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담화冊談話 | 중국사학명저中國史學名著(13) ─ 漢書
- 강의노트/책담화冊談話 2021-25
- 2025. 10. 20.
강유원의 책담화冊談話(https://booklistalk.podbean.com)에서 제공하는 「중국사학명저中國史學名著」를 듣고 정리한다.
2025.10.18 δ. 중국사학명저中國史學名著(13) ─ 漢書
첸무, ⟪중국사학명저강의⟫(錢穆, 中國史學名著)
텍스트: buymeacoffee.com/booklistalk/ChienMu-06
사기史記와 한서漢書의 비교
사기史記, 팔서八書 | 한서漢書, 십지十志 |
예서禮書, 예의, 풍속 | 율력지律曆志, 역법, 음률 |
악서樂書, 음악 | 예약지禮樂志, 예범, 음악 |
율서律書, 병법兵法과 군사軍事 | 형법지刑法志, 형벌과 법률 |
역서曆書(曆書), 무제武帝 시기의 역법개정 | 식화지食貨志, 경제 |
천관서天官書, 길흉吉凶, 천인감응天人感應 | 교사지郊祀志, 국가의 제사와 제례 |
봉선서封禪書, 종묘宗廟와 제사祭祀 | 천문지天文志 |
하거서河渠書, 치수治水 | 오행지五行志 |
평준서平準書, 재정財政과 경제經濟 | 지리지地理志, 행정구역, 풍습 |
│ | 구혁지溝洫志, 치수治水 |
• 하나의 특별한 사건으로서 명칭을 삼는다. | 예문지藝文志 |
• 본래 동사였으나 팔서八書는 당대當代의 사건에 편중 | │ |
• 통시대적, 일반적 의미를 지닌 제목을 사용 | |
• 단대사斷代史였으나 십지十志는 왕조의 구별을 넘는 서술 | |
• 지志를 읽을 수 있어야 비로소 전가지학專價之學을 할 수 있다. | |
• 반고가 이름을 바꾸자 성격이 바뀌었다. |
• 사기史記, 봉선서封禪書
봉선封禪, 천자天子가 하늘에 지내는 제사. 성군聖君만이 행할 수 있다. 수명사상受命思想의 핵심 의례.
무제武帝는 진시황과 마찬가지로 귀신과 방술에 매혹되어 천문과 역법을 담당하던 사마담司馬談이 봉선에 관련된 의견을 제시하였으나 황제와 의견이 달라 참여하지 못했고, 그 화를 이기지 못하여 죽었다.
• 한서漢書, 교사지郊祀志
교郊는 하늘에 지내는 제사, 사祀는 땅에 지내는 제사. 이 제사의 발전과 변화과정 서술.
사기의 봉선서가 당시의 하나의 특수한 역사적 사건에 대한 서술이었다면 교사지는 일반론을 담고 있다.
이후의 역대 정사正史는 모두 교사지를 편찬
• 사기史記, 평준서平準書
'평준平準'은 무제武帝의 경제정책의 하나였고 매우 중요했으므로 이에 대해 서書를 편찬
• 한서漢書, 식화지食貨志
평준平準이 재화財貨만을 가리킨 반면, 반고는 여기에 식食을 더했다. 이로써 식화지食貨志는 한 시대의 경제사가 되었다.
• 사기史記, 하거서河渠書
무제 시기에 황하黃河의 치수와 관련된 사건들, 조치를 기록
• 한서漢書, 구혁지溝洫志
고대古代의 정전井田 제도와 관련된 수리관개. 수해를 다스리고 하천과 도랑을 개발한 내용
★ 한서漢書, 지리지地理志
정치적政治的 지리地理. 군郡과 국國을 구분. ─ 이후 정사正史의 지리지地理志를 모두 모은다면, 중국의 지리연혁地理沿革을 파악할 수 있다.
민정民情과 풍속風俗의 차이.
★ 한서漢書, 예문지藝文志
후일의 목록학目錄學과 교수학校讎學 분야에서 가장 깊이 있고 근본적인 원전
유향劉向과 유흠劉歆 부자가 편찬한 칠략七略을 근거로 편찬
讎 = 讐
원수 수, 견주어바로 잡을 수
수교讎挍, 견주어 고치다
범엽의 후한서와 진수의 삼국지에 들어가기 전에 그 앞에 그 챕터 앞부분에 사기史記와 한서漢書를 비교한 부분이 있다. 그 부분이 되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사기史記는 본기本紀가 있고 세가世家가 있고 열전列傳이 있고 거기에서 우리가 주목해 봐야 되는 부분이 팔서八書가 있다. 서書가 있는데 첫째가 예서禮書, 예의와 풍속을 다루고 있는 것이고, 악서樂書, 음악에 관한 부분이 있다. 그다음에 율서律書는 병법兵法과 군사軍事를 다루고 있는 것이다. 이 셋은 후대에 들어간 것이다 라는 얘기가 많다.
