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 S. 애슈턴: 산업혁명 1760-1830
- 책 밑줄긋기/책 2023-25
- 2024. 5. 20.
산업혁명 1760-1830 - T. S. 애슈턴 지음, 김택현 옮김/삼천리 |
옮긴이 서문
1. 서론
2. 산업의 초기 형태들
3. 기술혁신
4. 자본과 노동
5. 개인주의와 자유방임
6. 경제적 변화의 추이
1997년판 서문(팻 허드슨)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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옮긴이 서문
5 이 책 《산업혁명》(The Industrial Revolution, 1760-1830)은 1948년에 처음 출간되었고, 1968년에는 오스퍼드대학페이퍼백 시리즈 가운데 한 권으로 개정판이 출간되었다. 이번에 번역 대본으로 삼은 것은 리버풀대학 사회경제사 교수 팻 허드슨이 새로 서문을 붙인 1997년판이다.
18세기 후반부터 19세기 초까지 영국에서 전개된 산업혁명에 관한 연구 경향은 흔히 비관론(비판론)과 낙관론(긍정론)으로 대별된다.
이른바 비관론은 '1차 산업혁명’에 관한 최초의 본격적인 학술서인 아널드 토인비의 《잉글랜드 산업혁명에 관한 강의》에서 시작되었다. 토인비는 1차 산업혁명이 공동체적 규제를 특징으로 하는 기존의 경제활동을 무너뜨리고 개인 간 또는 개별 기업 간 경쟁을 기본 원리로 삼은 새로운 경제체제를 낳았는데, 생산력과 부를 증대시켰을지는 몰라도 일반 대중의 삶을 개선하지는 못했다고 주장했다.
경제체제의 역사적 단절과 대중의 희생을 강조한 토인비의 비관론은 20 세기에 들어와 폴 망투, 웹 부부, 해먼드 부부 같은 사회개량주의자들이나 기독교사회주의자들에 의해 계승되었다.
반면, 1920년대 이후 조지 언윈, 존 클래펌, 허버트 히턴, 조지프 슘페터 같은 자유주의 경제학자들은 1 차 산업혁명을 경제체제의 단절이 아니라 경제 과정의 연속성이라는 맥락에 위치시키면서, 산업 노동자들의 임금과 생계비에 관한 당대의 통계 수치를 근거로 1차 산업혁명이 대중의 생활수준을 떨어뜨린 것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그 뒤, 마르크스주의 경제학자인 모리스 돕은 1차 산업혁명을 근대 자본주의 역사 발전의 한 국면으로 보고, 그 혁명이 낳은 근대적인 노동계급의 혹독한 사회경제적 상태에 주목함으로써 사회개량주의자들의 비관론를 지지했다. 하지만 1950년대에 이념상으로 모리스 돕의 반대 진영에 있던 월트 휘트먼 로스토는 1차 산업혁명이 영국의 경제성장에서 도약(take-off)을 이루어 낸 단계라고 주장하면서 낙관론을 옹호했다.
7 애슈턴은, 경제 과정은 기본적으로 지속성을 띤다고 생각했기에 급격한 변화를 함축하고 있는 혁명이라는 용어에 다소 의구심을 품고 있었다. 하지만 산업혁명이 '산업'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사회적'이며 '지적'인 것이기도 하다고 강조한다. 즉 영국(인)의 물질세계와 정신세계 모두를 변화시킨 것이라고 주장함으로써, 1차 산업혁명이 그 폭과 성격의 측면에서는 글자 그대로 혁명적인 것이었음을 인정한다. 이 점에서 비관론자들처럼 산업혁명이 낳은 역사적 단절의 효과를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무엇보다 애슈턴이 1차 산업혁명 연구에 공헌한 바는, 이전의 연구에서는 거의 주목받지 않았던 영국의 비국교도 집단과 스코틀랜드인들의 역할을 중요하게 취급하고 적극적으로 조명했다는 점이다. 말하자면 그는 산업혁명 시기에 기술혁신을 가능케 한 정신적 · 문화적 요인 가운데 하나를 영국의 비주류 집단과 주변부 지역에서 찾았던 것이다. 아울러 애슈턴은, 당시 급중하던 인구의 생존 문제를 해결한 것은 영국의 정치적 지배자들이나 그들의 정책이 아니라 기술혁신의 재능과 경영 혁신의 의지를 품은 평범한 사람들의 집단적 자발성이었음을 강조함으로써, 노동조합에 우호적이던 '진보적인' 자유주의자의 면모를 드러내기도 한다.
