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담화冊談話 | 옥스퍼드 세계사 15-1 ─ 제4부 제8장. 경제적·생태적 조우(1)

 

2025.05.21 🎤 옥스퍼드 세계사 15-1

15강: 제4부 제8장. 경제적·생태적 조우(1)
일시: 2025. 5. 21. 오후 7시 30분 - 9시 30분
장소: 수원시평생학습관
강의 안내: https://learning.suwon.go.kr/lmth/01_lecture01_view.asp?idx=4158


제4부 기후의 반전, "전염병과 추위 속에서의 확산과 혁신 ―14세기 중엽부터 19세기 초까지"으로 되어있다. 이때가 소빙하기에 해당한다. 그때는 기후가 추워지기 시작을 했는데, 1350년에 절정에 이르렀다가, 지난번에 우리가 읽었다, 14세기가 인류 역사에서 굉장히 중요한 전환기 중에 하나이다. 서양에서는 중세 말에 해당하는데, 냥 외우기 쉽게 말하자면 서양에서는 단테 시대, 동아시아 중국에서는 명나라 때가 전환기에 해당한다. 예전에는 환경이라든가 기후라든가 이런 것들이 역사 책에 잘 안 나왔는데 역사 책들을 이렇게 보면 14세기를 되게 중요하게 다룬다. 그때는 14세기가 왜 이렇게 중요한지 잘 몰랐는데, 《옥스퍼드 세계사》를 안 읽었으면 그냥 모르는 상태로 말았을 것이다.  

제8장 수렴하는 세계, 제9장 르네상스, 종교 개혁, 정신 혁명, 이게 새로운 고전 시기이다. 르네상스, 종교 개혁, 정신 혁명이라고 하면 굉장히 멋있는 것 같지만 사실은 그 이전까지 사람들이 지켜왔던 어떤 생활의 규범이라든가 기본적인 틀 이런 것들을 무너뜨리기 시작하는 때이다. 그래서 대개 사상사의 영역에서는 이때를 중세라고 본다. 마르틴 루터의 질문은 나는 어떻게 하면 죄를 씻어서 구원을 얻을 수 있겠는가, 이른바 탑 체험이라고 할 때 이 질문은 질문 자체가 근대적이지 않다. 중세인들이 가지고 있는 고민인 것이다. 사상사의 영역에서는 종교 개혁 이런 것도 다 중세의 영역에 들어간다. 그러니까 이 시기가 중세 말에 해당하는 것도 되고 근대 초기에 해당하는 것도 된다. 말하자면 지금 읽는 제4부는 그런 과도기의 사건들이다.  

전반적으로 볼 때 제4부는 전염병과 추위 속에서의 확산과 혁신이라는 부제를 보면 알 수 있다시피 이런 것 저런 것이 뒤섞인 시기이고, 그 앞에 제7장이나 이런 것보다는 읽기가 훨씬 쉬운, 그냥 사례들이 쭉 나열되어 있고 일반론이 만들어지기 어려운 시기라고 할 수 있다. 401페이지 결론부터 보자. "1350년부터 1815년까지 세계는 얼마나 바뀌었을까? 그 이전 시대보다는 많이 바뀌었을테지만, 이후 200년보다는 적게 바뀌었을 것이다." 지난번에 우리가 읽은 것에 따르면 1350년이 되면서부터 세계는 본격적으로 바뀌기 시작한다. 그런데 그 이후 200년이라는, 1815년에서 200년이면 굉장히 많이 바뀐다. 그때야말로 화석 에너지가 꺼내지는 거니까, 제5부 대가속에 해당하는 내용이다. 501페이지 인류세 소개하기: 1815~2015년을 보면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시대이다.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시대는 사실 1815년에서 시작이 되었다고 할 수 있다. 우리나라 연대로 외우기 쉽게 하면 1800년 정조 사망을 외우면 된다. 대체로 세계사의 흐름과 한반도 역사의 흐름이 싱크로나이징된다. 그러니까 우리나라만 독특한 역사를 겪은 게 아니다. 1800년 정조 사망 그다음에 1905년 러일 전쟁, 을사늑약, 그다음에 120년 지나서 지금 2025년, 이렇게 세 덩어리만 알면 된다.  

