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담화冊談話 | 중국사학명저中國史學名著(8) ─ 國語, 戰國策
- 강의노트/책담화冊談話 2021-25
- 2025. 8. 31.
강유원의 책담화冊談話(https://booklistalk.podbean.com)에서 제공하는 「중국사학명저中國史學名著」를 듣고 정리한다.
2025.08.30 δ. 중국사학명저中國史學名著(8) ─ 國語, 戰國策
첸무, ⟪중국사학명저강의⟫(錢穆, 中國史學名著)
텍스트: buymeacoffee.com/booklistalk/ChienMu-04
국어國語
• 제후국들을 각기 나누어 기록했으므로 제후국 별로 읽어야 한다. 자료들을 각 제후국들로부터 모아서 다른 사람들에 의해서 만들어진 것. 따라서 한 곳에 모여 있기는 하지만 잘 융합되어 있었던 것은 아니다. 각각에서 중요하게 서술한 내용이 많이 다르다.
• 노어魯語
추로지향鄒魯之鄕 (산동지방의 나라들, 유학을 하는 곳들). 보수적인 입장. 경학자들
• 제어齊語
관중管仲과 안자晏子의 말을 중심으로 한다.
관자管子에 실려 있는 자료와 연관.
• 진어晉語
삼진三晉(춘추시대), 즉 한韓, 위魏, 조趙(전국시대), 삼가분진三家分晉\
공리功利, 법제法制, 종회縱橫 사상중시
자하子夏의 제자들 ─ 이극李克(이회李悝)의 법가法家
(유가儒家) 오기吳起의 오자병법吳子兵法
삼진三晉으로 진출 소진蘇秦, 장의張儀 등의 유세객遊說客
합종연횡合從連橫
• 송어宋語
상商의 후예. 후일에는 묵자墨子. 천지天志, 명귀明鬼 등은 상의 귀신 숭배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천지편天志篇이나 명귀편明鬼篇을 보면 상商의 귀신 숭배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본다.
"공자의 위대함은 바로 그가 상의 후예로서 노나라에 와서, 주周가 문文을 숭상하듯 공자가 주공을 숭배하여 고대 상과 주 두 시대의 자료를 모아 밝히고, 또 위로는 우虞와 하夏에 통하게 했다는 점이다."
• 초어楚語
천문학이 매우 성했다.
초사楚辭 가운데 굴원屈原의 이소離騷, 천문天問에는 중국의 고사古史에 대한 언급이 많다.
• 정어鄭語
초어楚語에서 나온 것.
오어吳國는 월어越語에서 나온 것으로 범려范蠡의 문장을 싣고 있으며 권모술수에 관한 내용.
전국책戰國策
자료는 대부분 종횡가縱橫家의 말로 삼진三晉의 사인士人들에게서 나왔다. 위책魏策, 조책趙策 등의 일부 자료는 진어晉語에 가깝다.
"말을 기록한다" [기언記言]
"사실을 기록한다" [기사記事]
서誓, 고誥, 모謨, 훈訓 | 국어國語와 전국책戰國策은 말을 기록한 역사책들 ─ 사상사思想史의 원자료들
"사실[事] 중에는 말[言]이 없는 것이 없고 또 말 가운데에는 역시 사실과 관련되지 않은 것이 없다."
국어國語와 전국책戰國策 ➞ 자학子學, 즉 '말'을 통해 사상을 연구하는 것
참고, 맹자孟子, 지언지학知言之學(rhetoric 분석) (공손추公孫丑 상上)
지언知言
피사지기소폐詖辭知其所蔽
음사지기소함淫辭知其所陷
사사지기소리邪辭知其所離
둔사지기소궁遁辭知其所窮
치우친 말을 들으면 가려진 바를 알고
음탕한 말을 돌리면 떨어진 바를 알고
회피하는 말을 들으면 궁색한 바를 안다.
