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유원의 책담화冊談話(https://booklistalk.podbean.com)에서 제공하는 「옥스퍼드 세계사」를 듣고 정리한다.
2025.09.10 🎤 옥스퍼드 세계사 21-1
21강: 2분기 강의 요약과 3분기 강의 개요
일시: 2025. 9. 10. 오후 7시 30분 - 9시 30분
장소: 수원시평생학습관
강의 안내: https://learning.suwon.go.kr/lmth/01_lecture01_view.asp?idx=4246
3분기 3분기 4분기 강의를 시작을 하겠다. 오늘은 지난번까지 강의했던 내용을 조금 정리를 하고 그다음에 이번 3,4분기에 할 얘기들을 대강 설명을 하겠다. 내년에는 책 한 권을 계속하기보다는 문학과 철학을 강의하려고 한다. 1, 2분기에 문학을 하고 3, 4분기에 철학을 하고 구체적으로 무엇을 할지는 정리해서 커리큘럼으로 만들 것이다.
지금 1, 2분기에 역사 공부했는데 역사 공부를 왜 하는가. 역사 공부의 목적은 이해의 범위가 넓어진다는 것이다. 핵심은 이해Verstehen이다. 역사는 이해를 위한 학문이다. 정신학Geisteswissenschaft이라고 하는 학문 영역이 있는데, 인간정신 뿐만 아니라 인간의 정신의 산물들을 다루는 학을 정신학이라고 한다. 대학의 학과는 없으나 윤리학, 역사학, 법학, 정치학, 사회학 이런 것들을 정신학 또는 정신과학의 영역에다 집어넣는다. 도이치에서 학문 분류를 하면 정신과학 안에 역사학이 들어간다. 역사라는 것은 시간 속에서 변화하는 것을 이해하기 위한 것이다. 어떤 사람을 이해하려면 그 사람이 태어나서 지금까지 어떻게 살아왔는가를 이해하는 게 반드시 필요하다. 어떤 공간에서 살았는가를 이해하는 것도 필요하고 누구를 만나왔다는 것도 필요하다. 그것을 다 엮는 기준이 편년編年, 시간을 편집하는 것이다. 달리 말하면 calendar, 편년을 영어로 옮기면 calendar이다. 우리 인간은 시계열로 기억을 하기 때문에 인간의 삶을 시계열로 쫙 엮어놓으면 자기가 쓰면 자서전autobiography이고, 남이 쓰면 평전이고, 여러 집단의 사건들affairs을 갖다가 어떤 특정한 범주에 따라서 편년으로 엮어놓으면 그게 역사이다. 역사의 목표는 뭐냐하면, 사회학의 목표는 사회를 이해하는 데 있다. 그다음에 정치학의 목표는 정치적인 행위를 이해하는 데 있다. 그리고 어떤 방식으로 이해할 것이고 무엇을 이해할 것이고 하는 학문 방법론을 개발하는 게 정신철학이다. 그러니까 우리의 역사의 목표는 이해에 있다. 그러면 이해의 범위가 넓어진다, 이해를 하려면 뭐가 필요한가. 이해하는 내가 있고 그다음에 나를 포함한 인간사人間事, human affair, 그리고 이해하는 데 필요한 범주가 있다. 주체적인 존재로서의 내가, 나를 포함한 인간들이 행한 것, 즉 인간사를, 다양한 범주를 기준으로 이해하려는 활동, 이것이 역사이다. 그것이 넓어지고 그다음에 깊어진다. 넓어지기만 하면 안 되고 깊어지기도 해야 되겠다. 이해의 범위가 넓어지고 깊어진다. 이게 바로 역사를 공부하는 가장 중요한 목적이다. 역사를 공부하는 중요한 목적은 바로 이것이기 때문에, 역사는 암기 과목이라고 우리가 생각하기 쉽지만 연도는 중요하지 않다.
