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티스 프실로스: 과학적 실재론
- 책 밑줄긋기/책 2023-25
- 2025. 7.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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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적 실재론 - ![]() 스타티스 프실로스 (지은이),전현우 (옮긴이)사월의책 |
머리말
들어가는 글
Ⅰ부 경험론과 실재론적 전회
1장 경험론과 이론 담화
2장 이론은 도구인가?
3장 카르납의 중립주의
4장 과학적 실재론에 대한 옹호
Ⅱ부 회의적 도전들
5장 비관적 귀납에 맞서기
6장 역사적 소묘
7장 워럴의 구조적 실재론
8장 미결정성 논증에 대한 반박
Ⅲ부 실재론에 대한 최근의 대안들
9장 구성적 경험론에 대한 상세한 검토
10장 자연스러운 존재론적 태도, 인지적으로 완벽하다는 것, 존재자 실재론
Ⅳ부 실재론의 도구상자
11장 진리 근접성
12장 이론 명사의 지시
주
참고문헌
옮긴이 해제
찾아보기
21 대체 과학적 실재론이란 정확히 무엇인가? 나는 이 이론을 세 논제로 나눌 수 있다고, 다시 말해 형이상학적/의미론적/인식론적 논제로 분석할 수 있다고 본다. 각 논제는 과학 이론에 제기되는 특정 유형의 비실재론적 주장을 물리치고, 그 제안을 통해 과학적 실재론을 더 명료하게 표현해준다.
1. 형이상학적 논제에 따르면, 이 세계는 확고하며 마음 독립적인 자연종 구조를 지닌다.
2. 의미론적 논제에 따르면, 과학 이론은 액면 그대로 받아들여야 한다. 즉 이들 이론은 그것이 규명하려는 (관찰 가능하거나 관찰 불가능한) 대상에 대한 진리 조건적 기술구로 간주해야 한다. 따라서 과학 이론은 참이거나 거짓일 수 있다. 이론적 주장(assertion)은 행동이나 관찰가능한 대상으로 환원되지도 않고, 관찰 가능한 대상 사이를 연결시키기 위해 만들어진 도구적 장치에 불과한 것도 아니다. 이론내에 등장하는 이론 명사는 추정적으로 사실을 지시한다. 따라서 어떤 과학 이론이 참이라면, 이 이론이 상정하는 관찰 불가능한 존재자는 세계에 실제로 존재한다.
3. 인식론적 논제에 따르면, 성숙하고 예측면에서 성공적인 과학 이론은 잘 입증된 이론이자 우리 세계에 대해 근사적으로 참이다. 따라서 이들 이론이 상정한 존재자, 또는 어떤 식으로든 이론이 상정하는 존재자와 유사한 무언가가 이 세계에 거주한다.
첫 번째 논제는 과학적 실재론이 기초하는 기본적인 철학적 전제다. 이 논제로 과학에 대한 모든 종류의 반실재론과 과학적 실재론을 구분할 수 있다. 이러한 반실재론의 사례로는 전통적인 관념론과 현상론, 또는 마이클 더밋과 후기 힐러리 퍼트넘이 제안한 더 현대적인 검증주의적 입장, 다시 말해 이 세계에 존재하는 것이라면 무엇이든 그것을 인식적 실천과 조건의 집합에 의해 자격을 획득한 대상들로 환원하고자 하는 기획을 들 수 있다. 그와 달리 과학적 실재론의 형이상학적 논제는, 어떤 과학 이론에서 상정한 관찰 불가능한 자연종이 어떤 식으로든 존재한다면, 이들 자연종은 인간의 앎, 검증, 지각 능력과는 독립하여 존재한다고 본다. 과학 이론과 과학적 이론화란 세계에 어떤 구조를 투사하는 활동이라기보다는 이미 구조화되어 있는 마음 독립적 세계를 발견하고 일종의 지도를 그리는 활동이다. 카르납의 융화론적(irenic) 입장에 맞서 실재론을 옹호하려는 내 시도는, 과학적 실재론을 옹호하는 시도라면 모두 이 형이상학적 논제를 필요로 한다는 점을 보여주게 될 것이다.
