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담화冊談話 | 사통史通(25) ─ 史通, 內篇 - 品藻

 

2025.05.06 δ. 사통史通(25) ─ 史通, 內篇 - 品藻

유지기, ⟪사통⟫(劉知幾, 史通)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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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조品藻 ─ 불합리한 인물평가

기본원칙들
• "상당히 많은 인물을 모아 확실히 분류해야 할 경우에 같이 들어갈 부류를 정하지 못하고 서로 다른 부류를 밝히지도 못했기 때문에..." (역유궐유중과亦有厥類衆夥 의위유별宜爲流別 이불능정기동과而不能定其同科 신기이품申其異品...)

• "다른 사람이 나를 등지더라도 좋은 일을 하다가 몹쓸 일을 당하겠다는 태도를 허물로 삼는 것인데, 그렇다면 장차 어떻게 사람들에게 좋은 일을 하라고 권장할 수 있겠는가?" (부영인부아夫寧人負我 위선획여爲善獲戾 지차치우持此致尤 장하권선將何勸善)

• "군자는 기미를 보고 일어난다." (군자君子 견기이작見幾而作), 주역. 계사 하
세 처남은 미리 문 왕의 기미를 보고 일어나 아직 싹이 트기 전에 사태의 흐름을 파악했으니...

• 시비와 선악을 섞어 어지럽히고, 영적 진귀하게 여기고 반여를 하찮게 여기거나 노둔한 말을 타고 천리마를 버려두는 꼴이다." (사병시비무란斯並是非瞀亂 선악분나善惡紛拏 혹진영적이천반여或珍瓴甋而賤璠璵 혹책노이사기기或䇿駑而捨騏𩦸) 

• 子曰 "이모취인以貌取人 실지자우失之子羽 이언취인以言取人 실지재아失之宰我"
공자가 말하기를 "인물만 보고 사람을 뽑는다면 담대멸명 같은 사람을 잃을 것이고, 말재주만 갖고 사람을 뽑으면 재아 같은 사람에게 속을 것이다." 

"아름다운 거울처럼 반짝이는 안목을 발휘하고 올바르게 인품을 구별하여
군자는 군자대로 소인은 소인대로 그에 어울리는 맛과 냄새를 갖게 하고, 
지혜가 있는 사람과 평범한 사람에게 차이가 나면 나는 대로 순서가 정해지게 한다면, 
권선징악의 교훈은 앞날에 길이 엄숙하게 전해질 것이고, 
격탁양청의 풍습은 번성하고 썩지 않을 것이다."
부능신조경夫能申藻鏡 별유품別流品
사소인군자使小人君子 취미득붕臭味得朋 
상지중용上智中庸 등차유서等差有敍
즉징악권선則懲惡勸善 영숙장래永肅將來
격탁양청激濁揚清 울위불후자의鬱爲不朽者矣.

 


오늘은 품조品藻를 읽는다. 재才, 학學, 식識, 타고난 재주가 있어야 하고 배움이 있어야 하고 그것으로부터 깨달음이 있어야 한다. 식識라고 하는 게 분별이겠다. 그런데 이 분별이라고 하는 게 사실은 exaiphnēs, 갑자기, 《향연》에서 디오티마의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다 보면 갑자기 뭔가 보인다고 하지만 플라톤이 거짓말하는 것이다. 그 이전 단계 하다가 사람들 다 지쳐 떨어진다. 플라톤은 레슬링 선수를 했다는 소문도 있을 정도로 체력이 좋은 사람이니까 그것을 견뎠을 것이다. 자기가 뭔가 옳다고 여기는 것이 있는데, 아주 명백한 증거를 가지고 그것에 대한 반대가 나타났을 때, 반대나 모순을 견디는 힘이 이성이다. 그것을 견디는 힘이 없으면, 정신력이 아니라 체력이다. 끊임없이 계속 반대 증거를 찾아 나가는, 칼 포퍼가 말하는 시행착오trial and error을 견뎌가는 것도 이성이고, 어느 날 갑자기 뭔가를 깨닫게 되는 것은 수없이 많은 학學의 과정에서 식識이 나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 품조品藻부터가 식견에 관한 것인데, 이것은 사실 학습이 있어야 가능한 것이다. 그러니 내용도 그다지 뭐 별다를 게 없다. 

