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퀴디데스: 펠로폰네소스 전쟁사
- 책 밑줄긋기/책 2023-24
- 2023. 9. 18.
펠로폰네소스 전쟁사 - 투퀴디데스 지음, 천병희 옮김/도서출판 숲 |
005_ 옮긴이 서문 아주 특별한 비극, 펠로폰네소스 전쟁사
026_ 일러두기
Ⅰ
028_ 1~23장
서론. 초기 헬라스의 상황. 이 책의 주제, 방법, 목표
046_ 24~65장
전쟁의 직접적인 원인; 아테나이와 코린토스의 충돌
074_ 66~88장
펠로폰네소스 동맹국들이 라케다이몬에서 회동하다; 모두 아테나이의 공격을 비난하며 전쟁을 지지하는 쪽으로 기울다
093_ 89~117장
전쟁의 근본적인 원인; 페르시아 전쟁 이후 아테나이의 국력 신장
114_ 118~125장
펠로폰네소스 동맹국들이 라케다이몬에서 재차 회동하다; 전쟁 준비
120_ 126~146장
라케다이몬과 아테나이가 서로 불만을 토로하다; 퀼론, 파우사니아스, 테미스토클레스 이야기. 라케다이몬의 최후통첩을 아테나이가 거부하다
Ⅱ
142_ 1~9장
테바이의 플라타이아이 공격과 전쟁의 시작(기원전 431년); 헬라스인들은 대부분 라케다이몬에 동정적이다
149_ 10~33장
펠로폰네소스인들이 앗티케 지방에 침입하자 아테나이인들이 다른 곳에서 대규모 반격을 가하다
166_ 34~46장
아테나이인 전몰자들을 위한 페리클레스의 추도사
176_ 47~70장
전쟁 2년차가 시작되다. 아테나이의 역병. 페리클레스와 그의 정책에 대한 개관. 전쟁 2년차가 끝나다
195_ 71~94장
플라타이아이가 펠로폰네소스인들과 보이오티아인들에게 포위 공격당하다. 코린토스 만 해전에서 아테나이인들이 승리하다
218_ 95~102장
아테나이의 트라케 동맹군이 마케도니아에 침입하다. 전쟁 3년차가 끝나다
Ⅲ
228_ 1~35장
레스보스가 뮈틸레네의 주도 아래 아테나이에 반기를 들다. 포위 공격당하던 플라타이아이인들 가운데 상당수가 탈출하다. 전쟁 4년차가 끝나다. 펠로폰네소스인들이 뮈틸레네인들을 지원하려다 실패하다. 뮈틸레네의 항복
250_ 36~50장
뮈틸레네인들의 처벌을 두고 클레온과 디오도토스가 아테나이에서 논쟁을 벌이다; 아테나이인들이 뮈틸레네 주민들을 대부분 살려주기로 결의하다
264_ 51~68장
플라타이아이의 항복; 플라타이아이인들이 재판받고 처형되다.
279_ 69~90장
케르퀴라 섬의 내전. 정치 변혁에 대한 심리 분석. 시켈리아에서의 아테나이인들의 활동. 전쟁 5년차가 끝나다
293_ 91~104장
데모스테네스 휘하의 아테나이군이 아이톨리아 지방에서 패하다. 아테나이인들이 델로스 섬을 정화(淨化)하다
304_ 105~116장
데모스테네스 휘하의 아테나이군이 암프라키아에서 승리하다. 전쟁 6년차가 끝나다
Ⅳ
316_ 1~51장
아테나이인들이 퓔로스에서 승리하다. 라케다이몬인들이 평화조약과 동맹조약을 맺자고 제의하지만 거절당하다. 라케다이몬 군사들이 항복하고 아테나이로 끌려가서 구금되다. 케르퀴라의 과두정파가 학살되고 내전이 끝나다. 전쟁 7년차가 끝나다
351_ 52~74장
아테나이인들이 라케다이몬에 몇 차례 성공을 거두다. 시켈리아의 헬라스인 이주민들 사이에 평화조약이 체결되다. 메가라의 내전이 아테나이인들의 실패로 끝나다. 메가라에 항구적인 과두정부가 들어서다
367_ 75~116장
브라시다스 휘하의 라케다이몬군이 트라케 지방으로 원정길에 오르다; 그곳에 있는 몇몇 동맹국이 아테나이에 반기를 들다. 아테나이군이 델리온에서 보이오티아군에게 패하다. 브라시다스가 암피폴리스를 함락하다. 전쟁 8년차가 끝나다
397_ 117~135장
아테나이와 라케다이몬의 휴전협정. 트라케 지방의 헬라스인들이 계속 아테나이 동맹을 이탈하다. 전쟁 9년차가 끝나다
Ⅴ
414_ 1~12장
아테나이인들이 암피폴리스를 탈환하려다 실패하다; 브라시다스와 클레온이 전사하다
424_ 13~39장
