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쥔: 손자병법 교양강의
- 책 밑줄긋기/책 2023-25
- 2024. 7. 2.
손자병법 교양강의 - 마쥔 지음, 임홍빈 옮김/돌베개 |
추천사 과거, 현재 그리고 미래와 소통하기 위한 고전 읽기
서문 군사역사학자가 읽는 『손자병법』
옮긴이의 말 『손자병법』을 왜, 어떻게 읽을 것인가
이상적인 군사 경지에 오르기 위한 네 가지 요체
고위 지휘관이 갖추어야 할 다섯 가지 기본 요소
고위 지휘관의 다섯 가지 금기 사항
국가를 안정시키는 책략
정보전과 간첩의 활용
먼 길로 돌아갈 줄 아는 지혜
‘기정지술’과 ‘세’의 삼부곡
전쟁에서 꺼리지 않는 열두 가지 기만술
부록1 손자는 어떤 인물인가
부록2 유명인이 말하는 『손자병법』
11 『손자병법』을 읽고서 받은 강렬한 첫인상은 농민 군사이론가가 농경민족의 군대를 위해 쓴 책이라는 점입니다.
12 손무가 언급한 "백번 싸워 백번 이기는 것은 최선의 전략이 아니며, 싸우지 않고 적을 굴복시키는 것이야말로 최선의 전략인 것입니다. 그래야 전쟁에서 승리할 수 있고 전쟁의 파괴를 최소한도로 줄일 수 있습니다. 이것이 바로 전쟁할 때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신전' 사상입니다.
13 『손자병법』이 농경민족을 위한 군사이론서란 점을 입증할 만한 사실이 하나 더 있습니다. 바로 해안 인접국인 오나라에서 살던 손무가 병법서 전편에 걸쳐 영해권 문제에 대해서는 단 한마디도 언급하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이것은 정치문화의 문제입니다. 중국은 하천을 끼고 발전한 농경문화로 인해 고대 그리스와 같은 해양문화를 가질 수 없었습니다. 따라서 『손자병법』에도 영해권에 대한 의식이 없었던 것입니다. 이런 문화적 영향으로 근대 이후의 중국 집권자들 역시 기껏해야 수박 겉핥기로 흉내만 냈을 뿐, 영해에 대한 개념은 서양과 비교하면 한참 뒤에 정립됩니다.
14 전쟁은 재미있는 병정놀이가 아닙니다. 노자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군대란 상서롭지 못한 흉기로, 군자가 쓸 수단이 아니다. 그것은 분득이 할 때 쓰는 것이다." 『손자병법』의 미덕은 그것의 유용성을 구현하는 데 있습니다. 즉 어떻게 해야 사람 노릇을 할 수 있는지가 아니라, 전쟁에서 어떻게 싸워야 이길 수 있는지를 가르칩니다.
14 1990년대 걸프 전쟁 이후, 미국에는 신세대 군사이론가가 대거 등장했습니다. 그중 한 사람인 데이비드 뎁튤라 대령은 '효과기반작전'이라는 개념을 제기했습니다 이는 "군사력 사용의 사고방식을 바꾸어 전략 효과 추구를 출발점으로 삼아 작전계획을 짜고, 이에 따라 군사행동을 실시한다"는 이론입니다.
15 『손자병법』의 실용성이 가진 묘미는 다음에 있습니다. "군자는 부상병을 해치지 않으며, 머리가 회끗희끗해진 병사를 사로잡지 않는다"라는 말로 자국인을 점잖게 훈계한 미련하기 짝이 없는 송나라 양공처럼, '설익은 정도'를 통해 '싸우지 않고 적을 굴복시키는' 전쟁 이념을 실현하는 것이 아니라 온갖 속임수와 편법을 모두 동원하여 승리를 쟁취하는 데 있습니다.
15 손무는 현실주의적 필치로 첫 편 첫 마디에 이렇게 썼습니다. "전쟁이란 국가적 대사이며 국민의 생사와 나라의 존망에 관계되는 것이므로, 이를 깊이 연구하고 신중히 고려하지 않으면 안된다." 국가 안전 문제에 대한 이런 인식이야말로 현실성의 극치를 보여줍니다.
15 손무에게는 단 한 점도 허위나 가식이란 것이 없었습니다. 그는 자신의 현실적 전쟁관을 실현하기 위해서 거침없이 말했습니다. "나는 군사를 부릴 때 기만술을 쓰라고 주장한다. 그리고 기만술의 변화에 의존해야 의존해야 비로소 전쟁의 승리를 취할 수 있다."
