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수: 더 클래식 셋 ─ 말러에서 쇼스타코비치까지

 

더 클래식 셋 - 10점
문학수 지음/돌베개

프렐류드


괴기스러운 패러디, 그러나 아름다운 - 말러, 교향곡 1번 ‘거인’
“그대 내 마음이여 어서 일어서라!” - 말러, 교향곡 2번 ‘부활’
피아노로 그려낸 달빛 무늬 - 드뷔시, 베르가마스크 모음곡 중 ‘달빛’
햇살이 내리쬐는 초원, 아지랑이처럼 흔들리는 욕망 - 드뷔시, 목신의 오후에의 전주곡
영화의 막이 오르면 태양이 떠오른다 - 슈트라우스,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교향시 10년을 ‘영웅’으로 마무리하다 - 슈트라우스, ‘영웅의 생애’
세기말 빈의 일그러진 자화상 - 말러, 교향곡 5번
바다의 시간을 화폭에 담다 - 드뷔시, 바다?관현악을 위한 3개의 교향적 소묘


몽마르트르 언덕의 ‘벌거벗은 음악’ - 사티, 3개의 짐노페디
침묵과 소리의 중간에서 먼 곳을 응시하다 - 사티, 6개의 그노시엔느
북유럽의 하늘과 바람이 낳은 선율 - 시벨리우스, 바이올린 협주곡 d단조
핀란드의 맥박이여, 힘차게 고동쳐라 - 시벨리우스, 핀란디아
세 차례 운명의 타격, 쓰러지거나 일어서거나 - 말러, 교향곡 6번 a단조 ‘비극적’
나는 아이들이 잠깐 놀러 나갔다고 생각하지 - 말러, ‘죽은 아이를 그리는 노래’, ‘뤼케르트 시에 의한 5개의 가곡’
피아노와 관현악이 만들어내는 멜랑콜리의 극치 -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2번 c단조
자작나무 숲을 지나가는 서늘한 바람처럼 - 라흐마니노프, 교향곡 2번 e단조
피아노 한 대로 펼쳐내는 시적 미장센 - 야나체크, 수풀이 우거진 오솔길에서


러시아의 판타지, 파리를 매혹시키다 - 스트라빈스키, 불새
원시적이고 그로테스크한 12편의 연작회화 - 스트라빈스키, 봄의 제전
안달루시아의 온갖 향기가 진동한다 - 파야, 스페인 정원의 밤
칸테 혼도에서 발원한 민중의 노래 - 파야, 7개의 스페인 민요
고결하면서도 우울한 첼로의 선율 - 엘가, 첼로 협주곡 e단조
고통받으면서 쓰러져가는 가련한 여인에게 - 야나체크, 현악4중주 1번 ‘크로이처’
색채의 마술사가 들려주는 관능의 음악 - 라벨, 볼레로
재즈, 대서양을 건너 프랑스에 상륙하다 - 라벨, 피아노 협주곡 G장조


‘미국 음악’의 새로운 장을 열어젖히다 - 거슈윈, 랩소디 인 블루
음악이 끝나는 순간, 나는 어둠의 터널을 벗어나야 한다 - 쇼스타코비치, 교향곡 5번 d단조
소비에트의 아이들은 나무를 심는다 - 쇼스타코비치, 오라토리오 ‘숲의 노래’
번갯불처럼 떠오른 아다지오 악장의 선율 - 로드리고, 아랑훼즈 협주곡
혼란과 미지의 세상, 그래도 인간은 느끼고 사랑한다 - 프로코피에프, 피아노 소나타 7번 B플랫장조
가면을 벗고 거울과 마주한 맨얼굴 - 쇼스타코비치, 바이올린 협주곡 1번 a단조
손이여 멈춰라, 머리여 생각을 거두어라 - 슈트라우스, 네 개의 마지막 노래
나의 탱고는 발보다 귀를 위한 것 - 피아졸라, 아디오스 노니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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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렐류드

