 선입견을 가지고 있는데 그럴 수도 있다. 그런데 또 막상 그런 사람이 객관적인 입장까지는 아니어도 구경꾼의 입장에서 한마디라도 해야 그게 제대로 굴러가는 것도 또한 사실이다.  

책의 175페이지에 나온 내용을 Core Knowledge라고 한다. 기억을 하고 있어야 한다. 그래야 셰익스피어 드라마를 볼 때도 적용된다.  '고전'이라고 하는 말을 우리가 들으면 그것은 형식을 갖추고 있는 것이다 라고 이해하면 된다. 아주 거칠게 이분화하면 클래식한 것이 있고 로맨틱한 것이 있다. 로맨틱한 것은 낭만적인 게 아니라 형식을 벗어난 것이다. 그러니까 형식을 갖추고 있는 게 고전이다 라고 생각하면 된다. 핵심 지식, 베이직 아이디어와 베이직 터미놀로지까지는 몰라도 되고, 핵심 지식이 무엇인가를 알아야 한다. 그 핵심 지식들을 익히는 것은 암기 사항이다.  

Core Knowledge라고 하는 것이 있은 다음에 스킬이 있는 것이고 한 영역에서의 스킬 또 여러 영역에서의 스킬을 익히는 것, 지금 기본적으로 희랍 비극을 읽기 위해서 알아야 될 것들을 Core Knowledge라고 했다. 그런데 핵심 지식이 있고 그다음에 이것을 전형적인 작품인 가령 <오이디푸스 왕>를 읽으면서 구체적으로 이런 식으로 적용해가면서 읽는구나 라고 읽는 기술을 습득을 하는 것이다.  그렇게 해서 헬라스 비극의 Core Knowledge와 스킬을 습득한 다음 그다음에 그것을 바탕으로 해서 셰익스피어 드라마를 읽으면 또 셰익스피어 드라마는 또 다른 지점들의 Core Knowledge가 따로 있을 것이다. 물론 같은 비극이니까 공통되는 것들이 있겠지만 비극의 Core Knowledge가 있을 것이고, 그 비극의 Core Knowledge 중에서 헬라스 비극의 Core Knowledge가 있을 것이고 셰익스피어 드라마의 Core Knowledge가 있을 것이다. 그리고 셰익스피어 드라마를 읽는 스킬이 있을 것이고 헬라스 드라마를 읽는 스킬이 있을 것이고 그 두 개를 묶으면 비극을 읽는 비극의 Core Knowledge와 스킬들을 스킬들을 익히게 된다. 그리고 또 호메로스의 서사와 같은 페이건 전통에 있는 서사시들 그다음에 크리스찬 전통에 있는 서사시들 안에도 또 Core Knowledge와 스킬이 있다. 그러면 그것들을 묶으면 서사시와 비극의 Core Knowledge와 스킬들을 우리가 알게 되는 것이고, 그렇게 되면 문학이라고 하는 영역 안에서 여러 장르들의 스킬들을 익히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그건 문학이어서 그렇게 익힌 것을 또 이제 철학책을 읽을 때는 적용할 수 없기 때문에 철학책을 읽을 때의 Core Knowledge와 스킬이 있다. 여러 학문 영역에 있는 Core Knowledge와 스킬들을 알았을 때 그때서야 이제 창의력creativity이라고 하는 것이 생겨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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