지난번에 내가 그것을 이렇게 이해했는데 이번에는 이렇게 이해가 된다 할 때는 이해의 범위가 또는 이해의 범주가 또는 이해의 기준이 또는 어떤 입장에 서서 이해하는지, 여기서 주체와 인간사가 있는데 하나 덧붙일 게 위치성positionality이다. 어떤 위치에서, 그러니까 어떤 입장에서 사태를 바라보느냐에 따라 다르다는 말이다. 당사자성을 많이 얘기하는데 꼭 당사자가 그 일을 잘 아는 건 아니다. 객관적 입장이라는 것은 없다. 그런데 위치성이라는 것은 있다. 요러요러한 것들을 보니까 예전에는 내가 처지가 그래서 그런지 사태를 이렇게 밖에 못 봤는데, 이번에 그 처지를 벗어나 보니까 그게 다르게 보이네요 라고 말하는 경우가 있다. 그런 것들을 우리는 위치성이라고 얘기를 한다. 여기에 나와 있는 이런 다양한 것들을 이용해서 사태를 이해하려는 시도가 역사이다. 그러니까 이것은 첫째 시간의 경과에 따라서 이해가 달라진다는 걸 꼭 염두에 두어야 한다. 그다음에 무엇보다도 오류의 가능성을 늘 생각을 해야 한다. 최종 판단이라고 하는 건 있을 수 없다. 오류의 가능성이라고 하는 건 달리 말하면 최종 판단의 불가능성이라고 하는 것이다. 오류 가능성이라고 하는 것은 최종 판단의 불가능성을 꼭 생각을 해야 한다. 그러면 시간이 지나면 다르게 보일 수 있고 위치성에 따라서 다르게 보일 수 있고 오류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이 부분을 염두에 둘 때 흔히 역사적 상대주의historical relativism라고 한다. 역사적 상대주의라는 말은 부정적negative으로 보자면, 처지에 따라 다 다른 거야, 역사 공부해봐야 소용없어, 겪어보면 다 달라 라고 말하면 역사적 상대주의를 부정적으로 말하는 건데, 역사적 상대주의를 굉장히 긍정적으로 생각하면 역사적 상대주의에 서 있을 때 우리는 오류 가능성을 줄일 수 있다. 오류의 가능성과 편견의 가능성을 줄일 수 있다. 즉 역사적 상대주의historical relativism을 갖추게 되면 우리는 겸손해질 수 있다. 그러니까 역사 공부의 목적은 이해의 범위를 넓고 깊게 하는 데 있다. 이해의 범위를 넓고 깊게 하면 최종적으로 우리가 얻게 되는 것은 관용적 정신이다. 역사적 상대주의는 적극적인 의미에서 관용을 갖게 한다. 그러니까 국사라고 하는 개념 그다음에 국가에서 편찬한 공식 국정 교과서 이런 것들은 항상 오류의 가능성이라든가 최종 판단의 불가능성이라든가 이런 것을 일단 괄호를 치고서 만들어지는 것이다. 특정 시기에 그것을 배워서 외운 사람은 나중에 그것의 오류가 밝혀졌을 때 그것을 벗어나기가 어렵다.
근대 철학에서는 표준적인 교과서가 베일리의 《The Birth of the Modern World, 1780-1914》이다. 《옥스퍼드 세계사》 제5부 제목이 대가속Great Acceleration이다. 이 말을 창안한 사람이 베일리이다. 1914년 1차 대전 이후에 역사책에 덧붙여져서 《옥스퍼드 세계사》가 나왔다. 《The Birth of the Modern World, 1780-1914》의 13장 제목이 Conclusion: The Great Acceleration이다. 그러면 시간의 경과, 오류의 가능성, 최종 판단의 불가능성을 얘기하는데, 그러면 이것의 입장에서 볼 때 역사의 반대 학문은 무엇인가. 역사가가 하는 일에 반대되는 행위를 하는 직업군은 무엇일까. 법정의 판사이다. 법학은 학문이라기보다는 실용술이다. 물론 중세적인 의미에서, 중세에는 예비학으로서의 철학이 있고, 신이 만든 세계를 세 가지 영역으로 다뤘는데, 신이 만든 세계에서 정신을 다루는 학문으로서의 신학이 있고, 신체를 다루는 학문으로서의 의학이 있고, 그다음에 신체와 정신을 가지고 있는 인간들 공동체를 규율하는 법학이 있다. 그래서 예비학으로서의 철학이 있고, 신학, 의학, 법학 이 세 개가 중세 대학에서 주요 학문이었다. 그때 법학은 교회법을 가르쳤기 때문에 교회법은 신학에 근거를 둔 교회법이다. 최종 근거가 신학이다. 오늘날의 법학은 그렇지 않다. 