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자기 자신에게 이르는 것들

 

자기 자신에게 이르는 것들 (명상록 헬라스어 완역본) - 10점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지음, 김재홍 옮김/그린비

옮긴이 서문 내 마음의 ‘성채’(城砦)를 찾아서 — 5
일러두기 — 36
마르쿠스 생애와 주요 인물 연보 — 37

 

제1권 — 49
제2권 — 75
제3권 — 97
제4권 — 117
제5권 — 150
제6권 — 182
제7권 — 215
제8권 — 248
제9권 — 281
제10권 — 309
제11권 — 338
제12권 — 368

 

찾아보기 — 391
참고 문헌 — 404

 


2.12 이 모든 것은 얼마나 재빠르게 사라져 버릴 것인가. 그 육신 자체들은 우주 속에 있고, 그것들에 대한 기억은 영원속에 있다. 모든 감각적인 것, 특히 쾌락으로 우리를 매혹시키는 것, 고통으로 우리를 두렵게 하는 것, 허영심의 환호를 받는 것은 무엇인가? 이런 것들이 얼마나 가치 없고, 역겹고, 더럽고, 부패하기 쉽고, 또 죽었는지 모른다! 이것들은 우리 지성의 힘으로 이해할 수 있는 일이다. 그 의견이나 목소리가 명성을 〈주는〉 이 사람들은 정말 누구인가? 죽는다는 것은 무엇인가. 만일 우리가 죽음 그 자체를 바라보고, 개념 분석에 의해 죽음으로부터 그 공상적 요소(인상)들을 제거한다면 그것은 자연의 기능(ergon) 이외에는 아무것도 아닌 것을 알게 될 것이다. 

2.17 인생의 시간은 한순간 불과하고, 사람의 실체는 흘러가고, 그 감각은 무뎌지고, 그 육체 전체의 조합은 부패하기 쉬우며, 그 영혼은 소용돌이치고, 그 운명은 예측할 수 없고, 그 명성은 불확실하다. 한마디로 말하자면 육체에 속하는 모든 것은 흐름(강)이고, 영혼에 속하는 모든 것은 꿈이고 연기다. 인생은 싸움이고, [이국의 땅으로] 여행의 길이며, 사후명성은 망각일 뿐이다. 그렇다면 이 삶에서 우리를 보호해 줄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하나, 단 하나의 것 철학이다. 철학은 곧 내면의 다이몬(수호신이 모독을 당하고 손상을 입지 않도록 지켜 주고, 또 쾌락과 고통을 통제할 수 있도록 유지하는 데 있다. 

4.3 (1) 사람들은 시골이나 해안, 산에다 물러날 수 있는 곳(피신처)을 찾는다. 너 또한 그런 곳을 열렬히 동경하는 습성이 있다. 그러나 이는 모두 지극히 속된 사고방식이다. 너는 네가 원할 때마다 너 자신의 내면으로 물러날 수 있기 때문이다. 사실 어떤 곳이라 하더라도 자기 자신의 영혼 안보다 더 평화롭고 한적한 피신처를 찾을 수는 없을 것이다. 이 경우, 그것을 지그시 바라보고 있으며 금세 마음이 완전히 편안해지는 것을 자신 안에 가지고 있으면 더욱 그렇다. 그리고 내가 말하는 이 평온한 마음이란 좋은 질서가 아닐 수 없다. 그러므로 끊임없이 이 피신처를 자신에게 대비하고 원기를 회복하라. 그리고 거기에는 간결하고 근본적인 원칙들을 준비하는 것이 좋다. 그런 원칙이라면 이것을 마주하자 마자 곧바로 온갖 괴로움을 지워 버리고, 네가 지금까지 대해 왔던 일에 대해 아무런 불만 없이 돌아갈 수 있게 해 주고, 돌려줄 만한 힘을 충분히 가지고 있을 것이다. 

