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담화冊談話 | 사통史通(19) ─ 史通, 內篇 - 浮詞
- 강의노트/책담화冊談話 2021-25
- 2025. 4. 2.
강유원의 책담화冊談話(https://booklistalk.podbean.com)에서 제공하는 「사통史通」을 듣고 정리한다.
2025.03.22 δ. 사통史通(19)
텍스트: buymeacoffee.com/booklistalk/shitong-7
부사浮詞 ─ 어쭙잖은 말과 과장
• 문장론. "무릇 사람이 하는 말이 막힘없이 이어지려면 반드시 보완해주는 음이나 구절을 두어 말의 시작과 끝을 알려주게 마련이다. 그래서 이伊나 유惟, 부夫나 개蓋는 말을 꺼내는 출발점이 되고, 언焉이나 재哉, 의矣나 혜兮는 문장을 끝내는 어조사로 쓰인다. 이 단어들을 없애면 언어가 부족해지지만, 더하면 문장이 온전해진다."(부인추기지발夫人樞機之發 미미불궁亹亹不窮 ... 거지즉언어불족去之則言語不足 가지즉장구획전加之則章句獲全)
• 포폄褒貶을 담는 서술
"진나라 영공이 세금을 무겁게 걷어 궁전 담장을 조각했을 때는 바로 '군주답지 않다(不君)'는 말로 시작했고 ... 사마안司馬安이 네 번이나 구경九卿의 지위에 오른 일에 대해서는 먼저 교묘한 벼슬살이(교환巧宦)라고 지목했으니, 이것이 이른바 사 실을 설명하는 출발점이다." (소위설사지단야所謂設事之端也)
사기史記, 급정열전汲鄭列傳, "사마안은 문장이 매우 교묘했으며[문심교文深巧] 벼슬아치 노릇도 잘해서 [선환善宦] 구경九卿 관직에 네 번이나 올랐다."
문심교文深巧 + 선환善宦 = 교환巧宦
• 포폄褒貶을 담는 서술이 중요한 까닭
"예전에 공자가 경전, 곧 『춘추』를 정리할 때 그 취지는 포폄褒貶에 있었는 데, 포폄한 것이 해와 달처럼 명백하여 한 글자도 다시 고쳐지지 않고 인정 받으며 전해졌다. 역사서를 편찬할 때는 널리 채록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 하지만, 간혹 해당 사실에 대한 기록 외에 포펌을 해야 할 경우에는 그야말로 한 마디 한 구절 때문에 득실과 시비가 결정될 수도 있으니 아무리 쉬운 얘기라도 매우 신중해야 한다." (자우본사지외至于本事之外 시기억양時寄抑揚)
사례들
•사기史記, 조세가趙世家, "조앙趙鞅의 여러 아들 중에서 무휼無恤이 가장(最賢) 현명했다."
부현자당이인서위인夫賢者當以仁恕爲先 예양거본禮讓居本 (인서仁恕와 예양禮讓, 우선 어질고 너그러우며 예의와 겸양을 갖추다)
• 한서漢書, 소하지한신현蕭何知韓信賢 안현자처세案賢者處世 이험약일夷險若一 불운확우빈천不隕穫于貧賤 불충출우부귀不充詘于富貴
소하蕭何는 한신韓信이 현명하다는 것을 알았다. 현자의 처세는 안정된 시대든 험난한 시대든 한결같은 법이니, 빈천하다고 하여 뜻을 잃지 않으며, 부귀하다고 뻐기거나 교만하지 않는다.
주역周易, 건괘乾卦 문언文言, 지진퇴존망자知進退存亡者 기유성인호其唯聖人乎
한신은 영예와 부귀를 누렸는데, 그것이 넘쳐 재앙을 재촉했다. 자신은 군주에게 반역한 몸이 되고 죄인이라는 이름을 얻었다. (영귀榮貴 만영속화滿盈速禍 궁위역상躬爲逆上 명예악도名隸惡徒)
그를 두고 훌륭한 장수였다고 칭찬하거나 재략에 대해서 말한다면 모르지만, 현자라고 지목하는 것은 분명 잘못이 아니겠는가?