그다음에 역서曆書는 역사歷史 할 때 역歷자를 써도 되고 역법曆法 할 때 역曆자를 써도 된다. 무제 시기에 일어났던 역법 개정의 사례들을 다루고 있는 것들이다. 가만히 보면 구체적으로 일어난 역사적 사실을 다루고 있는데 특정한 주제를 가지고 다루고 있는 게 서書라고 할 수 있다. 오늘날의 역사책 용어를 가지고 말해보자면 특정한 주제 또는 부문, 부문사 또는 주제사에 해당하는 내용이라고 할 수 있다. 그다음에 천관서天官書는 길흉화복吉凶禍福을 다루고, 천인감응天人感應에 관한 그런 것들이다. 그다음에 봉선서封禪書는 전목 선생이 설명을 길게 해놓았는데 종묘宗廟와 제사祭祀에 관한 부분이다. 그다음에 하거서河渠書는 치수治水에 관한 것이겠다. 그다음에 평준서平準書는 재정財政과 경제經濟에 관한 것이다. 그러면 이제 보편적인 주제이다. 천관天官, 봉선封禪, 하거河渠, 평준平準, 그런데 평준平準을 이렇게 보면 무제때의 경제정책 이름이다. 그래서 본래는 평준서平準書라고 하면 경제정책 일반을 다뤄야 되는데, 무제의 경제 정책 이름을 가지고 서書의 제목을 삼았다. 그러니까 평준서平準書를 예를 들어서 말해보면 평준平準이라고 하는 것은 무제의 경제정책인데, 그 평준이라는 이름을 가지고 경제정책 일반을 다루는 것처럼 써놓았다는 것이다. 그래서 하나의 특별한 사건으로서 명칭을 삼았다.
사마천은 통사를 의도했지만 딱히 통사를 쓴 건 아니고 당대의 그 경제 정책을 다루고 있다고 볼 수 있다. 특히 대표적인 게 봉선서封禪書라고 할 수 있다. 이것은 지금 2025년에 한국 사람이 사기史記를 읽는다 또는 한서漢書를 읽는다 하면 옛날 일이기도 하고 중국 일이기도 하고, 중국 근현대사 읽는 게 사실은 우리에게는 중요하다. 우리하고 직접적으로 얽혀 있기 때문이다. 한나라 무제가 평균 정책을 펴서 뭘 했는가를 알아서 뭐 하겠는가. 지금 21세기 한국하고 무슨 관계가 있는가. 잡다한 지식을 알아내는 데 그칠 뿐이다. 그러니까 항상 뭘 할 때는 내가 이걸 공부를 한다 할 때는 이 공부가 지금 나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가를 생각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그냥 쓸데없는 짓이다. 그렇게 생각을 하면 되는데 곰곰이 더 따져보면 다른 것들도 좀 생각을 해야 된다.
사기史記와 한서漢書를 읽을 때 어떠한 것이 중요한가. 할 때 제가 보기에는 바로 팔서八書와 십지十志를 다루고 있는 부분이 중요하다. 이게 부문사, 주제사에 해당하는 것이기 때문에 그렇다. 그런데 이것을 반고班固는 이름을 바꾸었다. 평준서平準書라고 하지 않고 이를테면 이 부분을 식화지食貨志라고 이름을 바꿨다는 말이다. 식화食貨라고 하는 것은 보통명사가 된다. 평준平準이라고 하는 것은 사실 특정한 경제정책을 가리키는 말이기 때문에 보통 명사는 아니다. 그러면 반고의 십지十志는 율력지律曆志, 예약지禮樂志, 그다음에 형벌과 법률을 다룬 형법지刑法志 그다음에 식화지食貨志 그리고 사마천에서는 봉선서封禪書라고 되어있던 것이 교사지郊祀志이다. 교사지郊祀志로 바꾸었다. 이건 일반 명사이다. 봉선서封禪書는 그 당시에 일어났던 사건의 이름이 봉선封禪이다. 사마천의 아버지 사마담과도 연결이 되어 있다. 그다음에 천문지天文志 그다음에 오행지五行志 그다음에 지리지地理志 그리고 구혁지溝洫志가 있다. 그렇다면 반고의 십지十志는 부문사 또는 특정한 주제에 관한 것을 확장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특히 한서의 예문지藝文志는 굉장히 중요한 부분이다. 그래서 시대를 넘나드는 통시대적인 일반적인 의미를 지닌 제목을 사용했다고 하는 것이 반고의 업적이라고 할 수 있다. 예문지藝文志 같은 경우에는 문화적인 것, 사상적인 것 이런 것들을 모두 다 다루고 있는 것이다 라고 말할 수 있겠다. 그래서 한나라 때만 있었던 일만 다루는 게 아니라 한나라 이전의 것도 다루었다. 그러다 보면 단대사斷代史, 특정 시기만을 다루는 게 단대사였는데, 십지十志로 오게 되면 왕조의 구별을 넘는 서술을 보여주고 있다. 이게 중요하다.
