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담화冊談話 | 중국사학명저中國史學名著(11) ─ 史記

 

2025.09.13 δ. 중국사학명저中國史學名著(10) ─ 史記

첸무, ⟪중국사학명저강의⟫(錢穆, 中國史學名著)
텍스트: buymeacoffee.com/booklistalk/ChienMu-05

 

사기史記의 정성精成
130권. 52만 6천5백 자字
본기本紀 12권. 세가世家 30권, 열전列傳 70권, 표表 10권, 서書 8권

본기本紀. 
    책의 대강. 편년編年 형식. 군주나 황제에게 각 한 권의 본기를 할당. '사기史記 속의 춘추春秋'

세가世家. 
    제후국諸侯國을 나누어 기술. 춘추시대春秋時代의 12 제후諸侯. 국어國語와 전국책戰國策이 국별사國別史이면서 주로 말을 기록했다면 세가世家는 사실[事]을 기록[言] 

열전列傳. 
    사기 가운데 가장 중요한 부분. 사마천이 처음으로 만든 체재體裁. 논어論語, 맹자孟子 등이 모두 말과 사실을 기록하고 있다. 
    "맹자가 양 혜왕을 만났다." (맹자견양혜왕孟子見梁惠王) 
    "왕께서는 하필 이익을 말하십니까" (왕하필왈리王何必曰利)
    사事와 언言의 기록의 구분은 불가능. 말을 기록하는 것은 '사람'을 중시하는 것 ─ 해석解釋

표表. 
    책의 뼈대가 되는 부분. 연대年代나 제후국별諸侯國別로 도표형식

서書. 
    생활상, 제도 풍속, [일종의 사회사社會史 기록] 
    "체제는 크지만 그에 담긴 사상은 정교하다" (체대사정體大思精)


사학史學의 삼종류三種類
1. 고사考史. 분명하지 않은 사실을 꼼꼼히 살피는 것
2. 논사論史. 역사적 사실의 이해와 득실을 평가하는 것
3. 저사著史. 사람에 의해 역사가 쓰이는 것. 논論을 거쳐서 독창적인 자기 견해를 세우고 난 뒤에야 가능한 것.


• 공자孔子를 서술할 때 원칙에 따른다면 열전列傳에 포함시켜야 하지만, 격을 높여 공자세가孔子世家에서 다룬다. 
  공자는 제후국諸侯國에 봉封한 적이 없고 자손에게 물려줄 토지가 있었던 것은 아니다. 따라서 이는 "스스로 원칙을 깨뜨린 것" (자파기예自破其例) 

• 항우본기項羽本紀. 황당한 것으로 여겨졌다. 왕조를 열였던 군주도 아니고, 과도기적 인물. 
    진초지제秦楚之際(진이세秦二世가 항복하고 한 고조가 황제로 즉위하기 이전 5년간)를 항우의 신상에 결부.  
    그러나 '서초패왕본기西楚霸王本紀'라 하지는 않았다. 지위는 서초의 패왕, 하나의 왕조를 이루지는 못했다. 

    한서漢書는 항우열전項羽列傳으로 고쳤는데, 이렇게 하면 항우를 한漢나라 초기 인물로 배열하는 셈이 된다. 
    공자孔子는 춘추시대 사람이므로 한서漢書에서는 다루지 않았지만, 만약 다룬다면 '공자열전'이라 할 것인가. 

• 중니제자열전仲尼弟子列傳
묵자墨子나 맹孟, 순荀의 제자열전弟子列傳은 없다. 
맹자孟子와 순자荀子를 묶어서 맹자순경열전孟子荀卿列傳에 기록. 이로써 전국시대 유가儒家 8개 중 둘 만을 언급하고 나머지는 논외論外 

• 노장신한열전老莊申韓列傳
한대漢代 초初에는 도가道家와 법가法家가 유행
노자老子, 장자莊子, 신불해申不害와 한비자韓非子를 함께 기록함으로써 법가法家가 도가道家에서 비롯되었음을 설명
이는 사마담司馬談의 논육가요지論六家要旨에서 나타난 관점과의 차이. 
사마담司馬談은 도가를 중시하여 천도天道 강조
사마천司馬遷은 유가儒家를 중시하여 인사人事 강조
"천도와 인사의 관계를 탐구하고 고금의 변화에 통달하여 일가의 말을 이룬다." (구천인지제究天人之際 통고금지변通古今之變 성일가지언成一家之言) 