아테나이와 라케다이몬의 50년간 평화조약과 동맹조약. 전쟁 10년차가 끝나다. 불만을 품은 일부 라케다이몬의 동맹국들이 음모를 꾸미다. 전쟁 11년차가 끝나다
446_ 40~83장
아테나이와 아르고스와 일부 펠로폰네소스 국가들이 동맹을 체결하다. 전쟁 12년차가 끝나다. 아테나이의 지원을 받는 아르고스와 에피다우로스의 전쟁. 전쟁 13년차가 끝나다. 아테나이군과 아르고스군과 그들의 동맹군들이 만티네이아에서 라케다이몬군에게 패하다; 아르고스와 라케다이몬의 50년간 평화조약과 동맹조약. 전쟁 14년차가 끝나다. 아르고스가 다시 라케다이몬 쪽에서 아테나이 쪽으로 기울다. 전쟁 15년차가 끝나다
480_ 84~116장
아테나이의 멜로스 섬 원정. 아테나이 대표단과 멜로스 대표단의 대화. 멜로스의 저항. 멜로스의 항복. 멜로스 주민들이 처형되거나 노예가 되다
Ⅵ
492_ 1~7장
아테나이가 시켈리아 침공 계획을 세우다. 시켈리아 주민들에 관한 개관. 전쟁 16년차가 끝나다
499_ 8~32장
아테나이가 시켈리아 원정에 착수하다. 니키아스와 알키비아데스가 장군으로 임명되다. 니키아스가 공개적으로 원정에 반대하다. 알키비아데스가 신성모독죄로 고발당하다
518_ 33~61장
아테나이 원정대가 출발했다는 보고를 접한 쉬라쿠사이인들 사이에 그 개연성을 두고 논쟁이 벌어지다. 아테나이인들이 시켈리아에 도착하여 현지 지원을 받고 군자금을 구하려고 노력하다. 본국에서 소환하자 알키비아데스가 도주하고 망명하다
541_ 62~88장
쉬라쿠사이군이 아테나이군에 패하다. 헤르모크라테스가 쉬라쿠사이의 방어체계를 재정비하다. 카마리나 시에서 헤르모크라테스와 아테나이 사절 에우페모스가 서로 우군이 되어달라며 논쟁을 벌이다; 카마리나인들은 중립 노선을 택한다
563_ 89~105장
알키비아데스가 라케다이몬으로 망명해, 시켈리아와 앗티케에서 동시에 아테나이를 공격하도록 라케다이몬인들을 설득하다. 전쟁 17년차가 끝나다. 아테나이군이 쉬라쿠사이군에게 이기고 도시를 포위하기 시작하다. 귈립포스 휘하의 펠로폰네소스 구원병들이 도착하다
Ⅶ
580_ 1~30장
쉬라쿠사이인들이 다시 전쟁 준비에 전념하다. 니키아스가 아테나이에 증원부대를 파견해주든지 아니면 군대를 철수시켜달라는 내용의 서찰을 보내다. 그의 요청에 따라 아테나이인들이 증원부대를 파견하다. 전쟁 18년차가 끝나다. 라케다이몬군이 앗티케에 침입하다. 라케다이몬인들이 데켈레이아를 요새화하다. 아테나이를 지원하러 왔다가 귀국하던 트라케인들이 도중에 뮈칼렛소스 마을을 약탈하다
603_ 31~49장
아테나이 해군이 쉬라쿠사이 항에서 쉬라쿠사이인들과 그들의 동맹군들에게 패하다. 데모스테네스 휘하의 아테나이 증원부대가 도착하다. 아테나이군이 쉬라쿠사이 요새를 함락하려고 야습을 감행했으나 함락 직전에 참패하다. 데모스테네스는 아테나이로 철군하자고 주장했지만 니키아스가 이를 뒤로 미루다
619_ 50~71장
아테나이군이 바닷길로 탈출하려고 절망적인 시도를 해보지만 쉬라쿠사이군이 그들을 결연히 저지하다. 쉬라쿠사이군이 해전에서 결정적인 승리를 거두다
637_ 72~87장
아테나이군이 육로로 철수하며 계속 적군에게 공격당하다. 수많은 군사들이 도륙된 뒤 아테나이군이 항복하다. 데모스테네스와 니키아스가 죽임을 당하다. 살아남은 자들은 채석장에 감금되다
Ⅷ
654_ 1~6장
아테나이인들이 전쟁을 계속하기로 결의하다. 펠로폰네소스인들이 곧 최후의 승리를 거둘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하다. 이오니아 지방 도시들이 아테나이에 반기를 들려 하다. 펠로폰네소스군에게 페르시아 왕이 군대 유지비의 일부를 대주겠다고 제의하다. 전쟁 19년차가 끝나다
659_ 7~18장
전투 재개; 라케다이몬인들이 해전에서 패하자 사기가 꺾이다. 알키비아데스의 공작으로 키오스가 아테나이 동맹을 이탈하고 밀레토스와 다른 도시들이 그 뒤를 따르다. 페르시아 왕과 그의 태수 팃사페르네스와 라케다이몬인들과 그들의 동맹국들 사이에 협정이 체결되다.
