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렉시스 드 토크빌: 아메리카의 민주주의 2


아메리카의 민주주의 2 - 10점
알렉시스 드 토크빌 지음, 이용재 옮김/아카넷


서문


제1부 합중국에서 민주주의가 지성의 추세에 미치는 영향

제2부 민주주의가 아메리카인들의 감정에 미치는 영향

제3부 민주주의가 고유한 의미의 습속에 미치는 영향

제4부 민주주의의 관념과 감정이 정치사회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토크빌의 후주


부록 1

부록 2


해제: 알렉시 토크빌의 민주주의 사상

옮긴이 후기






서문

21 아메리카인들은 그들에게 일정한 법제와 일정한 정치적 습속을 마련해준 민주적인 사회 상태를 지니고 있다. 그런데 바로 이러한 사회 상태가 아메리카인들에게서 유럽의 낡은 귀족 사회들에서는 전혀 찾아볼 수 없는 수많은 감정과 견해들을 만들어 냈다. 옛날의 관계들은 파손되거나 수정되었으며 새로운 관계들이 생겨났다. 시민 사회의 양상은 정치 세계의 형상 못지 않게 많이 달라졌다.  첫 번째 주제, 즉 법제나 정치적 습속과 관련된 문제는 아메리카의 민주주의에 대해서 내가 5년 전에 출판한 책에서 다루었다. 이 책에서 다루는 것은 두 번째 주제, 즉 시민 사회의 추이이다. 이 두 부분은 상호보완적인 것으로서 단일한 작품을 구성한다.


제1부 합중국에서 민주주의가 지성의 추세에 미치는 영향

제1장 아메리카인들의 철학적 방법에 대해

27 문명 세계에서 합중국만큼 철학에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 나라도 없을 것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아메리카인들은 그들 고유의 어떤 철학 학파도 가지고 있지 못하며 유럽 각지의 여러 학파들에 대해서도 거의 관심이 없다. 아메리카인들에게는 이들 학파의 이름조차 잘 알려져 있지 않다.


32 영국계 아메리카의 사회를 탄생시킨 것은 바로 종교라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합중국에서 종교는 모든 국민적 습성뿐만 아니라 조국이라는 것이 가져다 주는 모든 감정과 결부되어 있다. 여기서 종교의 남다른 힘이 나온다.


제5장 합중국에서 종교는 어떻게 민주주의의 본능을 이용하는가

69 아메리카의 성직자들은 인간의 모든 관심을 내세로만 돌리려 하지 않는다. 이들은 인간의 마음의 일부가 현세의 관심사를 향하도록 기꺼이 내버려 두며 지상의 재화를 비록 부차적이기는 하지만 중요한 것으로 간주한다. 이들은 비록 생산 활동에 직접 가담하지는 않지만 적어도 그것의 발전에 상당한 관심을 보이고 또 적극적으로 권장한다. 이들은 한편으로 내세를 인간의 두려움과 희망이 한꺼번에 담겨있는 원대한 목표로 신도들에게 끊임없이 제시하지만 다른 한편으로 신도들이 현세에서 정직하게 복리를 추구 하는 것을 막지 않는다. 현세의 일과 내세의 일이 구별되고 상충된다고 설교하는 것이 아니라, 이 두 가지가 어떻게 서로 겹치고 만나는지를 보여주려 애쓰는 것이다.


제8장 어째서 평등은 아메리카인들에게 인간의 무한한 완전 가능성이라는 관념을 갖게 하는가

79 나는 어느 아메리카 선원을 만나서 왜 이 나라의 배들은 수명이 짧게 건조되는지 물어 본 적이 있다. 그는 아무 주저없이 항해술이 매일 같이 빨리 발전하는 까닭에 아무리 좋은 배라도 몇 년 지나면 거의 쓸모 없어지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이처럼 거칠어 보이는 한 남자가 특별한 사안에 대해 별 생각없이 던진 몇 마디 말에서 나는 대다수 사람들이 일처리에서 나타내는 일반적이고 체계적인 관념을 포착하게 되었다. 귀족시대의 사람들은 자연히 인간의 완전 가능성의 한계를 너무 좁히는 경향이 있는 반면에, 민주시대의 사람들은 이따금 지나치게 확장하는 경향이 있다.