오늘은 좌전左傳과 같은 챕터에 들어 있는 국어國語와 전국책戰國策에 대해서 얘기를 해보겠다. 왜 국어를 역사책이라고 했는가. 정리노트의 23페이지부터 보자. 역사라고 하는 것은, 유지기의 사통史通에서도 거론이 되었는데, 역사는 말을 기록한다, 기언記言, 그리고 사실을 기록한다, 기사記事이 된다. 그러니까 역사라고 하는 것은, 중국에서 중국에서 역사책이라고 하면 사실도 기록하고 말도 기록하는 것이었다. 맹세한다고 할 때 서誓에 말씀 언言자가 들어가 있다. 그리고 알린다 할 때의 고誥, 그리고 모謨라는 글자도 꾀한다, 뜻의 계획을 세운다 할 때 쓰는 말이다. 그리고 훈訓라고 하는 것은 경계한다. 이 4개의 글자 모두에 말씀 언言이 들어있다. 그러니까 국어나 전국 책 이런 책들은 말을 기록한 역사 책들이다. 그러다 보니까 이게 역사책인가, 오늘날 우리가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역사책이라고 하는 것의 범주에는 안 들어가는 것 같은 것들이 여기서 거론이 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투퀴디데스의 《펠로폰네소스 전쟁사》를 보면 연설을 기록하고 있다. 그리고 천병희 선생님이 번역하신 거 책의 뒤를 보면 연설 목록이 쭉 붙어 있다. 그러니까 일어난 사건들, 보고 들은 사건들, 그리고 들은 것들은 사건을 듣기도 했겠지만 분명히 연설도 들었을 것이다. 그 연설을 그대로 녹음기를 들고 가서 녹취한 것은 아닐테고, 아마 전해 들은 것이겠다. 전해 들은 것을 투퀴디데스가 다시 재구성해서 썼다고 보는 게 적절할 것이라고 본다. 예전에 《소크라테스, 민주주의를 캐묻다》에서 투퀴디데스도 다루었는데, 사실 일어난 사건들보다도, 「우리 시대, 사상사로 읽는 원전」 시리즈 자체가 기획하고 있는 것이 사상사이다. 사상사이기 때문에 원전이 되는 역사 책들, 그러니까 플라톤의 대화편도 읽고 아리스토텔레스도 읽고 했지만 투퀴디데스 같은 경우는 사상사를 공부하는 데 있어서 굉장히 좋은 원자료가 된다.
이는 말을 기록했기 때문이다. 왜냐하면 여기 전목 선생이 써놓은 것처럼 "사실[事] 중에는 말[言]이 없는 것이 없고 또 말 가운데에는 역시 사실과 관련되지 않은 것이 없다." 그냥 허공에다 대고 헛소리를 하고 있는 것이 말이 아니라 어떤 사건이 일어났을 때 그 사건에 대해서 뭐라고 말을 한 것이다. 그 말은 평가가 될 수도 있고, 정확한 있는 그대로의 사실을 말하고 있다고는 해도 그 말하고 있는 것 자체가 이미 말하는 사람의 평가가 개입되어 들어간다. 그러니 요즘에 읽는 역사책들, 가령 《하버드-C.H.베크 세계사》를 읽어보면 이런 사건이 일어났다 저런 사건이 일어났다 하는 것은 많은데 연설문은 없다. 그런 점에서는 요새는 historical fact 또는 historical event를 중심으로 역사 서술을 하는 경향이 아주 강하다. 그리고 그것이 역사책의 참다운 모습이라고 간주되는 경향이 있다. 그런데 그런 것들은 투퀴디데스의 《펠로폰네소스 전쟁사》와 비교해 보면 투퀴디데스는 과도하게 말이 많다. 즉 연설문이 많다는 얘기이다. 그러하니까 그런 점들이 차이가 있지 않나 한다. 예를 들어서 리비우스의 《로마사》를 보면 연설이 굉장히 많다. 고대 역사서의 전통 안에서는 말을 기록하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다. 그리고 현대에 올수록 말을 기록하는 것이 역사서가 해야 할 일로서는 그리 중요하게 여겨지지 않고 있다고 볼 수 있다. 하나의 예를 들어서 링컨의 게티즈버그 연설The Gettysburg Address을 보면, 연설 분석이라고 하는 것이 안에 들어갈 때 전후에 일어난 사건들을 다 알아야 하고, 그것을 링컨은 어떤 식으로 집약을 하고 어떻게 추상화를 하고, 그리고 그 사건으로부터 무엇을 얻어야 하는가 하는 것들까지도 종합적으로 고려해서 그 연설문을 작성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런 것을 보면 역사적 문서들을 분석하는 힘, 역사적 문서라고 하는 것은 사실을 기록한 문서도 되지만 그보다는 말을 기록한 그런 문서들, 여기 나온 것처럼 서誓, 고誥, 모謨, 훈訓 이런 것들을 분석하는 것이 역사 공부에 있어서도 중요한 훈련 과정 중에 하나가 되어야 하지 않겠는가 생각을 해보게 된다.