9 따라서 1760년대부터 1830년대까지 진행된 1차 산업혁명은 이후 모든 산업혁명의 출발점이라고 할 수 있다. 경제사와 역사학 분야에서 1차 산업혁명에 관한 고전이자 필독서 가운데 하나로 꼽혀 온 애슈턴의 이 책은 4차 산업혁명의 역사적 근원을 밝혀낸 연구서라고 할 수 있다. 다만 4차 산업혁명이 진행되고 있는 지금, 거의 250여 년 전의 1차산업혁명을 다루고 있는데다가 이미 출간된 지도 한참 지난 이 책을 읽는 방식은 이전과는 달라질 필요가 있다.
10 이 책에는 애슈턴(뿐만 아니라 서양의 여러 산업혁명 연구자들)이 눈감고 있는 문제가 있다. 예컨대 식민지 수탈을 통한 자본축적과 산업혁명의 관계라든가, 산업혁명 시기에 은화 부족을 메우기 위해 동인도회사가 중국에 아편을 판매하여 끝내 아편전쟁을 유발케 한 것 등에 관해서는 거의 다루지 않거나 피상적으로만 언급하고 있다. 애슈턴이 1차 산업혁명을 산업 분야뿐 아니라 사회와 의식의 영역에서도 이루어진 변혁으로 간주하는 폭넓은 시야를 갖고 있었다고는 해도, 그 같은 누락과 홀대는 결국 산업혁명에 관한 시야가 '자국 중심적이고' 유럽 중심적인 것임을 드러내고 있다.
10 이 같은 애슈턴의 국민(국가)주의적이고 유럽 중심적인 시야와는 별개로, 영국이라는 한 지역에서 전개된 산업혁명의 힘은 영국을 넘어 유럽 대륙 국가들에 파급되었을 뿐 아니라 비유럽 식민지들에도 강제되어 낡은 생산기술과 생산관계의 변화를 촉진했다. 영국에서 전개된 1 차 산업혁명 이후, 기계제 대공업을 중심으로 하는 생산방식의 '합리화'와 제도화 및 그것을 물적 토대로 삼은 근대사회로의 이행은 (유럽의 식민 모국들과 비유럽 식민지들의 역사적 · 문화적 차이에 상관없이, 그리고 정치적 지배권을 잃지 않으려 한 식민지 지배 집단과 기존의 정치권력을 무너뜨려 낡은 사회를 변혁하고자 한 반식민주의 혁명가들 간의 이념적 차이와 상관없이) 모든 식민지에서 근대국가로 나아가기 위해 실현해야 할 필수적 과제로 인식되었다. 이것이야말로 1차 산업혁명이 역사 발전 과정에 대한 사유의 측면에서 발휘한 보편화 효과인 것이다.
12 또한 1차 산업혁명은 생산과정에서 인간의 노동 방식을 바꿔 놓았다. 이전까지 인간의 육체적 힘과 숙련 기술에 의존하던 생산 활동은, 기계가 발명되고 기계의 기능에 따른 분업이 확대됨에 따라 기계의 구조와 작동에 맞춰질 수밖에 없었다. 인간은 신을 만들었지만 자신이 만든 신에 종속되었듯이, 노동의 편의와 생산력 증대를 위해 기계를 만든 인간은 스스로 창조한 기계에 자신의 신체를 끼워 맞춰야 했다. 기계 앞에서 인간이 지닌 감정과 정서, 의지는 급기야 생산적 노동을 방해하는 장해물이 되었다. 이렇게 1 차 산업혁명은 인간과 생산도구의 관계를 뒤바꿔 놓은 것이다.
13 1차 산업혁명은 4차 산업혁명의 역사적 근원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 둘이 서로 동떨어져 있는 것은 아니다. 앞에서도 말했듯이 4차 산업혁명이 시간상으로는 1차 산업혁명과 멀리 떨어져 있는 것처럼 보여도, 1차 산업혁명이 낳은 과학기술상의 혁신이나 경제체제의 변화라는 내재적 기반 없이는 불가능했을 것이라는 의미에서 1차 산업혁명의 결과와 흔적을 내포하고 있다.
16 물론 역사는 단순한 이분법으로는 사유할 수 없는 복잡하고 복합적인 과정이며, 미래에 대한 전망도 현재의 시점에서는 불투명하다. 현재와 미래에 대한 평가나 해석은, 모든 역사가 그렇듯이 현재와 미래 이후에 사후적으로 이루어진다. 그리고 그럴 때에도 역사적 평가나 해석은 늘 변화된 사회적 환경에 영향을 받게 될 역사가의 관점이나 사유 방식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오늘날 4차산업혁명과 관련하여 여러 방면에서 제기되고 있는 '포스트 휴먼'의 문제들은 일찍이 1차 산업혁명이 낳은 여러 문제들이 새로운 역사적 ·과학기술적 조건 속에서 전면화된 것 혹은 그것의 현대화된 버전이라는 점이다. 이 점에서 1 차 산업혁명과 애슈턴의 이 책은 여전히 현재성을 지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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