제13장 민주 시대의 문학의 특징

116 합중국의 주민들은 엄밀하게 말하자면 아직은 문학이라는 것을 가지고 있지 못하다. 내가 아메리카인으로 알고 있는 작가들은 모두 저널리스트이다. 이들은 위대한 작가라고 할 수 없으며 동포들의 언어로 동포들과 의사를 소통하고 있을 따름이다. 그 외의 작가들은 모두 외국인이다. 이 작가들과 아메리카인들 사이의 관계는 학문이 부활했던 시기에 그리스인이나 로마인들을 모방하는 자들과 우리들 사이에 맺은 관계와 마찬가지라고 할 수 있다. 이들은 독자들에게 즐거움을 주기는 했지만 사회의 습속에 영향을 주지는 못한 것이다.


121 전반적으로 평가할 때, 민주 시대의 문학은 귀족 시대의 문학에서 나타난 것과 같은 질서와 규칙성, 과학성과 예술성 따위를 나타내지 못한다. 오히려 형식은 일반적으로 무시되며 심지어 경멸되기까지 한다. 문체는 대개 기묘하고 부정확하며 부자연스럽고 엉성하며, 거의 언제나 대담하고 격렬하다. 저자들은 꼼꼼한 완성을 목표로 하기보다 재빠른 제작을 목표로 한다. 얄팍한 책들이 굵직한 책들보다 훨씬 많이 출판된다. 박학보다 기교가, 심오함보다 상상력이 앞선다. 다듬어지지 않은 거칠고 투박한 생각들이 담겨 있으며 다채롭고 비옥한 내용들로 가득 차 있다. 저자는 즐거움을 주기보다 놀라움을 주려 애쓰는 듯하고, 취향을 살려주기보다 열정을 자극하는 데 목적을 둔 듯하다.


제17장 민주 국가에 나타나는 시의 몇몇 원천에 대해서

150 민주 시대에 시가 전설들에 힘입어 번성하고 오랜 전통과 옛 기억들로부터 자양분을 얻을 것으로 기대해서는 안 된다. 이제 시문학은 독자도 시인도 더 이상 믿지 않는 초자연적인 존재들로 우주를 채울 수도 없으며, 본 모습 그대로 파악 가능한 선과 악을 냉철하게 인격화해서 표현할 수도 없다. 이제 시에는 이러한 자원들이 없다. 시에는 인간 만이 남아 있으며, 인간으로 충분하다. 인간의 운명, 자신의 시대와 자신의 나라를 뛰어넘어 자연과 그리고 신과 마주한 인간 열정과 회의를 가득 안고 있으며 유례없는 번영과 상상할 수 없는 비참을 한꺼번에 맛본 인간, 바로 이러한 인간상이 민주 시대에 시의 중요하고 거의 유일한 주제가 된다.


제20장 민주 시대 역사가들의 몇 가지 경향에 대해

168 민주 시대에 사는 역사가들은 소수의 시민이 국민 전체의 운명을 좌우하는 힘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국민 스스로가 자신의 운명을 변경시키는 능력을 인정하지 않는다. 이들은 국민을 어떤 확고부동한 섭리나 어떤 불가항력적인 필연성에 예속시킨다. 이들에 따르면 각 나라는 그 위치나 기원, 그 유래나 천분 따위 등에 의해 인간의 노력으로는 도저히 바꿀 수 없는 어떤 운명에 종속되어 있다는 것이다. 이들은 세대와 세대를 서로 연결시키는데, 이와 같이 시대에서 시대로, 필연성에서 필연성으로, 결국은 세계의 기원까지 거슬러 올라감으로써 인류 전체를 둘러싸서 묶어주는 거대하고 단단한 고리를 만들어 낸다.


