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담화冊談話 | 사통史通(18) ─ 史通, 內篇 - 言語

 

2025.03.16 δ. 사통史通(18)

유지기, ⟪사통⟫(劉知幾, 史通)

텍스트: buymeacoffee.com/booklistalk/shitong-6

 

언어言語 ─ 언어 표현의 사실성
•  개추기지발蓋樞機之發 영욕지주榮辱之主 언지불문言之不文 행지불원行之不遠 (대개 "입 밖으로 말을 내는 일이야말로 영욕의 관건이다."라고 했고, "말에 문채文彩가 없으면 오래 전해지지 않는다." 했으니, 말을 잘 표현하여 외교에 활용하는 능력을 옛사람들이 중요하게 여겼음을 알 수 있다.) 
 - 언행군자지추기言行君子之樞機 (언행은 군자의 중요한 부분) 『주역』 계사繫辭
 - 공자가 말하기를 "시 300편을 외운다 하더라도 정사를 맡기면 일에 통달하지 못하고, 각국에 사신으로 가서도 책임지고 응대하지 못한다면, 아무리 많이 시를 외운들 어디에 쓰겠는가?" (『논어』 자로子路, 송시삼백誦詩三百 수지이정부달授之以政不達 시어사방使於四方 불능전대不能專對 수다역해이위雖多亦奚以爲) 

•  "저 오랜 옛날에는 사람들이 질박하고 간결하여 그들이 남긴 말을 이해하기가 어려웠는데, 나중에 훈석訓釋이 있고서야 의미를 알 수 있게 되었다. 그래서 이치를 찾아보면 내용은 간단하지만 담겨진 의미는 깊고, 문장을 살펴보면 글 자체는 어렵지만 의리를 판단할 수 있었으니, 『서경』의 이훈伊訓 · 고요모皐陶謨 · 낙고洛誥 · 강고康誥 · 목서牧誓 · 태서泰誓가 그것이다." (심리즉사간이의심尋理則事簡而意深 고문즉사간이의석考文則詞艱而義釋) 

•  주나라는 ... 언어는 은미하고 순하되 사안에 적절했고, 수식이 많았지만 지나치지 않았다. (어미완이다절語微婉而多切 언유미이불음言流靡而不淫) 

•  "현재의 언어로 쓰는 것을 겁내고 과거의 언어로 쓰는 데만 과감한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  그렇다면 시대의 변화에 따라 문화의 내용과 표현이 여러 번 변하는 실제를 어떻게 증거로 남길 수 있겠는가?" (작자개겁서금어作者皆怯書今語 용효석언勇效昔言 불기혹호不其惑乎 ... 해험이금내고왕奚驗以今來古往 질문지루변자재質文之屢變者哉) 

• "대개 정치를 잘하는 자는 사람을 차별하여 다스리지 않기 때문에 풍속이 정밀하든 거칠든 누구나 그 교화를 입을 수 있다. 역사 서술을 잘하는 자는 일을 가려서 기록하지 않기 때문에 사람들의 말이 아름답든 추하든 모두 후세에 전해질 수 있다. 사실에 전혀 오류가 없고 언어도 분명 진실에 가깝다면 훌륭한 옛사람들과 같이 살고 있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니, 어찌 먹다 남은 술지게미를 얻는 데 그치겠는가." 
 - 『역사』에 시자尸子를 인용하여 "공자가 말하기를 '시를 읊고 서를 읽으면 옛사람과 함께 사는 것이고, 『서경』을 읽고 『시경』을 읊으면 옛사람과 함께 생각하는 것이다."라고 했다. (송시독서여고인거誦詩讀書與古人居, 독서송시여고인모讀書誦詩與古人謀) 
 - 술지게미, 『장자』 천도天道, 제 나라 환공과 수레 기술자 윤편. 윤편이 환공에게 "임금께서 읽고 계신 것은 고인의 조백糟魄입니다."라고 했다. 환공이 화를 내자, "정수는 손과 마음에서 익숙하고 깨달아지는 것이니, 책은 다만 찌꺼기일 뿐입니다."라고 대답했다. 