세월이 참 빨리 흐르는 것 같습니다. 돌이켜보니 2012년 9월에 '더 클래식'을 쓰기 위해 펜을 들었습니다. 지금이 2016년 6월이니 어느덧 3년하고 9개월의 시간이 훌쩍 흘렀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약간의 감개무량함, 아울러 허탈감이 동시에 밀려옵니다. 생각해보니 첫 번째 책과 두 번째 책보다 마지막으로 내놓는 세 번째 책에서 더 커다란 심적 부담과 체력 소모를 겪었던 것 같습니다. 시실 몇 번인가 슬럼프에 빠졌습니다. 때로는 장기간의 집필에서 오는 피로감, 말하자면 글쓰기의 지겨움이 몰려와 한달 내내 한 편도 쓰지 않은 채 빈둥거렸습니다. 또 때로는 어떤 사회적 상황으로 인한 좌절 때문에 펜을 들기 어려웠던 적도 있었습니다. 예컨대 세월호 참사를 겪으면서는 음악을 듣거나, 음악에 대해 말한다는 것 자체에 심각한 회의가 밀려오기도 했습니다. 물론 센티멘털한 태도일 겁니다. 그러나 저 역시 예민한 감정을 지닌 한 명의 인간으로서, 이런 저런 풍랑에 마음이 휩싸이면서 때때로 굴쓰기가 중단됐습니다. 그동안 돌베개 출판사로 혹은 제 개인 메일로 '왜 책이 안 나오냐?'고 문의해주신 고마운 독지들에게 이렇게나마 양해를 구합니다. 아울러 그런 채근의 메시지들이 저로 하여금 다시 펜을 들게 한 원동력이었음이 분명하기에, 이 자리를 빌려 감사의 마음을 전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제 원고지 약 3,000매의 마지막 방점을 찍으면서 다시 애초의 마음으로 돌아가 봅니다. '더 클래식'은 한국인들이 애호하는 101곡의 클래식 음악에 대해 설명하는 책입니다. 많은 이들이 보편적으로 즐기는 음악, 아울러 클래식의 역사에서 '위대한 걸작'으로 손꼽히는 음악을 중심으로 101곡을 추려내고, 그 음악에 대해 순음악적 해설보다는 통합적이고 인문학적인 해설을 지향하고 있는 책입니다. 다시 말해 문사철文史哲과 인본주의라는 앵글로 음악에 접근하고자 했습니다. 저는 그것이 맞다고 봅니다. 인간은 역사와 관계 속에서 존재하기 마련이고, 그 인간에 의해 이뤄지는 고도의 미적활동인 예술도 궁극적으로 삶의 일부 혹은 그 삶의 결정체라고 믿습니다. 모든 예술의 가장 핵심에는 개성과 보편성을 아울러 지닌 '인간'이 항상 숨 쉬고 있습니다. 그래서 '더 클래식'은 음악의 형식과 기술 같은 측면보다는 사람의 이야기에 훨씬 중점을 뒀습니다. 그리고 최종적으로는 들을 만한 음반을 3종씩 추천했습니다. 사실 이 음반 추천은 독자들에게 상당히 중요한 부분입니다. 저는 "음악은 실제로 듣는 것"이라는 말을 누누이 강조해 왔거니와,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어떤 연주자의 어느 음반으로 들을 것인가'라는 문제가 당장의 현실로 다가오기 때문입니다. 저는 101곡의 음악을 선곡하면서도 그랬듯이, 음반을 추천하면서도 가능하면 보편적 명연주들을 간추리려고 했습니다. 이른바 마니아 취향의 음반보다는 많은 이들에게 공감을 얻고 있는 음반을 중심으로 골랐습니다.