(2) 그런데 도대체 너는 무엇에 대해 불만을 품고 있는가? 인간의 악에 대해서 말인가? 다음의 결론을 생각해 보는 것이 좋다. 이성적 동물은 서로를 위해 태어났으며, 서로를 참는 것은 정의의 일 부이며, 사람은 비자발적으로 잘못을 범하는 것이며, 또 서로 적대감과 의심과 증오를 품거나 창으로 찌른 사람들이 지금까지 얼마나 무덤 속에 누워 있다가 불에 타 재가되었는지 생각해보라. 이제 그만 마음을 가라앉히는 게 어떠냐? 그러나 자네는 전체 속에서 자신에게 할당되어 있는 것에 대해 불만을 가지고 있단 말인가? 다음 선언 명제를 상기하는 것이 좋다. '섭리인가 원자인가?' 또한 우주는 일종의 국가라는 것이 얼마나 많은 사실에 의해 증명되고 있는가를 상기하면 좋다. 아니면, 육체적인 일이 널 아직도 붙잡고 놓지 않는 것일까? 일단 지성이 자신을 되찾고, 자신의 힘을 알게 될 때는 부드럽거나(평온하거나) 거칠게 움직이는 숨결이거나 간에 그것과 섞이지 않는다는 것을 생각하라. 또한 고통과 쾌락에 대해 네가 듣고 동의한 바를 모두 기억하라. 

(3) 아니면 쓸데없는 명예욕이 너의 마음을 괴롭히는가? 모든 것의 망각이 얼마나 신속하게 오는지 보라. 또한 우리의 이쪽과 저쪽에도 영원한 심연이 가로놓여 있을 것이며, 갈채 울림의 공허함과 함께 우리에 대해 좋게 말하는 것처럼 보이는 사람들의 마음은 쉽게 바뀔 것이고, 사려 깊지 못할 것이다. 이 모든 것들을 둘러싼 공간의 협소함을 보라. 지구 전체가 한 점에 불과한 것이다. 그리고 우리가 사는 곳은 이 지구의 이 얼마나 작은 한구석에 지나지 않는지. 거기서 얼마나 많은 인간이, 또 어떤 인간이, 장차 너를 찬양할 것인가? 

(4) 그러니 이제부터는 너 자신의 이 작은 땅(정원)으로 물러날 것을 기억하라. 무엇보다 정신을 산만하게 하지 말고, 긴장하지 말고, 자유롭게 지내라. 그리고 남자로서, 인간으로서, 시민으로서, 죽어야 할 존재로서 사물을 보라. 그리고 네가 마음을 기울여야 할 가장 가까이 지니고 있어야 하는 원리들 중에 다음 두가지를 준비하는 것이 좋다. 그중 하나는 세상의 사물은 영혼에 닿지 않고, 바깥쪽에 조용히 서 있고, 귀찮은 것(걱정거리)은 단지 내심의 믿음(판단)에서 오는 것일 뿐이라는 것. 다른 하나는 네가 보는 이 모든 것은 순식간에 변화하고, 존재하지 않게 될 것이라는 점이다. 그리고 네가 이미 얼마나 많은 변화를 겪었는지, 지속적으로 이것에 대해 명심하라.
'우주는 변화고, 인생은 믿음이다.'

4.33 영원히 기억된다는 것은 도대체 무엇인가. 참으로 허망한 일이다. 그렇다면 우리의 진지함을 쏟아야 할 것은 무엇일까. 단지 이 한가지 일뿐이다. 즉 정의로운 생각, 공공선을 위한 행동, 거짓 없는 말, 일어나는 모든 일을 필연적인 것으로, 친숙한 것으로, 또 같은 근원이나 같은 샘에서 흘러나오는 것으로 환영하는 심적인 태도다. 

6.30 (1) '카이사르의 모습'이 되지 않도록, [자주색으로] 물들지 않도록 주의하라. 그것은 흔히 일어나는 일이니까. 따라서 소박하고, 좋으며, 순수하고, 품위 있고, 꾸밈이 없으며, 정의로운 친구가 되도록 너 자신을 지켜라. 신을 공경하고, 호의를 베풀며, 애정이 넘치고, 자신의 의무를 다하는 씩씩한 사람이 되도록 하라. 철학이 너를 만들고자 했던 그대로의 인간으로 남아있도록 노력하라. 신들을 경외하라. 다른 사람들을 도우라. 인생은 짧다. 지상 생활의 유일한 수확은 경건한 태도와 공동체를 이롭게 하는 행동이다. 

