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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즈 잇 업! Jazz It Up! - ![]() 남무성 (지은이)서해문집 |
개정판을 펴내며
추천의 글
서문
PROLOGUE
제1장 재즈의 여명: 1900~1930년대
제2장 위대한 과도기: 1940년대
제3장 모던재즈 시대: 1950년대
제4장 혼돈의 시대 속 재즈의 탈출구: 1960년대
제5장 재즈의 퓨전: 1970년대
제6장 재즈의 다변화와 자기 성찰: 1980년대 이후
EPILOGUE
개정판을 펴내며
<재즈 잇 업(JAZZ IT UP)>은 내 이름으로 내놓은 첫 번째 단행본이었기에 의미가 남다른 책이다. 2003년 가을에 초판이 나왔으니 지금 개정판을 내기까지 거의 15년이 지났다. 긴 시간을 보내고 뒤늦게 손질을 했다는 게 자랑할 일은 못 된다. 첫 작품이었다는 것도 서툶의 다름 아니다. 조악한 그림체, 투박한 문장 그대로 뻔뻔한 세월을 버텼다. 진작 손을 봤어야 했지만 계속 미루어졌고 최근 몇 년간은 아예 절판시켜둔 터였다. 나름 효자 노릇을 한 제 자식이 마냥 못마땅해 보이는 게 나이 들어 과민해진 탓인지 오히려 현명해진 탓인지는 모르겠다. 그런데 그 절판의 시기 동안 적지 않은 사람들로부터 재출간 요청을 받았다. 과연 이 책이 애초에 품었던 목적만큼의 역할을 해냈는지 장담할 수는 없지만 작가로서 고마울 따름이다.
어렵게만 여겨지던 재즈를 쉽고 유쾌한 만화로 알려보자는 게 <재즈 잇 업>의 출발점이었다. 전문 만화가도 아니면서 직접 그려보겠다고 용기를 냈던 것도 순전히 재즈에 대한 애정 때문이었다. 그런 진정성이 독자에게 전달되었던 걸까. 출판 당시 예상치 못한 호응에 당황했던 기억이 난다. 아마도 만화로 그려진 재즈 역사라는 게 전무하다 보니 더 많은 사람들에게 화제가 되었을 것이다. 재즈 마니아들이나 뮤지션들, 각계각층의 사람들로부터 재미있다는 얘기를 들었다. 일본의 대표적 재즈 전문지 <Swing Journal>에도 연재되었고 단행본으로도 수출되었다. 작가로서 부담스러운 데뷔를 치른 것이다.
<재즈 잇 업>이 칭찬만 받았던 건 아니다. 역사서라는 점에서 몇몇 팩트 체크가 지적되었고, 때로 과장된 풍자와 뒤틀기에서 반감을 사기도 했다. 한 권으로 재즈 100년사를 풀어놓다 보니 생략된 것들에 대한 아쉬움도 날카롭게 꼬집고 들어왔다. 그 모든 것이 책을 향한 뜨거운 관심이 아니었을까 싶다. 돌이켜보면 <재즈 잇 업>이 출간되던 시기만 해도 대중에게 재즈는 함부로 건드릴 수 없는 것, 특별한 사람들의 고급문화 정도로 인식되던 때였다. 그런 것을 비틀기에 나선 게 파격이라면 파격이었다. 이 책의 초판에 썼듯이 '재즈알기의 수단이 되고자 과도하게 태어난 사생아'로 규정 지은 것도 그 때문이다. 네모 칸속에 쑤셔 넣어진 우스꽝스러운 재즈 이야기가 모든 사람에게 반가운 것만은 아니었을 것이다. 하지만 어쩔 수 없는 일 아닌가. 만화라는 수단은 좀 더 자유롭고, 좀 더 까불어도 되는 그런 것이라 생각한다.
개정판은 전체 원고에서 70퍼센트쯤을 다시 그렸다. 비뚤비뚤했던 네모 칸을 반듯이 정리했고, 거친 문장도 다듬어 다시 썼다. 전반적으로 읽기에 피곤함을 더는 것에 신경을 썼다. 무엇보다 중간 중간 새로운 원고를 보태어 증보판이 되었다. 다만 새로 그리면서 원래의 그림체를 되도록 유지하고자 했다. 초판을 그릴 때보다 그림 실력이 나아졌다는 평을 듣지만 이 책만큼은 많이 바꾸고 싶지 않았다. 서툴기는 했어도 아마추어적인 느낌이 그리 나쁘지 않다. (혼자만의 생각일지 모르지만) 오히려 지금은 다시 갖기 힘든 열정이 배어 있는 것도 같다. 내용에서도 역사를 재평가하자는 책이 아니기에 그 자체로 두었다. 애매모호했던 해설을 명쾌하게 다듬고 이해를 돕는 양념이 더해진 정도다.
<재즈 잇 업>은 재즈 역사의 전반적인 흐름을 안내하는 책이다. 역사를 살펴보는 것은 어떤 고유한 정념과 문화를 이해하는 데 중요하다. 특히 재즈는 아는 만큼 들리는 음악이다. 인내가 필요하고 처음 입문할 때부터 어렵다. 어떤 음악은 처음에 쉽다가 파고들수록 어려워지지만 재즈는 반대다. 그 때문에 그만의 배경과 정서를 이해하며 감상하는 게 좋다. 뭐 그렇게까지 하느냐고 묻는다면 도리가 없지만, 내 생각에 재즈는 그럴 만한 가치가 있는 음악이다. 재즈 감상은 '즉흥과 작곡의 관계를 생각하는 것'이다. 그 때문에 다른 어떤 음악보다도 사색의 시간을 가질 수 있다. 이미 존재하는 것에 새로운 어떤 것을 더해 끝없이 스토리를 만들어낸다. 그 과정에서 긴장감이 생긴다. 때로는 아슬아슬하게, 때로는 넘쳐흐르게, 이성과 감성이 부둥켜안고 춤춘다. 모든 것이 빠르게 스쳐 지나가는 이 세계에서 이처럼 한동안 들여다볼 수 있는 공간이 존재한다는 게 다행스럽지 않은가.
몇 해 전 겨울밤, 소주 한잔 걸치고 들어앉은 작업실에서 컴컴한 책장 구석에 꽂혀 있던 <재즈 잇 업>을 보았다. '철없던 얼굴 그대로 나이만 먹은 녀석. 그때 다듬어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재즈 잇 업>과 나의 소통이 다시 시작되었다. 이제 보니 제법 웃기는 녀석이라 자꾸 웃음이 났다. 재즈를 들으면서 혼자 노는 것에 익숙해진 탓이다.
2018년 1월
남무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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