401페이지를 보면 "전 세계적 접촉과 교환은 더 잦아지고 격렬해졌다." 1350년부터 1815년까지의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전 세계적 접촉과 교환이다. 402페이지를 보면 "1350년 이래 세계 경제가 대략 세 배 성장한 것은 사실이지만 1인당의 부는 변하지 않았는데", 경제는 성장했는데 각자 나눠 가진 것은 변하지 않았다. 왜 그러는가. 인구가 3배 증가했기 때문이다. 아직은 태양 에너지가 중심인 농경 경제, 공업 경제는 없을 때니까 그렇다. 인구가 증가해버리면 경제가 성장해도 그 부를 충분히 많이 쌓아올릴 수가 없다. "흑사병과 아메리카 인디언의 인구의 급감에도 불구하고 세계 인구 역시 세 배 증가했기 때문이다." 그것 때문에 생겨난 중요한 사건이 "전 세계 노예의 수 역시 상당히 증가했다." 이게 심각한 문제이다. 공업이라고 하는 것이 발전하게 되면 사람이 별로 필요 없는데 공업이 발전하기 전에는 생산성을 늘리려면 결국 사람을 투입해야 된다. 그러니까 노예 경제로 등장한다. 고대 사회에도 노예가 있었지만 지금 우리가 이렇게 다루는 1350년에서 1815년 이 시기에 유독 흑인 노예 얘기가 많은데 이는 노예가 굉장히 중요한 생산 요소였기 때문에 그렇다. 생산에 투입되는 요소로서의 노예가 중요했기 때문이다. "음식 공급과 분배는 개선되었지만, 늘어난 인구는 그만큼 환경과 자원에 압력을 가했다." 지금 앞에서도 나온 것처럼 인구가 증가한다. 그다음에 환경과 자원에 압력을 가한다. 그다음에 쇠퇴한다. 이 사이클이 계속되었으면, 산업혁명이 일어나지 않았으면 지금 우리도 이 사이클에 살고 있을 것이다. 인류 문명이 여기까지 발전하지 못한다. 농경 경제는 한계가 있다. 그런데 너무나도 오랫동안 인간은 농경 경제에서 살아왔기 때문에, 농경 경제에 산다고 하는 것은 꼭 농사를 짓는다는 것이 아니라 정해진 커뮤니티 안에서 산다는 걸 의미한다. 정해진 커뮤니티 안에서 살기 때문에 사람은 기본적으로 자신이 처리할 수 있는 정보와 인지적 감각 이런 것들이 한정되어 있다. 그러니까 지금 이 시기에 전 세계적 접촉과 교환은 더 잦아지고 격렬해졌다 라고 되어 있는데, 그러니까 그 이전의 사회보다도 훨씬 파괴적인 사회가 되는 것이다. 이전에는 차라리 각자 자기가 태어나고 자란 곳에서의 정체성을 뚜렷하게 갖고 나와 아이덴티티가 다른 자들을 접촉하지 않고 살았으니까 유혈 충돌이라든가 이런 게 없었다. 그런데 이 시기가 되면서 접촉이 많아진다. 그러니까 여기 보면 이게 굉장히 양면성이 있는 것이다. 전 세계적 접촉과 교환이 많이 늘어났다 라고 하는 것은 그만큼 유혈 충돌이 일어날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이다. 전 세계적 접촉과 교환을 하는 사람들은 굉장히 협소한 아이덴티티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교환과 접촉은 당연히 또 하나의 두 번째 아이덴티티 또는 another 아이덴티티를 요구하는 시기가 된 것이다. 사실 그게 어려운 것이고 그것이 극단적으로 요구되어서 그것이 없으면 사회생활하기가 어려운 정도까지 왔다고 하면 좋은 의미에서는 social 아이덴티티가 생기는 것이고, 나쁜 의미에서 보면 인간이라고 하는 존재가 소외의 상태로 들어가는 것이다. 그러니까 그게 극단적으로 되면 바로 근대적 소외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니까 소외라고 하는 개념 자체가 근대 철학에서 문제가 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아리스토텔레스나 플라톤이나 이런 사람들은 소외라는 주제에 대해서 다루지 않는다. 전 세계적 접촉과 교환이 잦아지고 격렬해졌다 라는 것이 가지고 있는 의미를 충분히 알고 있어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르네상스, 종교개혁, 정신혁명 이런 것들이 사상사에서 중요한 시기가 여기에 해당하는 것일 수도 있다.  