사마천의 사기史記에는 팔서八書가 있긴 있는데, 이 팔서八書가 왕대의 구별을 넘는 서술이 아니라 그 당대, 특히 무제 때 일어난 일들을 주제별로 이렇게 다루고 있다고 한다면, 반고의 한서漢書에 있는 십지十志는 그 주제도 확장되었고 주제의 제목도 확장되었을 뿐만 아니라 일반적 의미를 지닌 것으로 바뀌었다. 그래서 통사적으로 파악할 수 있게 하면서 이전에 일어난 일들까지 거기다 포괄을 시켜놓았다. 그래서 곰곰이 생각을 해보면 사마천의 팔서八書도 좋지만 반고의 십지十志가 굉장히 중요하다. 그래서 전목 선생은 지志를 읽을 수 있어야 비로소 전가지학專價之學을 할 수 있다고 말을 해 두었다. 전가지학專價之學이라고 하는 것은 전문적인 학문을 할 수 있다는 얘기이다.
그러면 구체적으로 어떻게 다른가를 한번 보겠다. 사마천의 사기에 있는 봉선封禪이라고 하는 것, 천자天子가 하늘에 지내는 제사를 봉선이라고 부른다. 이것은 성군聖君만이, 훌륭한 임금만이 할 수 있다. 그리고 이 봉선을 지내는 것이 바로 하늘로부터 명을 받았다 라고 하는 수명사상受命思想의 핵심 의례에 해당한다. 세계사를 보면 고대 사회에서는 군장들이 이것을 한다. 이제 분리가 되는데, 사제들이 하는 일과 왕이 하는 일하고 분리가 된다. 그래서 그것을 담당하는 사람들이 제관이다. 그래서 로마 같은 경우에는 Respublica Romana 단계에서는 수석 대제관Pontifex Maximus라고 한다. 율리우스 카이사르도 그것을 했다. 사실 오늘날 로마 교황을 가리키는 라티움어 이름이기도 하다. 그러니까 그것은 자연종교 시대의 대제관인데 그것을 그대로 쓰고 있다는 게 재미있기도 하고 묘한 명칭의 역사가 있다. 로마의 종교가 Imperium Romanum 시대에 들어설 때, 로마 제국이다 로마 공화정이다 라는 말을 잘 안 쓰려고 하는데, 왜냐하면 로마 제국, 로마 공화국 그렇게 말하면 우리가 지금 민주공화국인데, 로마가 우리나라 공화국처럼 이렇게 작동했나 라고 착각할 수가 있는데 사실 전혀 아니다. 유력 가문들이 조상들의 업적으로 권위auctoritas를 쌓아 올리고 그 권위로써 사람들에게 말하자면 지배력을 행사하는 그런 시기가 Respublica 시기이기 때문에 그냥 Respublica Romana 시기 그다음에 Imperium Romanum 시기, 황제라는 말도 사실 중국에서 나온 말이기 때문에 로마의 imperator들에겐 적당한 표현은 아니다. imperator는 군 최고사령관을 가리키기 때문에 무력을 나타내는 것으로 imperator가 제사를 지내지는 않는다. 어쨌든 봉선封禪이라고 하는 것은 천자가 하늘에 지내는 제사이고, 당시에 사용된 용어를 가지고 사람들을 지칭하고 관작명을 가지고 지칭하는 게 정확한 이해에 도움이 되겠다.