유지기의 《사통史通》의 네 번째 범주는 서술의 기준과 원칙이다.  이에 해당하는 편들인 14. 칭위稱謂, 15. 채찬採撰, 16. 제문載文, 17. 보주補注를 읽었다. 외편도 꽤 많이 있는데, 외편은 편명대로 하지 않고 범주만 가지고 얘기를 해보려고 생각 중에 있다. 서술의 기준과 원칙에서 이제 18. 인습因習, 19. 읍리邑里를 해야 하는데, 인습과 읍리는 간단하게 설명하고 지나가면 될 것 같다. 오늘은 언어言語를 집중적으로 읽어보려고 한다. 

먼저 인습因習은 "과거 역사서의 잘못된 서술 관행을 그대로 답습하는 것에 대한 문제 제기다"라고 했다.  옛날 역사서에 잘못 쓰여진 것이 있으면 그거 그대로 쓰지 말고 잘못된 건 고쳐야 된다는 말로, 그런 것들을 안 했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사마천司馬遷의 사기史記는 고금에 걸친 역사를 다룬 통사이기 때문에, 통사라는 것은 한漢 나라의 역사만 다루는 게 아니라 여러 나라 역사를 다 아우르고 있는 것을 말하는데, 자국과 타국을 구별해서 서술하기는 어려우니까 한 나라에 대해서 얘기할 때는 한조라고 해도 되는데, 반고班固의 한서漢書는 단대사, 한漢 나라 시대만 따로 떼어내서 한서라고 아예 이름을 지었으니까, 그럴 때는 사기처럼 한 왕이라고 하면 안 된다는 얘기이다.  

또는 사기史記의 진섭세가에서 진섭에 대해서 다룬 것을 보면 "그 자손들이 지금까지 남아 제사를 지낸다."라고 했다. 여기서 사마천이 말했던 지금이라는 게 전환 무제 시대이고, 그것을 가져다가 반고의 한서에서 진섭열전을 쓰면서 그대로 "그 자손들이 지금까지 남아 제사를 지낸다"라고 쓰면 안 되겠다. 반고가 말하는 지금이라는 것은 후한의 명제 시대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진섭열전에 쓸려면 사마천의 기록을 참조하지만 진섭의 자손들이 언제까지 남아서 이렇게 써야 된다는 얘기이다. 이런 것이 인습因習, 즉 이전의 기록을 고치지 않고 그대로 이어받아 쓰는 것이다. 또한 이전의 기록에서는 역적이라고 했는데 세월이 지나서 그들에 대한 평가가 달라졌으면 이전에는 역적이라고 했으나 오늘날에는 아니다 그렇게 적든지 해야 된다는 말이다. 이것은 마땅히 해야 될 일이다. 그다음에 읍리邑里는 "시대가 변함에 따라 바뀐 지명을 고증할 때의 주의점"이다. 이런 것은 당연히 고증을 해서 고쳐야 되는 부분이라 하겠다. 