그다음에 "어떤 것들은 분명 순환적이었다. 17세기에 설립된 특허 무역 회사들은 1815년까지 모두 사라지거나 변형되었다. 프랑스와 네덜란드의 동인도 회사는 1790년대에 사업을 중단했고, 영국 동인도회사는 1815년까지 무역에서 손을 떼고 인도 영토를 통치하는 데 집중했다. 그다음에 지원기관들 ─ 주식회사, 보험회사, 은행 ─ 은 계속 번창했다. 네덜란드와 영국, 신생 미국은 모두 1815년까지 대서양 노예 무역을 불법화였지만, 노예 플랜테이션만큼은 수십 년 더 운행했다." 지금 이 문단에서 1815년이면 19세기 초이다. 그러니까 17세기 말에서 19세기 초까지의 세계 경제 상황을 얘기하는 것이다. 가장 중요한 건 노예 플렌테이션이다. 이것은 심각한 문제이긴 하다. 지난번에 1350년 무렵에 균형이 중국으로 넘어갔다는 얘기가 있었다. 그 다음에 "아시아인은 여전히 세계 최대 상품 생산자였고, 대서양까지 아시아산 상품이 유통되었다." 중요한 부분이다. 이것을 우리는 잊고 있는데 꼭 기억을 해두어야 한다. 1815년 이 무렵이 되기까지, 그러니까 서양에서 산업혁명이 일어나고 산업혁명에 이은 뭔가가 계속 나오기 전까지는 어쨌든 아시아가 세계 최대의 상품 생산지였다. 그리고 그것이 우연히 그렇게 되었던 것이고, 산업혁명 이후에는 꽤나 오랫동안 유럽 주도의 세계 무역이 이루어졌다. 2025년의 세계가 뭔가 어수선하고 예측 불가능한 것은 그 균형이 19세기에 만들어진 서양 우위의 균형이 과연 무너질 때가 되었는가 아닌가를 정확하게 알 수가 없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미래학자들, 미래를 예측해 보려는 사람들도 섣불리 대답을 잘 못하고 있는 지점이다. 역사는 미래를 예측하게 해주지는 않는다. 지나간 일을 우리에게 설명해 주어도 미래를 예측하게 할 수는 없다. 그런데 몇 가지 핵심적인 지표들이 있다. 브레튼우즈 체제, 2차 대전이 끝나고 나서 달러를 기축통화로 해서 유지되어 온 체제의 정점은 세계무역기구WTO에 중국이 가입하면서부터이다. 중국은 굉장히 경제 규모가 큰데도 불구하고 세계무역기구에 들어가 있지 않았다. 중국이 세계무역기구에 들어간다는 것은 달러를 기축 통화로 하는 경제 시스템에 들어간다는 것을 의미하는데, 지금은 미국에서 깨서 세계무역기구에 무력화되어 있다. 그래서 전혀 다른 종류의 경제 체제로 진입에 들어가는 건 맞는 것 같다. 

그다음에 "유럽 내에서 경제 선두 자리는 이베리아와 지중해에서 북쪽 네덜란드와 프랑스, 특히 영국으로 이동했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얘기이다. 그런데 지금까지 세계사를 배울 때는 그 앞 얘기인 "아시아인이 세계 최대의 생산자"였다는 것은 안 배웠다. 이에 대해서는 찰스 킨들버거의 《경제 강대국 흥망사 1500-1990》, 다른 건 몰라도 이 책은 읽어놓아야 한다. 이 책은 경제사나 이 분야에서 기본적으로 사용하고 있는 개념 또는 특정 학문 영역에서 문제를 제기하는 방식을 규정해 놓은 책이다. 표준적인 책이라고 하는 것은 이 학문 영역에서 중요한 문제가 어떤 것이고, 그다음에 중요한 문제를 골라내서 그 중요한 문제를 어떤 방식으로 질문을 하고 그 질문에 어떤 방식으로 대답을 하는가를 정리해 놓은 것이다. 그런 게 고전 텍스트라고 할 수 있다. 그다음에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인은 "유럽인과 아랍인의 몇 안 되는 고립 영토를 예외로 하면 여전히 자기네 대륙을 통제하고 있었다." 이 부분은 그렇게 많이 다루지 않겠다. 그다음에 "경제와 인구가 가장 크게 변한 곳은 아메리카였다." "뉴에스파냐, 뉴에덜란드, 뉴잉글랜드 등 새로운 유럽을 의미하는 이름을 붙였다. 그러나 인구 구성 면에서나 문화 면에서나 1815년 아메리카의 큰 지역들은 여전히 아메리카 인디언의 땅이었거나 새로운 아프리카가 되어 있었다." 새로운 아프리카가 되어 있었다 라는 말은 노예들이 거기 들어와 있었다는 말이다. 아메리카 지역에서 가장 나중에까지 노예 제도가 유지되었던 곳은 브라질이다. 의외로 브라질이 그런 측면이 있다. 그러면 지금 결론에서 전 세계적 접촉과 교환이 중요하다. 그다음에 17세기에 설립된 무역회사들은 사라지고 변형되고 1815년까지 무역이 어떻게 이루어졌는가 그다음에 아시아인은 여전히 세계 최대의 상품 생산자였다 라는 얘기가 중요하겠다. 