인사人事는 고금古今의 변화變化, 즉 역사歷史에서 통달할 수 있다. 유가儒家는 이점에서 천도天道보다는 인사人事를 강조
(보임소경서報任少卿書, 임안에게 답하는 글) 

• 반고班固의 한서漢書
"사리를 조리 있게 잘 서술하고 (선서사리善序事理)
말을 잘하면서도 화려하지 아니하고 (변이불화辯而不華)
솔직하면서도 투박하지 아니하고 (직이불야質而不俚)
문장과 바탕이 모두 칭찬할 만하다. (문질상칭文質相稱)
양사의 재주를 갖추었다 (양사지재良史之材)"


전목錢穆의 사학명저강의, 사마천司馬遷의 사기史記에 대해서 세 번에 나눠서 얘기하는데 오늘 그 세 번째이다. 세 번째는 사기의 구성이 어떠한가 그리고 사기는 어떤 특징을 보이고 있는가를 보여주는데, 사마천의 독자적인 측면들은 앞서서도 다 얘기가 되었지만 오늘 나오는 얘기는 특히 오늘 하는 얘기가 재미있고 좋은 얘기이다. 사마천의 사기는 130권으로 되어 있고 52만 6천5백 자字로 이루어졌다고 한다. 본기本紀가 12권이고 세가世家가 30권, 열전列傳이 70권, 열전이 분량이 제일 많다, 그다음에 표表가 10권이고 서書가 8권으로 되어 있다. 본기本紀는 편년編年 형식으로 되어 있다. 그러니까 사기는 열전체列傳體라고도 하지만 기전체紀傳體라고도 하는데, 그래서 본기本紀는 사기史記 속의 춘추春秋라고 할 만한 것이다. 군주나 황제에게 각 한 권의 본기를 할당했으니까 12명의 군주와 황제가 된다. 오제본기五帝本紀, 하본기夏本紀, 은본기殷本紀, 주본기周本紀, 진본기秦本紀, 시황제본기始皇帝本紀에서 한 왕조에 이르기까지 황제에게 각 한 권의 본기가 배당되었다. 그러니까 오제五帝는 5명의 황제인데 5명을 하나로 묶었고, 하 나라는 하본기夏本紀 이렇게 되어 있다. 한 고조라든가 한 문제라든가 이런 사람들을 한 명의 군주에게 배당되어 있는데, 은나라, 진나라 한 나라에 대해서 본기가 하나 있다고 보겠다. 각국의 역사이다.  

그다음에 세가世家은 제후국諸侯國을 나누어서 기술한 것이다. 춘추 시대에 12개의 제후국이 있었다. 그러니까 일단 12개가 있고, 그런데 앞서 얘기했던 국어國語와 전국책戰國策은 각국사, 국별사國別史라고 하는데, 주로 말을 기록했다면 세가世家는 사실을 기록했다 라고 되어 있다. 그런데 조금 이따가 얘기가 되겠지만 12개의 제후국인데 왜 세가世家가 30권인지는 조금 있다가 이야기하겠다. 가령 공자는 제후가 아닌데도 공자세가孔子世家로 들어가 있다. 열전列傳에다 넣지 않고 왜 공자를 세가에다 넣었을까. 그것이 사마천이 보여주는 독창성이다.  

그리고 사기는 열전列傳, 열전이 사마천의 발명이라고 했다. 사기 가운데 가장 중요한 부분이고 사마천이 처음으로 만든 체제體裁이다. 열전列傳이라고 하는 것은 말과 사실을 모두를 기록해서 한 인간에 대해서 총체적인 통찰을 시도하고 있는 부분이다. 예를 들어서 맹자孟子나 논어論語도 말과 사실을 기록하다. "맹자가 양 혜왕을 만났다." 맹자견양혜왕孟子見梁惠王, 이것도 사실이다. 그런데 맹자가 왕하필왈리王何必曰利, "왕께서는 하필 이익을 말하십니까", 의로움을 이야기하지 않고 이익을 이야기하십니까 라고 하는 것은 말이다. 맹자가 양 혜왕에게 했던 말, 여기에 맹자의 생각이 담겨 있는 것이고, 그것에 대해서 양 혜왕이 대답한 말에는 양 혜왕의 생각이 들어 있는 것이다. 그러면 맹자가 양 혜왕을 만나서 왕하필왈리王何必曰利라고 말한 것을 맹자라는 인물에 대해서 설명을 하게 되는 것이다. 사실만 기록하는 게 아니라 말을 기록한다는 것, 그리고 말의 묘함 속에 있는 그 뜻을 해석하는 것, 그게 사실은 역사이다. 그러니까 여러 차례 말했듯이 역사학의 방법론은 해석학이다.  