667_ 19~44장
주로 이오니아 지방에서 계속해서 전투가 벌어지지만 승패가 가려지지 않다. 라케다이몬인들과 그들의 동맹군이 전에 페르시아가 지배하던 영토의 일부를 양보하는 대가로 페르시아 쪽에서 그들에게 보조금을 지급하기 시작하다. 라케다이몬과 페르시아 간의 협정이 수정되다
685_ 45~60장
라케다이몬과 알키비아데스 사이의 불화. 팃사페르네스에게 망명한 알키비아데스가 어느 한쪽 편만 들지 말고 헬라스 양대 세력의 군세가 호각을 이루어 서로 지치게 만들도록 하라고 페르시아인들에게 조언하다. 아테나이군 내의 과두제 지지 세력이 알키비아데스의 주선으로 페르시아의 보조금을 타내려고 음모를 꾸미다. 아테나이 민중이 마지못해 동의하다. 전쟁 20년차가 끝나다
698_ 61~88장
아테나이의 민주정부가 편협하고 과격한 과두정부로 대치되다. 아테나이 병사들이 이에 강력히 반발하여 내전이 일어나기 직전이다. 펠로폰네소스인들과 페르시아인들 사이에 긴장이 높아지다
721_ 89~109장
아테나이 과두정부의 붕괴. 라케다이몬인들의 해군이 에우보이아 섬 서쪽 에리포스 해협의 해전에서 승리했으나, 모험정신의 결여로 아테나이에 결정타를 가하지 못하다. 아테나이가 헬레스폰토스 해협 퀴노스세마 곶 앞바다의 해전에서 모처럼 크게 이기다
743_ 참고문헌
746_ 도량형 환산표
748_ 연설 찾아보기
755_ 찾아보기
801_ 지도
1 (1) 아테나이인 투퀴디데스는 펠로폰네소스인들과 아테나이인들 사이의 전쟁이 어떻게 전개되었는지 그 역사를 기록했다. 전쟁이 터지자마자 그는 이 전쟁이 과거의 어떤 전쟁보다 기록해둘 가치가 있는 큰 전쟁이 되리라 믿고 기록하기 시작했다. 그의 이런 믿음은 근거 없는 것이 아니었다. 양 진영은 만반의 준비를 마치고 최강의 상태에서 전쟁을 시작했고, 나머지 다른 헬라스인들도 더러는 당장, 더러는 조금 망설이다가 어느 한쪽에 가담하는 것을 그가 보았기 때문이다.
(2) 그것은 헬라스인들뿐 아니라 일부 비(非)헬라스인들에게도, 아니 전 인류에게 일대 사변이었다.
(3) 먼 옛날에 일어난 사건이나 우리 시대 이전에 일어난 사건은 벌써 시간이 많이 흘러 정확히 알 수 없었지만, 되도록 먼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 여러 증거를 검토한 결과 나는 전쟁이든 그 밖의 일이든 이토록 규모가 큰 것은 그 어떤 것도 없었다는 결론에 이르렀기에 하는 말이다.
22 (1) 각각의 인물이 전쟁 직전이나 전쟁 중에 발언한 연설에 관해 말하자면 직접 들었든 간접적으로 전해 들었든 나로서는 정확히 기억하기가 어려웠다. 그래서 나는 실제 발언의 전체적인 의미를 되도록 훼손하지 않으면서 연설자로 하여금 그때그때 상황이 요구했음 직한 발언을 하게 했다.