법은 어떻게든 결론을 최종적으로 내야 한다. 그런데 역사는 오류의 가능성을 전제로 하고 이것을 생각한다. 그렇기 때문에 역사는 이해를 위한 학문이고, 그래서 역사를 공부를 하고 나면 정답이 없기 때문에 내가 뭔가 공부를 한 것 같기도 하고 안 한 것 같기도 하고 계속 어중간한 상태로 남아 있게 된다. 그게 역사가 가지고 있는 어려운 점이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섣불리 정답을 찾으려고 노력을 하지 말고 역사라는 건 이런 것이라고 생각해야 한다. 역사라고 하는 것을 하나 놓고 봐도 이해Verstehen라고 하는 게 굉장히 여러 단계에서 이루어진다. 커뮤니케이션이라고 하는 것의 이전에 있는 것이다. 어떤 사태를 이해하는 힘 자체가, 역사적인 배경을 알고 있는 사람들은 이해하는 힘 자체가 다르다. 표면적으로 역사 공부라고 하는 건 바로 그런 점에서 근본 학문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철학과 역사는 근본 학문이다. 역사는 단순히 역사적인 사태만을 생각하는 게 아니라 인간집단 속에서 사는 인간이 어떻게 하면 그 인간이 가지고 있는 이해의 힘 이런 것들을 강하게 할 수 있는가, 어떤 범위에서 할 수 있는가, 그리고 그것을 어떤 방식으로 해야 하는가 이런 것들에 대해서 연구하는 학문이라고 할 수 있다.
지난번에 3분기에 했던 얘기를 잠깐 정리를 해보겠다. 제8장부터 9장, 10장 3개의 챕터, 《옥스퍼드 세계사》에서 357페이지부터 497페이지가 가장 중요한 부분이라고 여러 번 말했다. 오히려 제5부 대가속은 중요하지 않다. 세계사 책에서 가장 많이 바뀐 부분이 제4부에서 다루는 1350년에서 1815년 시가이다. 그것에 해당하는 얘기를 조금하고 두 번째 시간에는 이번에 읽을 제5부에 대한 전체적인 개요를 말하겠다. 1350년에서 1815년을 Early Modern이라고 부른다. 이 텍스트에서는 근대초라고 번역이 되어 있다. 예를 들어서 제9장의 제목이 근대 초 세계의 지성과 예술이고, 제10장의 제목이 근대 초 세계의 군주, 상인, 용병, 이주민이다. Early Modern World라고 하는 것은 1350년에서 1800년대 초반, 그러니까 14세기 중반부터 19세기 초반까지를 가리키는 용어이다. 근대 초라고 하기도 하고 초기 근대라고 하기도 한다. 1814년을 지나가면, 그러니까 19세기 중반쯤 되면 이제 Modern이 된다. 지금 현재 우리가 살고 있는 시대는 현대라는 의미에서의 Modern이다. 그러니까 Modern이라고 하는 단어를 기억해 둬야 한다. 이 시기가 서양에서 뿐만 아니라 전 지구적으로도 굉장히 중요한 시기라는 것을 꼭 기억해야 한다.
한반도에서의 이 사태를 한번 생각을 해자. 우리나라에서는 1350년 무렵에 생겨난 사건, 1392년에 조선이 건국되었다. 그러니까 근대 초라고 하는 것이 한국사에서는 조선시대라고 배운다. 세계사의 관점에서 봐도 1392년부터 조선이 공식적으로 망한 것은 1910년이다. 초기 근대가 1350년에서 1815년으로 되어 있는데 대체로 보면 우리나라 조선시대와 겹친다. 우리나라 조선시대는 세계사의 관점에서 보면 Early Modern에 해당한다. 현재 우리가, 2025년에 살고 있는 우리가 한국의 전통이라고 말하는 건 사실 이때 만들어 진 것이다. 근대라고 하는 것은 여러 가지 의미를 가지고 있는데 서양에서는 근대라고 하게 되면 종교적인 세계관에서 벗어나서 인간이 주체가 되는 세계관으로 전환되어 가는 시기라고 말할 수 있다. 그렇다면 똑같은 패러다임을 가지고 동아시아 세계를 이야기한다고 하면. 중국은 명이 망하고 청나라가 흥성하는 어중간한 시기인데, 근대 초기라고 하는 어떤 사상적 의미를 가장 잘 구현하고 있는 나라는 세계사를 쭉 살피면 조선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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