예를 들면 성서를 읽는 게 되게 중요하다. 그게 다른 게 아니고 유대교는 그 당시에는 참으로 찾아보기 어려운, 자연 종교에서 완전히 벗어난 순수하게 계시종교로서 성립한 종교이다. 그러니까 유대교에서 기원한 기독교는, 기독교는 기독교의 핵심 교리가 무로부터의 창조creatio ex nihilo이다. 그것은 진화론과 양립하는가 라고 물어보는 것이 바보이다. 자연세계에 대한 일체의 관심을 끊고 인간의 일만을 이야기하자 라고 하는 것이 말하자면 그 종교가 가지고 있는 기본적인 입각점이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인간사 그리고 자연사 이 모든 것에서 어떤 의미를 찾아야 한다. 의미를 찾는 게 중요하다. 무로부터의 창조라는 것은 자연 발생적 사실을 도외시한다는 뜻이 아니라 그건 자연의 일이고, 인간에게 일어나는 일들의 의미를 찾는 것, 그 안에 신의 뜻이 담겨 있다 라고 하는 것, 그러면 신의 뜻을 찾아내서 해석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니까 기독교의 학문 방법론, 신학의 방법론은 해석학인 것이다. 해석학이 굉장히 중요하다. 그리고 당연히 그렇기 때문에 이 종교는 역사 종교, 역사적 계시종교가 되는 것이다. 계시의 바탕을 둔 역사, 역사를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다. 해석이라고 하는 것, 역사를 중요하게 한다는 것, 역사를 중시하는 사람은 반드시 해석이라고 하는 것을 강조할 수밖에 없다. 

그러니까 열전列傳이라고 하는 것은 바로 해석이라고 하는 것에 대해서, 사람을 중시한다 라고 하는 것은 결국 그 사람의 행위와 말을 해석하는 것, 해석을 굉장히 중요하게 여기는 것을 말하는 것이 된다. 그다음에 표表는 책의 뼈대가 되는 부분인데, 이것은 연대年代나 제후국별諸侯國別로 도표 형식으로 일목요연하게 정리를 한 것이다. 그다음에 서書은 당시의 생활상이나 제도, 풍속 이런 것들을 기록한 것인데, 제가 보기에는 일종의 사회사社會史 기록에 해당한다. 그래서 이렇게 역사를 종합적으로 조망할 수 있게 해주는 것이니까 당연히 "체제는 크지만 그에 담긴 사상은 정교하다"라는 말을 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역사학에는 세 가지 종류가 있는데 하나는 고사考史, 고찰하는 역사, 분명하지 않은 사실을 꼼꼼히 살피는 것이고, 본래의 역사라는 것은 이런 역사적 사실을 찾는 것이라고 말들을 하는데, 그것을 바탕으로 해서 역사적 사실의 이해와 득실을 평가하는 것이 논사論史이다. 그리고 고사考史와 논사論史를 거쳐가면 저사著史가 된다. 사람에 의해서 역사가 쓰이는 것, 여기서 저사著史라고 하는 것을 논論을 거쳐서 독창적인 자기 견해를 세우고 난 다음에야 가능한 것이다. 자기의 역사관이 있어야 된다는 것이다. 그리고 바로 사마천이 보여주는 저사著史, 자신의 독창적인 견해를 가지고 역사를 어떻게 썼는가를 보여주는 가장 대표적인 예들이 공자세가孔子世家와 항우본기項羽本紀 그다음에 중니제자열전仲尼弟子列傳, 노장신한열전老莊申韓列傳이다. 제목이 왜 그런 것을 보여주는가. 제목이 굉장히 중요한 것이다. 공자를 서술할 때는 앞서 말한 것처럼 공자는 제후가 아니니까 세가世家에서 다룰 수 없고 열전列傳에 포함시켜야 한다. 그런데 격을 높여서 공자세가孔子世家라고 하는 제목을 달아서 공자의 일생을 서술을 했다. 공자는 제후국에 봉한 적도 없고 자손에게 물려줄 토지가 있었던 것도 아닌데 왜 이렇게 했는가. 그 원칙을 깨뜨린 것인데 이것은 바로 무엇을 격을 높여서 그런 것이다. 그러니까 공자는 일반인이 아니고 제후급이라는 것이다. 그러니까 공자의 격을 높였다 라고 하는 것을 우리는 어디서 알 수 있는가. 공자에게 열전列傳이 아니라 세가世家에 놓은 것, 이게 바로 사마천이 공자에 대한 평가를 바탕으로 해서 자기 견해를 세운 다음에 제목을 이렇게 붙인 것이다 할 수 있다.  