오늘 집중적으로 보고자 하는 언어言語는 "언어 표현의 사실성"이라고 오항녕 교수는 편명을 붙여놓았다. 따라가보면 "유지기는 역사 서술에서 과장이나 꾸밈이 없는 정확한 언어 사용이 중요하다고 강조하다. 그리고 내용은 간단하지만 담겨진 의미는 깊고, 글 자체는 어렵지만 의리를 판단할 수 있는 대표적인 저술로 서경을 꼽는다. 고대에는 언어가 은미하고 순하되 사안에 적절했고 수식이 많았지만 지나치지 않았는데, 춘추가 대표적이라고 했다." 그런데 조금 앞뒤 말이 안 맞는 경우가 있다. 우선 첫째 문장이 개추기지발蓋樞機之發 영욕지주榮辱之主 언지불문言之不文 행지불원行之不遠 즉지식사전대則知飾詞專對 고지소중야古之所重也.  사실 추기지발樞機之發 앞에 문장이 하나 더 있다. 『주역』 계사繫辭에 나온다고 하는데, 이를 보면 개蓋를 빼버리고 언행군자지추기言行君子之樞機라는 앞 말이 있다. 언행군자지추기지발言行君子之樞機之發 영욕지주榮辱之主 언지불문言之不文 행지불원行之不遠이라고 되어 있다. 그다음에 언지불문言之不文 행지불원行之不遠은 『춘추좌씨전』에 나와있는 말이다. 유지기는 『주역』 계사繫辭에 있는 것과 『춘추좌씨전』에 나와 있는 것과 그다음에 『논어』에 나와 있는 것, 세 개의 책에 나와 있는 문장들을 떼어다가 이렇게 하나로 이렇게 엮어서 만들어 놓은 것이다. "말을 잘 표현하여 외교에 활용하는 능력"은 『논어』 자로子路편에 나오는 말이고, 그다음에 언지불문言之不文 행지불원行之不遠은 『춘추좌씨전』 양공襄公편에 나오는 말이고, 언행군자지추기言行君子之樞機는 『주역』 계사繫辭편에 나오는 말이다. 언행은 군자의 추기樞機인데, 이는 중요한 사물 또는 중요한 부분을 말한다. 핵심이 되는 것에서 나오는 것이 영욕의 근본이 된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중추가 되는 것이 언행이다. 그 앞의 것까지 생각해서 번역을 하면 입 밖으로 말을 내는 일이야말로 영욕이 관건이라고 할 수 있다.  

그다음에 "말에 문채文彩가 없으면 오래 전해지지 않는다." 여기서 문文이라는 것은 스타일이라는 뜻도 될 것이고, 문체가 레토릭이라는 뜻도 될 것이다. 그다음에 "말을 잘 표현하여 외교에 활용하는 능력을 옛사람들이 중요하게 여겼음을 알 수 있다." 말을 잘 표현하여 외교에 활용하는 능력을 전대專對라고 한다. 『논어』 자로子路편에 나오는 말인데, "시 300편을 외운다 하더라도 정사를 맡기면 일에 통달하지 못하고, 각국에 사신으로 가서도 책임지고 응대하지 못한다면, 아무리 많이 시를 외운들 어디에 쓰겠는가?"(송시삼백誦詩三百 수지이정부달授之以政不達 시어사방使於四方 불능전대不能專對 수다역해이위雖多亦奚以爲) 여기서 말하는 "언행은 군자의 중요한 부분"이라는 것은 겉으로 드러나는 말, 공공 영역에서 하는 말이다. 군자가 내면의 도을 닦아서 훌륭한 사람이 된다고 하는 얘기는 송명이학의 얘기이고, 춘추시대의 공자만 해도 군자는 어쨌든 공공영역에서 올바르게 행하는 사람을 의미했다. 언행이라고 하는 것은 공공 영역에서 행해지는 말과 행동이다. 그러니까 언행을 하는 것은 말을 하고 뭔가 행위를 하는 것은 영욕의 관건이다. 여기서 영욕지주榮辱之主를 있는 그대로 읽으면 영역의 중심이라고 생각했는데, 오향녕 교수는 관건이라고 번역했다. 주主를 관건이라고 번역한 것을 보고 다시 한번 배울 수 있었다. 아이디어를 발상이라고 번역하는 경우가 있는 것처럼, 시작일 경우에 아직 그것이 완전히 체계를 갖추어서 사람들 사이에서 개념으로서 제시해 줄 만한 것이 아닌 경우에는 발상이라고 하면 되는구나 하는 것처럼, 그리고 독자적인 하나만을 가리킬 때는 개념 그리고 그것에 일정한 체계가 붙으면 관념, 아이디어에 s를 붙이면 사상, 이런 식으로 펼쳐 보일 수 있다. 이렇게 어휘 사전을 늘려야 된다. 