두 번째 논제 즉 의미론적 실재론의 본질을 이루는 논제는 과학적 실재론을 제거적 도구주의 또는 환원적 경험론(이들은 1장과 2장에서 분석된다)과 구분해준다. 간단히 말해 제거적 도구주의란, 관찰 가능한 세계에 대해 과학 이론이 말하는 내용만으로도 그 이론의 '액면가가 완전히 포착된다는 입장이다. 이 입장은 이론적 주장을 진리 조건이 결여된 통사론적-수학적 구성물로 취급한다. 다시 말해서 어떠한 종류의 주장 내용(assertoric content)도 지니지 못한 것으로 취급한다. 나는 제거적 도구주의를 내가 '통사론적 도구주의'라고 부르는 입장의 한 종류라고 생각한다. 나는 이 입장을 다른 종류의 통사론적 제거주의 즉 비제거적 도구주의와 구분하고자 한다. 제거적 도구주의는 피에르 뒤엠이 서 있던 입장, 즉 반(反)설명주의적 입장과 연결될 것이다. 이 입장은 현상 너머의 관찰 불가능한 실재가 존재한다고 볼 필요도, 과학을 성공적으로 수행하기 위해서는 그런 실재를 기술해야 한다고 볼 필요도 없다는 견해다. 한편 환원적 경험론은 조금 다르게 이 문제를 설명한다. 과학이 제시하는 이론적 담화는 관찰 가능한 대상과 그 행동에 대해 약간의 위장을 덧씌운 말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환원적 경험론은 이론적 주장이 진릿값을 지닌다는 생각에는 동의하지만, 그 주장의 진리 조건을 환원주의적 방식으로 이해한다. 다시 말해서, 이론적 주장들이 관찰 어휘로 완전히 번역될 수 있다고 본다. 환원적 경험론이 관찰 가능한 존재자의 현존을 받아들이는 한, 그리고 특정한 이론적 진술이 오직 관찰 어휘만으로 이뤄진 진술로 완전히 번역되는 한, 경험론자는 '이론적' 주장이 진릿값을 지닌다는 점을 받아들일 수 있다. 하지만 이 입장은 관찰 불가능한 존재자의 현존은 받아들이지 않는다. 이들 두 입장과 달리 과학적 실재론은 '존재론적으로 팽창주의적인' 관점이다. 과학적 실재론에 따르면, 과학 이론은 문자 그대로 해석해야만 한다. 즉 세계는 관찰 불가능한 존재자와 과정들로 가득 차 있다고, 또는 적어도 그럴 수 있다고 보아야 한다.
과학적 실재론의 세 번째 논제, 즉 '인식론적 낙관주의'라고 부를 수 있는 이 논제는 불가지론적, 회의론적 형태의 경험론과 대비된다. 이 논제의 요점은 과학 이론이 관찰적 진리에 도달하는 것 못지않게 이론적 진리에도 도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여기서 '이론적 진리'란 관찰 불가능한 존재자와 과정에 대해 과학 이론이 한 말의 진릿값이라고 이해할 수 있으며, '관찰적 진리'란 이론이 관찰 가능한 존재자와 과정에 대해 한말의 진릿값이라고 볼 수 있다. 이 논제는 과학자들이 이론적 믿음에 도달하기 위해 사용하는 확충적-귀추적(ampliative-abductive) 방법이 신뢰할 만하다는 것이다. 과학자들은 이런 방법을 통해 근사적으로 참인 믿음과 이론을 만들어 내는 경향이 있다. 그런데 불가지론적 경험론자도 과학자가 이론적 진리를 정말로 성취할 수 있다는 점은 부정하지 않는다. 불가지론자들은 이렇게 설명한다. 설사 과학자들이 이론적 진리에 정말로 도달했다고 하더라도, 그런 일은 단지 우연히 일어났을 따름이다. 이들은 과학이 이론적 진리를 이룩해 온 역사가 합당한 자격을 갖추고 이뤄졌다는 입장을 부인한다. 따라서 과학적 실재론자들이 '인식론적 낙관주의'를 취하는 데는 과학이 최소한 어떠한 시점에는 이론적 진리에 도달할 수 있다고 믿는 것이 합리적이라는 점을 강조하려는 의도가 있다. 달리 말해, 실재론의 세 번째 논제는 이론적 주장이 참(또는 거의 참)이라는 믿음에 대해 모종의 정당화가 가능하다고 강조한다. 이 정당화는 주로 확충적-귀추적 방법에 의해 이뤄질 것이다.