제2부 민주주의가 아메리카인들의 감정에 미치는 영향

제1장 왜 민주 시대의 사람들은 자유보다 평등에 더 열렬하고 지속적인 애착을 나타내는가

182 인간은 누구나 완전히 평등하기 때문에 완전히 자유로울 것이며, 완전히 자유롭기 때문에 완전히 평등할 것이다. 민주 시대의 사람들은 바로 이러한 이상을 향해 나아간다. 평등이 지상에서 취할 수 있는 가장 완벽한 형태가 바로 이것이다.


183 자유는 여러 시대에 여러 다른 형태로 인간에게 나타났다. 자유는 결코 하나의 사회 상태에만 결부되어 있지 않은 까닭에, 우리는 민주 사회가 아닌 다른 사회들에서도 자유를 찾아 볼 수 있다. 따라서 자유가 민주 시대만의 특별한 특징이라고 보기는 힘들다. 민주 시대를 특징짓는 특별하고 압도적인 사실은 바로 조건들의 평등이다. 이러한 평등에 대한 애착이야말로 민주 시대에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주요 열정이다. 


189 이기주의는 맹목적인 본능에서 생긴다. 반면에 개인주의는 타락한 감정에서 나오기보다는 잘못된 판단에서 나온다.


189 이기주의는 이 세상만큼이나 오래된 악덕이다. 그것은 어떤 사회에서나 존재한다. 개인주의는 민주 시대에서 유래한다. 그것은 조건이 평등화되면 될수록 확장될 우려가 있다.


191 조건이 균등해짐에 따라서, 아주 많은 사람들이 비록 자기 동료들의 운명에 커다란 영향력을 행사할 만큼 부유하지도 막강하지도 않지만 스스로의 욕구를 충족시키기에 알맞은 만큼의 지식과 재산을 획득했거나 유지했다. 이러한 사람들은 누구에게도 빚진 것이 없으며 또 아무에게도 기대하는 것이 없다. 그들은 항상 혼자 생각하고 행동하는 것에 익숙하다. 그들은 자신의 운명은 자신의 손에 달려 있다고 생각한다.


191 민주주의는 인간 개개인이 자신의 조상을 잊고 살게 할뿐만 아니라 후손에게 무관심하게 만들며 동시대인들에게서 떨어져 살게 만든다. 민주주의는 끊임없이 인간을 자기 자신에게만 이끌며, 인간을 자기만의 고독 속에 완전히 가둘 위험이 있다.


제15장 어떻게 신앙심이 이따금 아메리카인들의 영혼을 물질적 안락에서 벗어나게 이끄는가

264 어떤 나라에서나 물질주의(matérialisme)는 인간 정신의 위험한 질병이다. 하지만 민주 국가에서는 특히 이 물질주의를 두려워해야 하는데, 왜냐하면 그것은 민주 시대의 사람들에게 가장 친숙한 마음의 악덕과 놀라울 만치 잘 결합하기 때문이다.


264 대부분의 종교는 인간에게 영혼의 불멸성을 가르치는 일반적이고 단순하며 실제적인 수단일 뿐이다. 민주 시대의 사람들이 종교에서 끌어내는 가장 큰 장점이 바로 이것이다. 그러므로 신앙심은 다른 어떤 사람들보다도 바로 이 민주 시대의 사람들에게 가장 필요하다.


제17장 평등과 회의의 시대에는 인간 행동의 목표를 멀리 설정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272 종교는 인간에게 미래를 염두에 두고 행동하는 일반적인 습성을 부여해준다. 이러한 관점에서 종교는 내세에서의 지복에 유용한만큼 현세에서의 행복에도 유용하다. 이것이야말로 종교의 가장 중요한 정치적 측면 중 하나이다.