국어國語와 전국책戰國策은, 특히 전국책은 위서에 가깝다고 하고, 황당하다고 얘기한다. 맨 마지막에 보면은 전목 선생이 "국어의 진어에 기재된 수많은 후대의 어리석은 유가들의 거짓된 말들이나, 전국 책에 있는 수많은 종회가들의 말같이 쓸모없거나 중시할 만한 가치가 없다."고 말한다. 그것에 비하면 "좌전에 기재된 수많은 뛰어난 경·대부들의 말"은 중시할 만한 가치가 있다. 그러니까 좌전과 국어와 전국책을 비교해 볼 때 좌전에 기재된 경대부들의 말은 국어나 전국책에 있는 어리석은 유가나 그다음에 종횡가들의 말처럼 그렇게 쓸모없거나 중시할 만한 가치가 없는 것은 아니다. 그렇다고 해서 국어 그리고 전국책에 있는 말들이 아주 무가치하다고 보기는 어렵지 않겠나 하고 생각해본다.
정리노트 23페이지에 있는 내용을 좀 더 보면, 종횡가들의 말이든 어리석은 유가들의 말이든 간에 제자백가라고 우리가 일컫는 전국시대의 사람들의 말로 집약이 되는 것이고, 이게 국어나 전국책에도 많이 기록이 되었다. 그리고 그것을 연구하는 것을 자학, 저는 말을 통해 사상을 연구하는 것이라고 봤다. 전목 선생은 이렇게 규정을 하지는 않았는데, 말을 통해 사상을 연구하는 것이다. 그러고 전국시대 사상가 맹자孟子는 공자와는 다르게 말을 어떻게 연구할 것인가에 대한 논의를 공손축[추]公孫丑에 얘기해 놓은 게 있다. 그것을 한번 참조해서, 지언知言이란 무엇입니까, 말을 안다는 것은 무엇입니까 하고 공손추가 물어보니까, 오늘날에 보면 그 말을 어떻게 판별해 낼 것인가 하는 레토릭 분석이다. 이것이 벌써 전국시대에 맹자에서 중요한 논제로서 떠오르게 되었다. 맹자의 주적은 묵자墨子, 즉 묵적墨翟의 말과 양주楊朱의 말이 천하의 어지럽게 흘러다니고 있다고 했다. 그러니까 맹자가 보기에는 묵적과 양주, 양주는 헛소리꾼 같고 묵적은 귀신을 숭배하는, 유가로서는 가장 경계해야 되는 사람들이 그런 사람들이다. 유가는 인문주의적 전통을 이어받았기 때문에 자연주의적 세계관의 정점에 있는 귀신 숭배라든가 이런 것들을 끊어냈다. 그것을 끊어낸 사람은 상나라에서 아주 절정에 이르렀던 전통들, 자연주의적 종교 그러니까 서양 사상으로 치면은 자연종교이다. 자연종교는 만연해 있는 것이다. 샤머니즘도 그렇고, 자연 종교에서 가장 추상적인 부분이 스토아주의라든가 에피크로스주의라든가 자연의 이치와 같은 얘기를 끊어내고, 말하자면 인간사에 있어서 인간의 일을 중심으로 세상을 생각해야 된다고 하는 인문주의일 텐데, 그것을 온전하게 끊어낸 사람은 사실 인문주의로의 전환은 희랍에서는 소피스트 무브먼트이고, 그리고 그 소피스트 무브먼트의 절정에 이르는 사람들은 사실 플라톤이라든가 플라톤의 스승 소크라테스, 플라톤이 말하는 이데아 같은 경우는 초월적인 것이니까 자연주의적인 사유의 최정점은 아니다.