중국에서는 천명天命, 하늘로부터 명을 받았다 라고 하는 천명사상의 핵심 의례가 된다. 그런데 무제武帝는 진시황과 마찬가지로 귀신과 방술에 매혹되어 아주 깽판을 치고 있었던 상황이었다. 그런데 이것을 그러지 말아라 라고 하는 사람들이 천관이다. 천문과 역법을 담당하던 사마천의 아버지인 사마담司馬談이 봉선에 관련된 의견을 제시했다. 그러니까 정통 유가적 방식으로 해야 된다 라고 얘기했을 것이다. 사마담이 그러면 안 된다 라는 의견을 내놨는데 의견이 달라서 참여하지 못했던 것이다. 사마담은 화병이 났는데 그게 사망의 원인이다. 그리고 천문과 역법을 담당하고 황실의 기록을 담당하던 사람인데 그래서 이사마담이 사마천한테 똑바로 기록을 하라고 한 것이다. 여기 귀신과 방술에 매혹되었다 라고 하는 것에 포인트가 있다. 유교가 극우화되면 가부장제로 가는데 사실 유교는 굉장히 강력한 인문주의적인 것이다. 어쨌든 그것을 봉선封禪이라고 하는 건데 사마천은 봉선서封禪書라고 하는 곳에 담았다. 그런데 반고는 한서漢書에서 교사지郊祀志라고 하는 것으로 바꿨다. 교郊는 하늘에 지내는 제사를 가리키는 말이고, 사祀는 땅에 지내는 제사를 가리키는 말, 하늘과 땅에 지내는 제사, 일반 명사이다. 그런데 한나라 때 있었던 이것만 얘기하는 게 아니라 이것이 어떻게 발전해 왔는가, 그러니까 반고가 쓴 교사지를 보면 하늘과 땅에 지내는 제사가 어떻게 변천되었는가를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이게 바로 바로 교사지가 가지고 있는 의미이고, 통시대적이고 일반적인 의미를 지닌 제목을 사용하였을 뿐만 아니라 단대사에 그치지 않고 왕조의 구별을 넘는 서술을 했다는 사례가 된다. 사기의 봉선서는 무제 때 있었던 하나의 특수한 역사적 사건에 대한 서술이었다면 교사지는 일반론을 담고 있고, 그래서 교사지라고 하는 것이 국가제사 또는 국가의례이겠다. 교사지를 읽음으로써 역대 어떤 그런 것이 있었는가, 하늘과 땅에 지내는 제사의 변천사를 두루 알 수 있으니까 이후에 24사史에서는 모두 교사지를 편찬하게 되었다. 이게 바로 반고의 업적이라고 말할 수 있다.
또 하나는 사기에는 평준서平準書라는 게 있고, 한서에는 식화지食貨志라는게 있는데, 평준平準이라는 것은 앞서 말한 것처럼 무제 시대의 경제정책의 이름에 지나지 않는다. 무제의 경제정책에 대해서 따로 다루고 있는 것이다 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이것을 보고 반고는 식화지食貨志라고 하는 것을 만들었다는 것이다. 어떤 사람들은 사마천이 진짜 창의적이지 않냐고 말하지만, 창의적이긴 하지만 뭔가 일반적으로 널리 모범으로 삼을 만큼까지는 아니었다 라고 생각한다면, 반고의 십지十志는 창의적인 것들을 받아들여서 일반론으로까지 확장해서 일종의 전가지학專價之學, 학문적인 체계를 세웠다 라는 점에서 본다면 대단한 업적이 된다. 이런 것들을 우리는 보면서 이 사람들은 앞서 일어난 뭔가를 가지고 자기의 것을 만들어 나아가는 또 그것을 보편화시키는 능력이 있는 사람들이구나 라고 생각할 수 있다. 눈앞에 보이는 특수한 사례에 집착하지 않고 그것들을 일반화시켜서 하나의 보편론으로 만들고 보편적 세계관으로까지 만들어 나아가는 것은 아무나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특정한 개인에서뿐만 아니라 특정한 인간 집단에서도 마찬가지이다. 그것을 만들어낸 인간 집단이 그렇게 많지 않다. 사기에서는 평준서라고 불리던 것을 한서에서는 식화지라고 해서 평준平準이 재화財貨만을 가리킨 반면에 여기에다가 식食을 더했다 하는 것이다. 그래서 식화지는 한 시대의 경제사가 되었을 뿐만 아니라 시대를 넘나드는 왕조의 구별을 넘는 서술로까지 전개될 수 있었던 것이다.
이것이 반고의 한서가 가지고 있는 십지十志의 의미라고 할 수 있는데, 또 하나 더 보면 사기에서는 하거서河渠書인데 반고의 한서에서는 구혁지溝洫志로 바뀌었다. 무제 시기에는 황하의 치수와 관련된 사건들과 조치들이 있었는데, 그 조치를 하거서河渠書라는 이름으로 사마천은 기록을 했다면, 반고는 고대古代의 정전井田 제도와 관련된 수리관개, 중국에서는 아주 이상적인 토지 제도를 정전 제도라고 부르는데, 수리관개 일반 그리고 수해를 다스리고 하천과 도랑을 개발한 내용을 다 담고 있다. 그러니까 구혁지溝洫志라고 하는 것은 황하黃河에만 해당되었던 하거서를 구혁지로 넓혔다고 말할 수 있겠다.
