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키우스 안나이우스 세네카: 세네카 비극 전집 1
- 책 밑줄긋기/책 2023-25
- 2024. 2. 13.
세네카 비극 전집 1 - 루키우스 안나이우스 세네카 지음, 강대진 옮김/나남출판 |
옮긴이 머리말 5
일러두기 11
헤라클레스 17
트로이아 여인들 95
포이니케 여인들 165
옮긴이 해제: 세네카의 비극 10편에 대하여 203
지은이 옮긴이 소개 299
해제
204 세네카의 비극작품은 현재까지 온전히 전해지는 유일한 로마 비극이다. 세네카의 비극은 얼핏 보기에 희랍 비극 작가들이 이용했던 주제들을 재활용한 듯하지만, 그의 작품을 그가 참고한 것으로 보이는 희랍의 작품들과 대조해 보면 세네카가 희랍 작기들을 무조건 추종한 것은 아님을 알 수 있다. 로마의 다른 비극 작가들이 희랍의 작품을 충실하게, 거의 번역하고 있을 때, 그는 새로운 요소를 도입하고, 희랍 작가들이 시용-했던 요소도 새로운 방식으로 활용했던 것이다. 그의 비극은 사실 현대적 취향과는 잘 맞지 않아서 근대 비평가들에게는 많은 비난을 받았다. 수사가 지나치다든지, 훈계조의 연설이 많다, 신화적 지식을 너무 자랑한다, 끔찍하고 공포스런 장면을 동원해서 너무 자극적이다, 격언 풍의 문장이 너무 많다 등등이 비평가들의 불만 사항이다. 게다가 이 작품들의 상황이 과연 무대에서 실현 가능한 것인지 하는 의구심도 있었다.
이런 비판에 답하는 방법이 있다. 그의 문체상의 문제점들은 그가 살던 시대의 유행을 반영한 것이고, 무대 상연 불가능성 문제는 애초에 세네카가 이 작품들을 공연용이 아니라 낭독용으로 만들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헤라클레스
211 세네카가 등장인물의 성격을 에우리피데스와 달리한 주된 이유는 당시 로마인의 취향이 500년 전 희랍인과 달라서였겠지만, 세네카 본인의 성향 또한 연관이 없지 않다. 세네카 특유의 성향으로 꼽히는 것 중 하나가 감정을 격하게 묘사한다는 점이다. 〈헤라클레스〉에서는 헤라가 보여주는 증오심, 헤라클레스가 드러내는 고뇌와 슬픔이 특히 그러하다. 그 밖에도 저승에 대한 상세한 묘사, 특히 암피트뤼온과 뤼코스 사이의 말다툼 장면에서 잘 드러나는 재치 있는 대사에 대한 집착 등도 에우리피데스와 다른 점으로 꼽힌다. 그리고 세네카의 헤라클레스는 스토아적 모범처럼 그려졌다. 애초에 세네카가 헤라클레스를 중심인물로 내세운 것이 이런 목적 때문이 아니었나 하는 추측도 있다.
213 19세기 말 학자들은 대체로 세네카의 비극을 "성격은 없고 감정이 지나친" 것으로 보았지만, 점차 다른 평가들도 나타났다. 그러나 고대 수사학의 영향은 여전히 인정할 수밖에 없다. 이 작품에서 그런 영향이 드러나는 가장 대표적인 대목이 뤼코스와 메가라사이의 언쟁(358-437 행)과, 그에 이어지는 뤼코스와 암피트뤼온 사이의 언쟁(438-494 행) 부분이다. 이 부분은 전통적으로 언쟁 장면에 사용해 온 '한 줄씩 말하기'(stichomythia)를 이용하고, 상대가 던진 핵심어를 대화 상대자가 다시 사용하는 등의 특징을 보인다. 또 하나 세네카 문체의 특징으로 꼽히는 것이 '언어의 홍수'(abundantia) 이다. 비슷한 표현을 거듭 쌓아서 장대한 효과를 내는 기법이다. 단어를 반복하고 변화시키면서, 한 개념의 여러 측면을 쪼개서 제시하고 짝이 되는 표현으로 인상을 깊게 심어주려는 노력이다. 반면에 문장 구조는 복잡하지 않고 단순한 편이다.
트로이아 여인들
220 이 작품은 르네상스 시대부터 세네카의 비극 중 최고로 꼽힌다. 어떤 학자는 이것이 에우리피데스의 〈헤카베〉보다 더 낫다고 평가하기도 한다. 특히 제3막은 사상 최초의 '취조 장면'으로꼽힌다. 이 작품에서 두 젊은이가 죽음의 공포를 이긴 것도 많은 경탄을 받았다. 이들이 스토아학파의 현자에 가까운 모습을 보여준다는 것이다. 사후상태에 대한 전통적인 두 견해 중, 어느 쪽이 맞는지에 대해 세네카는 두 가능성을 모두 열어두었다. 즉, 죽음이 꿈 없는 잠인지, 아니면 죽은 뒤에 선한자는 낙원으로 가는 것인지에 관한 문제다. 첫 합창에서는 사후 세계 엘뤼시온이 언급된다. 둘째 합창에서는 죽음 뒤에는 아무것도 남지 않는다고 노래한다. 그 다음 두 합창에서는 전쟁의 공포를 떨쳐낸듯,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려고 살자는 태도가 보인다. 이는 세네카의 합창이 일반 대중의 생각을 반영하기 때문이다.
포이니케 여인들
228 이 작품에서 이오카스테는 오이디푸스보다 훨씬 합리적이고 강인하게 그려졌다. 그녀 역시 죄책감에 시달리지만 그것이 그녀를 자기혐오와 자기 파괴로 끌고 가지는 않는다. 둘 사이의 대조를 가장 잘 보여주는 표현이 "나는 가련다"(407행)이다. 두 인물이 같은 표현을 두 번씩 반복하지만, 오이디푸스는 죽음을 찾으러 가겠다는 뜻이고, 이오카스테는 두 아들 사이의 대결을 말리러 가겠다는 의미다. 또한 "달려들게 하라"(443행)도, 오이디푸스는 '형제끼리 서로에게 달려들게 하라'는뜻으로 썼지만, 이오카스테는 '모두가 나를 공격하게 하라'는 뜻으로 사용했다. 즉, 한쪽은 저주의 확장을 기원하는 반면, 다른 쪽은 스스로 책임과 희생을 떠맡겠노라는 결의를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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