'더 클래식'의 ‘하나는 '바흐에서 베토벤까지'라는 부제를 지녔습니다. 둘은 '슈베르트에서 브람스까지'였습니다 이제 마지막으로 내놓는 셋은 '말러에서 쇼스타코비치까지' 입니다. 시기적으로는 자본주의의 첫 번째 좌절이었던 세기말부터 제2차 세계대전 직후인 20세기 중반까지를 포괄합니다. 이번 책에는 앞의 책들보다 훨씬 다양한 음악가들이 등장합니다. 19세기 말부터 20세기 초반의 독일-오스트리아 음악으로는 구스타프 말러(1860~1911)의 심리적 분열과 미적인 동경, 리하르트 슈트라우스(1864~1949)의 음악적 남성주의를 주로 거론했습니다. 또 프랑스 음악의 새로운 페이지를 열어젖힌 클로드 드뷔시(1862~1918) 와 모리스 라벨(1875~1937), 에릭 사티(1866~1925)의 음악도 비중 있게 등장합니다. 그밖에 유럽의 여러 나라 음악가들, 예컨대 영국의 에드워드 엘가(1857~1934) 와 핀란드의 장 시벨리우스(1865~1957), 체코의 레오시 야나체크(1854~1928), 스페인의 마누엘 데 파야(1876~1946)와 호아킨 로드리고(1901~1999) 등에도 지면을 할애했습니다. 러시아의 음악가로는 세르게이 라호마니노프(1873~1943)와 이고르 스트라빈스키(1882~1971), 세르게이 프로코피에프(1891~1953)를 비롯해 옛 소련의 문제적 음악가였던 드미트리 쇼스타코비치(1906~1975)를 비중 있게 다루면서 책의 부제에 이름을 올렸습니다. 아울러 20세기의 미국, 그중에서도 뉴욕의 음악을 상징하다시피 하는 조지 거슈윈(1898~1937), 또 '누에보 땅고'를 세상에 알린 아르헨티나의 아스토르 피아졸라(1921~1992)도 이 책의 등장인물입니다. 이렇듯이 '더 클래식' 세 번째 권은 지역적으로나 음악적으로나 첫 권과 두 번째 권에 비해 훨씬 다채롭습니다. 앞의 책들이 주로 독일-오스트리아의 음악에 집중했던 것과는 양상이 많이 다릅니다.

'더 클래식'에는 하나, 둘 셋이라는 순서가 붙어 있지만, 어느 책을 먼저 읽어도 좋습니다. 학창 시절의 습관처럼 시대순을 따라가며 읽을 필요는 전혀 없습니다. 그저 마음 가는 대로, 세 번째 책을 먼저 읽어도 좋고 두 번째 책을 먼저 손에 들어도 무방합니다. 이것은 또한 음악을 즐기는 시각이나 태도와 관련된 것이기도 합니다. 머리 싸매고 공부하려고 하지 말기를 바랍니다 음악은 가슴으로 느끼는 것, 그리하여 내 몸속에 저장하는 것입니다. 사티의 골계미를 맛보다가 바로크 시대의 음악가인 요한 제바스티안 바흐(1685~1750)의 《골드베르크 변주곡》으로 넘어갈 수도 있고, 요하네스 브람스(1833~1897)의 교향곡에 마음을 뺏겼다가 훨씬 앞 세대인 루트비히 판 베토벤(1770~1827)의 또 다른 교향곡에 심취할 수도 있습니다. 외려 저는 세 번째 책에 등장하는 음악들이야말로 지금의 우리에게 감각적으로 더 친숙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불과 50여 년 전부터 100년 전의 음악들이기 때문입니다.


다시 말하거니와 중요한 것은 실제로 음악을 듣는 것입니다. 이것저것 많이 들으려고 하기보다는 같은 곡을 여러 번 반복해 들으면서 음악을 내 몸으로 받아들이는 것입니다. 요즘 저는 책에 서명을 원하는 독자들에게 '음악과 더불어 아름다운 인생'이라는 문장을 자주 써드리곤 하는데, 그것이 바로 이 책을 세상에 내놓는 제 마음이라고 생각해주기 바랍니다. 아무쪼록 '더 클래식'이 음악을 들으려는 당신에게 '친구' 같은 책이 될 수 있기를 고대합니다. 음악을 들으면서 당신의 인생이 지금보다 더 아름다워질 수 있기를 소망합니다. 돌베개 출판사의 한철희 선배와 임직원 여러분, 정성들여 책을 만들어준 은정님과 현아님에게 감사와 우정의 마음을 보냅니다. 지난 1월 안타깝게 타계하신 스승의 영전에 감히 이 책을 바칩니다.

2016년 6월
문학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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