그래서 조금 얘기를 옆으로 비껴 나가서 해보면, 이오니아의 자연 철학이라고 하는 것은 우주의 이치를 인간 삶의 이치로 받아들이고자 하는 태도이다. 그 인간을 자연의 일부로 보고, 물론 우리는 생물학적 존재로서 당연히 인정을 한다. 그러나 인간에게는 인간만이 정초할 수 있는 가치 규범이 있다, 신념 체계가 있다 라고 되는 것이 인문주의이다. 그러면 자연 철학으로부터 인간 중심으로의 전환을 이루어 낸 사람이 소피스트들이다. 그리고 방금 전에 말한 것처럼 소크라테스나 플라톤도 마찬가지이다. 소크라테스는 아낙사고라스를 열심히 읽어봤더니 거기서 참 진리를 얻어내기가 좀 어렵다고 얘기했다. 그 말은 바로 그 사람이 인문주의적 전회를 했다는 얘기인데, 소크라테스 이전에 인문주의적 전회를 한 사람들은 소피스트들이다. 그렇다면 사실 인문주의적 전회를 끝까지 밀고 가면 회의주의에 빠지게 된다. 그런데 소크라테스는 인문주의적 전통을 끝까지 밀고 가면서 동시에 자연주의적 자연종교적 어떤 신에 의존하지 않으려고 하다 보면 초월적인 것을 불러올 수밖에 없다. 그래서 자신은 전통적인 의미에서의 신은 믿지 않는다 라고 말을 했다. 그러면 그게 바로 자연종교적 신은 믿지 않는다는 뜻일테고, 그러나 나는 신을 믿지 않는 건 아니다 라고 말한 것은 초월적인 신의 명령을 받아들이고 있다, 자연주의적인 자연 종교적 신은 아니다 라고 된 것이다. 그러면 자연주의에서 인문주의로의 전환을 이뤄낸 것은 소피스트인데, 그 소피스트들이 결국에는 고르기아스와 같은 회의주의에 빠질 수밖에 없고, 그런 회의주의에 빠지게 되면 인간사는 완전히 개판이 되어 버린다. 그렇다면 여기에 무엇을 가지고 규범을 정초할 것인가 할 때 그들이 요청을 했든 객관적으로 그것이 있다고 생각을 했건 간에 초월적인 뭔가를 생각할 수밖에 없다. 그게 바로 이제 소크라테스와 플라톤의 기획이겠다. 그런데 여기서 생겨나는 아주 중요한 치명적인 문제가 있다. 보통 사람들이 보기에는 소피스트와 소크라테스나 플라톤은 모두 인문주의자들이다. 그렇기 때문에 구별이 안 된다. 이게 이제 사실 플라톤의 핵심 난제이다. 그러니까 플라톤은 끊임없이 소피스트와 필로소포스philosophos를 어떻게 구별할 것인가 하는 것이 플라톤의 중요한 대결 전선이었던 것이다. 그래서 《소피스테스》와 같은 대화편도 쓰고 그랬다는 얘기이다.
그러니까 이런 난점들을 생각해 봐야 되고, 이런 것들이 공자나 맹자 시대에도 중요한 문제가 되었던 것이고, 그것의 일단으로 우리가 읽어볼 수 있는 게 맹자의 지언지학知言之學이다. 지언지학知言之學은 좁게 보면 레토릭 분석이고, 넓게 보면 인문주의라고 하는 것은 결국 인간의 말을 가지고 학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규범의 근거가 되는 말을 어떻게 식별해 낼 것인가, 즉 올바른 말을 어떻게 식별해 낼 것인가를 궁리해 본 것이다. 피사지기소폐詖辭知其所蔽, 편협되고 치우쳐 있는 말을 들으면 가려진 바를 알고, 그러니까 누군가 무슨 말을 했는데 저 말이 왠지 편협한 말인 것 같아 라는 생각이 들었을 때는 무엇을 가리려고 저렇게 편협한 말을 하고 있는 것인가를 생각을 해야 된다는 것이고, 그다음에 음사지기소함淫辭知其所陷, 음탕한 말을 들으면 저 사람이 무엇을 탐닉하고 있는가, 무엇에 빠져 있는가를 알아내야 한다는 것이고, 그다음에 사사지기소리邪辭知其所離, 사악한 말을 들으면 어떤 상식에서 벗어나 있는가를 알고, 그다음에 둔사지기소궁遁辭知其所窮, 아둔한 말을 들으면 곤란함과 굴복한 바를 알아야 된다. 우리가 유념해 두어야 하는 것은 건 맹자의 지언지학知言之學은 레토릭 분석이다. 왜 레토릭을 분석해야 되는가. 인문주의적 학을 하려면 결국 인간의 말을 근거로 할 수밖에 없는데 그것은 레토릭 분석을 잘해야만 할 수 있는 그런 일이 되겠다는 얘기이다.