후대의 역사가들에게 아주 많은 욕을 먹었는데도 이게 왜 그런가 하는 것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가 항우본기項羽本紀이다. 사람들이 황당하게 생각했다. 항우가 왕조를 열었던 군주도 아니고 그저 과도기적 인물에 불과한데 이 사람에게 본기本紀를 주었다는 것이다. 본기本紀를 주었다는 것이 하나의 묘한 사태가 아닌가 생각한다. 항우를 초패왕이라고 하는 것은 그냥 불러주는 것이지 그 사람이 역사적으로 볼 때 왕조를 연 사람이 아니기 때문에 그렇다. 그런데 일단 진나라 2대 황제인 진이세秦二世가 황복하고 나고 한고조 유방이 황제로 즉위하기 전에는 5년간의 시간차가 있다. 그때를 진초지제秦楚之際라고 부른다. 그때는 항우가 세력을 잡았던 때이다. 그 시기를 항우의 신상에 결부시켰다. 그러면 본격적으로 대우를 해주려면 서초패왕본기西楚霸王本紀라고 하면 될 텐데 또 그렇게 하지는 않았다. 이름을 가지고 본기本紀를 써주긴 하는데 그 급은 아닌 것이다. 그러니까 항우의 지위는 서초의 패왕이었는데 왕조는 이루지 못했다. 그래서 서초패왕본기西楚霸王本紀라고 하지 않고, 항왕項이라고 본문에 쓰기도 하지만 그 사람을 항우본기項羽本紀라고 했다. 절묘하다. 이게 반고班固의 한서漢書와 비교를 해보면 잘 나온다. 반고班固의 한서漢書에서는 항우열전項羽列傳으로 되어 있다. 그런데 열전이라고 하는 것은 특정한 나라에 살고 있던 사람을 가리키는데 항우는 한나라 초기 인물은 아니다. 한나라가 세워지기 전에 한 고조가 황제로 직위하기 전에 죽었다. 항우는 분명히 초나라 사람이다. 한서漢書에서 항우열전項羽列傳으로 했다고 하는 것이 얼핏 보면 말이 되는 것 같은데, 항우의 시기를 정확하게 위치를 잡아놓지는 못한 그런 것이라고 볼 수 있겠다. 만약에 반고班固의 한서漢書가 춘추시대까지를 다뤘다면, 물론 한서니까 다룰 일은 없겠지만, 다뤘으면 공자는 어떻게 했을까. 그 기준 그대로 기계적으로 적용해서 공자열전이라고 하지 않았겠는가. 그러면 반고는 스스로 바보임을 인증하는 셈이 되겠다. 생각이 없는 사람이 그렇게 하는 것이다. 그런 것들이 바로 사마천이 가지고 있는 탁월함을 보여주는 것이다. 