그다음 문장을 보면 "저 오랜 옛날에는 사람들이 질박하고 간결하여 그들이 남긴 말을 이해하기가 어려웠는데, 나중에 훈석訓釋이 있고서야 의미를 알 수 있게 되었다. 그래서 이치를 찾아보면 내용은 간단하지만 담겨진 의미는 깊고, 문장을 살펴보면 글 자체는 어렵지만 의리를 판단할 수 있었으니, 『서경』의 이훈伊訓 · 고요모皐陶謨 · 낙고洛誥 · 강고康誥 · 목서牧誓 · 태서泰誓가 그것이다." 훈석을 바탕으로 해서 이치를 찾아보면, 심리즉사간이의심尋理則事簡而意深, 간단하지만 뜻은 깊고, 담겨진 의미는 깊고, 고문즉사간이의석考文則詞艱而義釋, 문장을 살펴보면 글 자체는 어려웠지만 의리를 판단할 수 있었다. 처음 문장에서 의意는 meaning, 다음 문장에서 의義는 가치평가가 들어가 있는 게 아닌가 생각을 해보게 된다. 이 부분을 보면 남긴 말이 어려우면 훈석訓釋이 있고, 훈석을 읽으면 의미를 알 수 있게 되는 것이고, 그다음에는 글 자체는 어려워도 의리를 판단할 수 있으면 좋다. 그것이 『서경』의 이훈伊訓 · 고요모皐陶謨 · 낙고洛誥 · 강고康誥 · 목서牧誓 · 태서泰誓이다.  

그런데 "주나라는 하나라와 은나라를 본받아서 문화가 찬란했고, 대부나 사신들은 외교문서를 매우 중요하게 여겼다." 그 외교문서를 보니까 "언어는 은미하고 순하되 사안에 적절했고, 수식이 많았지만 지나치지 않았다." 그러니까 지금 "언어는 은미하고"라고 했을 때 여기서 언어라는 것은 외교 문서에 쓰여진 언어를 말한다. 서경은 정치적인 문서들이다. 어미완이다절語微婉而多切, 외교 문서의 언어는 은미하고 순화되 사안에 적절하다. 언유미이불음言流靡而不淫, 수식이 많았지만 지나치지 않았다. 이렇게 한문의 번역은 앞뒤를 다 봐야 알 수 있으며, 문장 하나만 가지고 정확한 뭔가를 전달할 수 없다. 커뮤니케이션 자체가 전체를 내놓기 전에는 완결이 되지 않는, 또 전체를 내놓아도 완결이 되었다고도 보기 어려운, 그러니까 항상 뜻 모를 이야기만 남기고 헤어지게 되는 그런 여지가 아주 많은 언어이다. 

그다음에 보면 "전국 시대에 들와 온갖 유세가들이 구름처럼 일어났다. 이들은 각자 교묘한 말주변과 논변하는 기술을 가지고 있었다. 웅변이 뛰어난 사람은 기괴하고 허망한 말을 일삼고, 말재주가 있는 사람은 사물에 빗대는 우언으로 유세를 했다." 여기서 보면 기괴하고 허망한 말을 일삼았는데, 이 사람들이 바로 합종책과 연횡책을 쓰는 전국시대 종횡가이다. 그런데 이때는 우원으로 유세를 했으니 문장이 없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한나라와 위나라 이후, 남북조를 거치면서 당대 사람들이 모두 글을 통해 의사를 전달하게 되었다." 여기서 외교 문서의 변천사가 있는 것이다. 그러니까 공자 시대를 보면 일단 시를 배워야 했는데, 시를 배운다 하는 것은 고전으로부터 말을 익혔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그때는 문서는 아니었을 것이다. 진나라 이전이니까 문서로 써봐야 각국마다 쓰는 글자가 다르니까 사람들끼리 통하지가 않았을 것이다.  그래도 시경이나 서경에서 익힌 익힌 언어를 가지고 했을 것이니 말이 품격은 있을 것이다. 또한 주나라 말기가 춘추시대이니까 이때는 말로도 하고 문서로 했어도 전대專對가 있었다. 하지만 전국시대에는 책임 있는 말이 아닌, 온갖 종류의 우언과 궤변이 난무했다. 그래서 소진의 합종책, 장의의 연횡책이 등장했다. 그런데 한나라와 위 나라 이후에는 모두 글를 통해 의사를 전달하게 되었다. 일종의 외교 문서의 간략한 역사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글을 통해서 말을 전달하게 되었는데, "재아나 자공의 방식은 사라졌으며, 소진과 장의가 했던 일도 결국은 없어졌다." 재아나 자공은 『논어』 선진先進을 보면 "언어 능력은 재아와 자공이다"라는 말이 나온다. 즉 외교관의 능력인데, 전대의 관습도 없어지고 그렇게 되었다는 말이다. 공자의 제자 중에 일찌감치 공자 문하에 들어온 사람은 선진이고 나중에 온 사람들이 후진인데, 이 사람들은 선진들이다. 특히 자공은 공자와도 나이 차이가 얼마 나지 않았다고 알려져 있다. 그러니까 문서 작성 능력이 엄청 뛰어나야 하는데 이제는 서경을 따르지도 않고 문서 작성 능력이 형편없다고 얘기하는 것이다. 