기본 원칙들을 보면 굉장히 많은 사례들을 쭉 열거를 하고 중간중간에 기본 원칙들을 집어넣어 놨는데 기본 원칙들만 일단 정리했다. "사마천과 반고가 열전을 만든 이래로", 열전이라고 하는 것은 사람들의 biography라고 생각하기 쉬운데 품평, 품조가 들어간다. 품조品藻를 "불합리한 인물평가"라고 오항녕 교수는 번역을 해놓았는데, 조藻라고 하는 글자가 원래는 물풀의 총칭인데 무늬, 채색을 가리키는 뜻도 있고, 아름다운 표현이나 꾸밈의 뜻도 있는데, 사실은 조藻자 하나를 가지고 감식한다 또는 품평하다 그런 뜻도 된다. 이 분류를 잘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말이다. "사마천과 반고가 열전을 만든 이래로 역사가들이 처음으로 같은 유형의 인물을 일괄하는 풍조가 생겼다." 비슷한 사람끼리 모은다는 것이다. 이때는 이름을 어떻게 붙이느냐가 중요하다. 여기에 보면 한비와 노자를 한 편에 같이 실었다는 것을 유지기는 문제가 있다고 보는 것이다. "어찌 한비자와 노자를 같이 기술하면서 자라는 명칭을 붙일 수 있으며, 원소와 동탁을 모두 한나라 말에 살았던 영웅이라고 할 수 있겠는가?" 한비는 자子라고 할 수 없고 노자는 자子라고 할 수 있다는 얘기이다. 그러니까 원문으로 보면 시이한비노자是以韓非老子 공재일편共在一篇, 한비와 노자를 같은 편에 놨는데 그것은 안 된다는 말이겠다. 그다음에 "원소와 동탁을 모두 한나라 말에 살았던 영웅이라고 할 수 있겠는가?", 이것도 곤란하다는 것이다. 한비라는 사람과 노자, 동탁과 원소, 이 사람들에 대한 품평이 있어야 되고 품평을 한 다음에 같은 곳에다 넣을 것인가 말 것인가를 해야 된다는 말이겠다. 노자에겐 자子를 붙이고 한비에게는 붙이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 함축되어 있다고 하겠다. 자子는 선생을 가리키는 말이니까 그렇다. 우연에서 시작해서 우연으로 끝난다고 하는 것은 명백한 scientific fact이다. 그렇다고 하면 기독교도는 어떠한가. 기독교도가 되려면 어떻게 해야 되는가. 그 중간에다가 딱 잘라서 의미를 부여하고 이때부터 시작해서 창조를 생각해 봐야 되는 것이다. 의미를 부여하고 살아가하는데 있어서, 그렇게 의미를 부여하는 것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이름을 붙이는 것, 명칭이다.  

그러니까 여기서 이제 원칙이 하나 나왔다. "상당히 많은 인물을 모아 확실히 분류해야 할 경우에 같이 들어갈 부류를 정하지 못하고 서로 다른 부류를 밝히지도 못했기 때문에 난초와 쑥이 서로 섞이고 붉은색과 자주색이 분명하지 않았으니, 이것은 누구의 잘못인가? 바로 사관의 잘못이다." 역유궐유중과亦有厥類衆夥 의위유별宜爲流別 이불능정기동과而不能定其同科 신기이품申其異品. 사람들을 많이 끌어모은 다음에, 일단 데이터를 모아서 분류를 해야 하는데, 그러려면 카테고리가 있어야겠다. 그런데 카테고리를 정하지도 못했고, 카테고리를 정한다 라는 것은 여기서 유별流別하고 그다음에 전기동과定其同科, 즉 별別, 구별하고, 정定, 규정하는 것, 여기 안에 들어가지 못하는 사람을 쳐내는 것이 규정이겠다. 일단 큰 분류를 해야 된다. 별別과 정定, 분류를 하고 정해야 된다는 것이 핵심이겠다. 그다음에는 정할 때는 인성을 보고 정해야 되겠다. "반고의 「한서」 「고금인표」를 보면 위로 수천 년을 포괄하고 수백명의 인물을 꿰어 3과로 나누고 9등급으로 확정했다." 상중하로 나누고 그것을 다시 상중하로 나누어서 9등급이 되었다는 얘기인이다. 그런데 "편목에 들어가 있는 인물을 보면 이러한 서문의 설명과 일치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표表는 잘 만들어 놨는데 이제 인물이 그 안에 안 들어간 경우가 많다는 말이다. 예를 들어서 "공자 문하의 통달한 인물 중에서 안연은 거의 공자에 가까웠고, 다른 제자들의 경우는 차등을 두기 어려웠다." 안칭태서颜稱殆庶 지우타자至于他子, 안연은 거의 공자에 이르렀다, 난위등쇠難爲等衰, 그런데 나머지는 비슷하다는 말이다. 그런데 "「고금인표」에서는 염백우를 앞에 놓고 증삼을 뒤에 놓았으며, 중궁을 앞으로 나오게 하고 염유를 뒤로 물렸으니", "염백우나 중궁 모두 제2등이고, 증삼과 염유는 모두 제3등"이라고 하면서 이유를 모르겠다고 하는데 저도 그 내밀한 규준은 짐작조차 하지 못할 것 같다. 