17 전쟁에서 유일한 규칙은 바로 규칙이 없다는 것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춘추시대의 또 다른 대사상가 한비자 역시 이렇게 말했습니다. "전쟁터에서 대진할 때는 기만 술책을 꺼리지 않는다."
18 그는 깊이 깨달았습니다. 전쟁 후의 삶이 매우 고달프다는 사실을. 농경민족은 하늘에 의지해서 밥을 먹습니다. 농업경제는 기반이 취약합니다. 그 점에 대해서는 내가 지식청년으로 몰렸을 때 몸소 겪어보아 잘 압니다. 농민은 자연환경에 대한 의존도가 매우 높습니다. 비바람이 순조로우면 절반쯤 배불리고 살지만, 조금이라도 천재지변이 닥치면 절반쯤 굶어 죽습니다. 농토에 씨앗을 넉넉히 뿌리지 못할 전쟁이라도 터지는 날이면 아들딸 팔아먹기는 그래도 형편이 나온 셈이고, 숫제 사람끼리 서로 잡아먹는 끔찍스런 일이 벌어져도 아무도 이상하게 여기지 않습니다.
21 군인은 자신의 가치를 높이거나 자기 만족을 위해 날마다 전쟁을 벌여서는 안 됩니다. 이 문제에 대해 손무는 분명히 말했습니다. "그러므로 전쟁 준비가 다소 완벽하지 못해도 속전속결을 추구하여 승리한 경우가 있다는 말을 들었으나, 전쟁준비를 완벽하게 갖추고 장기전을 추구하여 승리한 전례는 아직껏 본 적이 없다."
23 철학은 가장 근원적인 학문입니다. 그것은 구체적 사물에 대한 관찰과 분석으로 얻어낸 추상적 인식이지만. 단순하게 왔던 길로 되돌아가 실천을 이끌어낼 수는 없습니다. 예를 들면 문화대혁명 때 전국적으로 모택동의 철학 저술 몇 편을 학습하고 아울러 우리는 이런 철학 사상으로 실천을 지도해 나갈 것을 요구받았습니다. 나는 당시 농촌 인민공사 생산대대에 배속된 지식청년으로 돼지를 사육하고 있었습니다 그때 나는 『모순론』으로 돼지 사육을 선도할 수 있으리라고 진정으로 믿었습니다. 그 결과 돼지는 살이 찌기는 커녕 더 수척해지고 결국에는 하나같이 두드러기 난 씨돼지처럼 병들어 꿀꿀댔습니다. 지금 와서 생각해보니, 돼지를 잘 기르려면 가축사육 핸드북이 『모순론』과 『실천론』보다 훨씬 더 쓸모가 있겠더군요.
24 핸드북을 들춰보면 분명하게 해답이 나오지요! 하지만 제아무리 훌륭한 철학서라도 철학서에는 그런 내용이 적혀 있지 않습니다. 『손자병법』에 구체적으로 전쟁을 지도할 수는 없습니다. 병법이란 것은 나도 쓸 줄 아는 만큼 적도 쓸 줄 알기 때문입니다. 병법이 무슨 전매특허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 더구나 한 가지 학설만을 전문적으로 옹호하는 것도 아닙니다.
25 그러므로 『손자병법』이 매우 실용적이긴 하지만, 단번에 추상적인 모략을 구체적으로 실전에 적용할 수는 없습니다. 전쟁에서 이기고 싶다면 병법만으로는 불가능합니다. 키포인트는 실력과 잠재력(국가가 전쟁할 돈이 있는가의 여부), 군대의 강약(군대가 싸워 이길 수 있는가의 여부), 무기와 장비(적을 물리칠 강력한무기를 갖추었는지의 여부), 민심과 사기(일반 국민이 전쟁을 지지하는가의 여부), 유기적인 메커니즘(각 분야로 분산된 역량을 한꺼번에 응집시킬 제도가 있는가의 여부) 동입니다. 이런 것들이야말로 가장 중요한 요소입니다.
26 현대인 가운데 진정으로 이 책을 완독한 사람은 매우 드뭅니다. 군인이라 해도 『손자병법』을 독파한 사람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완전히 읽고 이해한 경우는 더구나 드물지요. 왜 그럴까? 나는 중요한 원인 가운데 하나가 바로 이 책에 적힌 글자가 대부분 죽은 문자이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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