그래서 "현재의 언어로 쓰는 것을 겁내고 과거의 언어로 쓰는 데만 과감한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과거에 일어난 일을 re-writing 해야 하는데 제대로 안되니까 있는 그대로 가져다 쓴다. 그러니 앞에서 말한 인습因習 같은 일이 일어난다. 마땅히 고쳐서 수정을 해야 되는 부분을 수정을 미처 못하고 그런 일들이 벌어지고 말았던 것이다. "그렇다면 시대의 변화에 따라 문화의 내용과 표현이 여러 번 변하는 실제를 어떻게 증거로 남길 수 있겠는가?" 작자개겁서금어作者皆怯書今語 용효석언勇效昔言 불기혹호不其惑乎, 현재의 언어로 쓰는 것을 겁내고, 과거의 언어로 쓰는 데만 과감하다면, 이를 납득하기 어렵다. 해험이금내고왕奚驗以今來古往 질문지루변자재質文之屢變者哉, 화의 내용과 표현이 여러 번 변하는 실제를 어떻게 증거로 남길 수 있겠는가.  

마지막을 보면 "대개 정치를 잘하는 자는 사람을 차별하여 다스리지 않기 때문에 풍속이 정밀하든 거칠든 누구나 그 교화를 입을 수 있다. 역사 서술을 잘하는 자는 일을 가려서 기록하지 않기 때문에 사람들의 말이 아름답든 추하든 모두 후세에 전해질 수 있다. 사실에 전혀 오류가 없고 언어도 분명 진실에 가깝다면 훌륭한 옛사람들과 같이 살고 있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니, 어찌 먹다 남은 술지게미를 얻는 데 그치겠는가." 오늘날의 언어로 고쳐서 써야 한다고 했는데, "사실에 전혀 오류가 없고 언어도 분명 진실에 가깝다면" 이 말은 옛날 그대로 읽으라는 것으로 보인다. 앞에 나온 말과는 안맞는 얘기를 하는 것 같은데, 일단 술지게미부터 보면, 이 말은 『장자』 천도天道편에 나온다고 한다. 제 나라 환공이 책을 읽고 있을 때 수레 기술자 윤편이 대화를 하는데, "임금께서 읽고 계신 것은 고인의 조백糟魄(술지게미, 찌꺼기)입니다."라고 했다는 것이다. 분명 문서를 업신여기는 태도이다. 이에 환공이 화를 내자, 윤편은 "정수는 손과 마음에서 익숙하고 깨달아지는 것이니, 책은 다만 찌꺼기일 뿐입니다."라고 대답했다고 한다. 공자가 했다는 말인 "훌륭한 옛사람들과 같이 살고 있다"와는 대립되는 태도가 될 수 있다. "『역사』에 시자尸子를 인용하여 "공자가 말하기를, 시를 읊고 서를 읽으면 옛사람과 함께 사는 것이고, 『서경』을 읽고 『시경』을 읊으면 옛사람과 함께 생각하는 것이다."(송시독서여고인거誦詩讀書與古人居, 독서송시여고인모讀書誦詩與古人謀)라고 했다. 이는 서로 대립되는 입장인데, "어찌 먹다 남은 술지게미를 얻는 데 그치겠는가."라고 말한 것을 보면 유지기는 공자의 입장에 서겠다는 얘기라고 할 수 있겠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