• 엄연년嚴延年, 일처리에 정밀하고 민첩했다. (정한민첩精悍敏捷) 자공子貢이나 염유冉有가 아무리 정사政事에 통달했다고 할지라도 그를 능가하지는 못할 것이다. (수자공염유통우정사雖子貢冉有通于政事 불능절야不能絕也) 그런데 편명이 '혹리酷吏'이고 '사람 잡는 수령(도백屠伯)라고 불렸던 사람을 뜬금없이 공자 문하의 실력 있는 사람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게 만들었으니 무슨 기준이 이렇다는 말인가?
오늘은 《사통史通》에서 부사浮詞, 떠돌아다닌다 할 때 부浮자가 있다. 부침浮沈, 떠오르고 가라앉다고 할 때는 부浮자라는 글자가 별다른 가치를 담고 있지 않다. 좋다 나쁘다의 뜻이 없다. 그런데 지금 여기서 번역자는 어쭙잖은 말과 과장이라고 했는데, 이것은 격에 안 맞는 게 아니고 그것 자체로 영 형편없다는 뜻이겠다. 이것도 서술의 원칙들인데, 여기에 보면 "실제 문장 가운데 불필요한 글자나 문구 또는 문맥에 어울리지 않는 과장 등을 경계하는 내용을 담았다." 이제 포폄이 들어가는 것이겠다.
우선 문장론부터 보자. "무릇 사람이 하는 말이 막힘없이 이어지려면 반드시 보완해주는 음이나 구절을 두어 말의 시작과 끝을 알려주게 마련이다. 그래서 이伊나 유惟, 부夫나 개蓋는 말을 꺼내는 출발점이 되고, 언焉이나 재哉, 의矣나 혜兮는 문장을 끝내는 어조사로 쓰인다. 이 단어들을 없애면 언어가 부족해지지만, 더하면 문장이 온전해진다." 먼저 "무릇 사람이 하는 말이 막힘없이 이어지려면 ", 앞에 우리가 봤던 개추기지발蓋樞機之發 영욕지주榮辱之主, 사람의 말은 영욕의 관건이다 라는 말이 여기 또 나왔다. 부인추기지발夫人樞機之發, 사람이 말을 할 때 막힘없이 이어지려면, 미미불궁亹亹不窮, 힘을 써서 궁궁해지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반드시 보완해주는 음이나 구절을 두어 말의 시작과 끝을 알려주게 마련이다. 그래서 이伊나 유惟, 부夫나 개蓋는 말을 꺼내는 출발점이 되고, 언焉이나 재哉, 의矣나 혜兮는 문장을 끝내는 어조사로 쓰인다." 이 얘기는 『문심조룡文心雕龍』에서 나오는 말이다. 문장론으로서는 문심조룡을 넘어서는 게 없다고 얘기들을 한다. 번역자는 "현재 국어 문법에서 전자는 접속사나 부사, 후자는 종결어미라고 할 수 있다."라고 말한다. 종결어미를 잘 써야 한다. 《에로스를 찾아서》를 읽으신 분들은 발견했을지도 모르겠는데, 앞에 절반은 에세이이고 뒤에는 이론 설명으로 되어 있는데, 절반에 해당하는 에세이를 보면 모든 섹션의 시작이 사람 이름으로 되어 있다. 그런 것들이 이를테면 문장론이다. 그런 것은 잘했다 못했다가 아니라 취향의 반영이고, 좀 심하게 말하면 어디서 배웠느냐 하는 데에 들어가겠다. 유지기도 "이 단어들을 없애면 언어가 부족해지지만, 더하면 문장이 온전해진다."고 말한다. 언어가 부족하다고 해서 잘못 쓴 것은 아니다.