272 신앙심이 사라진 시대에는 인간이 끊임없이 그들 욕구의 일상적인 변덕에 좌우될 것이라고 끈질긴 노력 없이 얻을 수 없는 것들은 완전히 포기함으로써 위대한 것, 평화적인 것, 항구적인 것은 아무것도 이룩할 수 없을 것이라고 우려할 충분한 이유가 있다. 바로 이러한 나라에서 사회 상태가 민주화된다면 내가 여기서 지적한 위험은 더욱 커질 것이다. 


제20장 어떻게 공업에서 귀족주의 체제가 발전할 수 있을까

288 분업의 원리가 더욱 완벽하게 적용됨에 따라서 노동자는 더 약해지고 더 근시안적이 되며 더 종속적이 된다. 기술은 진보하지만 기술자는 퇴보하는 것이다.


288 노동자가 점점 더 어떤 한 가지 부품을 연구하는 데에 그의 지성을 집중하는 반면에, 고용주는 언제나 더 넓은 전반적인 상황으로 눈을 돌린다. 노동자의 안목이 좁아지는 것에 비례해서 고용주의 안목은 넓어진다. 조만간 노동자에게는 지성이 없어지고 육체적 힘만 남게 될 것이며, 고용주는 학식과 성공하기 위한 재능을 필요로 할 것이다.


289 이것이 귀족주의 체제가 아니면 무엇이란 말인가? 국가 공동체 안에서 조건이 더욱더 평준화됨에 따라서, 제조품에 대한 욕구는 일반화되고 증대하며 저렴한 상품 가격은 사업 성공의 가장 중요한 요인이 된다.


제3부 민주주의가 고유한 의미의 습속에 미치는 영향

제1장 어떻게 조건들이 평등해짐에 따라서 습속은 순화되는가

301 사회에서 계층들이 서로 균등해지고 모든 사람이 거의 똑같은 방식으로 생각하고 느끼게 될 때, 이들 각자는 다른 모든 사람의 감성을 단 한 순간에 판단 할 수 있을 것이다. 


301 민주 시대에 사람들은 서로를 위해서 희생하는 일이 거의 없다. 하지만 이들은 인간들 모두에게 일반적인 동정심을 드러낸다. 이들은 불필요하게 남에게 피해를 끼치지 않는다. 그리고 자기 자신에게 큰 손해가 되지 않는 한 다른 사람들의 아픔을 덜어 줄 수 있을 때 큰 만족감을 느낀다. 요컨대 이들의 마음은 사리사욕에서 완전히 벗어난 것은 아니지만 아주 순화된 것이다.


제2장 어떻게 민주주의가 아메리카인들의 일상적인 관계를 더 단순하고 더 쉽게 만드는가

307 외국에서 아메리카인 두 사람이 만난다면 그들이 아메리카인이라는 바로 그 이유만으로 곧 친구가 된다. 편견에 사로 잡혀 서로 배척하지 않고 동포라는 사실만으로 서로 모인다. 하지만 영국인 두 사람이 서로 어울리려면, 같은 혈통만으로는 충분하지 않고 같은 계급에 속해야 한다.


제5장 어떻게 민주주의는 하인과 상전 사이의 관계에 영향을 미치는가

332 하나의 사회적 조건에서 다른 사회적 조건으로 이행하는 도중에는 인간의 정신이 예종의 귀족주의적 관념과 복종의 민주주의적 관념 사이를 오락가락하는 순간이 닥쳐 오기 마련이다. 그러면 복종은 복종하는 사람이 보기에 그 도덕적 의미를 상실하게 된다. 말하자면 그는 더 이상 복종을 어떤 숭고한 의무로 간주하지 않으며 그렇다고 아직은 순수하게 인간적인 측면에서 보지도 않는다. 그가 보기에 복종은 신성한 것도 정당한 것도 아니다. 저속하지만 이익을 가져다 주는 그 무엇에 순응하듯이 그는 그것에 순응 할 따름이다.


제17장 어떻게 합중국에서는 사회 모습이 들떠 있기도 하고 단조롭기도 한가

404 민주 시대에 사는 사람들은 많은 열정을 지니고 있지만, 이 열 정의 대부분은 부에 대한 애착에서 끝나거나 거기서부터 나온다. 