공자와 연결된 건데 중니제자열전仲尼弟子列傳, 공자의 제자들이다. 공자의 제자들은 쭉 열전이 있다. 묵자제자열전이라든가 맹자제자열전이라든가 순자제자열전 이런 것은 없다. 급이 아닌 것이다. 써줄 만한 게 아니라는 것이다. 이제 말을 하지 않음으로써 이미 폄貶을 해버리는 것이다. 그러니까 인간을 무시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그냥 말을 안 해버리면 된다. 그리고 전국시대에는 공자의 유파가 8개가 있었고 묵가가 3개가 있는데 사마천은 맹자하고 순자만 얘기했다. 그래서 맹자순경열전孟子荀卿列傳을 썼다. 나머지 여섯은 말을 하지 않았다. 그다음에 노장신한열전老莊申韓列傳을 보면, 저는 사마천의 견해에 동의하지는 않는데, 사마천은 노자老子, 장자莊子, 신불해申不害, 한비자韓非子 네 명을 한꺼번에 기록을 했다. 왜 그랬을까. 한 나라 초기에는 도가道家와 법가法家가 유행을 했다. 유가는 한나라 초기에는 그렇게 성행하질 않았고 크게 주목을 끌지도 않았다. 한무제 때 이후로 유가가 세상에 널리 펼치면서부터 드러나기 시작을 했는데 한 나라 초기에는 도가와 법가가 유행을 했다. 특히 사마천의 부친인 사마담司馬談의 논육가요지論六家要旨를 보면 앞서 말한 것처럼 도가를 높게 평가했다. 그런데 맹자와 순자 2명, 그런데 노장신한老莊申韓이면 4명이다. 그러면 맹자순경孟子荀卿, 맹자의 이름은 원래 맹가이고, 순자의 이름은 순경이니 맹자를 순자보다도 더 높이 쳐줬다는 얘기이다. 공자는 공자라고 하고 세가世家로까지 올려놓았다. 글자 하나, 편제 이런 것들이 평가를 담고 있다고 하는 것이 굉장히 재미있는 것이다. 생각을 많이 했다는 것이다. 어쨌든 노장신한老莊申韓은 4명을 동급으로 놓았는데, 노자와 장자, 도가를 앞에 놓고 신한申韓을 뒤에 놓은 것은 연대순이라기보다는 뭔가 뜻이 있겠다. 신불해와 한비자는 법가이다. 이 법가가 도가에서 비롯되었다를 보여주기 위한 것이다. 저는 법가가 순자로부터 비롯되었다고 본다. 그렇게 보는 사람들도 꽤 많다. 그런데 노장신한열전老莊申韓列傳에서 바로 사마천이 자신의 부친인 사마담司馬談의 논육가요지論六家要旨에 나타난 관점과의 차이를 보여준다.  

사마담은 도가를 중시해서 천도天道를 강조했다. 이게 자연종교와 가까운 것인데 사마천司馬遷은 유가儒家를 중시해서 인사人事를 강조했다. 그렇다면 사마천은 보임소경서報任少卿書, 소경이라는 벼슬을 하고 있는 임안에게 답하는 글이라는 것이 있다. "천도와 인사의 관계를 탐구하고 고금의 변화에 통달하여 일가의 말을 이룬다." 자기 역사가로서의 소명을 얘기하고 있는데, "천도와 인사의 관계를 탐구한다", 구천인지제究天人之際, 중요한 포인트이다. 천도天道라고 하는 것은 도가道家의 사상이고 인사人事라고 하는 것은 유가儒家가 중시하는 것이다. 그런데 사마천 자신은 천도와 인사의 관계를 탐구한다고 했으니까 인사를 중시하겠다는 뜻이 여기에 들어가 있다. 오로지 천도로 모든 것을 귀착시키는 게 아니라 인간의 일을 중요하게 여겼다. 그러면 인간의 일을 중요하게 여기면 당연히 고금의 변화, 즉 역사에 통달할 수 있다. 그러니까 고금의 변화에 통달하여, 통고금지변通古今之變, 역사를 중시하여 성일가지언成一家之言, 한 집안의 말을 이룬다. 한 집안의 말을 이룬다는 것은 아버지의 유업을 이어받았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다. 이렇게 보면 구천인지제究天人之際 통고금지변通古今之變 성일가지언成一家之言은 사마천이 유가의 관점에서 역사를 썼다는 것을 잘 드러내 보여주는 것이라고 하겠다.  

전목 선생은 사마천의 태사령에 대해서 길게 얘기했는데 그것은 그렇게 중요한 건 아닌 것 같고 한서漢書를 쓴 반고班固가 사기史記에 대해서 이렇게 얘기를 한다. "사리를 조리 있게 잘 서술하고 말을 잘하면서도 화려하지 아니하고 솔직하면서도 투박하지 아니하고 문장과 바탕이 모두 칭찬할 만하다. 양사의 재주를 갖추었다." 좋은 역사책의 재질을 갖췄다 라고 말을 하고 있다.   

다음 주에는 반고班固의 한서漢書 부분을 읽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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