거지즉去之則는 일종의 대명사이다. 한국어는 대명사가 드문데 반해 영어나 한문 문장은 대명사를 좀 쓰는 편이다. 사실 영어 문장은 번역할 때 뒤에 나오는 대명사들이 앞에 있는 무엇을 가리키는가를 찾아내는 것이 상당히 고통스러운 과정일 수 있을 것이다. 이런 게 문장론인데, 영어로 문장을 쓸 때는 똑같은 단어를 되풀이해서 쓰면 그것은 의도적인 어떤 레토릭이 있거나 아니면 무식하거나 둘 중에 하나이다. 대표적인 것을 예를 들면 카프카의 《성》을 보면 낯선 것Das Fremde를 계속 쓰는데 그것은 카프카의 레토릭이겠다. 그런데 보통의 문장에서 그걸 계속 쓰면 단어를 아는 게 이거밖에 없구나 라고 얘기를 한다. 반면 한국어로 문장을 쓸 때는 전달하는 방식이 조금 다르다. 독자가 한국인이라면 다르다. 그리고 영어로 되어 있는 문장을 한국어로 번역을 할 때도, 그렇다고 해서 영어 문장에서 him, her 이렇게 되어 있는 것들을 사람 이름으로 다 바꿔놓으면 약간 문장이 저렴해진다는 느낌이 있다. 지금 저렴이라는 말을 썼는데 이런 표현들은 좀 속된 표현이다. 이렇게 말하는 것이 고급스러운 표현이 아닌데 어느 지점에서는 또 그렇게 써야 할 때가 있다. 책을 쓰거나 글을 쓸 때 그런 단어들을 어떤 순간에 절묘하게 쓸 것인가를 고민하는 경우가 꽤 있다.
여기서 유지기가 얘기하고 싶은 것은 문장론이라기보다는 포폄을 담는 서술에 훨씬 더 집중하고 있다. 그러니까 앞에 설명을 보면 "그러나 간혹 해당 사실의 기록 외에 포폄을 해야 할 경우, 한마디 한 구절로 인해 득실과 시비가 결정될 수도 있으므로 아무리 쉬운 얘기라도 매우 신중하게 해야 한다." 이제 포폄이라고 하는 것을 한번 보겠다. "사실을 서술하는 경우에도 포폄을 담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이게 문장 잘 쓰는 것에 있어 중요한 요점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단어를 잘 고르면 서술describe을 하고 있는 것 같지만 평가evaluate를 하는 효과를 볼 수 있고, 그렇게 하는 게 심한 욕을 담지 않더라도 아주 고급스럽게 맥일 수 있는 것이 아닌가 라고 생각한다. 이게 제가 가지고 있는 문장론이다. 문장론이라기보다는 포폄론이다. 우리가 사용하고 있는 문장은 포폄이 들어갈 수밖에 없다. 그래서 포폄을 어떻게 집어넣느냐 하는 것을 배워보는 것이다. "진나라 영공이 세금을 무겁게 걷어 궁전 담장을 조각했을 때는 바로 '군주답지 않다(不君)'는 말로 시작했고", 그러니까 바로 진나라 영공에 대해서 설명을 할 때는 바로 불군위칭不君爲稱, 임금이 아니다 라고 말했다. 불군不君이라는 것을 가지고 폄을 담았다.
그다음에 『사기』 「급정열전汲鄭列傳」에 "급암의 고모 아들인 사마안도 젊어서 급암과 같이 태자세마大子洗馬가 되었다. 사마안은 문장이 매우 교묘했으며[문심교文深巧] 벼슬아치 노릇도 잘해서 [선환善宦] 구경九卿 관직에 네 번이나 올랐다."라고 했다. 문심교文深巧, 매우 교묘했으며, 선환善宦, 벼슬아치 노릇도 잘해서, 선善이라는 글자가 착할 선善자지만 또 잘한다는 뜻도 있다. 영어의 good이 좋다라는 뜻도 있고 선이라는 뜻도 있고 쓸모 있는 이라는 뜻도 있는 것과 똑같다. "네 번이나 구경九卿의 지위에 오른 일에 대해서는 먼저 교묘한 벼슬살이(교환巧宦)라고 지목했으니", 문심교文深巧라는 글자 단어와 선환善宦이라는 단어를 합해서 교환巧宦이라는 단어로 만들어 썼다고 한다. "반악이 『한거부閒居賦』 「서序」에서 교환巧宦이라고 쓴 뒤부터 그대로 사용했다고 한다. 아마 유지기도 그것을 따른 듯하다."고 주석이 붙어있다. 여기서는 이 주석이, 어떤 곳에는 주석이 길게 붙어 있어서 이해하기가 아주 좋고, 번역도 아주 잘 풀어서 있는 데다가, 한자로 되어 있는 문장들은 응축이 심하고 그것 자체로 완성되어 있지 않다는 느낌이 있어서 반드시 번역을 잘 풀어서 해놔야 할 뿐만 아니라 그것에 대해서 주석이 또 필요하다. 그런 점에서는 한문 번역으로는 참 좋지 않나 싶다. 어쨌든 불군不君이라는 말로 시작을 했고 그다음에 교환巧宦이라는 말을 했는데, 이것을 유지기는 "이것이 이른바 사실을 설명하는 출발점이다." 이건 좀 교묘하다. 사실을 설명하는 출발점이면, 사실이라고 하는 것은 가치 평가를 담지 않고 그냥 있는 그대로를 서술을 해야 되는데, 이 사실이라는 말 안에다가 포폄을 담은 것까지도 포함을 했다. 그래서 소위설사지단야所謂設事之端也, 사실을 설명하는 출발점arkhē이다. 이렇게 포폄을 담는 서술이 중요한 까닭은 무엇인가. 아무리 역사가 있는 그대로의 사실만 describe를 한다 해도 평가를 벗어나는 건 불가능하다. 그런 까닭에 그걸 잘 서술을 해야 한다. 공자가 춘추를 정리할 때 그 취지가 포폄에 있었다.