다른 원칙을 보면 "초나라 문왕이 나라를 지나갈 때 등나라의 세 처남이 문왕을 죽이려 했으나 등나라 기후가 허락하지 않았고, 결국 등나라는 문왕에게 망했다." 처남들이 잘했다. 그런 것을 보고 "군자는 기미를 보고 일어난다."라고 하는 주역 계사 하편에 나오는 말을 흔히 쓴다. 군자君子 견기이작見幾而作, 군자는 그 기미를 보고 행동한다는 말이다. 그러니까 세 처남은 미리 문왕의 기미를 보고 일어나서 그가 등나라를 치기 전에 사태 흐름을 파악하고 죽이려 했다는 말이겠다. 욕을 먹더라도 나라를 살리는 일은 해야겠다 라는 마음으로 했던 것인데, 이때 결국 처남들을 말렸던 등나라의 기후로 상황을 판정한다면 안 된다는 말이다. 여기서는 유지기는 등나라의 세 처남을 칭찬하는 것이다. "다른 사람이 나를 등지더라도 좋은 일을 하다가 몹쓸 일을 당하겠다는 태도를 허물로 삼는 것인데, 그렇다면 장차 어떻게 사람들에게 좋은 일을 하라고 권장할 수 있겠는가?" 좋은 일을 하다가 무슨 일을 당할지언정 내가 좋은 일을 하고야 말겠다는 것이다. 부영인부아夫寧人負我, 영寧은 부사어로 차라리 라는 뜻이고, 인人은 사람을 가리키는 말인데 다른 사람이라는 뜻도 된다. 《논어》에서 인부지이불온人不知而不慍에서도 다른 사람이 나를 알아주지 않더라도 라고 번역하는 것과 같다. 부負는 책망한다, 나를 사람들이 욕한다는 말이다. 그러니까 부영인부아夫寧人負我, "사람들이 나를 등지더라도", 위선획여爲善獲戾, 선한 일을 하다가 어그러짐을 얻었다, 지차치우持此致尤, 몹쓸 짓을 당했다 한다면, 장하권선將何勸善, 어찌 선을 권하겠는가. 왕페이(왕비王菲)가 부른 치청춘致靑春이라는 노래가 있다. 노래 가사 번역을 한 것을 보면 여기서 치致가 끝나다, 청춘이 끝났다는 뜻이다. 그러니까 "다른 사람이 나를 등지더라도 좋은 일을 하다가 몹쓸 일을 당하겠다는 태도"가 중요한 것이다. 처남들은 욕을 먹더라도 좋은 일은 하려고 한 것인데, 등나라 기후가 사람을 함부로 죽이지 말라고 했던 것은 어이없는 것이다. 그러니 등나라의 세 처남은 기미를 보고 일어난 사람들이다 할 수 있다. 세 처남은 미리 문 왕의 기미를 보고 일어나 아직 싹이 트기 전에 사태의 흐름을 파악한 사람들이다. 세 처남은 미리 문왕의 기밀을 보고 일어나 싹이 트기 전에 사태의 흐름을 파악한 사람들이다. 군자君子 견기이작見幾而作, 아주 좋은 좋은 표현이라고 본다. 여기서 군자라고 하면 인격적으로 훌륭한 사람이라는 뜻도 되지만 주역이 나올 무렵인 중국 고대 문헌에서는 이것은 당연히 정치가이다. 군자는 본래 귀족 가문의 남성을 가리키는 말인데, 귀족 가문의 남성이 정치를 했으니까 정치가, 넓은 의미로 이 사람들은 정치가를 가리킨다고 봐야 되지 않겠나 생각된다. 기미를 보는 능력이라고 하는 것이 없으면 정치가가 아니다. 기미幾微에서 미微는 미세한 것, 희미하다는 뜻으로 정치가들은 엄청난 통찰력이 있어야 한다. 플라톤의 《정치가》를 보면 연설가이고 장군이고 입법가인, 이 세 가지를 얘기하는데, 기미가 더 있어야 하지 않겠나 생각된다. 기미를 본다는 것이 정치가의 아주 중요한 미덕이라고 생각된다. 