404 사회의 구성원들이 모두 독립적이고 서로 무관심할 때, 구성원들 사이의 협력은 그에 대한 보상이 있어야만 이루어진다. 그렇기 때문에 돈의 쓰임새는 다양해지고 그 가치는 높아진다. 옛것에 대한 존중심이 사라져갈 때, 사람들은 더 이상 출생이나 신분, 직업 따위에 의해 구별되지 않는다. 돈만이 인간들 사이에 현격한 차이를 만들어 낼 수 있으며, 돈만이 인간을 더 높이 출세시킬 수 있다. 재산에 따른 구분선은 모든 다른 구분선이 옅어지고 사라지는 것에 비례해서 오히려 짙어진다.


제18장 합중국에서 그리고 민주 사회에서의 명예에 대해서

425 귀족 국가에서 모든 계급은 뚜렷이 서로 구분되는 동시에 고정되어 있다. 각 개인은 빠져 나오기 힘든 자리를 자기 영역 안에서 차지하고 있으며 그의 주변에서 마찬가지로 엮여있는 다른 사람들과 함께 살아간다.


425 이와 반대로 민주주의적인 국가 체제 아래서는 모든 시민이 한 덩어리로 뒤섞여 있고 끊임없이 움직이는 까닭에, 여론은 시민들을 제대로 장악하지 못한다. 여론의 목표물은 순간 순간 사라지고 여론을 피해 다닌다. 따라서 여기에서 명예심지도 못하고 막강하지도 않다. 그도 그럴 것이 명예심이란 주위 대중을 염두에 둘 때에만 발휘되는 덕성이기 때문이다. 이 점에서 명예는 그 자체로 존재 이유를 갖는 자기 충족적인 단순한 덕성과는 사뭇 다르다.


426 신분들이 뒤섞이고 특권이 폐지된다. 나라를 구성하는 사람들이 서로 엇비슷해지고 대등해짐에 따라서 그들의 이해 관계와 욕구도 뒤섞여 구분할 수 없게 된다. 그래서 개개 신분 집단이 명예라고 불렀던 모든 특별한 관념이 하나 둘씩 사라지게 된다. 명예 규범은 이제 한 나라 국민 전체의 특별한 욕구에서만 나온다. 명에는 국민 개개인의 표상이 되는 것이다.


427 명예의 규범을 만들어 낸 것은 바로 인간들 사이의 차이와 불평등인데 명예 규범은 이러한 차이들이 희미해짐에 따라 약화되어 마침내 사라질 것이다.


제21장 어째서 거대한 혁명들이 드물어지는가

452 만일 아메리카가 거대한 혁명을 겪게 된다면, 그것은 합중국의 땅에 존재하는 흑인들로 인해 발생할 것이다. 요컨대 아메리카에서 혁명이 일어난다면, 그것은 조건들의 평등이 아니라 조건들의 불평등으로 말미암은 것이라고 할 수 있다.


452 사회적 조건들이 평등할 때, 사람들은 서로 떨어져 자기 자신에게 틀어박혀 살려 하며 공공의 일에 대해서는 무관심해진다. 이러한 이기적 성향이 시민들을 정치적 열정에서 떼어놓고 혁명에서 멀어지게 할 것이라는 생각에서, 민주 국가의 입법자들은 그러한 성향을 바로 잡으려 굳이 애쓰지 않고 오히려 조장하기도 한다. 하지만 그러다가는 그들이 피하고자 했던 악을 궁극적으로 더 키울지도 모른다. 몇몇 사람들의 통제되지 않는 열정들은 다수 대중의 우둔한 이기심과 심약함에 의해 뒷받침된다면, 마침내 사회 전체를 기묘한 유위전변 속에 몰아넣을 수 있기 때문이다. 민주 사회에서는 일반적으로 혁명을 원하는 자는 소수에 지나지 않는다. 하지만 때로는 혁명을 수행하는 데 소수면 충분하다. 