(2) 그리고 전쟁 중에 실제로 일어난 사건에 관해 말하자면, 나는 우연히 주워들은 대로 또는 내 의견에 따라 기술하지 않고, 내가 직접 체험한 것이든 남에게 들은 것이든 최대한 엄밀히 검토한 다음 기술하는 것을 원칙으로 삼았다.
(3) 그래도 사실을 알아내기란 힘든 일이다. 왜냐하면 각각의 사건의 증인이 어느 한쪽을 편들거나 또는 정확히 기억하지 못해 같은 사건을 두고 다른 말을 하기 때문이다.
(4) 내가 기술한 역사에는 설화가 없어서 듣기에는 재미가 없을 것이다. 그러나 과거사에 관해 그리고 인간의 본성에 따라 언젠가는 비슷한 형태로 반복될 미래사에 관해 명확한 진실을 알고 싶어 하는 사람은 내 역사 기술을 유용하게 여길 것이며, 나는 그것으로 만족한다. 이 책은 대중의 취미에 영합하여 일회용 들을 거리로 쓴 것이 아니라 영구장서용으로 쓴 것이기 때문이다.
(3) 전에는 소문으로만 듣고 현실로는 확인되지 않던 일들이 갑자기 있음직한 일로 믿어졌다. 유례없이 격렬한 대지진들이 발생했고, 일식이 유례없이 자주 일어났고, 곳곳에 극심한 가뭄이 들어 기근으로 이어졌고, 역병이 엄청난 타격을 가하며 수많은 목숨을 앗아갔다. 전쟁이 터지면서 이 모든 재앙이 헬라스인들을 덮쳤다.
(4) 이번 전쟁은 아테나이인들과 펠로폰네소스인들이 에우보이아 섬을 함락하고 맺은 30년 평화조약을 파기함으로써 일어났다.
(5) 앞으로 어느 누구도 왜 헬라스인들 사이에 이런 큰 전쟁이 일어났는지 묻지 않도록, 나는 그들이 조약을 파기하게 된 원인과 그들의 쟁점을 먼저 기술하겠다.
(6) 그러나 진정한 원인은 사실 눈에 보이지 않는 곳에 있다고 나는 생각한다. 말하자면 아테나이의 세력 신장이 라케다이몬인들에게 공포감을 불러일으켜 전쟁을 불가피하게 만든 것이다.
81 (4) 에우뤼메돈이 60척의 함선을 이끌고 도착해 이레를 머무르는 사이 케르퀴라인들은 자신들이 적으로 간주한 시민들을 계속 학살했다. 희생자들에게는 민주정부를 전복하려 했다는 죄명이 씌워졌다. 그러나 더러는 개인적인 원한 때문에 죽었고, 더러는 빚을 준 까닭에 채무자의 손에 죽기도 했다.
(5) 죽음은 온갖 모습으로 다가왔고, 그러한 상황에서 있을 법한 모든 일이, 아니 더 끔찍한 일들이 일어났다. 아버지가 아들을 죽이기도 했고, 신전에서 끌려나와 신전 옆에서 살해되는 사람들도 있었다. 디오뉘소스 산전에 감금되어 그 안에서 죽는 자들도 더러 있었다.
82 (2) 이런 내란은 헬라스의 도시들에 크나큰 고통을 안겨주었는데, 이런 고통은 사람의 본성이 변하지 않는 한 잔혹함에서 정도의 차이가 있고, 주어진 여건에 따라 양상이 달라져도 되풀이되고 있으며 언제나 되풀이 될 것이다. 번영을 누리는 평화 시에는 도시든 개인이든 원하지 않는데 어려움을 당하도록 강요받는 일이 없으므로 더 높은 도덕적 수준을 유지한다. 그러나 일상의 필요가 충족될 수 없는 전쟁은 난폭한 교사이며, 사람의 마음을 대체로 그들이 처한 환경과 같은 수준으로 떨어뜨린다.
(3) 그리하여 도시들에 잇달아 내란이 발생했다. 나중에 내란이 발생한 도시들은 먼저 내란이 발생한 도시에서 일어난 사건에 관해 듣고는 권력을 장악하는 치밀한 방법과 전대미문의 잔혹한 보복행위라는 점에서 이전과는 달리 극단으로 흘렀다.
