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티오의 책들 | 문학 고전 강의 — 46 제17강(2) 아이스퀼로스, 소포클레스, 에우리피데스

 

2023.08.26 문학 고전 강의 — 46 제17강(2) 아이스퀼로스, 소포클레스, 에우리피데스

⟪문학 고전 강의 - 내재하는 체험, 매개하는 서사⟫, 제17강(2) 
클뤼타이메스트라. “해묵은 불화를 끝내줄 이 결전을 나는 오래 전부터 / 계획하고 있었고 이제 드디어 성취했을 따름이오.”(아가멤논, 1377-1378)
코로스. “이렇게 비난에 비난이 맞서니 / 사리를 판단하기 어렵구나. / 하나 약탈자는 약탈당하고, 살해자는 대가를 치르나니, / 제우스께서 왕좌에 계시는 동안에는 / 행한 자는 당하기 마련, 그것이 곧 법도임에랴.”(아가멤논, 1560-1564)
코로스장. “운명이 오레스테스를 고향에 데려다준다면 그렇게는 안 될 걸.”(아가멤논, 1667)
파수병. “신들이시여, 제발 이 고역에서 벗어나게 해주소서!”(아가멤논, 1)

 

 

오레스테이아 삼부작 <아가멤논>을 읽고 있다. 지난번에 미망이라고 하는 말을 했다. 번역어가 미망이지만 내용을 자세히 볼 것도 없다. 내용을 들여다보면 코로스의 얘기 "치욕을 꾀하는 미망은 사람의 마음을 대담하게 / 만드는 법. 미망이야말로 모든 재앙의 시작이라네"라는 말이 알려주는 그 뜻이 계속 이어지는 복수의 연쇄, 그 연쇄를 사람들은 모른다. 그렇게 복수를 함으로써 끝날 거라 그렇게 생각하지만 그렇지 않다. 아가멤논에게 주어진 상황은 아이기스토스에게 원한을 산 것인데 그게 아버지에게 물려받은 상황이다. 그런데 이제 아가멤논은 거기에서 트로이아 원정군에 대한 서약을 지키기 위해서 자신의 딸을 죽이는 행위를 한다. 그렇게 하면서 새로운 상황이 작동하게 된다. 살아있는 한은 이 사건의 연쇄를 벗어날 수 없다. 무언가를 했으면 결국 그것은 계속 이어지게 된다. 죽으면 그게 사라질 것 같지만 사실 죽어도 안 없어지는 게 이런 연쇄인 것 같다. 그러니 우리는 죽은 사람을 이렇게 호출을 하지 않는가. 친일파 이완용은 죽었지만 때가 되면 계속 호출이 된다. 사람은 죽어서도 이름을 남기고 그 이름에 의해서 뭔가를 하기 때문에 끝없이 이어지는 그런 게 될 것이다. 그래서 살아있는 동안 가능하면, 불교에서 좋은 인연을 만들어야 한다는 얘기한다. 그게 그런데 쉬운가. 그걸 어떻게 해야 좋은 인연을 만드는지 알 수가 있어야 하는데 그걸 모르니까 계속 악연을 만들고 그 악연의 연쇄고리에서 빠져나오지 못한다. 그래서 좋은 인연을 만드는 것은 애초에 제 능력으로는 안 되는 것 같고 그래서 가능하면 악연을 만들지 않기 위해서 뭘 안 하는 쪽을 선택해 간다. 내가 어떤 행위를 함으로써 다른 사람의 행위를 유발하고 다른 사람의 말을 불러일으키는 원인을 만든다. 물론 지금 이렇게 《문학 고전 강의》를 설명한다고 떠들고 있는 것도 하나의 행위인데 이렇게 해서 제가 뭔가 악연을 만들 거라고 생각하면, 그렇다고 안 할 수도 없고 최대한 인류 역사 속에서 선한 행위라고 일컬어져 왔던 것들을 해보려고 하는 것, 제가 착한 사람이라서가 아니라 악을 피하기 위해서, 악이 재생산되고 나쁜 짓을 이어가는 것을 피하기 위해서 할 수 있는 최소한의 것, 그것이다. 

 

그래서 아가멤논은 자신의 딸을 죽임으로써 이 상황이 전혀 다른 상황으로 작동한다. 아가멤논의 아내 클뤼타이메스트라가 그것에 대해서 복수를 하려고 나서니까 그렇다. 갈등의 한 축은 서약인데 그냥 아가멤논이 트로이아 원정을 가지 않겠다 하고 말았으면 아이기스토스와 연결되어 있는 것만 해결하면 끝났지 않았겠는가. 그런데 이제 딸을 죽이니까 클뤼타이메스트라와의 연쇄고리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그래서 이처럼 인간은 기존의 상황과 결합해서 인간이 어떤 행위를 하게 되면 새로운 운명의 멍에를 만들어내게 된다. 그리고 어쩔 수 없는 상황을 완전히 해소시킬 만한 행위를 선택하지 않으면 어디에서든 그 매듭을 끊어내지 않으면 이어지게 된다. 그렇게 해서 이제 아가멤논은 트로이야 원정에 나서게 되었다. 그러나 그게 클뤼타이메스트라에게는 주어진 상황이 되었던 것이다. 그것이 결국 아가멤논 살해라고 하는 사건으로 딱 응결되는 것이다. 이피게네이아가 아가멤논에 의해서 재물로 바쳐진 사건, 그러니까 클뤼타이메스트라가 아가멤논을 죽인 다음에 하는 말이 이것이다. "해묵은 불화를 끝내줄 이 결전을 나는 오래 전부터 / 계획하고 있었고 이제 드디어 성취했을 따름이오."  클뤼타이메스트라는 자기 자신의 딸 이피게네이아가 재물로 바쳐졌을 때부터 개혁을 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그러면 클뤼타이메스트라는 그깔끔한가. 그는 자신의 살인 행위를 해묵은 불화를 끝내줄 결전이라고 말하는데 결전이 아니고 또 다른 운명의 사슬이 된다. 그러면서 아주 당당하게 "자기 행동에 대한 응분의 벌을 / 받은 것이오."라고 말한다.  그런데 클뤼타이메스트라가 이렇게 응분의 벌이라고 했을 때 그것으로 끝낼 수 있는 사건이 아닌데 코로스가 그게 아니라는 걸 알려준다.  

