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 보르헤스의 불교강의
- 책 밑줄긋기/책 2023-25
- 2023. 9. 25.
보르헤스의 불교강의 -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 지음, 김홍근 옮김/여시아문 |
보르헤스의 문학세계와 불교 : 보르헤스는 누구인가
1. 보르헤스와 불교
2. 불교와 포스트모더니즘
3. 재미있게 읽는 보르헤스
4. 불교강의 - 전설상의 붓다
5. 역사상의 붓다
6. 불교에 영향을 미친 사상
7. 불교의 우주관
8. 윤회
9. 불교 교리의 핵심
10. 대승불교
11. 라마불교
12. 중국불교
13. 탄트라불교
14. 선불교
15. 불교윤리
16. 불교란 무엇인가(강연 요지)
옮긴이의 말
5. 역사상의 붓다
서구인의 입장에서는 붓다의 일생과 예수의 일생을 비교해 보는 것이 불가피한 일인지 모른다. 예수의 전도생활은 격정적이고도 극적인 사건으로 채워진 반면, 붓다의 전도 생활은 인류의 스승으로서 모범적인 모습을 보여준다. 한편 신이 인간의 육신을 취하여 도둑들 사이에서 십자가형을 받고 죽었다는 교리는, 태자가 출가하여 성도(成道)한 뒤 깨달음의 길을 열었다는 사실보다 훨씬 강렬하다. 그러나 간과할 수 없는 사실은 불교는 개인의 유일한 인격이라는 것에 부정적인 입장이기 때문에 예수같이 드라마틱한 인물상은 불교의 기본적인 교리 자체에 위배된다는 점이다. 예수는 제자들에게 '너희들 중 두 사람이 내 이름으로 모이면 내가 그 중 세번째 사람이 되겠다'고 했다. 비슷한 상황에서 붓다는 제자들에게, '너희는 자기 자신과 진리를 등불로 삼고 의지하여라'하고 가르쳤다. 타력 신앙과 자력 신앙의 차이가 뚜렷하다. 에드워드 콘즈는 말하기를 개인으로서 고타마의 존재는 불자의 신앙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는 덧붙이기를 대승불교의 가르침에 따르면, 붓다는 여러 시대에 걸쳐 다양한 모습으로 이 땅에 나타나는 원형이기 때문에 붓다의 개성적인 모습은 큰 의미가 없다고 했다.
예수의 삶과 죽음은 일회적이고 다시는 되풀이되지 않는다고 한다. 반면 붓다의 삶과 가르침은 역사적인 주기 때마다 반복되며 고타마는 과거에서 미래로 끝없이 연결되는 거대한 흐름의 한 고리의 역할을 다하였다.
출가 수행의 전통은 고타마 개인에게 국한된 것이 아니라 모든 인도인에게 적용되며 오늘날에도 장년기를 넘어선 많은 인도인들은 가족과 재산을 뒤로 하고 수행사문의 길을 걷는다.
에드워드 콘즈는 말한다. "서구의 역사학자의 눈에는 붓다의 인간적인 모습만 사실이고 신비로운 정신 세계는 모두 픽션으로 보이겠지만, 불자의 입장에서는 붓다의 지고한 정신 세계가 일차적으로 가장 소중한 것이지 붓다의 개인사는 찬란한 정신적 보석을 감싸는 누더기처럼 부차적인 장식물에 지나지 않는다."
서구의 불교사학자들이 부딪치는 문제는 그 뿐만이 아니다. 쇼펜하우어처럼 인도인들도 역사를 경시한다. 연대기적인 의식이 희박한 것이다. 11세기 초반의 아랍학자였던 알베루니는 인도에서 13년을 살면서 이렇게 말했다. "인도 사람들은 역사적인 사건의 순서나 왕위 계승의 계보에 관해서는 관심이 없다. 그들에게 그런 것에 관한 질문을 할라치면 어떤 대답을 만들어 답할지 종잡을 수가 없다."
사실 인도인들에겐 어느 역사적인 날짜나 장소 혹은 개인의 이름보다는 그것이 담고 있는 사상이나 정신이 훨씬 더 중요하다. 이런 맥락에서 붓다의 탄생지로 알려진 카필라바스투는 산키아 학파의 창시자 카필라가 불교에 미친 커다란 영향을 암시하는지도 모른다.
인도철학자들은 종종 여러 시대의 철학파들을 동시대적인 것으로 취급한다. 인도철학사가 확립된 것은 막스밀러나 도이센 같은 유럽학자들에 의해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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