이제 앞으로 가서 357페이지 수렴하는 세계를 보자. 수렴하는 세계: 경제적 · 생태적 조우, A conversing world: Economic and Ecological Encounters, 영어 제목이 이렇다. encounter라고 하는 것은 조우라는 말로 번역하면 딱 맞는 단어이다. 알지 못하게 우연히 만나다는 것이다. 여기서 핵심은 수렴하는이라고 번역되어 있는 conversing이다. 수렴한다라는 게 무슨 뜻인가. 이 단어가 모이다를 표현하는 것은 맞다. 그런데 어떻게 모이는가, 무엇이 모이는가를 한 단어로 표현하기 위해서 converge를 쓴 것이다. 이보다 더 넓은 단어가 merge이다. 종류가 같은 것들끼리는 merge라고 쓴다. 서로 다른 종류의 것들이 come together되는 것을 converge라고 한다. 서로 질적으로 다른 것들이 come together되는 것이 converge이다. 그러니까 merge가 converge보다는 훨씬 더 범위가 큰 말이다. converge는 different elements의 merge를 말하는 것이다. converge는 일단 different elements가 있는 것인데, 사실은 전혀 다른 종류의 another quality를 가진 뭔가가 나왔다는 것도 함축하고 있다. 예를 들어서 패러다임 전환paradigm shift이라는 말이 있다. paradigm은 대체로 기본 원칙, 원칙에 따른 사례 그리고 문제 해결 방식을 말하는 것으로 희랍어 paradeigma에서 나온 말로 본本이 된다, 범範이 된다를 의미한다. 그 기본 원칙 사례의 문제 해결 방식이 바뀌는 것을 paradigm shift라고 얘기하는데, 원래 토마스 쿤의 《과학혁명의 구조》라는 책에서 나왔다. 과학의 경우에는 paradigm shift가 일어나서 과학 내에서 뭔가 일어난다. 질적으로 달라진다고는 하지만 그것의 파급 효과가 크지 않다. 그런데 conversing world라는 것은 different elements가 모이긴 모였는데 이게 과학 내에서 일어나는 일만이 아니라 전 세계에 걸쳐서 different elements가 모인다. 그러면 paradigm shift가 일어나면, different elements에 해당하는 사람들의 삶에서 그것의 요소들을 끌어와서 그것이 변형이 되어 퍼지니까 예측 불가능한 paradigm shift가 많이 일어나는 일이 생긴다. 스마트폰이 생겨난 뒤로 우리의 삶의 커뮤니케이션 방식은 엄청나게 바뀌었다. 그러니까 남에게 뭔가를 전달하는 방식이라든가 또는 그것을 어떤 식으로 연구를 할 것인가 하는 것들, 사람들이 서로 커뮤니케이션하는 방식에 있어 paradigm shift가 일어났다. different elements이 들어와서 paradigm shift가 일어났는데 그게 특정한 사용자 집단 안에서만 일어난 게 아니다. 전방위적으로 일어나고 전 세계적으로 일어났다. 여기서 conversing world라는, 수렴하는 세계라는 말이 나왔는데, 이 수렴이라고 하는 것은 그냥 모인 것이 아니다. different elements이 모이기는 모였는데 전 세계에서 이것저것이 모이다 보니까 전 지구적인 확산global expansion이 일어날 수 있게 되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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