(4) 사람들은 행위를 평가하는 데 통상적으로 쓰던 말의 뜻을 임의로 바꾸었다. 그래서 만용은 충성심으로 간주되고, 신중함은 비겁한 자의 핑계가 되었다. 절제는 남자답지 못함의 다른 말이 되고, 문제를 포괄적으로 이해하는 것은 무엇 하나 실행할 능력이 없음을 뜻하게 되었다. 충동적인 열의는 남자다움의 징표가 되고, 등 뒤에서 적에게 음모를 꾸미는 것은 정당방위가 되었다.
(5) 과격파는 언제나 신뢰받고, 그들을 반박하는 자는 의심을 받았다. 음모를 성공적으로 꾸미는 것은 영리하다는 증거이고, 음모를 미리 적발하는 것은 더 영리하다는 증거였다. 그러나 이 두가지에 미리 대비한 자는 당을 전복하려 하며 반대파를 두려워한다는 말을 들었다. 한마디로, 해코지할 계획을 세우는 지를 선제 공격하는 것도, 해코지할 의도가 전혀 없는 사람을 사주하는 것도 똑같이 칭찬받았다.
(6) 그리고 친족 사이가 동지 사이보다 유대가 덜 돈독했다. 동지들은 주저 없이 대담하게 행동할 준비가 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 종류의 연대는 기존 법의 테두리 안에서 맺어진 것이 아니라 이기심에서 기존 질서를 무시하고 맺어진 것이다. 그래서 당원들이 서로 신뢰감을 느낀 것은 그들이 종교 단체의 회원이어서가 아니라 서로 공범 관계에 있었기 때문이다.
82 (8) 이 모든 악의 근원은 탐욕과 야심에서 비롯된 권력욕이었으며, 일단 투쟁이 시작되면 이것이 광신 행위를 부추겼다. 여러 도시의 정파 지도자들은 한쪽에서는 대중의 정치적 평등을, 다른 쪽에서는 건전한 귀족정치를 내세우며 그럴듯한 정치 강령을 표방했다. 그러나 그들은 말로는 공공의 이익에 봉사한다면서도 사실 공공의 이 익을 전리품으로 여겼다. 그들은 반대파보다 우위를 차지하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경쟁하며 극단적인 잔혹행위를 일삼았으며 정의나 국익을 무시하고 반대파보다 더 잔인하게 보복했다. 그들은 그때그때 자선이 속한 정파를 즐겁게 해주는 것만을 행동기준으로 삼았으며, 당장의 야망을 충족시키기 위해서는 불법적인 투표로 유죄판결을 내리거나 폭력으로 권력을 탈취할 준비가 되어 있었다. 그리하여 어느 쪽도 종교적 경건함 같은 것은 존중하지 않았고, 수치스러운 행위를 미사여구로 정당화할 수 있는 자들은 명망이 높아졌다. 중립을 지키려던 시민들은 투쟁에 참가하기를 거절했기 때문이든, 그들만이 살아남게 될까 시새움을 샀기 때문이든, 극단으로 흐르는 두 정파의 희생양이 되었다.
83 (3) 대개 지적 수준이 낮은 자들일수록 살아남을 가망이 더 많았다. 그들은 자산들에게 약점이 있고 상대방이 지적으로 우월하다는 것을 알고 있는만큼, 자신들이 토론에서 지거나, 음모를 꾸미다가 약삭빠른 상대방에게 미리 들통날까 두려워 대담하게 곧장 행동에 나서곤 했기 때문이다.
(4) 반면 그들의 상대방은 일이 어떻게 진행될지 미리 내다볼 수 있다고 과신하다가, 그리고 정책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곳에서는 행동에 나설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다가 그만큼 준비를 소홀히 한 탓에 더 쉽게 제거되곤했다.
'책 밑줄긋기 > 책 2023-24' 카테고리의 다른 글
클라우스 뮐한: 현대 중국의 탄생 ─ 청제국에서 시진핑까지 (0) | 2023.09.25 |
---|---|
C. S. 루이스: 오독 ━ 문학 비평의 실험 (0) | 2023.09.25 |
알랭 코르뱅: 역사 속의 기독교 (0) | 2023.09.22 |
게르트 타이센: 예수 운동의 사회학 (1) | 2023.09.18 |
이지수: 인도 불교철학의 원전적 연구 (0) | 2023.09.11 |
김학철: 성스러움과 아름다움이 입 맞출 때 (0) | 2023.09.11 |
허먼 멜빌: 모비 딕(김석희 옮김) (일러스트레이트 양장본) (0) | 2023.09.04 |
마르틴 헹엘: 신구약 중간사 (0) | 2023.09.0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