전국시대의 사상들의 1차적 원천은 국어國語나 전국책戰國策 같은 책이다. 비록 이것은 가치 없는 말들도 많지만 그래도 원자료로서의 역할은 충분히 할 수 있는 그런 말이다. 국어國語은 나라의 말이다. 각 나라에서 어떤 말들이 이렇게 사람들 사이에서 떠들어졌는가. 온갖 말을 다 기록한 건 아니고 각각의 나라에서 떠들어진 말들을 모아서 여러 사람들에 의해서 만들어진 것이다. 그러니까 만든 사람, 편집자라든가 모은 사람이 여럿이다. 그래서 한 군데 모여 있기는 하는데 융합되어 있던 것은 아니다. 그리고 노어魯語, 제어齊語, 진어晉語 이런 것들을 다 보면 노나라에서 주로 유행하던 학문 경향, 사상 경향, 제나라에서 널리 퍼져 있던 사상 경향 이런 것들을 볼 수가 있다. 노魯나라는 공자님 동네이니까 추로지향鄒魯之鄕, 추나라와 노나라에는 유가 사람들이 많이 살아서, 학문을 많이 하는 사람, 공부 열심히 하는 사람들이 모여 있는 곳, 정통 유가를 공부하는 사람들이 모여 있는 것을 추로지향이라고 얘기를 한다. 일단 산동지방의 나라들인 추나라와 노나라를 가리키는 말이다. 그것이 말하자면 고유명사로 쓰인 것이다. 고유명사로서의 추로지향은 산동 지방의 추나라와 노나라를 가리킨다. 그런데 그것이 일반명사가 되어서 학문을 하는 사람들, 특히 유가적 학문을 하는 사람들이 모여 있는 곳을 지칭할 때도 쓰이는 말이 되었다. 그래서 노어魯語는 노나라의 말이니까 보수적인 유가와 경학자들의 이야기가 많이 기록되어 있다.
제나라 말인 제어齊語는 강여상姜呂尙이 봉해진 나라, 거기는 말하자면 관중管仲과 안자晏子, 관자에 실려 있는 자료와 연관된 것들이 거기에 많이 있다. 제나라는 전통적으로 관자의 말을 중심으로 한다. 그다음에 진어晉語, 춘추 시대에 삼진三晉이 있었다. 춘추시대에는 진나라였던 곳이 전국시대로 되면서 삼가분진三家分晉이라고 하는, 세 집안, 한韓, 위魏, 조趙 세 나라로 나뉘었다. 그래서 전국시대의 한 · 위 ·조는 각기 별개의 나라이긴 한데 원래 춘추시대에는 진나라였기 때문에 삼진三晉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이 나라에서 널리 퍼진 것은, 사실 전국시대에는 이게 사상의 주류라고 할 수 있다. 공자의 제자 중에 자하子夏가 있는데 그 자하의 제자들, 그러니까 공자의 제자들이 여러 나라로 널리 퍼져 갔다. 공자에게 공부를 배우고 나서 70명의 제자가 있었다. 추로鄒魯 지방에 모여 있던 사람들은 유가를 가지고 있었는데, 이 사람들이 일단 삼진三晉 지방으로 한 · 위 ·조로 진출을 하면서 주로 법가와 종횡가 쪽으로 학문을 펼치는데, 일단 자하子夏의 제자들로는 이극李克 또는 이회李悝와 같은 법가가 있고, 그러니까 법가의 아주 먼 원천을 따져 들어가게 되면 유가이다. 그다음에 손자병법하고 널리 일으키는 병법이 오자병법吳子兵法이라고 있느데, 그 사람이 오기吳起, 그다음에 합종연횡合從連橫을 중시하는 유세객遊說客들이 있는데 소진蘇秦이라든가 장의張儀라든가 이런 사람들이 종횡가, 이들이 등장을 하게 된다. 이제 주로 기록되어 있는 것이 진어晉語, 그러니까 국어國語는 통칭해서 국어인데, 각 나라의 어語들을 이렇게 보면 그 나라가 가지고 있는 고유한 또는 주류가 되는 사상 특성들을 가장 잘 보여주는 것들을 담고 있다.
송宋나라는 상商나라의 귀족들이나 후예들 중에서 영 개조가 안 되는 사람들이 모여 살던 곳이다. 그리고 송나라에서 흘러나온 집단이 노나라이다. 노나라는 주공이 세운 나라이니 송나라는 상의 직접적인 후예이다. 우스갯소리로 중국 고사故事에서 어리석은 사람, 시대 착오적인 사람들은 송宋 나라 사람들이 많이 등장한다. 수주대토守株待兎, 토끼가 그루터기에 지나가다가 부딪힌 것을 보고 토끼는 저러나 보다 하고 그루터기에 앉아 있는 사람이 송宋 나라 사람이고, 모를 심었는데 빨리 자라게 하려고 싹싹 잡아당겼다 하는 조장助長이라는 말이 있다. 그것도 송나라 사람이다. 어쨌든 송나라는 상商의 후예이고 그러다 보니까 묵자가 송나라의 사상을 대표하는 사람이다. 묵자墨子의 천지편天志篇이나 명귀편明鬼篇을 보면 상商의 귀신 숭배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본다. 그리고 전목 선생은 이렇게 코멘트를 해놓았다. "공자의 위대함은 바로 그가 상의 후예로서 노나라에 와서, 주周가 문文을 숭상하듯 공자가 주공을 숭배하여 고대 상과 주 두 시대의 자료를 모아 밝히고, 또 위로는 우虞와 하夏에 통하게 했다는 점이다." 공자의 위대함이라는 것은 바로 이것이다. 앞에서 자연주의 또는 자연종교로부터 인문주의적인 전환을 이루어 낸 사람들이 소피스트들이라고 말했는데, 중국 고대에서는 그 역할을 한 사람이 주공周公이다. 그리고 주공의 뜻을 이어받아서 그것을 널리 창달한 사람이 바로 공자이다.