<아가멤논> 1377-1378행
클뤼타이메스트라: 해묵은 불화를 끝내줄 이 결전을 나는 오래 전부터 / 계획하고 있었고 이제 드디어 성취했을 따름이오.

<아가멤논> 1527-1528행
클뤼타이메스트라: 그는 자기 행동에 대한 응분의 벌을 / 받은 것이오.


여러 차례 말했듯이 코로스를 잘 읽어야 한다. 그리고 <아가멤논>은 사건의 연쇄고리가 아주 명료해서 우리가 이걸 해석해 보고 할 필요조차 없다. 아가멤논은 이렇게 해서 이런 일이 벌어졌구나 클뤼타이메스트라가 이렇게 해서 이렇게 하고 있구나 라는 것이 아주 명료하게 우리 눈에 드러나온다. 그러니까 그것에 대해서 해석을 할 여지가 없다. 그래서 코로스가 하는 말이 1560행에서 1564행에 "이렇게 비난에 비난이 맞서니 / 사리를 판단하기 어렵구나. / 하나 약탈자는 약탈당하고, 살해자는 대가를 치르나니, / 제우스께서 왕좌에 계시는 동안에는 / 행한 자는 당하기 마련, 그것이 곧 법도임에랴."  행하는 자는 복수를 행하는 자이겠고, 여기서는  클뤼타이메스트라를 지칭할 테고 클뤼타이메스트라는 자기는 모든 게 이걸로 끝났을 것이다 라고 생각했지만 사실은 이제 또 다른 사건의 시작이다. 그리고 나서 이제 아이기스토스라는 행위자가 연결돼 있는데 클뤼타이메스트라가 미망에 빠져 있었다는 것을 우리가 명료하게 알 수 있는 것은 아이기스토스가 자신을 복수의 도구로 이용했던 것을 알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가 어떤 사건이 벌어졌을 때 그 사건의 전체 범위를 알 수는 없다. 사실은 그 사건의 전체 범위는 온 우주에 퍼져 있다. 온 우주는 너무 머니까 지구 전체에 퍼져 있다. 지구 전체도 멀다 하면 땅의 전체에 퍼져 있다. 그렇게 되어 버리면 누구도 책임지지 않아도 되는가. 그렇지는 않다. 누군가는 응분의 뭔가를 받아야 한다. 그게 역사적 책임이 되었건 뭐가 되었건 말이다. 아가멤논은 죽었고 아이기스토스도 사태가 좀 잘못되어 가고 있지 않나 그런 생각을 할 텐데 이제 그들은 오레스테스의 표적이 되었다.  그러니까 코로스장이 "운명이 오레스테스를 고향에 데려다 준다면 그렇게는 안 될 걸."이라고 말한다. 코로스는 좋은 의미에서의 구경꾼이니까 모든 걸 다 알려준다. 그런데 클뤼타이메스트라와 아이기스토스의 귀에는 들어오지 않고 클뤼타이메스트라는 "허튼 소리는 그만 무시해 버리세요.  나와 당신은 / 이 집의 주인으로서 만사를 잘 꾸려나가야 하니까요." 신났다. 그래서 이제 행복한 날들만 남아 있는 것 같지만 우리가 이런 걸 영화에서 보면 반전의 반전의 반전이라고 얘기한다. <아가멤논> 1행에 보면 파수병이 "신들이시여, 제발 이 고역에서 벗어나게 해주소서!"라고 말한다. 이 고역이라고 하는 것은 인간의 힘으로는 어찌 해볼 수 없는 비참한 상황, 인간의 힘으로 어쩔 수 없으니까 신들의 힘으로 벗어나려고 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복수의 연쇄로는 해결이 안 나는 그런 상황이라고 하겠다. <아가멤논>은 이렇게 고역에서 벗어나지 못한 인간들이 사실은 벗어나지 못했는데 벗어났다고 자만하고 있는 그런 사람들의 연쇄고리가 있다. 저는 이제 그것만 가지고 이렇게 얘기를 했는데 사실 중간에 카산드라가 나오는 부분은 얘기를 안 했다. 카산드라와 코로스와의 대화 부분이 굉장히 긴박한 부분인데 이 부분은 기회가 있으면 설명할 일이 있을 것이다.  

<아가멤논> 1560-1564행
코로스(우 4) 이렇게 비난에 비난이 맞서니 / 사리를 판단하기 어렵구나. / 하나 약탈자는 약탈당하고, 살해자는 대가를 치르나니, / 제우스께서 왕좌에 계시는 동안에는 / 행한 자는 당하기 마련, 그것이 곧 법도임에랴.

<아가멤논> 1667행
코로스장: 운명이 오레스테스를 고향에 데려다준다면 그렇게는 안 될 걸.

<아가멤논> 1672-1673행
클뤼타이메스트라: 허튼 소리는 그만 무시해 버리세요.  나와 당신은 / 이 집의 주인으로서 만사를 잘 꾸려나가야 하니까요.

<아가멤논> 1행
파수병: 신들이시여, 제발 이 고역에서 벗어나게 해주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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