그다음에 보면 "진나라 문공의 신화를 설명하면서" 얘기했는데, "시비와 선악을 섞어 어지럽히고, 영적 진귀하게 여기고 반여를 하찮게 여기거나 노둔한 말을 타고 천리마를 버려두는 꼴이다", 시비와 선악을 섞어 어지럽히는 사람들이 바보라는 얘기이다. 사병시비무란斯並是非瞀亂 선악분나善惡紛拏 혹진영적이천번여或珍瓴甋而賤璠璵 혹책노이사기기或䇿駑而捨騏𩦸. 사병시비무란斯並是非瞀亂, 시와 비를 병렬해서 어둡고 흐트러뜨린다, 선악분나善惡紛拏, 선과 악을 어지럽힌다, 혹진영적이천반여或珍瓴甋而賤璠璵, 영적은 밑이 없고 두 귀가 달린 독, 그러니까 싸구려이고, 반여는 노나라의 귀중한 옥이라고 한다. 그러니까 영적을 귀하게 여기고, 반여를 천하게 여기는 것이고, 혹책노이사기기或䇿駑而捨騏𩦸, 둔한 말을 타고, 천리마를 버린다. 영적과 반여, 둔한 말과 천리마 이런 것들은 선악의 문제는 아닌데, 제가 보기에는 유지기도 비유를 적절하게 들지 못하지 않았나 생각이 된다.  

그다음에 공자가 말하기를 "인물만 보고 사람을 뽑는다면 담대멸명 같은 사람을 잃을 것이고, 말재주만 갖고 사람을 뽑으면 재아 같은 사람에게 속을 것이다." 사마천의 사기열전에 나온다고 한다. 이모취인以貌取人, 얼굴만 보고 사람을 뽑는다면, 실지자우失之子羽, 좌우를 잃는 것이고, 이 사람은 생김새는 좋지는 않았는데 탁월한 사람이었던 모양이다. 이언취인以言取人, 이언취인 말로써 사람을 뽑는다면, 실지재아失之宰我, 여기서 좌우에도 실失자를 써놓았고 재아에도 실失 자를 써놓았다. 이런 것들이 한문 번역의 난제가 아닐까 생각을 해본다. 둘 다 실失자, 잃는다는 것인데, 얼굴만 보고 사람을 뽑으면 좌우를 잃을 것이니, 좌우는 얼굴은 못 났지만 능력은 뛰어나다. 그런데 읽는다라는 것으로만 해석을 하면, 실失 자를 같은 뜻으로 해석을 해보면 제아는 말재주가 없구나 라고 이해할 수 있는데, 여기서 보면 실失 자를 속는다로 해석을 했다. 그러니까 실失 자에는 두 가지 뜻이 있는 것이다. 잃다는 뜻도 있고 속는다 라는 뜻이 있는 것이다. 그래서 공자의 원래 문맥이 무엇인가를 잘 생각을 할 필요가 있다. 증거가 유실遺失되었다고 할 때 그럴 때는 잃다, 사라졌다의 뜻인데, 실례失禮하다고 할 때는 예를 잃어버렸다인지 예를 속인다인지 알 수가 없다. 실례라는 말은 굉장히 무거운 말이다. 무례라는 단어와 실례라는 단어는 등급을 나눠서 쓸 수 있겠다. 어쨌든 여기서 잃을 실失 자와 속일 실失 자, 이렇게 두 개의 뜻이 있다는 정도로 이해를 해 두면 되겠다. 

그다음에 마지막에 보면 "아름다운 거울처럼 반짝이는 안목을 발휘하고", 부능신조경夫能申藻鏡, "올바르게 인품을 구별하여", 별유품別流品, "군자는 군자대로 소인은 소인대로 그에 어울리는 맛과 냄새를 갖게 하고", 사소인군자使小人君子 취미득붕臭味得朋, "지혜가 있는 사람과 평범한 사람에게 차이가 나면 나는 대로 순서가 정해지게 한다면", 상지중용上智中庸 등차유서等差有敍, 용庸자가 metrion을 가리키는 말인 것 같지만 범용한 사람을 가리키는 뜻도 된다. 그러니까 재능이 보통인 고만고만한 사람을 가리킬 때 중용이라고 쓸 수 있다. "권선징악의 교훈은 앞날에 길이 엄숙하게 전해질 것이고", 즉징악권선則懲惡勸善 영숙장래永肅將來, "격탁양청의 풍습은 번성하고 썩지 않을 것이다", 격탁양청激濁揚清 울위불후자의鬱爲不朽者矣. 한자 고사성어는 나쁜 것을 먼저 제거하고 그다음에 좋은 것을 장려하는 이런 순서로 되어 있다. 격탁양청激濁揚清, 탁한 것, 흐린 것을 쳐내고, 양揚은 드높인다, 청清은 맑을 청, 청나라 청, 진리를 가리키는 글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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