53 지금 논의한 쟁점에 대응하기 위해 경험론자는 세 가지 선택을 했다. 하나의 선택은 의미론적 실재론이다. 또 다른 선택은 도구주의이며, 나머지 선택은 중립적 또는 융화론적(irenic) 입장이다. 파이글의 저술(1950)로 대표되는 의미론적 실재론에 따르면, 이론 담화에 대한 완전하고 올바른 해명은 관찰 불가능한 존재자를 실제로 지시하는 이론 명사를 필요로 한다. 전기 에른스트 네이글로 대표되는 도구주의자들에 따르면, 이론은 그것이 언급하는 이론적 존재자가 있어야만 제대로 작동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 이론이 관찰 진술의 집합으로 번역되거나 환원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중립적 입장에 머물러 있기를 원했던 전기 헴펠이나 1950년대 카르납 등은 실재론 대 도구주의 논쟁에서 중립적인, 새로운 방식으로 완화된 경험론을 내놓으려 했다
54 의미론적 실재론에 따르면, 관찰 주장과 이론 주장 모두는 상대 유형의 어휘군을 사용하는 주장으로 환원되지 않는다는 의미에서 '액면가' 그대로 받아들여야 한다. 즉 관찰 주장 '저 고양이가 매트 위에 있다'는 바로 그 고양이가 매트 위에 있는 경우이면서 오직 그 경우에만 참이고, 또 이론 주장 '모든 쿼크에는 그에 대응하는 렙톤이 있다'는 모든 쿼크에 대해 그에 대응하는 렙톤이 있는 경우이면서 오직 그런 경우에만 참이다. 이런 말이 사소해 보이는가? 다음 쟁점에 비춰보면 그렇지 않다는 점을 알 수 있다. 한 주장의 진리 조건을 명세화하는 문제는 그리 녹록치 않다. 그리고 이 문제는 이런 주장이 참으로 받아들여질 조건을 명세화하는 과제와 주의 깊게 구분되어야 한다. 즉 어떤 주장의 진리 여부를 결정하는 증거가 무엇인지를 명세화하는 문제와 구분되어야 한다.
306 결국 나는 구조적 실재론을 알려질 수 있는 것과 과학 이론이 밝혀낼 수 있는 것에 대해 인식상의 제한을 두는 입장으로 볼 때 가장 잘 이해할 수 있다고 본다. 과학적 실재론과 달리 구조적 실재론은 과학 이론의 인식적 내용을 수학적 구조와 그에 따른 경험적 귀결로 제한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구조적 실재론은 도구주의와 달리 어떤 이론의 수학적 구조가 세계의 구조를 실제로 반영한다고(즉 관찰 불가능한 것들 사이의 실제 관계를 반영한다고 본다. 따라서 구조적 실재론은 다음 논제를 옹호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a) 과학 이론이 그 자체의 수학적 구조를 통해 최대한 밝혀낼 수 있는 것은 관찰 불가능한 세계의 구조뿐이다.
(b) 이론 변화 속에서도 보존된 수식은 존재자들 사이의 실제 관계를 표현하긴 하지만, 우리는 그 존재자들이 수리적으로 표현된 관계를 맺고 있다는 것 외에는 아무것도 알지 못한다.
(c) 서로 다른 존재론(그리고 그에 대한 서로 다른 이론적 해석)이 동일한 수학적 해석을 만족시킬 경우, 그 가운데 하나가 다른 것보다 증거에 의해 더 잘 뒷받침된다고 받아들일 이유도 없고, 그것을 올바른 것으로 믿을 이유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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