6.58 네가 네 자연의 이성에 따라 사는 것을 아무도 방해하지 않을 것이다. 또한 우주적 자연의 이성에 반해서는 아무 일도 너에게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7.21 머지않아 너는 모든 것을 잊게 될 것이고, 머지않아 모든 사람이 너를 잊어버리게 될 것이다.

7.28 너 자신 속으로 물러나라. 지도적 이성의 기능은 그 자연 본성상 올바른 행위를 하고, 그에 따라 마음의 평안을 얻을 때 스스로 만족하는 것이다. 

7.75 전체의 자연은 자기 충동에 의해 우주의 창조로 향했다. 그런데 현재 모든 사건은 그것의 자연적 결과에 따라 생겨난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모두가 다 이성적이지 않으며, 우주의 지도적 이성이 자기 고유의 충동을 향하는 가장중요한일조차도 이성적이지 않은 것이다. 많은 경우에 이 일을 상기하면 너도 더욱 평온해질 것이다. 

12.1 (1) 멀리 길을 돌아서 도달하기를 바라는 것을 너 스스로 거부하지 않는다면, 어떤 것이든 지금 당장 얻을 수 있다. 그러려면 과거의 일을 모두 버리고, 미래의 일을 섭리에 맡기고, 오직 현재의 일만을 경건과 정의를 위해 방향을 정해 나아가면 되는 것이다. 경건이란 너에게 주어진 왕을 사랑하라는 것이다. 이는 자연이 그것을 너에게, 또 너를 그것에게 가져다 주었기 때문이다. 또한 정의란 네가 자유롭게, 에두르지 말고 진리를 말하고, 법에 따라 사물의 가치에 상응하는 행위를 하라는 것이다. 다른 사람의 나쁨이나 자신의 의견이나 남의 말이나, 또 그중에서도 너를 에워싸고 자란 '살'(육체)의 감각도 너를 방해하는 일이 없도록 하라. 감각에 관한 것은, 그 영향을 받은 부분이 지켜볼 것이기 때문에. 

(2) 언제든지 네가 떠날때가 가까워졌다면, 너는 다른 모든 것에 작별을 고하고, 오직 너의 지도적 이성과 내면의 신적인 것만을 존중하며, 네가 언젠가 삶에서 사라지는 것을 별로 무섭다고는 생각하지 않으나 아직 자연을 따르는 삶을 시작하지 않은 것을 두려워한다면, 너는 너를 낳은 우주에 합당한 사람이 되어 너 자신의 조국에서 이방인이 되는 것을 그만둘 것이며, 날마다 일어나는일들에 대해 이를 예기치 못했던 것처럼 더 이상 놀라지 않을 것이며 이것저것에 더 이상 의존하지 않게 될 것이다. 

12.26 네가 어떤 일에 불만을 품을 때 네가 잊고 있는 일들이 있다. 즉 (1) 모든 일은 전체의 자연에 따라 일어나는 것이고, (2) 저질러진 잘못은 타인의 일이다. 게다가 (3) 일어나는 모든 일은 언제나 그렇게 일어났고, 미래에도 일어날 것이며, 현재에도 도처에서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또한 (4) 한 인간을 나머지 인류와 연결시키는 유대가 얼마나 강한 것인가 하는 것이다. 그 유대는 피나 씨의 유대가 아니라 지성을 공유함으로써 비롯되기 때문이다. (5) 각 개인의 지성은 신이며 신에게서 흘러 나온 것임을 너는 잊고 있다. 또 (6) 어떤 것이든 인간의 개인적 소유물이 아니라 사람의 자녀, 육체, 그리고 영혼조차도 신에게서 온 것이라는 것임을 (7) '모든 것은 네가 [그것을] 그러 한 것으로 받아들이는 것이다.' (8) 각자가 사는 것은 현재이고, 잃는 것도 현재뿐이다. [즉, 위와같은 여덟가지를 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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