초어楚語는 강남, 장강 이남으로 천문학이 매우 성했고, 초사楚辭 가운데 굴원屈原의 이소離騷, 천문天問에는 중국의 오래된 일들에 대한 언급이 많다. 초나라는 송나라하고는 조금 다른 종류의 귀신과 이런 것들에 대한 숭배가 있다. 그리고 거기에서 나온 것 중에 하나가 정어鄭語이다. 정어鄭語는 초어楚語에서 나온 것이고, 그다음에 오吳나라와 월越나라가 있는데, 월나라의 말인 월어越語에서 오어吳國가 나왔는데, 거기에는 범려范蠡의 문장을 싣고 있으며 권모술수에 관한 내용만 들어 있다. 이렇게 쭉 보면 전국시대에서 권모술수에 대해서 궁금한 게 있다고 하면 오어吳國를 보는 것이고, 그다음에 묵자의 사상 원천이 도대체 어디에 있는가를 송어宋國를 봐야 되겠다. 그러면 그것을 역사책이라고 봐야 할 것인가, 그렇다. 사상사의 원천으로서의 역사책이라고 말할 수 있다.
전국책戰國策은 대부분 종횡가縱橫家의 말로 이루어져 있고, 그 종횡가의 말이 널리 퍼져 기록되어 있는 것이 바로 진어晉語이다. 소진蘇秦과 장의張儀 등의 유세객들이 있던 나라니까 그렇다. 삼진三晉의 사인士人들에게서 나왔다. 그래서 위책魏策과 조책趙策 등의 일부 자료는 진어晉語에 가깝다. 그러니까 진어晉語와 위책魏策 · 조책趙策의 구별되는 차별성은 찾아보기가 어렵다고 말할 수가 있겠다.
이렇게 보면 대체로 사마천의 사기 이전에 역사책들에 대해서는 논의를 다 한 것 같다. 전목 선생은 사기는 상·중·하로 세 번에 나눠서 얘기를 했다. 사기는 중국역사책에서 그만큼 중요하다. 지금 사기를 읽어서 중국 역사에 대한 큰 통찰을 얻을 수 있겠는가에 대해서는 별다른 말을 할 수 없겠지만 어쨌든 사기는 다음 주부터 읽어보겠다. 여기서도 새삼스럽게 알 수 있는 것은 역사라고 하는 것을 우리는 말을 기록한다 라고 하는 것, 그리고 그 말을 기록한 것으로부터 사상에 대해서 짐작할 수 있다. 이것이 역사에서 중요한 부분이 아닐까 한다.
'강의노트 > 책담화冊談話 2021-25' 카테고리의 다른 글
책담화冊談話 | 중국사학명저中國史學名著(7) ─ 左傳 (0) | 2025.08.26 |
---|---|
책담화冊談話 | 중국사학명저中國史學名著(6) ─ 春秋 三傳 (0) | 2025.08.17 |
책담화冊談話 | 중국사학명저中國史學名著(5) ─ 春秋 (1) | 2025.08.11 |
책담화冊談話 | 중국사학명저中國史學名著(4) ─ 春秋 (1) | 2025.08.04 |
책담화冊談話 | 중국사학명저中國史學名著(3) ─ 尙書 (0) | 2025.07.27 |
책담화冊談話 | 중국사학명저中國史學名著(2) ─ 尙書 (1) | 2025.07.21 |
책담화冊談話 | 중국사학명저中國史學名著(1) ─ 緖 (1) | 2025.07.16 |
책담화冊談話 | 사통史通(34) ─ 史通, 外篇 - 史官建置 (0) | 2025.07.0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