"예전에 공자가 경전, 곧 『춘추』를 정리할 때 그 취지는 포폄褒貶에 있었는 데, 포폄한 것이 해와 달처럼 명백하여 한 글자도 다시 고쳐지지 않고 인정 받으며 전해졌다. 역사서를 편찬할 때는 널리 채록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 하지만, 간혹 해당 사실에 대한 기록 외에 포펌을 해야 할 경우에는 그야말로 한 마디 한 구절 때문에 득실과 시비가 결정될 수도 있으니 아무리 쉬운 얘기라도 매우 신중해야 한다." 의재포폄義在褒貶, 의의는 포폄에 있다. 포폄이라고 하는 것은 꼭 필요하다고 본다. 자우본사지외至于本事之外, 해당 사실에 대한 기록에 포폄을 해야 할 경우, 시기억양時寄抑揚, 억抑은 누르고 양揚은 널리 알린다는 말이다. 누르고 띄워주는 것을 붙이는 것이 포폄이 되겠다.
이제 사례를 몇 가지 들어보는데, 일단 오늘은 3개를 좀 들어보겠다. 사기史記, 조세가趙世家에 "조앙趙鞅의 여러 아들 중에서 무휼無恤이 가장 현명했다." 어질 현賢자로 일반적으로 알려져 있는 그 글자를 가지고 얘기를 해보면, 최현最賢, 가장 현명했다. 그런데 무휼이라는 사람은 어떤 사람인가. "거짓말로 이웃나라의 대왕을 불려들어 계획대로 살해했고, 같은 어머니에게서 태어난 누이가 비녀를 날카롭게 갈아 목을 찔러 자결하게 만들었고, 속임수를 쓰고 잔인한 짓을 하면서도 태연하고, 탐욕 때문에 형제도 무시한 것이므로, 작고 약한 물고기를 잡아먹는 고래와도 같고 개나 돼지만도 못한 자인데 어떻게 현명하다고 평가할 수 있겠는가." 이런 사람한테 어떻게 현명하다고 할 수 있겠는가. 그런데 결론부터 얘기해 보면 유지기의 이런 평가에 동의하지 않는 견해도 있다고 한다. 각주에 보면 "현賢이라는 뜻이 고대에는 똑똑하다, 능력 있다는 자질의 의미로 쓰였기 때문에 유지기 시대의 용법으로 판단해서는 안 된다." 그러니까 현賢의 의미가 요새는 어질다, 착하다인데 예전에는 자전에서 찾아보면 낫다superior 라고 할 때 쓸 수 있고, 그리고 이를테면 재물이 넉넉하고 많다 라는 뜻으로도 쓰엿다. 그래서 조여부는 현賢이란 뜻이 고대는 똑똑하다, 능력 있다는 자질의 의미로 쓰였기 때문에, 여기서 고대는 사마천司馬遷이 사기史記를 쓰던 때가 고대이고, 유지기는 당나라 때 사람이니까 당연히 그 용법은 아니라고 말한다. 유지기는 부현자당이인서위인夫賢者當以仁恕爲先, "무릇 현賢이라는 것은 마땅히 어질고 너그러우며", 우선 마땅히 어질고 너그러운 것을 앞으로 해야 하고, 그다음에 예양거본禮讓居本, 예와 양을 근본으로 갖춘다 라고 말한다. 유지기의 사전에는 현賢이라는 글자가 이렇게 되어 있다는 말이다. 인서仁恕와 예양禮讓이다. 그런데 조여보는 그게 아니라 능력 있다 라는 것도 있다고 말하는 것이다. 지금 이 문제가 어디서 생겨났는가 하면 일단 당나라 때 현賢자와 의미가 다르다는 데 있다. 사마천의 집안은 대대로 역사를 써왔다. 집안의 일로서 해오던 역사 서술이 유지기 시대에는 관청에서 하게 되었다. 집단적으로 관에서 하는 일이 된 것이다. 그런 과정에서 한자들이 가지고 있는 전통적인 의미들도 많이 바뀌고, 또 새로운 의미가 덧붙여지고, 이런 것들은 동네 언어였던 것을 국제어로 만들어가는 과정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당나라가 그런 점에서는 현대 중국인의 정체성을 만들어내는데 중요한 역할도 하지 않았을까 생각 해보게 된다.