그런데 여기서 중요한 것은 사기는 팔서八書가 있고, 한서는 십지十志가 있다. 두 개가 더 많아졌다. 이 두 개가 더 많아지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다. 한서의 지리지地理志와 예문지藝文志는 많이 인용이 된다. 지리지地理志와 예문지藝文志라고 하는 것은 사기에는 없다. 태사공자서太史公自序에 써놓은 논육가요지論六家要旨도 일종의 예문지라고 할 수 있는데 이런 것들은 좀 다루지 않았다. 한서의 지리지地理志와 예문지藝文志는 사마천에게는 없던 영역을 개척한 것이니까 이것이야말로 창조적 발전이라고 할 수 있다. 오늘날 지리는 굉장히 중요하다. 지리적인 여건이라고 하는 것을 결코 소홀하게 여겨서는 안 된다. 그런 것들이 정치적인 것과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반고는 한서에서 정치적인 지리, 군郡과 국國을 구별하고, 국國이라고 하는 건 좀 넓은 범위인 것이다. 이후에 모든 정사正史는 지리지를 다 쓰게 되고, 이 지리지를 모두 모으면 중국의 지리연혁地理沿革을 파악할 수 있게 된다. 이것은 말그대로 전문적인 부문사를 의도했다고 할 수 있다. 반고의 한서에서 이렇게 십지十志만 떼어 놓으면 전문적인 부문사를 의도했다고 할 수 있는데, 이 정도 되면 엄청난 것이다. 기록에 대한 의식 이런 것은 대단하다. 그리고 우리는 이것을 보고 오늘날에도 여전히 특정한 지리사, 지리적 배경 이런 것을 따져 묻는다. 이게 정치적 지리이다고 또 하나는 민정民情과 풍속風俗의 차이, 이 동네에 가면 사람들이 이런 풍습을 갖고 있다 하는 것도 따로 모아서 했다. 이건 심성mentality 구조의 역사이겠다. 그러니까 민정民情과 풍속風俗의 차이는 심성사의 의도가 있다면 정치적 지리에 대해서는 지정학 정도까지는 아니겠지만 그런 것을 의도한 것이다 라고 볼 수 있겠다. 대단히 중요한 것이다. 이것을 역사에다 집어넣겠다 라고 생각하는 것 자체가 반고라는 사람이 얼마나 역사라고 하는 것에 대해서 포괄적으로 생각했는가 하는 것을 알 수가 있다.
사상사를 공부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정말로 반고의 한서에서 중요한 것이 예문지藝文志이다. 원래 유향劉向과 유흠劉歆 부자가 편찬한 칠략七略을 근거로 편찬했다고 한다. 그것을 창의적으로 계승 발전했다 보는 것이 옳은 것이다. 그리고 예문지는 후일의 목록학目錄學과 교수학校讎學 분야에서 가장 깊이 있고 근본적인 원전이 되었다. 교수학校讎學은 카탈로그 학문이다. 카탈로그 학이라고 하는 것은 그렇게 쉽게 만들어지지 않는다. 목록학이라고 하는 것은 만들기가 어렵다. 어떤 책을 더 중요하게 생각할 것이고 어떤 책이 더 안 중요한가 이러한 것들, 또는 기념물 목록 이런 것들, 그런 것들도 되게 중요한 건데, 목록을 만드는 사람들을 카탈로거cataloguer라고 말한다. catalogue raisonne, 그러니까 한 예술가나 학파의 산출물들을 연대순으로 정리하고 정확하게 설명을 붙이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예문지藝文志는 catalogue raisonne라고 할 수 있다. 교수학校讎學 분야에서 가장 깊이 있고 근본적인 원전이다. 이 수讎자는 새 추隹가 양쪽에 있고 가운데 말씀 언言자가 있다. 말씀 언言을 아래로 내리면 우리가 이제 나의 원수를 갚겠다고 그럴 때 수讐자이다. 원수를 가리키는 말이기도 하지만 견주어 바로잡을 수 자이기도 하다. 그래서 교校자는 고칠 교 자로 고치고 바로잡는 학문, 교수校讎, 수교讎挍는 견주어 고친다 라는 뜻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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