제4부 민주주의의 관념과 감정이 정치사회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제5장 어떻게 오늘날 유럽 국가들에서 통치권자들의 지위는 불안정해도 통치권은 강화되는가

545 민주주의 혁명이 불타오르는 동안, 혁명에 맞서던 낡은 귀족 권력들을 타도하는 데 앞장선 사람들은 강한 독립심을 나타낸다. 하지만 평등이 완벽하게 승리를 구가함에 따라서, 그들은 바로 이 평등이 만들어낸 자연적 본능에 조금씩 굴복했으며, 그래서 사회 권력을 강화하고 한 곳에 집중시켰다. 그들은 평등해질 수 있기 위해서 자유롭기를 원했다. 그런데 자유의 도움으로 평등이 점차 확립됨에 따라, 자유 자체는 오히려 더욱 얻기 어려워졌다. 이러한 두 가지 상태가 언제나 연속적으로 이어서 일어난 것은 아니었다. 귀족들의 권위를 타도하고 모든 국왕의 권력에 맞서 싸우면서 전 세계에 자유를 얻고 또 자유를 잃는 과정을 한꺼번에 보여 주던 바로 그 순간에도 안으로는 엄청난 압제를 준비 할 수 있다는 사실을 우리 조상들은 잘 보여 주었다.


546 오늘날 우리는 낡은 권력들이 사방에서 무너져 내리는 것을 보고 있다. 모든 낡은 권위는 사라졌고 모든 낡은 장벽은 무너졌다. 이러한 광경은 가장 명민한 사람들의 판단력조차 흐려 는다. 그들은 눈앞에서 진행되는 엄청난 혁명에만 관심을 기울이고는, 아마도 인류가 영원히 무질서 상태에 빠져버릴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 혁명의 최종적인 결과를 곱씹어 본다면, 그들은 아마도 다른 두려움을 갖게 될 것이다.


제6장 민주 국가는 어떤 종류의 전제정치를 두려워해야 하는가

549 만일 우리 시대에 민주 국가에서 전제 정치가 자리를 잡는다면 그것은 다른 성격을 갖게 될 듯하다. 요컨대 그것은 더 넓게 영향을 미치면서 동시에 더 부드러운 형태를 띨 것이다. 민주 국가에서의 전제 정치는 인간에게 고통을 주지는 않지만 인간의 품위를 훼손한다.


549 사회 구성원 중 어느 누구도 막강한 권력을 지니지도 엄청난 부를 갖지도 못하는 때에는 폭정이 말하자면 제 힘을 발휘할 기회도 무대도 얻지 못하게 되는 법이다. 누구나 고만고만한 재산을 가진 까닭에 당연히 열정은 잠잠해지고 상상력은 제한되며 쾌락은 단순해진다. 이러한 전반적인 절제의 분위기는 통치권자 자신을 온건하게 만들며 통치권자의 무절제한 욕망을 일정한 한계 안에 묶어 두게 된다.


551 이 권력은 오히려 사람들을 어린아이 상태로 완전히 묶어두려고만 한다. 만일 행복하게 사는 것만을 시민들이 생각한다면, 이 권력은 당연히 시민들이 행복하기를 바랄 것이지만, 무엇보다 자기가 그러한 행복을 마련해주는 유일한 대행인이자 유일한 중개인이기를 원한다. 


551 이렇게이 권력은 인간의 자유의지가 마치 쓸모없고 생소한 것처럼 여겨지게 만든다. 인간의 의지적 활동을 아주 좁은 범위 안에 가두어 두고, 시민 개개인에게서 자신의 역량을 활용하려는 의지 마저 조금씩 앗아가 버린다.