한가지 사례를 더 보면 한서漢書에 보면 "소하蕭何는 한신韓信이 현명하다는 것을 알았다." 한신韓信은 한고조의 부하 장군이었다. 소하지한신현蕭何知韓信賢, 이때도 이제 현賢인데, 안현자처세案賢者處世, 현자의 처세는 이험약일夷險若一, 이夷는 오랑캐 이夷자도 되지만 평온하다라는 뜻도 된다. 그래서 안정된 시대든 험한 시대든 한결같다는 말이다. 불운확우빈천不隕穫于貧賤, 가난하고 천한 것에서 쥐고 있는 것을 떨어뜨리지 않으며, 불충출우부귀不充詘于富貴, 재산이 넉넉하고 신분이 높아졌다고 해서 뻐기거나 교만하지 않는다. 그래서 앞에서 현賢이라고 하는 것은 어질고 너그러우며 예의와 겸양을 갖추다 인데, 그것은 개인 차원이고, 던바의 수에 해당하는 150명을 넘어가면 공동체를 구성하기 시작하는데, 거기로 들어가게 되면 안정된 시대가 되었든 험난한 시대가 되었든 한결같은 법이니, 빈천하다고 하여 뜻을 잃지 않으며, 여기서는 쓰러지지 않는다 라고 보는 것도 좋은 번역일 것 같다. 그리고 부귀하다고 뻐기거나 교만하지 않는다. 빈천한 시기와 부귀한 시기에 뜻을 잃지 않고 충출하지 않고 가지고 있는 것을 떨어뜨리지 않는 것, 정말 어려운 일이다.
그다음에 주역周易에 보면, 주역에 나오는 말을 가지고 한신을 또 평가하는데, 건괘乾卦의 문언文言에 지진퇴존망자知進退存亡者 기유성인호其唯聖人乎라고 나온다. 정말 좋은 말이다. 진퇴進退, 나아갈 때와 물러날 때를, 그다음에 존망存亡, 살고 죽는 얘기, 그러니까 진퇴와 존망을 아는 자, 존망存亡는 흥하고 사라지고의 문제인데, 이런 경우에는 아주 넓게 보면 어떤 시대가,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시대가 번성하는 시기라고 할 땐 존存이라는 말을 쓸 수 있을 것 같고, 쇠퇴의식이면 망亡이라는 뜻을 쓸 수가 있을 것 같다. 그래서 진퇴進退는 개인의 처신인데, 존망存亡이라고 하는 건 공동체하고 관련된 또는 시대하고 관련된 그런 것들을 가리키지 않나 라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면 private한 차원과 public한 차원을 다 아는 것이 성인이다. 성인이라고 하는 말은 조심해서 우리가 이해해야 되는데, 이 단어가 성saint 아우구스티누스라고 할 때도 성인이라고 번역을 하는데, saint라는 단어를 성인이라고 할 때 그 사람들은 뭔가 종교적인 신비한 것mystērion을 전해 받은 사람들을 성인이라 하고, 그런 사람들을 가리킬 때도 성인이라고 쓰는데, 주역周易은 고대어니까, 제가 보기에 현賢자와는 다르게 성인이라는 말은 고대어나 유지기의 시대에나 여전히 유가적인 덕성을 깨달은 자를 가리키는 말이 아닐까 싶다. 물론 노자에서 성인은 좀 다른데, 자연의 이치를 완전히 자기 몸에 체득해서 자연의 이치에 따라서 살아가는 자를 성인이라고 한다. 성인이라는 말은 적어도 유가적인 맥락에서는 그렇게 볼 수 있다. 두보를 시의 성인이다고 해서 시성詩聖이라고 하고, 이백을 시의 신선이라고 해서 시선詩仙이라고 하는데, 그때 성인이라고 하는 말이 바로 그런 의미이다. 유가적인 덕목을 온전히 구현하고 있는 사람으로서, 시를 통해서 유가적인 덕목을 퍼뜨리는 사람, 그러니까 최고 유가 이데올로그로서의 두보라고 얘기를 하겠다.
한신이라고 하는 사람은 그것을 몰랐다는 얘기겠다. 그래서 영귀榮貴 만영속화滿盈速禍 궁위역상躬爲逆上 명예악도名隸惡徒, "한신은 영예와 부귀를 누렸는데, 그것이 넘쳐 재앙을 재촉했다. 자신은 군주에게 반역한 몸이 되고 죄인이라는 이름을 얻었다." 그리고 "그를 두고 훌륭한 장수였다고 칭찬하거나 재략에 대해서 말한다면 모르지만, 현자라고 지목하는 것은 분명 잘못이 아니겠는가?" 훌륭한 장수라는 게 착할 선善자에 장수 장將를 썼는데, 인성이 훌륭하다는 게 아니라 장수로써는 탁월했다는 말이겠다. 현賢이라고 하는 것도 이제 유지기 시대의 용법으로는 분명히 아니다. 한신을 현자라고 하는 건 아니다 라는 말이겠다. 그러니까 소하蕭何 한신은 현賢을 알았다라고 말한 평가는 잘못된 것이다.
그다음에 또 한서에 보면 엄연년嚴延年이라고 하는 자에 대한 평가가 있는데, 그가 일처리에 정밀하고 민첩했다고 한다. 정한민첩精悍敏捷, 일처리에 정밀하고 민첩했다. 한悍자는 사납다라는 뜻도 있고 성급하다라는 뜻도 있다. 정교함이라고 하는 것이 세게 정밀했다는 말이다. 그런데 "자공子貢이나 염유冉有가 아무리 정사政事에 통달했다고 할지라도 그를 능가하지는 못할 것이다." 여기서도 유지기는 약간 발끈한 것 같다. "편명이 '혹리酷吏'이고 '사람 잡는 수령(도백屠伯)라고 불렸던 사람을 뜬금없이 공자 문하의 실력 있는 사람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게 만들었으니 무슨 기준이 이렇다는 말인가?" 혹리酷吏는 잔혹한 관리를 말한다. 사람 잡는 수령는 도백屠伯으로, 이런 사람을 뜬금없이 공자 문하의 실력 있는 사람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게 만들었다는 것이다. 수자공염유통우정사雖子貢冉有通于政事, 아무리 자공과 염유가 정사에 통달했다 할지라도, 불능절야不能絕也, 지금 그를 능가하지 못할 것이다. 절絕은 끊다 라는 뜻인데, 넘어가다 라는 뜻도 있다. 불능절야不能絕也는 끊어내지 못할 것이라는 게 아니라 넘어가지 못할 것이다. 그런데 끊어낸다 해도 두 번 정도 머리를 돌리면 이해가 안 되는 바는 아니다. 자공이나 염유가 엄연년을 끊어내지 못할 것이다, 그러니까 따돌리지 못할 것이다. 자공이나 염유가 아무리 앞에서 막 뛰어가도 엄연년을 뒤에 떼어놓지는 못할 것이다 라고 해석이 가능하겠지만 굳이 그렇게 가지 말고 넘어가다 라는 뜻으로 이해를 해서 불능절야不能絕也를 넘어서지 못할 것이다 라고 해석을 해도 되지 않겠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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