553 그들은 전지전능하며 후견인 역할을 하는 어떤 단일한 권력, 하지만 시민들에 의해 선출된 권력을 원한다. 요컨대 그들은 중앙 집권화와 인민 주권을 결합시킨다. 그러고는 적이 안심한다. 그들은 후견인을 선택한 것이 바로 자기들이라고 생각하면서 후견 받는 처지를 스스로 위안하는 것이다.


556 자치의 습성을 완전히 잃어버린 사람들이 자신들을 이끌어 줄 사람들을 제대로 선택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하기는 사실 어려운 일이다. 그리고 머슴으로 전락한 국민들의 투표를 통해서 자유롭고 활력 넘치며 현명한 정부가 탄생 할 수 있으리라고 어느 누구도 기대하지 않을 것이다.


제7장 앞에서 서술한 내용에 덧붙여서

568 현대 사회에서는 이와 전혀 다른 위험이 다른 근심 걱정이 사람들을 기다리고 있다. 대다수의 현대국가들에서 통치권자는, 그 기원이나 구성 또는 명칭이 어떻든 간에, 거의 막강한 존재가 된 반면에, 개인들은 점점 더 무기력과 종속의 나락으로 떨어져가고 있다.


569 오늘날의 통치권자들은 마치 인간을 가지고 위대한 업적을 만들어내기 위해서 인간에 관심을 기울이는 듯이 보인다. 나로서는 그들이 위대한 인간을 만드는 데 조금이라도 더 관심을 기울였으면 하는 바람이다. 일 자체보다 일하는 사람에게 더 많은 가치를 부여하는 것, 개인이 허약해지면 국가도 결국 해약해진다는 사실을 언제나 기억하는 것, 무기력하고 허약한 시민들을 가지고 활력이 넘치는 국민을 만들어 낼 수 있는 사회형태가 정치구성이 지금까지 존재한 적은 없다는 사실을 깨닫는 것 등등, 오늘날의 통치권자들이 염두에 두어야 할 사항이 바로 이런 것들이다.


제8장 총론

577 우리 시대에 사는 많은 사람들은 이 땅에서 자기 자신이 결코 자율적인 존재가 아니며 이전의 사건들, 종족적 편견, 지형, 풍토 등에서 나오는 무언가 극복 할 수 없고 자각 할 수도 없는 어떤 힘에 어쩔 수 없이 종속되어 있다고 믿는 듯하다. 나는 이 점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이것은 허약한 인간과 무기력한 국민만을 만들어 내는 잘못된 비루 한 교의이다. 신은 인간을 완전히 독립된 존재로 창조하지 않았으며, 완전히 예속된 존재로 창조하지도 않았다. 신이 개개인간에게 넘어 설 수 없는 어떤 숙명의 테두리를 그어 놓았다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이 넓은 테두리 안에서 인간은 막강하고 자유롭다. 국가도 인간과 마찬가지이다. 오늘날 어느 나라든 조건들이 평등해지는 것을 막을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이 평등이 이들을 예종 상태와 자유, 문명과 야만, 번영과 빈곤 중에서 어디로 이끌어 갈지는 전적으로 이들 자신에게 달려있다.


부록 1:  『아메리카의 민주주의』 제12판(1848) 저자 서문

592 당시에는 왕정이 존재했으나 이제는 타도되었다. 왕정 프랑스에서 호기심의 대상에 지나지 않았던 아메리카의 제도들은 공화정 프랑스에서는 연구의 대상이 되어야 마땅하다. 새로운 정부가 제대로 자리잡기 위해서는 힘뿐만이 아니라 좋은 법제가 필요하다. 투사에 뒤이어서 입법자가 온다. 전자는 파괴하고, 후자는 건설한다.


593 우리가 지금 막 당면한 이 문제를 아메리카는 벌써 60여년 전에 해결했다.


593 모든 법제의 공동 원천으로 삼은 국민이 지난 60년 동안 끊임없이 인구와 영토와 재산을 늘려왔다. 그리고 이 기간 동안에 바로 이 국민은 이 세상에서 가장 번영했을 뿐만 아니라 가장 안정된 국민이었다는 사실에 주목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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